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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합격에 운이?…실수로 합격 뒤바뀐 30여 명 구제대책 없어
입력 2021.10.21 (16:12) 수정 2021.10.21 (18:08) 취재K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철밥통'으로까지 불리는 공무원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 합격이 채용 담당자의 '실수' 여부에 좌우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실제 각 정부 부처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 통일부, 우대점수 잘못 계산하고 동점자 처리도 엉망

통일부의 한 산하기관은 9급 경력직 공무원을 뽑는다고 공고를 냈습니다. 1명을 뽑는 데, 33명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인사혁신처의 인사 실태 감사 결과, 1차 서류전형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우대점수를 잘못 적용해, 여러 지원자의 서류전형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뀐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대 요건에는, 분명히 응시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후'의 근무 경력에 대해 점수를 부여한다고 했는데, 요건을 갖추기 '이전'의 근무 경력에도 우대점수가 적용된 경우가 2건 적발됐습니다.


또 상위 자격증 소지자에게 우대점수를 준다고 했는데, 더 상위의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가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거나, 그 반대의 경우, 또 같은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에게 다른 점수가 부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감사 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이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아예 제출한 자격증과 다른 점수가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이 한 전형에서만 4명이 서류전형에서의 합격·불합격이 뒤바뀌었고, 서류에서 붙었어야 할 4명은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황당한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1월 공고가 난 통일교육원의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 공고입니다. 응시인원이 선발예정 인원의 3배 이상이면 서류전형 합격자를 5배수로 뽑고, 동점자가 있으면 동점자 모두를 합격시키겠다고 했는데요.


선발 예정인원이 1명이므로, 5배수면 분명 5명을 뽑는 게 맞는데 서류전형에서 6명을 뽑았습니다. 동점자 계산을 잘못했다는 겁니다. 2등이 2명이라서 '5등'까지 뽑았다는 해명입니다. 이렇게 6등으로 서류 탈락이어야 할 지원자는 서류전형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고, 결국 1명을 뽑는 자리에 최종 선발됐습니다.

비슷한 일들이 매년 경력직 채용 때마다 수시로 벌어졌습니다.

자격증 우대점수를 잘못 부여해 55명 가운데 42등으로 서류 탈락했어야 할 지원자가 1명 뽑는 자리에 최종 합격하기도 했고,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는 경력을 인정해 우대점수를 받고 최종 합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아예 응시자들의 지원서와 서류전형 평가표를 분실해 감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감사 대상기간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식으로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경우가 통일부에서 8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통일부 채용에서만 벌어진 일이었을까요?

■ 실수로 뒤바뀐 합격증, 통일부만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법무부와 소속기관 인사감사 보고서입니다.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근무 기간을 잘못 계산하거나, 자격증 점수를 잘못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대점수가 0점이어야 할 지원자가 최대 43점의 우대점수를 받으며 최종 합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한 지원자의 경우는 최종 면접까지 무사히 잘 합격했는데, 합격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합격 취소 이유 역시 담당자의 실수였습니다.

지원자가 적어 낸 자격증이 취득 '예정'인 자격증이라 인정할 수 없다며 합격을 취소했는데, 알고보니 이 지원자의 다른 자격증 점수를 반영하는 것을 빠트렸던 겁니다. 이 지원자는 다른 자격증의 점수만으로도 합격이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올해 들어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각 부처의 인사감사 보고서는 모두 9개. 이 가운데 통일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병무청, 통계청과 그 소속 기관들에서 이와 같은 실수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수로 인해 서류전형에서의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경우가 30명이 넘었고,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는 서류 탈락이어야 할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습니다.

