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 항우연 베테랑 “이런 중압감은 처음…발로 뛰어 저예산 극복”

입력 2021.10.22 (19:51) 수정 2021.10.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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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로켓 연구 20년’ 한상엽 항우연 발사체품질보증부장
- “발사 여러 번 겪었지만 이런 중압감은 처음”
- “실패라고 할 수 없어…예정 단계 모두 작동”
- “발사 후 댓글 봤더니…많이 응원해주셨더라”
- “발로 뛰어 예산 부족 극복…연구원들 피땀 들어가”
- “나로호 실패가 최대 위기…악플로 힘들었다”
- “자료 분석에 한 달, 내년 5월 발사시 보완”
- “우리 발사체에 후배들 태워 우주 소풍 가고파”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10월 22일(금)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연결 :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


신지혜>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품질보증부장 만나보겠습니다. 부장님 나와 계신가요?

한상엽> 네.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신지혜> 부장님, 바쁘신데 연결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일단은 어제 정말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한상엽> 아휴, 감사드립니다.

신지혜> 어제 잠 좀 제대로 주무셨어요? 오랜만이셨을 것 같은데요.

한상엽> 네. 발사 전에는 거의 뭐, 하루에 잠이 한 서너 번씩 깼는데 어제는 끝까지 잤습니다.

신지혜> 잘 되었네요. 지금 그러면 어디에 계신 거예요? 고흥에서 귀가를 다들 하셨나요?

한상엽> 지금 많은 분들이 대전으로 올라가고 뭐 본가로 올라가고 했는데 아직도 남은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주센터에 아직 남아가지고 잔여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 있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부장님께서도 지금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계시는 거고요?

한상엽> 아뇨, 저는 오전에 저희가 간단한 검토회의를 하고요. 결과에 대한 검토회의를 하고 그거 발사대가 혹시 이상이 있을까 싶어가지고 발사대에 올라갔다가 점심 먹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신지혜> 이제 서울로 가시는 중이십니까? 그 와중에 저희와 전화연결해 주시고 계시네요. 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신뢰성 안전품질보증부장, 이렇게 긴 직함을 가지고 계신데요. 부장님께서 이번 누리호 발사과정에서 맡으신 임무는 뭐였는지 간단히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상엽> 네. 저는 제가 부장 직함을 단 지가 한 2년 됐습니다. 그전에는 누리호에 들어가는 밸브들이 한 400종이 넘는데 그러한 밸브들을 개발하는 개발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에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시스템이 조립되고 발사를 해야 되는 시기에 와서는 제가 발사체 전체와 발사를 위한 신뢰도와 안전을 담당하는 보증부 일을 맡게 됐습니다.

신지혜> 전체적인 부품이나 안전성, 이런 거를 전반적으로 다 총괄 점검하신다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11년 7개월 동안 누리호가 개발이 돼서 어제까지 왔는데 그러면 부장님께서는 이 개발과정 처음부터 함께 하셨나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저는 항우연에 들어와서 로켓에 관련된 일을 한 게 20년이 넘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나로호의 탄생, 누리호의 탄생을 다 보셨을 텐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자, 어제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발사 당시에 참 남다른 감정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어제 아침에 기상 상황은 참 좋았죠?

한상엽> 저희가 뭐 언론에도 뭐 나온 것과 같이 고층풍에 좀 관심이 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라디오존데라는 거를 띄워서 고층풍을 측정했을 때는 그 전날보다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후에는 안 좋아질 거라는 예측이 있어가지고 좀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사 바로 전, 제가 두 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측정을 하는데 그때는 오히려 또 좋아졌습니다. 그래가지고 발사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신지혜> 그래서 최종 5시에 누리호를 발사할 수 있게 된 건데. 항우연 관계자님들을 저희가 취재해 보니까, 숨이 안 쉬어진다, 공황을 겪고 있는 분도 사실은 있다, 잠을 못 주무신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어요. 발사가 임박할수록 부장님은 좀 어떠셨어요?

한상엽> 제가 발사를 뭐 몇 차례 해봤는데 뭐 세상에 이런 중압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정말 저도, 공황장애를 좀 앓고 있고요. 약을 계속 먹고 있는데 그 약을 먹어도 진정이 안 됐습니다. 어제.

