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청년노동자 천현우 “15% 성에 못들어가면, 삶 비참…구조 바꿔야”

입력 2021.10.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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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용접은 굉장히 멋있는 일…미술과 비슷, 결과물 바로 볼 수 있어”
-“하청업체들, 중대재해법 적용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만연”
-“과거 제조업은 기능 증가하면 대우 좋아졌지만, 현재는 최저임금만…숙련공, 현장 다 떠나”
-“15%의 성(城)과 85%의 ‘필드’…공기업·공무원·대기업의 15% 못들면 삶 자체 완벽하게 비참해져”
-“청년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구조 안꾸면 청년정책은 도돌이표”
-“지금 계층 무너져…노동을 한다는 건 계속 밑에서 기어다닌다는 소리”
-“어떻게 노동에 비극만 있겠나?…노예 아닌 주인공 되는 서사 만들 것”


■ 방송시간 : 10월 22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천현우 청년 용접노동자·칼럼니스트

◎범기영 사사건건, 특별한 손님 모셨습니다. 쇳밥 먹는 제조업 노동자, 이렇게 스스로 소개하는 천현우 씨와 청년, 노동, 지역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천현우 반갑습니다. 창원 용접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천현우라고 합니다.

◎범기영 열심히 써 와서 읽으시는데 편하게 말씀하시면 더 좋아요. 입고 오신 옷도 작업복처럼 보이네요.

▼천현우 작업복이 현장에서는 하절기랑 동절기 때 이렇게 한 번씩 교체하는데요. 그때 이렇게 바꿔서 입고 남은 옷을 이렇게 수선해서 온 겁니다.

◎범기영 남은 옷을? 거의 방송용으로 이렇게 의상 맞추듯이 입고 오셨어요. 지금 화면에 용접하시는 모습이 이렇게 나가는데요. 용접은 언제부터 하시기 시작한 겁니까?

▼천현우 용접은 제가 2015년에 시작을 했는데요, 본격적으로. 그전에 원래 병역 특례를 하고 편입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편입을 하려고 하는 도중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가지고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데 물류 일을 하고 주말에는 막노동을 나갔거든요? 그때 용접을 하는 걸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멋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그때부터 이제 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접을.

◎범기영 용접을 한다고 하면 흔히 받는 질문이 얼마나 힘드냐, 이런 질문이 많을 것 같은데, 저는 반대로 용접의 즐거움이나 보람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게 즐겁습니까?

▼천현우 용접은 일단 미술하고 약간 비슷한데요.

◎범기영 미술.

▼천현우 결과물을 이렇게 볼 수가 있고요. 지우개로 일단 지워버리면 그때부터 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런 거랑 비슷해요. 이 용접을 바로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게 일단 장점이고 그것을 통해가지고 실력 향상을 또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이제 제가 여기 오는 동안 서울 지하철을 이렇게 쫙 타고 왔었는데, 제가 또 지하철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좀 일했거든요? 이게 제가 했던 일들이 정확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 굉장한 보람을 느끼죠.

◎범기영 훌륭한 용접사가 해놓은 작업하고 초보가 한 작업은 어떻게 다릅니까?

▼천현우 완벽하게 다릅니다. 일단은 미적으로, 아까 전에 미술이라고 했는데 미적으로도 굉장히 보기 흉한 것도 있고요. 위험합니다, 굉장히. 용접이라는 게 제대로 된 용접들은 몇 백 년도 써도 부서지지 않게 돼 있는데, 이게 초보가 용접한 곳은 틈이 있어가지고 조금만 힘을 받아버리면 부러져버리죠.

◎범기영 용접봉으로 그냥 지지면 되는 그게 물론 아니군요?

▼천현우 그렇죠.

◎범기영 숙련이 되면 될수록 미적으로 아름답고 튼튼하고, 구조적으로.

▼천현우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현장 노동자로 일하시는 게 마냥 아름다운 일은 아니죠.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들을 숫자로 표현하셨군요? 8, 40, 250?

▼천현우 네, 8, 40, 250은 제가 어디에서 착안을 했냐 하면요. 광주형 일자리가 있는데 여기가 초봉이 44시간에 연봉 3500으로 제가 제시한 숫자보다 약간 낮긴 합니다. 이걸 어디에서 제시를 했냐 하면, 제가 원청하고 하청업체가 존재하는 곳에서 일을 했는데 초봉이 딱 하청이 200만 원, 원청이 한 350만 원 정도 되거든요. 그 중간 단계의 임금 정도는 제시를 해줘야 된다. 그 정도는 해야 청년들이 이쪽으로 다시 몰려들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범기영 현실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까 제시하셨겠죠?

