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사과’의 진정성…대통령 후보의 자격

입력 2021.10.22 (11:56)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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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착잡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오늘(22일) 아침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글입니다.

할 말을 잃은 건 이 대표만이 아닐 겁니다. ‘사과’의 진정성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착잡한 심경일 겁니다.

이준석 대표 표현대로 ‘상식을 초월’하는 이 사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 캠프가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발단입니다.


오늘 새벽 윤 후보의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토리스타그램’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과일 ‘사과’를 ‘토리’에게 주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 사과를 따왔나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집괭이들은_인도사과안묵어예’, ‘#느그는추루무라!’라는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 이 시점에 왜 이런 사진을

해시태그 내용은 “우리집 고양이들은 사과 안 먹는다. 너희들이 먹어라”라는 말을 인터넷 은어와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쓴 것입니다.

개에게 사과 주는 사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 그것도 큰 문제가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윤 후보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도 정치는 잘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송구하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사과는 개나 주란 뜻이냐’, ‘개는 국민을 비유한 것인가’라며 비판하자, 해당 사진은 게시한 지 1시간여 만에 삭제됐습니다.

캠프는 앞서 지난 20일에도 윤 후보의 돌잔치 사진을 게재하며 “석열이형은 지금도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다”고 글을 써, ‘1차 사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맹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내 경쟁주자 캠프에서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사과마저 희화화 하는 것이냐”며 비판했습니다.


■ “사과마저 희화화”…“국민 조롱”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 국민의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 결국 ‘송구하다’며 입장을 밝힌 윤 후보가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재하며 가뜩이나 엎드려 절받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후보 캠프 권성주 대변인도 “누가 봐도 사진의 의미와 의도는 명확했다,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국민 조롱을 멈춰라”라고 비판했습니다.

원희룡 후보 캠프 신보라 대변인은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전두환 발언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줬음에도 후보나 캠프나 진실한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에선 송영길 대표가 “이런 식의 국민을 조롱하는 행위를 해서는 정말 안된다”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을 또다시 말장난과 물타기로 어물쩍 넘어가면 기다리는 건 국민의 준엄한 심판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무지를 넘어 스스로 ‘윤두환’이 되어 광주 정신을 우롱하고 짓밟았다”며, “인성 컷오프부터 통과해야 할 수준의 후보”라고 비판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게시글을) 올리는 시점이나 표현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면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캠프 차원의 입장문을 내고,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尹 자격 논란…속내 복잡한 국민의힘

윤 후보 측은 캠프 SNS 담당 팀의 실수로 선을 긋는 분위기지만, 이번 문제의 책임에서 윤 후보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윤 후보는 ‘전두환 발언’ 직후 잇따른 사과 요구에도, 듣는 사람들이 발언의 취지를 곡해한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논란이 확산하자, 마지 못하는 듯 “유감”을 표명했고, 그럼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자, 뒤늦게 SNS를 통해 ‘송구’하다고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과 함께 문제의 사진이 등장했기 때문에, 윤 후보의 사과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 다시 논란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번 일로 윤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내 경쟁 후보 캠프들은 “국민을 개 취급하는 후보가 합당한가”, “억지 사과하고 뒤로 조롱하는 기괴한 후보에게 대통령 자격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번 일로 국민의힘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도부가 나서 그야말로 한땀 한땀 공들여온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착잡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겁니다.

윤 후보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TK 민심을 흔들진 않을 거고, 당내 경선에도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문제는 본선”이라고 했습니다. 윤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잇딴 설화가 중도 확장성에 장애물이 될 거란 얘깁니다.

그런데 윤 후보가 친 ‘사고’로 속내가 복잡한 곳이 또 있습니다.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홍준표 후보 측입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으로 인해 국민의힘 전체에 대한 반감이 커져, 홍 후보에게 긍정적이었던 호남의 민심까지 돌아설까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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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2 11:56:26
    • 수정2021-11-26 10:37:29
    여심야심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착잡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오늘(22일) 아침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글입니다.