신지혜> 그 정도로 압박감이.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한 번에 평가받는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더 그러셨을 것 같아요.

한상엽> 네. 그렇습니다.

신지혜> 누리호가 점화돼서 떠오를 때는 좀 후련하셨나요?

한상엽> 발사체를 떠나보내는 건 일반적으로는 이륙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발사 관련된 사람들은 자동 운영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고 10분 전에 PLO(발사자동운용)가 들어갈 때 이미 그때는 저희가 손을 놓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희 본부장님이 말을 많이 안 하시다가 PLO 선언하시기 전에 “자, 갑시다!” 라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10분 전부터 저희는 이제 손을 놓고 진행되는 것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신지혜> 그 1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1초, 1초가. 발사통제센터에서 지켜보신 거죠.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3단이 떠나고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기까지의 각 단계가 있었는데. 한 단계 단계가 완료될 때마다 통제센터 분위기가 어땠나요?

한상엽> 저희가 완료될 때마다 박수를 되게 쳤습니다. 많이 쳤습니다.

신지혜> 그러셨어요?

한상엽> 네. 그리고 고도를 100km, 200km 올라갈 때마다 어나운싱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박수를 쳤는데. 3단 점화 때까지는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제 환호하고 할 준비만 하면 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3단이 연소를 하는 비행을 하다가 이상한 징후가 보이길래 그때부터 이제 분위기가 조금 싸하게 됐습니다.

신지혜> 예정보다 1분 7초 정도 위성 모사체가 일찍 분리된 겁니다. 3단이 분리 점화까지는 잘 됐는데, 생각보다 위성 모사체가 그러니까 예상에 없이 빨리 분리가 됐던 거로 이해를 하면 되나요?

한상엽> 아뇨. 그게 조금 다른데요. 일단은 3단 연소 시간이 50초 정도 일찍 엔진이 꺼졌습니다. 그게 꺼지고 난 다음에는 로켓에 있는 컴퓨터가 인식을 해서 3단 엔진이 꺼졌구나. 그러면 그다음 걸 진행을 해야지 하고 흘러가기 때문에 마지막에 위성이 그때 1분 7초 정도 앞서서 분리가 된 거고요. 실제적으로는 모든 이벤트가 정확하게 실험 단계에 맞춰가지고 된 겁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항우연에서 언론에 또 밝히시기를, 성공과 실패가 아니다. 정상 비행과 비정상 비행라고 누누이 얘기를 해 주셨고 또 그렇게 보도들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비정상 비행 판단을 내리신 거는 언제였나요?

한상엽> 저희는 이게 실패다, 완전히 이거는 뭐 발사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려면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비슷합니다. 이게 이동을 하다가 터지든지 잘못 가가지고 저희가 비행 중단 시스템을 작동을 시켜서 발사체를 하늘에서 터트리든지 뭐 그런 정도로 가면 이게 실패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가 계획한 이벤트라고 있습니다. 이벤트가 이제 1단 분리, 2단 점화, 이런 이벤트들이 어제는 다 작동을 했습니다. 제 시간 간격을 두고 작동을 했는데 3단만 엔진이 일찍 꺼진 겁니다. 그래서 이걸 실패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실패라는 말을 쓰기가 굉장히 애매하고.

신지혜> 목표는 다 달성하신 거잖아요.

한상엽> 네. 그렇죠. 전 세계적으로 이런 발사체가 모든 이벤트를 다 정상적으로 했는데도 위성을 못 올린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여기밖에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은 그 지금 데이터 분석을 한참 하고 계실 텐데요. 그 원인은 좀 나왔나요, 부장님?