■ 채용 담당자 실수로 억울한 불합격, 구제 조치는 '전무'

보면 볼수록 황당한 사례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각 정부 부처의 인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00부 인사 담당자

"채용이라든지 이런 업무를 전담해서 하는 직원은 사실 없고, 채용을 이렇게 하는 경우도 1년에 한두 번 하고 이제 계속 사람이 바뀌고 그러다 보니까, 아주 전문적으로 그 업무를 담당해서 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희 채용 내용 보셨겠지만 절차도 엄청 복잡하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니까 또 그렇게 하니까 또 실수가 나오는 거고 근데 이제 담당자분들은 어쩌다 한 번씩 1년에 한 번 하고 또 아니고 또 사람이 바뀌고 이러니까 좀 그런 면이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사 전담 직원이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면서 하다보니 업무가 미숙하고, 채용 우대조건 등이 워낙 복잡해 실수가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하는 담당자는 한 명인데다, 채용 일정에 맞추기도 촉박해 서류를 여러 차례 검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담당자의 실수로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구제 대책은 있었을까요?

인사혁신처와 각 부처에 문의해본 결과 "해당자들에게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채용이 확정되고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에 실수가 발견되었고, 이런 건들을 모두 임용 취소한다면 각 기관들의 업무에 큰 혼선이 온다는 게 이유입니다.

사실상 구제 대책은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어떤 지원자들은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좋게 실수에 의해 합격한 사람들은 여전히 각 부처에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빚은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주의 조치가 전부였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이수영 교수는,

"각 부처가 진행하는 경력채용은 그때그때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분권화된 재량권을 부여한 제도라는 장점은 있다. 그렇지만 경력채용도 공개채용에 버금가는 채용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된 경채는 주로 서기보 9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채용이 많았는데, 9급 공무원이든 고위 공무원 단위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조직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채용에 있어서 신중함을 두 번 세 번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결과를 보면 취업준비생의 32.4%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취업난은 심화되는 와중에 공무원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만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청춘의 몇 년을 소모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감사의 결과는 정기 공채가 아니라 각 부처에서 주관하는 '경력직 채용'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대등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꿈꾸는 '공무원증'의 일부가 이처럼 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줄 것으로 보입니다.
  • 공무원 합격에 운이?…실수로 합격 뒤바뀐 30여 명 구제대책 없어
    • 입력 2021-10-21 16:12:10
    • 수정2021-10-21 18:08:01
    취재K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철밥통'으로까지 불리는 공무원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 합격이 채용 담당자의 '실수' 여부에 좌우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실제 각 정부 부처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 통일부, 우대점수 잘못 계산하고 동점자 처리도 엉망

통일부의 한 산하기관은 9급 경력직 공무원을 뽑는다고 공고를 냈습니다. 1명을 뽑는 데, 33명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인사혁신처의 인사 실태 감사 결과, 1차 서류전형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가 우대점수를 잘못 적용해, 여러 지원자의 서류전형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뀐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대 요건에는, 분명히 응시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후'의 근무 경력에 대해 점수를 부여한다고 했는데, 요건을 갖추기 '이전'의 근무 경력에도 우대점수가 적용된 경우가 2건 적발됐습니다.


또 상위 자격증 소지자에게 우대점수를 준다고 했는데, 더 상위의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가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거나, 그 반대의 경우, 또 같은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에게 다른 점수가 부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감사 보고서를 확인해본 결과, 이조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아예 제출한 자격증과 다른 점수가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이 한 전형에서만 4명이 서류전형에서의 합격·불합격이 뒤바뀌었고, 서류에서 붙었어야 할 4명은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황당한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1월 공고가 난 통일교육원의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 공고입니다. 응시인원이 선발예정 인원의 3배 이상이면 서류전형 합격자를 5배수로 뽑고, 동점자가 있으면 동점자 모두를 합격시키겠다고 했는데요.


선발 예정인원이 1명이므로, 5배수면 분명 5명을 뽑는 게 맞는데 서류전형에서 6명을 뽑았습니다. 동점자 계산을 잘못했다는 겁니다. 2등이 2명이라서 '5등'까지 뽑았다는 해명입니다. 이렇게 6등으로 서류 탈락이어야 할 지원자는 서류전형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고, 결국 1명을 뽑는 자리에 최종 선발됐습니다.