할 말을 잃은 건 이 대표만이 아닐 겁니다. ‘사과’의 진정성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착잡한 심경일 겁니다.

이준석 대표 표현대로 ‘상식을 초월’하는 이 사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 캠프가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발단입니다.


오늘 새벽 윤 후보의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토리스타그램’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과일 ‘사과’를 ‘토리’에게 주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 사과를 따왔나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집괭이들은_인도사과안묵어예’, ‘#느그는추루무라!’라는 해시태그가 달렸습니다.


■ 이 시점에 왜 이런 사진을

해시태그 내용은 “우리집 고양이들은 사과 안 먹는다. 너희들이 먹어라”라는 말을 인터넷 은어와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쓴 것입니다.

개에게 사과 주는 사진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 그것도 큰 문제가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윤 후보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도 정치는 잘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송구하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사과는 개나 주란 뜻이냐’, ‘개는 국민을 비유한 것인가’라며 비판하자, 해당 사진은 게시한 지 1시간여 만에 삭제됐습니다.

캠프는 앞서 지난 20일에도 윤 후보의 돌잔치 사진을 게재하며 “석열이형은 지금도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다”고 글을 써, ‘1차 사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맹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내 경쟁주자 캠프에서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사과마저 희화화 하는 것이냐”며 비판했습니다.


■ “사과마저 희화화”…“국민 조롱”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 국민의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 결국 ‘송구하다’며 입장을 밝힌 윤 후보가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재하며 가뜩이나 엎드려 절받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후보 캠프 권성주 대변인도 “누가 봐도 사진의 의미와 의도는 명확했다,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국민 조롱을 멈춰라”라고 비판했습니다.

원희룡 후보 캠프 신보라 대변인은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전두환 발언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줬음에도 후보나 캠프나 진실한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에선 송영길 대표가 “이런 식의 국민을 조롱하는 행위를 해서는 정말 안된다”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을 또다시 말장난과 물타기로 어물쩍 넘어가면 기다리는 건 국민의 준엄한 심판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무지를 넘어 스스로 ‘윤두환’이 되어 광주 정신을 우롱하고 짓밟았다”며, “인성 컷오프부터 통과해야 할 수준의 후보”라고 비판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게시글을) 올리는 시점이나 표현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면서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캠프 차원의 입장문을 내고,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尹 자격 논란…속내 복잡한 국민의힘

윤 후보 측은 캠프 SNS 담당 팀의 실수로 선을 긋는 분위기지만, 이번 문제의 책임에서 윤 후보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윤 후보는 ‘전두환 발언’ 직후 잇따른 사과 요구에도, 듣는 사람들이 발언의 취지를 곡해한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논란이 확산하자, 마지 못하는 듯 “유감”을 표명했고, 그럼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자, 뒤늦게 SNS를 통해 ‘송구’하다고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과 함께 문제의 사진이 등장했기 때문에, 윤 후보의 사과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는지 다시 논란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번 일로 윤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내 경쟁 후보 캠프들은 “국민을 개 취급하는 후보가 합당한가”, “억지 사과하고 뒤로 조롱하는 기괴한 후보에게 대통령 자격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번 일로 국민의힘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도부가 나서 그야말로 한땀 한땀 공들여온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착잡하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겁니다.

윤 후보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TK 민심을 흔들진 않을 거고, 당내 경선에도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문제는 본선”이라고 했습니다. 윤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잇딴 설화가 중도 확장성에 장애물이 될 거란 얘깁니다.

그런데 윤 후보가 친 ‘사고’로 속내가 복잡한 곳이 또 있습니다.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홍준표 후보 측입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으로 인해 국민의힘 전체에 대한 반감이 커져, 홍 후보에게 긍정적이었던 호남의 민심까지 돌아설까 걱정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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