한상엽> 저희가 데이터를 받는 게 종류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발사를 하면서 QLM이라는 데이터를 받습니다. Quick Look Massage라는 데이터인데요. 말 그대로 그냥 빠르게 볼 수 있는 데이터들만 나옵니다. 그러니까 많은 데이터가 나올 수가 없겠죠. 그래서 그런 데이터를 보고 순간순간 분석을 하는데 그 데이터만 저희가 오늘까지는 볼 수가 있었고요. 그다음이 다른 데이터군은 텔레메트리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발사체가 비행을 하면서 모든 데이터들이 지상에 있는 컴퓨터로 다 전송이 됩니다. 모든, 저희가 보고 싶은 거 다 전송되는데 그 데이터양이 굉장합니다. 굉장히 많고요. 몇 백 기가 정도 되는 데이터를 받아가지고 그걸 각 분야별로 나눠서 분석을 들어가야 됩니다. 그거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리겠죠.

신지혜> 그렇군요. 심층 정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확실히 많이 필요하고 그게 완료가 돼야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실 수 있겠네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앞으로의 계획을 좀 여쭙겠습니다. 일단 내년 5월 2차 시험 비행이 있는데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하고 똑같은 거를 한 번 더 쏘시는 건가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뭐 안에 다르게 변화가 되는 건 없고요. 단 이번에 어제 발사해가지고 나온 결과들을 다 분석을 해가지고 아마 한 달이 지나야지 모든 정확한 분석이 나올 텐데요.

신지혜> 한 달 정도.

한상엽> 그게 나오면, 두 번째 발사할 발사체에 적용을 할 수 있는 게 있고 적용을 못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요. 그래서 적용이 가능한 부분들은 수정 적용을 시켜가지고 내년 발사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신지혜> 그러면 내년 5월 전에 보완할 수 있는 건 보완해서 새로 발사를 하신다는 건데. 다섯 번 정도 더 발사가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여러 번 같은 발사체를 쏴봐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상엽> 그거는 말 그대로 제 직함에도 있듯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신지혜> 신뢰도요?

한상엽> 네. 많이 해가지고 많이 성공을 해야지 믿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많이 발사를 해보는 겁니다.

신지혜> 우리 누리호 발사체는 굉장히 안전하고 문제가 없습니다를 세계 각국에 또 우주 산업계에 보여주는 취지라고 보면 될까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제 누리호 발사, 정말 많은 국민들이 응원했어요. 그 응원의 기운이 좀 느껴지셨나요?

한상엽> 예. 어제 뭐 발사할 때는 저희가 이제 외부 쪽에 뭐 소식 이런 걸 잘 못 들으니까요. 잘 몰랐는데 어제 저녁에 쉬면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기사를 보고 댓글을 보니까 진짜 많이 응원을 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지혜> 개발 단계에는 사실 언론보도 일부러 안 보시고 댓글 창도 안 보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거든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게 왜 그런가요? 나로호 실패 때 사실은 ‘이거 돈 들여서 이렇게 해야 되는 거냐?’ 이런 안 좋은 댓글들이 많아서 항우연 과학자분들도, 관계자분들이 굉장히 속 많이 상하셨다고 들었거든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저도 항우연 관계자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요. 그때, 그런 댓글을 개인적으로 받으면, 뭐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해도 될지 모르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댓글 때문에. 그 심정을 이해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만큼... 그때 그런 댓글을 보고 실망했던 분들이 이제 댓글은 안 봐.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이번에 그래도 잘했다. 우리 여기까지 한 거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도 더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다수인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그때의 안 좋은 기억들이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부장님, 이런 과정에서 어떤 말을 들으셨을 때 가장 좀 격려가 되고 또 힘이 나시나요?

한상엽> 제일 힘이 나는 게,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거는 신경을 쓰지 마라. 당신들이 한 것들은 우리 국민들이 안다. 그러니까 힘을 내십시오.’ 이런 댓글이면 저희는 뭐 아주 힘 많이 나죠.

신지혜> 그 노력을, 그 희생을 다 압니다. 이런 댓글들이 그렇겠네요. 항우연 재직 20년 동안 하셨고 20년 내내 발사체 개발 업무 하셨고요. 누리호 개발에만 11년 7개월 쓰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할까요? 혹은 개발 과정에서 위기라고 꼽을 수 있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한상엽> 뭐 개발과정에서 위기는 뭐 아시다시피 나로호 실패했을 때고요. 저희가 어제 같은 날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게 제일 힘듭니다. 외부에서는 다들 ‘와, 이만큼 한 것도 대단하다’고 뭐 다 칭찬을 해 주시는데 저희 내부적으로는 기술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견디면서 또 해야 되는 게 굉장히 힘이 듭니다.