비슷한 일들이 매년 경력직 채용 때마다 수시로 벌어졌습니다.

자격증 우대점수를 잘못 부여해 55명 가운데 42등으로 서류 탈락했어야 할 지원자가 1명 뽑는 자리에 최종 합격하기도 했고,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는 경력을 인정해 우대점수를 받고 최종 합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아예 응시자들의 지원서와 서류전형 평가표를 분실해 감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감사 대상기간인 2018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식으로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경우가 통일부에서 8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통일부 채용에서만 벌어진 일이었을까요?

■ 실수로 뒤바뀐 합격증, 통일부만의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법무부와 소속기관 인사감사 보고서입니다.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근무 기간을 잘못 계산하거나, 자격증 점수를 잘못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대점수가 0점이어야 할 지원자가 최대 43점의 우대점수를 받으며 최종 합격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한 지원자의 경우는 최종 면접까지 무사히 잘 합격했는데, 합격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합격 취소 이유 역시 담당자의 실수였습니다.

지원자가 적어 낸 자격증이 취득 '예정'인 자격증이라 인정할 수 없다며 합격을 취소했는데, 알고보니 이 지원자의 다른 자격증 점수를 반영하는 것을 빠트렸던 겁니다. 이 지원자는 다른 자격증의 점수만으로도 합격이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올해 들어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각 부처의 인사감사 보고서는 모두 9개. 이 가운데 통일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병무청, 통계청과 그 소속 기관들에서 이와 같은 실수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수로 인해 서류전형에서의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경우가 30명이 넘었고,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는 서류 탈락이어야 할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습니다.

■ 채용 담당자 실수로 억울한 불합격, 구제 조치는 '전무'

보면 볼수록 황당한 사례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각 정부 부처의 인사 담당 공무원들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00부 인사 담당자

"채용이라든지 이런 업무를 전담해서 하는 직원은 사실 없고, 채용을 이렇게 하는 경우도 1년에 한두 번 하고 이제 계속 사람이 바뀌고 그러다 보니까, 아주 전문적으로 그 업무를 담당해서 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희 채용 내용 보셨겠지만 절차도 엄청 복잡하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니까 또 그렇게 하니까 또 실수가 나오는 거고 근데 이제 담당자분들은 어쩌다 한 번씩 1년에 한 번 하고 또 아니고 또 사람이 바뀌고 이러니까 좀 그런 면이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사 전담 직원이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면서 하다보니 업무가 미숙하고, 채용 우대조건 등이 워낙 복잡해 실수가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하는 담당자는 한 명인데다, 채용 일정에 맞추기도 촉박해 서류를 여러 차례 검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담당자의 실수로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구제 대책은 있었을까요?

인사혁신처와 각 부처에 문의해본 결과 "해당자들에게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채용이 확정되고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뒤에 실수가 발견되었고, 이런 건들을 모두 임용 취소한다면 각 기관들의 업무에 큰 혼선이 온다는 게 이유입니다.

사실상 구제 대책은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어떤 지원자들은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좋게 실수에 의해 합격한 사람들은 여전히 각 부처에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빚은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주의 조치가 전부였습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이수영 교수는,

"각 부처가 진행하는 경력채용은 그때그때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분권화된 재량권을 부여한 제도라는 장점은 있다. 그렇지만 경력채용도 공개채용에 버금가는 채용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된 경채는 주로 서기보 9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채용이 많았는데, 9급 공무원이든 고위 공무원 단위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조직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채용에 있어서 신중함을 두 번 세 번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결과를 보면 취업준비생의 32.4%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취업난은 심화되는 와중에 공무원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만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청춘의 몇 년을 소모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감사의 결과는 정기 공채가 아니라 각 부처에서 주관하는 '경력직 채용'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대등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이 꿈꾸는 '공무원증'의 일부가 이처럼 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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