▼천현우 굉장히 부족합니다.

◎범기영 어떻습니까, 실제로?

▼천현우 실제 임금이 최저 임금 연동제라고 제가 부르는데요. 최저 임금에서 계속 돌게 되는데요. 그렇게 돼버리면 지금 40시간 기준으로 2020년 기준으로 해서 200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범기영 생활은 가능합니까?

▼천현우 지방 기준으로는 좀 생활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 오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돼버리죠, 이게.

◎범기영 안전 문제는 어때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것도 통과가 되긴 했는데.

▼천현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지금 굉장히 문제가 뭐냐 하면, 제가 현장에서 바로 이거를 알고 왔는데요. 최근에 어떤 방식으로 피해 가냐 하면, 원래 하청업체가 한 네 곳 정도가 있었어요. 네 곳 있는 업체가 있었는데 여기가 이제 정규직들이 다시 들어와서 하청업체들이 나가고 정규직들이 다시 정년퇴임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서 업체가 다시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다 쪼개 놓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 이런 방식으로 계속 피해 가고 있는데, 잘 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범기영 5인 미만 기업에는 적용이 아직은 안 되니까 그 유예 기간을 누리기 위해서 기업을 쪼개는군요. 기상천외합니다. 지역에 사는 청년이기도 하고 중공업 노동자고, 여러 정체성을 갖고 계신데, 이제 정부가 청년 일자리, 이런 정책도 많이 내놓고 지역을 위한 대책들도 많이 내놓잖아요?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어떤 것들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세요?

▼천현우 지금 구체적으로 이게 청년 정책이다, 뭐다 하는데 지원책이거든요, 사실. 현금이나 단기 일자리 지원책이나 이런 것들인데 사실은 제조업종이 예전에는 이 신화가 있었습니다. 기능이 증가하는 만큼 다시 대우가 좋아진다. 이 한계선이 완전히 무너져 있습니다, 지금. 그런데 이거를 복구하겠다는 정책이 아무것도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좀 잘못되고 있다고 봅니다.

◎범기영 기능이 좋아지면 급여가 올라가야죠.

▼천현우 예, 그렇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그렇게 안 되는군요?

▼천현우 지금 예전에는 저숙련 일자리만 해당되는 얘기였는데, 최근에 어떤 얘기를 했었냐 하면 용접 일자리를 새로 구한다고 해가지고 전화가 왔던 거예요. 현우야, 용접 좀 해볼래? 이러면서. 그런데 저는 직장이 있으니까 거절했는데 대신 술자리에서 봬가지고 말씀을 드렸는데, 원청업체에서 용접 일을 하는데 최저 임금밖에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쪽에서 이제 사장님 같은 경우는 그래도 1만 1000원은 줘야 현장에 올 거 아니냐고 했는데, 원청에서는 끝까지 우기더랍니다. 그래가지고 이거를 노인 일자리 지원 센터 같은 데에서 구해 오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범기영 숙련공이 현장에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천현우 다 떠나고 있습니다.

◎범기영 청년이시기도 하니까, 정치권에서 청년 이야기 정말 많이 하잖아요?

▼천현우 예, 많죠.

◎범기영 어떻게 느끼세요?

▼천현우 지금 솔직히 말해가지고 청년 정책을 하는데, 아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청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자리고 저도 청년정책조정위를 하면서 일자리 분과를 계속 맡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일자리라는 게 어떻게 구성이 되고 있냐 하면, 15%의 성과 85%의 필드가 있습니다. 15%의 성은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의 성인데 이 성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삶 자체가 완벽하게 비참해집니다. 그런데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겠다거나 개선하겠다는 말은 하나도 없이 그냥 지원과 교육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 정책은 그냥 도돌이표나 마찬가지입니다.

◎범기영 지원이나 교육 자체도 크게 실효적이지 않습니까?

▼천현우 제가 교육 쪽은 혁신이 좀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요. 지금 지방에서는 교육을 사실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수도권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설 학원과 그리고 이제 지원금을 받아서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의 퀄리티 차이도 굉장히 많이 나고 전반적으로 교육에 대해가지고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범기영 오죽하면 중소기업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더군요. 저희가 방송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인데 오죽하면 그런 표현을 쓸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방송에 어렵게 나와주셨으니까 현우 씨 개인 이야기도 좀 하죠. 다른 직업이 있죠?