신지혜> 그럴실 수밖에 없지요. 실패나 시행착오가 계속되면 인간은 정말 절망과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잖아요.

한상엽> 그렇죠.

신지혜> 계속해서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목표지점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지만 그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모르는 그런 상황을 계속 겪으셨을 텐데요. 누리호도 설계만 12번 바꿨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시행착오를 만났을 때, 실패를 만났을 때 어떻게 이겨내세요?

한상엽> 저희에게는 주어진 일정이 있습니다. 그 일정에 맞춰서 아무리 실패를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해내야 시스템이 만들어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성공하겠지, 성공하겠지’를 계속 되뇌이면서 일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어떻게든 만들어냅니다. 그래가지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

신지혜> 안 그래도 온라인에서 이런 얘기가 회자되더라고요. 이 정도 인력에 이 예산으로 이런 발사체를 만든 게 대단하다. 해외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예산이나 지원은 좀 충분하셨나요? 이런 거 여쭤도 될지 모르겠는데 연구 환경이 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상엽> 모든 나라 살림이 그렇습니다. 풍족한 예산으로 하는 일들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우주 쪽에 예산이 들어오는 게 해외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편이고요. 그래서 저희가 뭐 공짜로 해 주십시오. 하는 그런 건 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희 연구원들이 직접 발로 뛰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예산을 낮추기 위해서요. 그래서 그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었던 게 연구원들의 피땀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신지혜> 부족한 예산은 기술력을 높여서 단가나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좀 대응을 하신 거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정말 이런 얘기 들으니까 개발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충이 있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님, 한두 가지 질문 더 드려볼게요. 누리호 발사랑 나로호 발사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뭐였을까요라는 질문들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체감상 무엇이 가장 달랐나요?

한상엽> 네. 다른 분들도 뭐 그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나로호 때는 기댈 데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기술팀도 있고. 기댈 곳이 있었는데, 누리호는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잘못되면 잘못되는 대로 저희가 다 감내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제일 큰 차이라고 봅니다, 저는.

신지혜> 책임감과 중압감이 나로호 때부터 러시아 연구진과 협업했던 나로호 때보다 훨씬 심했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어쨌든 우리 기술 100%로 쏘아 올린 발사체 아니겠습니까? 날아가는 모습 보시면서 굉장히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남등대 전망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장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남등대 전망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장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이게 올라가는 게, 올라갈지 모르겠다, 안 올라갈 것도 같다 막 여러 가지 생각이 막 들었는데요. 로켓은 완벽하게 됐다고 해도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하늘이 허락을 해 주십시오, 하고 마지막에는 기도를 합니다.

신지혜> 과학자들도 마지막 단계에 하늘의 도움을 청하신다는 게, 그 마음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상엽> 이게 뭐라도 붙잡고... 성공이 된다면 뭐라도 붙잡고 싶은 그런 심정으로 있었습니다.

신지혜> 그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부장님. 우주 공학자, 엔지니어로 20년간 일하셨는데요. 앞으로 꼭 보고 싶은 장면,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상엽> 뭐 해외 발사체들이 많고요. 거기에서 화성을 가고 행성을 탐사하고 혜성을 탐사하고 유인 우주선이 올라가고 하는데. 제 꿈은, 요새 유인 여행 이런 거 많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발사체가 우리나라 위성을 올리는 건 물론, 저희가 가진 발사체에 어린 저희 후배들 태워서 직접 우주로 올라가는 거, 올라가서 우주가 어떤지를 같이 볼 수 있는. 우주로 소풍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좀 기대를 합니다.

신지혜> 부장님 덕분에 그런 날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응원의 댓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마음들이 다 전해지기를 바라면서요.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시고요. 또 내년 5월 발사 때 다시 말씀 여쭙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한상엽>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품질보증부장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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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라이브] 항우연 베테랑 “이런 중압감은 처음…발로 뛰어 저예산 극복”
    • 입력 2021-10-22 19:51:02
    • 수정2021-10-22 19:51:43
    용감한라이브
<strong>‘로켓 연구 20년’ 한상엽 항우연 발사체품질보증부장</strong><br />- “발사 여러 번 겪었지만 이런 중압감은 처음”<br />- “실패라고 할 수 없어…예정 단계 모두 작동”<br />- “발사 후 댓글 봤더니…많이 응원해주셨더라”<br />- “발로 뛰어 예산 부족 극복…연구원들 피땀 들어가”<br />- “나로호 실패가 최대 위기…악플로 힘들었다”<br />- “자료 분석에 한 달, 내년 5월 발사시 보완”<br />- “우리 발사체에 후배들 태워 우주 소풍 가고파”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10월 22일(금)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김민지 기자
■ 연결 :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


신지혜>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품질보증부장 만나보겠습니다. 부장님 나와 계신가요?

한상엽> 네. 나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신지혜> 부장님, 바쁘신데 연결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일단은 어제 정말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한상엽> 아휴, 감사드립니다.

신지혜> 어제 잠 좀 제대로 주무셨어요? 오랜만이셨을 것 같은데요.

한상엽> 네. 발사 전에는 거의 뭐, 하루에 잠이 한 서너 번씩 깼는데 어제는 끝까지 잤습니다.

신지혜> 잘 되었네요. 지금 그러면 어디에 계신 거예요? 고흥에서 귀가를 다들 하셨나요?

한상엽> 지금 많은 분들이 대전으로 올라가고 뭐 본가로 올라가고 했는데 아직도 남은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주센터에 아직 남아가지고 잔여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 있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부장님께서도 지금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계시는 거고요?

한상엽> 아뇨, 저는 오전에 저희가 간단한 검토회의를 하고요. 결과에 대한 검토회의를 하고 그거 발사대가 혹시 이상이 있을까 싶어가지고 발사대에 올라갔다가 점심 먹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신지혜> 이제 서울로 가시는 중이십니까? 그 와중에 저희와 전화연결해 주시고 계시네요. 항공우주연구원의 발사체 신뢰성 안전품질보증부장, 이렇게 긴 직함을 가지고 계신데요. 부장님께서 이번 누리호 발사과정에서 맡으신 임무는 뭐였는지 간단히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상엽> 네. 저는 제가 부장 직함을 단 지가 한 2년 됐습니다. 그전에는 누리호에 들어가는 밸브들이 한 400종이 넘는데 그러한 밸브들을 개발하는 개발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에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시스템이 조립되고 발사를 해야 되는 시기에 와서는 제가 발사체 전체와 발사를 위한 신뢰도와 안전을 담당하는 보증부 일을 맡게 됐습니다.

신지혜> 전체적인 부품이나 안전성, 이런 거를 전반적으로 다 총괄 점검하신다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11년 7개월 동안 누리호가 개발이 돼서 어제까지 왔는데 그러면 부장님께서는 이 개발과정 처음부터 함께 하셨나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저는 항우연에 들어와서 로켓에 관련된 일을 한 게 20년이 넘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나로호의 탄생, 누리호의 탄생을 다 보셨을 텐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자, 어제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발사 당시에 참 남다른 감정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어제 아침에 기상 상황은 참 좋았죠?

한상엽> 저희가 뭐 언론에도 뭐 나온 것과 같이 고층풍에 좀 관심이 좀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라디오존데라는 거를 띄워서 고층풍을 측정했을 때는 그 전날보다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후에는 안 좋아질 거라는 예측이 있어가지고 좀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사 바로 전, 제가 두 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측정을 하는데 그때는 오히려 또 좋아졌습니다. 그래가지고 발사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신지혜> 그래서 최종 5시에 누리호를 발사할 수 있게 된 건데. 항우연 관계자님들을 저희가 취재해 보니까, 숨이 안 쉬어진다, 공황을 겪고 있는 분도 사실은 있다, 잠을 못 주무신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어요. 발사가 임박할수록 부장님은 좀 어떠셨어요?

한상엽> 제가 발사를 뭐 몇 차례 해봤는데 뭐 세상에 이런 중압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정말 저도, 공황장애를 좀 앓고 있고요. 약을 계속 먹고 있는데 그 약을 먹어도 진정이 안 됐습니다. 어제.