▼천현우 칼럼니스트를 하고 있죠, 아무래도.

◎범기영 어떻습니까? 그 작업은 즐거우십니까?

▼천현우 처음에는 사실 얼떨떨하게 시작을 했습니다. 이게 얼떨떨하게 시작을 한 게 뭐냐 하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었는데 이게 공유가 많이 되면서 글 한 번 써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이제 칼럼까지 쓰게 됐는데, 쓰다 보니까 제가 현장에서는 이때까지 저희에게 쏟아지는 이것들, 표현들이 비하인 줄 몰랐던 겁니다, 저희들은. 예를 들어가지고 주예지 강사가 굉장히 문제가 됐었는데, 용접공 비하 발언으로. 저희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아, 이건 잘못되어 있구나. 그래서 내가 알려야겠다. 이런 책임감으로 시작을 했는데 호응도 좋고 사회적인 가치도 있다고 표현을 해 주시니까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범기영 앞으로 어떤 글을 좀 쓰고 싶으십니까?

▼천현우 노동이 아무래도 현재는 좀 비극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계층이 무너져 있다 보니까 노동을 한다는 것은 계속 밑에서 기어 다닌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노동이 어떻게 비극만 있겠습니까? 저희 나름대로 이제 노예가 아니고 주인공이 되어서 할 수 있는 그런 서사를 만들고 그런 글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범기영 노예가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서사. 제가 처음 글을 접했던 게 4월에 이 남자 이 여자, 이 글로 제가 처음 만났었는데, 그렇게 현장이 있고 꿈도 있고 이런 노예가 아닌 그런 글로 계속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로 좀 뵙겠습니다.

▼천현우 감사합니다.

◎범기영 청년 이야기, 지역 이야기, 이런 이야기로 또 뵙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천현우 네, 고생하셨습니다.

◎범기영 저는 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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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청년노동자 천현우 “15% 성에 못들어가면, 삶 비참…구조 바꿔야”
    • 입력 2021-10-23 08:01:12
    사회
-“용접은 굉장히 멋있는 일…미술과 비슷, 결과물 바로 볼 수 있어”<br />-“하청업체들, 중대재해법 적용 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쪼개기 만연”<br />-“과거 제조업은 기능 증가하면 대우 좋아졌지만, 현재는 최저임금만…숙련공, 현장 다 떠나”<br />-“15%의 성(城)과 85%의 ‘필드’…공기업·공무원·대기업의 15% 못들면 삶 자체 완벽하게 비참해져”<br />-“청년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구조 안꾸면 청년정책은 도돌이표”<br />-“지금 계층 무너져…노동을 한다는 건 계속 밑에서 기어다닌다는 소리”<br />-“어떻게 노동에 비극만 있겠나?…노예 아닌 주인공 되는 서사 만들 것”

■ 방송시간 : 10월 22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천현우 청년 용접노동자·칼럼니스트

◎범기영 사사건건, 특별한 손님 모셨습니다. 쇳밥 먹는 제조업 노동자, 이렇게 스스로 소개하는 천현우 씨와 청년, 노동, 지역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천현우 반갑습니다. 창원 용접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천현우라고 합니다.

◎범기영 열심히 써 와서 읽으시는데 편하게 말씀하시면 더 좋아요. 입고 오신 옷도 작업복처럼 보이네요.

▼천현우 작업복이 현장에서는 하절기랑 동절기 때 이렇게 한 번씩 교체하는데요. 그때 이렇게 바꿔서 입고 남은 옷을 이렇게 수선해서 온 겁니다.

◎범기영 남은 옷을? 거의 방송용으로 이렇게 의상 맞추듯이 입고 오셨어요. 지금 화면에 용접하시는 모습이 이렇게 나가는데요. 용접은 언제부터 하시기 시작한 겁니까?

▼천현우 용접은 제가 2015년에 시작을 했는데요, 본격적으로. 그전에 원래 병역 특례를 하고 편입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편입을 하려고 하는 도중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가지고 어쩔 수 없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데 물류 일을 하고 주말에는 막노동을 나갔거든요? 그때 용접을 하는 걸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멋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그때부터 이제 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접을.