신지혜> 그 정도로 압박감이.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한 번에 평가받는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더 그러셨을 것 같아요.

한상엽> 네. 그렇습니다.

신지혜> 누리호가 점화돼서 떠오를 때는 좀 후련하셨나요?

한상엽> 발사체를 떠나보내는 건 일반적으로는 이륙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발사 관련된 사람들은 자동 운영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고 10분 전에 PLO(발사자동운용)가 들어갈 때 이미 그때는 저희가 손을 놓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희 본부장님이 말을 많이 안 하시다가 PLO 선언하시기 전에 “자, 갑시다!” 라고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10분 전부터 저희는 이제 손을 놓고 진행되는 것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신지혜> 그 10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1초, 1초가. 발사통제센터에서 지켜보신 거죠.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3단이 떠나고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기까지의 각 단계가 있었는데. 한 단계 단계가 완료될 때마다 통제센터 분위기가 어땠나요?

한상엽> 저희가 완료될 때마다 박수를 되게 쳤습니다. 많이 쳤습니다.

신지혜> 그러셨어요?

한상엽> 네. 그리고 고도를 100km, 200km 올라갈 때마다 어나운싱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박수를 쳤는데. 3단 점화 때까지는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 이제 환호하고 할 준비만 하면 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3단이 연소를 하는 비행을 하다가 이상한 징후가 보이길래 그때부터 이제 분위기가 조금 싸하게 됐습니다.

신지혜> 예정보다 1분 7초 정도 위성 모사체가 일찍 분리된 겁니다. 3단이 분리 점화까지는 잘 됐는데, 생각보다 위성 모사체가 그러니까 예상에 없이 빨리 분리가 됐던 거로 이해를 하면 되나요?

한상엽> 아뇨. 그게 조금 다른데요. 일단은 3단 연소 시간이 50초 정도 일찍 엔진이 꺼졌습니다. 그게 꺼지고 난 다음에는 로켓에 있는 컴퓨터가 인식을 해서 3단 엔진이 꺼졌구나. 그러면 그다음 걸 진행을 해야지 하고 흘러가기 때문에 마지막에 위성이 그때 1분 7초 정도 앞서서 분리가 된 거고요. 실제적으로는 모든 이벤트가 정확하게 실험 단계에 맞춰가지고 된 겁니다.

신지혜> 알겠습니다. 항우연에서 언론에 또 밝히시기를, 성공과 실패가 아니다. 정상 비행과 비정상 비행라고 누누이 얘기를 해 주셨고 또 그렇게 보도들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비정상 비행 판단을 내리신 거는 언제였나요?

한상엽> 저희는 이게 실패다, 완전히 이거는 뭐 발사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려면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비슷합니다. 이게 이동을 하다가 터지든지 잘못 가가지고 저희가 비행 중단 시스템을 작동을 시켜서 발사체를 하늘에서 터트리든지 뭐 그런 정도로 가면 이게 실패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가 계획한 이벤트라고 있습니다. 이벤트가 이제 1단 분리, 2단 점화, 이런 이벤트들이 어제는 다 작동을 했습니다. 제 시간 간격을 두고 작동을 했는데 3단만 엔진이 일찍 꺼진 겁니다. 그래서 이걸 실패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실패라는 말을 쓰기가 굉장히 애매하고.

신지혜> 목표는 다 달성하신 거잖아요.

한상엽> 네. 그렇죠. 전 세계적으로 이런 발사체가 모든 이벤트를 다 정상적으로 했는데도 위성을 못 올린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여기밖에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은 그 지금 데이터 분석을 한참 하고 계실 텐데요. 그 원인은 좀 나왔나요, 부장님?

한상엽> 저희가 데이터를 받는 게 종류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발사를 하면서 QLM이라는 데이터를 받습니다. Quick Look Massage라는 데이터인데요. 말 그대로 그냥 빠르게 볼 수 있는 데이터들만 나옵니다. 그러니까 많은 데이터가 나올 수가 없겠죠. 그래서 그런 데이터를 보고 순간순간 분석을 하는데 그 데이터만 저희가 오늘까지는 볼 수가 있었고요. 그다음이 다른 데이터군은 텔레메트리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발사체가 비행을 하면서 모든 데이터들이 지상에 있는 컴퓨터로 다 전송이 됩니다. 모든, 저희가 보고 싶은 거 다 전송되는데 그 데이터양이 굉장합니다. 굉장히 많고요. 몇 백 기가 정도 되는 데이터를 받아가지고 그걸 각 분야별로 나눠서 분석을 들어가야 됩니다. 그거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리겠죠.

신지혜> 그렇군요. 심층 정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확실히 많이 필요하고 그게 완료가 돼야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실 수 있겠네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러면 앞으로의 계획을 좀 여쭙겠습니다. 일단 내년 5월 2차 시험 비행이 있는데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하고 똑같은 거를 한 번 더 쏘시는 건가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뭐 안에 다르게 변화가 되는 건 없고요. 단 이번에 어제 발사해가지고 나온 결과들을 다 분석을 해가지고 아마 한 달이 지나야지 모든 정확한 분석이 나올 텐데요.

신지혜> 한 달 정도.

한상엽> 그게 나오면, 두 번째 발사할 발사체에 적용을 할 수 있는 게 있고 적용을 못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요. 그래서 적용이 가능한 부분들은 수정 적용을 시켜가지고 내년 발사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신지혜> 그러면 내년 5월 전에 보완할 수 있는 건 보완해서 새로 발사를 하신다는 건데. 다섯 번 정도 더 발사가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여러 번 같은 발사체를 쏴봐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상엽> 그거는 말 그대로 제 직함에도 있듯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신지혜> 신뢰도요?

한상엽> 네. 많이 해가지고 많이 성공을 해야지 믿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많이 발사를 해보는 겁니다.

신지혜> 우리 누리호 발사체는 굉장히 안전하고 문제가 없습니다를 세계 각국에 또 우주 산업계에 보여주는 취지라고 보면 될까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제 누리호 발사, 정말 많은 국민들이 응원했어요. 그 응원의 기운이 좀 느껴지셨나요?

한상엽> 예. 어제 뭐 발사할 때는 저희가 이제 외부 쪽에 뭐 소식 이런 걸 잘 못 들으니까요. 잘 몰랐는데 어제 저녁에 쉬면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기사를 보고 댓글을 보니까 진짜 많이 응원을 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지혜> 개발 단계에는 사실 언론보도 일부러 안 보시고 댓글 창도 안 보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거든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그게 왜 그런가요? 나로호 실패 때 사실은 ‘이거 돈 들여서 이렇게 해야 되는 거냐?’ 이런 안 좋은 댓글들이 많아서 항우연 과학자분들도, 관계자분들이 굉장히 속 많이 상하셨다고 들었거든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저도 항우연 관계자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요. 그때, 그런 댓글을 개인적으로 받으면, 뭐 이런 말을 방송에서 해도 될지 모르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댓글 때문에. 그 심정을 이해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만큼... 그때 그런 댓글을 보고 실망했던 분들이 이제 댓글은 안 봐.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이번에 그래도 잘했다. 우리 여기까지 한 거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도 더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다수인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그때의 안 좋은 기억들이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부장님, 이런 과정에서 어떤 말을 들으셨을 때 가장 좀 격려가 되고 또 힘이 나시나요?

한상엽> 제일 힘이 나는 게, ‘잘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거는 신경을 쓰지 마라. 당신들이 한 것들은 우리 국민들이 안다. 그러니까 힘을 내십시오.’ 이런 댓글이면 저희는 뭐 아주 힘 많이 나죠.

신지혜> 그 노력을, 그 희생을 다 압니다. 이런 댓글들이 그렇겠네요. 항우연 재직 20년 동안 하셨고 20년 내내 발사체 개발 업무 하셨고요. 누리호 개발에만 11년 7개월 쓰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할까요? 혹은 개발 과정에서 위기라고 꼽을 수 있는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한상엽> 뭐 개발과정에서 위기는 뭐 아시다시피 나로호 실패했을 때고요. 저희가 어제 같은 날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게 제일 힘듭니다. 외부에서는 다들 ‘와, 이만큼 한 것도 대단하다’고 뭐 다 칭찬을 해 주시는데 저희 내부적으로는 기술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견디면서 또 해야 되는 게 굉장히 힘이 듭니다.