◎범기영 용접을 한다고 하면 흔히 받는 질문이 얼마나 힘드냐, 이런 질문이 많을 것 같은데, 저는 반대로 용접의 즐거움이나 보람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게 즐겁습니까?

▼천현우 용접은 일단 미술하고 약간 비슷한데요.

◎범기영 미술.

▼천현우 결과물을 이렇게 볼 수가 있고요. 지우개로 일단 지워버리면 그때부터 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런 거랑 비슷해요. 이 용접을 바로 결과물로 볼 수 있는 게 일단 장점이고 그것을 통해가지고 실력 향상을 또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이제 제가 여기 오는 동안 서울 지하철을 이렇게 쫙 타고 왔었는데, 제가 또 지하철을 제작하는 업체에서 좀 일했거든요? 이게 제가 했던 일들이 정확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 굉장한 보람을 느끼죠.

◎범기영 훌륭한 용접사가 해놓은 작업하고 초보가 한 작업은 어떻게 다릅니까?

▼천현우 완벽하게 다릅니다. 일단은 미적으로, 아까 전에 미술이라고 했는데 미적으로도 굉장히 보기 흉한 것도 있고요. 위험합니다, 굉장히. 용접이라는 게 제대로 된 용접들은 몇 백 년도 써도 부서지지 않게 돼 있는데, 이게 초보가 용접한 곳은 틈이 있어가지고 조금만 힘을 받아버리면 부러져버리죠.

◎범기영 용접봉으로 그냥 지지면 되는 그게 물론 아니군요?

▼천현우 그렇죠.

◎범기영 숙련이 되면 될수록 미적으로 아름답고 튼튼하고, 구조적으로.

▼천현우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현장 노동자로 일하시는 게 마냥 아름다운 일은 아니죠.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들을 숫자로 표현하셨군요? 8, 40, 250?

▼천현우 네, 8, 40, 250은 제가 어디에서 착안을 했냐 하면요. 광주형 일자리가 있는데 여기가 초봉이 44시간에 연봉 3500으로 제가 제시한 숫자보다 약간 낮긴 합니다. 이걸 어디에서 제시를 했냐 하면, 제가 원청하고 하청업체가 존재하는 곳에서 일을 했는데 초봉이 딱 하청이 200만 원, 원청이 한 350만 원 정도 되거든요. 그 중간 단계의 임금 정도는 제시를 해줘야 된다. 그 정도는 해야 청년들이 이쪽으로 다시 몰려들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범기영 현실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까 제시하셨겠죠?

▼천현우 굉장히 부족합니다.

◎범기영 어떻습니까, 실제로?

▼천현우 실제 임금이 최저 임금 연동제라고 제가 부르는데요. 최저 임금에서 계속 돌게 되는데요. 그렇게 돼버리면 지금 40시간 기준으로 2020년 기준으로 해서 200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범기영 생활은 가능합니까?

▼천현우 지방 기준으로는 좀 생활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 오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돼버리죠, 이게.

◎범기영 안전 문제는 어때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것도 통과가 되긴 했는데.

▼천현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지금 굉장히 문제가 뭐냐 하면, 제가 현장에서 바로 이거를 알고 왔는데요. 최근에 어떤 방식으로 피해 가냐 하면, 원래 하청업체가 한 네 곳 정도가 있었어요. 네 곳 있는 업체가 있었는데 여기가 이제 정규직들이 다시 들어와서 하청업체들이 나가고 정규직들이 다시 정년퇴임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서 업체가 다시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다 쪼개 놓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서. 지금 이런 방식으로 계속 피해 가고 있는데, 잘 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범기영 5인 미만 기업에는 적용이 아직은 안 되니까 그 유예 기간을 누리기 위해서 기업을 쪼개는군요. 기상천외합니다. 지역에 사는 청년이기도 하고 중공업 노동자고, 여러 정체성을 갖고 계신데, 이제 정부가 청년 일자리, 이런 정책도 많이 내놓고 지역을 위한 대책들도 많이 내놓잖아요? 현장에서 느끼시기에 어떤 것들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세요?

▼천현우 지금 구체적으로 이게 청년 정책이다, 뭐다 하는데 지원책이거든요, 사실. 현금이나 단기 일자리 지원책이나 이런 것들인데 사실은 제조업종이 예전에는 이 신화가 있었습니다. 기능이 증가하는 만큼 다시 대우가 좋아진다. 이 한계선이 완전히 무너져 있습니다, 지금. 그런데 이거를 복구하겠다는 정책이 아무것도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좀 잘못되고 있다고 봅니다.