신지혜> 그럴실 수밖에 없지요. 실패나 시행착오가 계속되면 인간은 정말 절망과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잖아요.

한상엽> 그렇죠.

신지혜> 계속해서 어딘가에 있는 미지의 목표지점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지만 그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모르는 그런 상황을 계속 겪으셨을 텐데요. 누리호도 설계만 12번 바꿨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시행착오를 만났을 때, 실패를 만났을 때 어떻게 이겨내세요?

한상엽> 저희에게는 주어진 일정이 있습니다. 그 일정에 맞춰서 아무리 실패를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해내야 시스템이 만들어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성공하겠지, 성공하겠지’를 계속 되뇌이면서 일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어떻게든 만들어냅니다. 그래가지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

신지혜> 안 그래도 온라인에서 이런 얘기가 회자되더라고요. 이 정도 인력에 이 예산으로 이런 발사체를 만든 게 대단하다. 해외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예산이나 지원은 좀 충분하셨나요? 이런 거 여쭤도 될지 모르겠는데 연구 환경이 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상엽> 모든 나라 살림이 그렇습니다. 풍족한 예산으로 하는 일들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우주 쪽에 예산이 들어오는 게 해외에 비해서는 많이 낮은 편이고요. 그래서 저희가 뭐 공짜로 해 주십시오. 하는 그런 건 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희 연구원들이 직접 발로 뛰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예산을 낮추기 위해서요. 그래서 그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었던 게 연구원들의 피땀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신지혜> 부족한 예산은 기술력을 높여서 단가나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좀 대응을 하신 거군요?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정말 이런 얘기 들으니까 개발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충이 있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님, 한두 가지 질문 더 드려볼게요. 누리호 발사랑 나로호 발사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뭐였을까요라는 질문들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체감상 무엇이 가장 달랐나요?

한상엽> 네. 다른 분들도 뭐 그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나로호 때는 기댈 데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기술팀도 있고. 기댈 곳이 있었는데, 누리호는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잘못되면 잘못되는 대로 저희가 다 감내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제일 큰 차이라고 봅니다, 저는.

신지혜> 책임감과 중압감이 나로호 때부터 러시아 연구진과 협업했던 나로호 때보다 훨씬 심했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신지혜> 어쨌든 우리 기술 100%로 쏘아 올린 발사체 아니겠습니까? 날아가는 모습 보시면서 굉장히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남등대 전망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장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한상엽> 네. 맞습니다. 이게 올라가는 게, 올라갈지 모르겠다, 안 올라갈 것도 같다 막 여러 가지 생각이 막 들었는데요. 로켓은 완벽하게 됐다고 해도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하늘이 허락을 해 주십시오, 하고 마지막에는 기도를 합니다.

신지혜> 과학자들도 마지막 단계에 하늘의 도움을 청하신다는 게, 그 마음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상엽> 이게 뭐라도 붙잡고... 성공이 된다면 뭐라도 붙잡고 싶은 그런 심정으로 있었습니다.

신지혜> 그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부장님. 우주 공학자, 엔지니어로 20년간 일하셨는데요. 앞으로 꼭 보고 싶은 장면, 혹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상엽> 뭐 해외 발사체들이 많고요. 거기에서 화성을 가고 행성을 탐사하고 혜성을 탐사하고 유인 우주선이 올라가고 하는데. 제 꿈은, 요새 유인 여행 이런 거 많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발사체가 우리나라 위성을 올리는 건 물론, 저희가 가진 발사체에 어린 저희 후배들 태워서 직접 우주로 올라가는 거, 올라가서 우주가 어떤지를 같이 볼 수 있는. 우주로 소풍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좀 기대를 합니다.

신지혜> 부장님 덕분에 그런 날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응원의 댓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마음들이 다 전해지기를 바라면서요.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시고요. 또 내년 5월 발사 때 다시 말씀 여쭙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한상엽>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지금까지 한상엽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품질보증부장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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