◎범기영 기능이 좋아지면 급여가 올라가야죠.

▼천현우 예, 그렇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그렇게 안 되는군요?

▼천현우 지금 예전에는 저숙련 일자리만 해당되는 얘기였는데, 최근에 어떤 얘기를 했었냐 하면 용접 일자리를 새로 구한다고 해가지고 전화가 왔던 거예요. 현우야, 용접 좀 해볼래? 이러면서. 그런데 저는 직장이 있으니까 거절했는데 대신 술자리에서 봬가지고 말씀을 드렸는데, 원청업체에서 용접 일을 하는데 최저 임금밖에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쪽에서 이제 사장님 같은 경우는 그래도 1만 1000원은 줘야 현장에 올 거 아니냐고 했는데, 원청에서는 끝까지 우기더랍니다. 그래가지고 이거를 노인 일자리 지원 센터 같은 데에서 구해 오고 이런 식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범기영 숙련공이 현장에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천현우 다 떠나고 있습니다.

◎범기영 청년이시기도 하니까, 정치권에서 청년 이야기 정말 많이 하잖아요?

▼천현우 예, 많죠.

◎범기영 어떻게 느끼세요?

▼천현우 지금 솔직히 말해가지고 청년 정책을 하는데, 아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청년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자리고 저도 청년정책조정위를 하면서 일자리 분과를 계속 맡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일자리라는 게 어떻게 구성이 되고 있냐 하면, 15%의 성과 85%의 필드가 있습니다. 15%의 성은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의 성인데 이 성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삶 자체가 완벽하게 비참해집니다. 그런데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겠다거나 개선하겠다는 말은 하나도 없이 그냥 지원과 교육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 정책은 그냥 도돌이표나 마찬가지입니다.

◎범기영 지원이나 교육 자체도 크게 실효적이지 않습니까?

▼천현우 제가 교육 쪽은 혁신이 좀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요. 지금 지방에서는 교육을 사실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수도권에 있다고 하더라도 사설 학원과 그리고 이제 지원금을 받아서 들어갈 수 있는 학원의 퀄리티 차이도 굉장히 많이 나고 전반적으로 교육에 대해가지고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범기영 오죽하면 중소기업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더군요. 저희가 방송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인데 오죽하면 그런 표현을 쓸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방송에 어렵게 나와주셨으니까 현우 씨 개인 이야기도 좀 하죠. 다른 직업이 있죠?

▼천현우 칼럼니스트를 하고 있죠, 아무래도.

◎범기영 어떻습니까? 그 작업은 즐거우십니까?

▼천현우 처음에는 사실 얼떨떨하게 시작을 했습니다. 이게 얼떨떨하게 시작을 한 게 뭐냐 하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었는데 이게 공유가 많이 되면서 글 한 번 써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이제 칼럼까지 쓰게 됐는데, 쓰다 보니까 제가 현장에서는 이때까지 저희에게 쏟아지는 이것들, 표현들이 비하인 줄 몰랐던 겁니다, 저희들은. 예를 들어가지고 주예지 강사가 굉장히 문제가 됐었는데, 용접공 비하 발언으로. 저희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아, 이건 잘못되어 있구나. 그래서 내가 알려야겠다. 이런 책임감으로 시작을 했는데 호응도 좋고 사회적인 가치도 있다고 표현을 해 주시니까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범기영 앞으로 어떤 글을 좀 쓰고 싶으십니까?

▼천현우 노동이 아무래도 현재는 좀 비극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계층이 무너져 있다 보니까 노동을 한다는 것은 계속 밑에서 기어 다닌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노동이 어떻게 비극만 있겠습니까? 저희 나름대로 이제 노예가 아니고 주인공이 되어서 할 수 있는 그런 서사를 만들고 그런 글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범기영 노예가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서사. 제가 처음 글을 접했던 게 4월에 이 남자 이 여자, 이 글로 제가 처음 만났었는데, 그렇게 현장이 있고 꿈도 있고 이런 노예가 아닌 그런 글로 계속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로 좀 뵙겠습니다.

▼천현우 감사합니다.

◎범기영 청년 이야기, 지역 이야기, 이런 이야기로 또 뵙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천현우 네, 고생하셨습니다.

◎범기영 저는 월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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