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환자 신고받은 119 “보건소 번호 잘못 알아 통화 못 해”

입력 2021.10.23 (09:32) 수정 2021.10.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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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재택치료 중이던 68살 남성 A 씨가 지난 21일 병원 이송 직후 숨지면서, 재택치료자의 응급 이송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 선정과 코로나19 전담 구급차 도착 지연 등으로 이송 과정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소방 당국은 어제(22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종합방재센터에서 전화통화로 확인하니까 환자가 이상 없이 통화 가능했다”고 밝혔고, 당초 ‘기력저하’로만 신고가 들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중증’이라고 판단하지 못해, 일반 구급차로 긴급 이송하는 대신 전담 구급차 도착을 수십 분가량 기다렸다는 설명입니다.

“재택치료자 병원 도착 후 숨져”…신고 40분 뒤 전담 구급차 도착 (2021.10.22.)

그런데 KBS가 입수한 119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당시 ‘중증’ 상황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또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전화 의료지도로 A 씨가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소방 측에서 보건소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번호를 잘못 알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 최초 신고 내용 보니…“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의식저하가 있다”

KBS는 지난 21일 아침 6시 51분, A 씨의 보호자와 119 사이 최초 신고접수 녹취록을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당시 내용을 살펴볼까요.

A 씨 보호자: 어제 코로나 검사 때문에
119 상황요원: 네
A 씨 보호자: 그래서 이제 시설에 갈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오늘 결정되는데 지금 사람이 막 기운 없어 쓰러지고 그래요.
119 상황요원: 코로나 결정이라는 게 뭐예요? 어떤 거예요?

(중략)

119 상황요원: 지금 어때요? 증상이 증상이 어때요?
A 씨 보호자: 지금 막 배고프고 쓰러져요.
119 상황요원: 배고프고 쓰
A 씨 보호자: 힘이 없어가지고
119 상황요원: 기력이 없어서 쓰러지고 있어요.
A 씨 보호자: 예 예
119 상황요원: 의식상태 호흡 상태는 괜찮으시고요?
A 씨 보호자: 의식은 괜찮고요.
119 상황요원: 예
A 씨 보호자: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119 상황요원: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고요?

(중략)

119 상황요원: 확진자예요? 아니면 자가 격리자예요?
A 씨 보호자: 어 확진인데 자가 격리를 하기로 했었거든요.
119 상황요원: 확진자인데 자가격리자라고요?
A 씨 보호자: 예 그랬는데 지금 그 날은 상태가 좋았는데 상태가 안 좋아요.
119 상황요원: 코로나 확진인데 자가격리자이시고.
A 씨 보호자: 예.
119 상황요원: 현재 지금 의식저하가 있으시고요.
A 씨 보호자: 예.

최초 신고 당시 A 씨 보호자는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진 사실은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또 ‘기력이 없어서 쓰러진다’,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의식저하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단순한 ‘기력저하’로 보고 경증 판단을 내리기엔 우려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의료지도로 ‘재택치료’ 상황 파악…보건소 번호 묻고 전화 끊겨

소방 측은 통화로 의료지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3분 뒤인 아침 6시 54분부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19 상담요원: 칠십세시고 언제부터 그러세요?
A 씨 보호자: 한 며칠 됐는데 저기 저거 뭐야 자가격리 우리가 하게 해달라고 했거든. 몸이 상태가 좋아서. 네 그랬는데 갑자기 어제부터 심해졌어요.
119 상담요원: 어머님 그러면 확진 판정 받았는데 재택에서 치료한다고 하셨던 거 맞아요?
A 씨 보호자: 네 네 아저씨가. 아저씨가 하신다고 했는데 상태가 좋아서 그랬거든요?

(중략)

119 상담요원: 어머니 갖고 있는 보건소 담당자 전화번호 있으세요? 혹시?
A 씨 보호자: 담당자 전화번호? 아 가만있어 우리 아저씨 전화
(당신 전화기 어쨌어요? 전화기 어쨌어. 전화기가 어디 갔지)
119 상담요원: 어머님 서대문구 보건소 담당 맞아요 관할?
A 씨 보호자: 네
119 상담요원: 전화번호 한번 확인해주세요. 저도 전화해볼게요.
A 씨 보호자: 전화기 안 보이네 아빠 정신 차려 전화기 찾아볼게요

(중략)

119 상담요원: 못 찾으시겠어요?
A 씨 보호자: 02-****-****
119 상담요원: 02-****-**** 알겠어요. 아버님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여기 보건소 쪽에 전화 한번 해볼게요.

119 상담요원은 의료지도를 통해 A 씨가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담당 보건소 전화번호를 A 씨 보호자에게 직접 물었는데요. 수차례 대화가 오간 끝에 내선 번호를 하나 받아냈고, 전화는 여기서 끊깁니다.


■ “보건소 번호 혼선으로 제대로 연결 안 됐다”…병원 지정 늦어져

그렇다면 이후엔 보건소 담당자와 통화해 A 씨를 이송할 병원을 확정하고 이송을 시작하는 게 올바른 절차일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재택치료 중 야간 시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이송할 수 있는 4개 권역센터를 사전에 지정해뒀기 때문에, 재택치료자라는 사실만 파악되면 곧바로 이송할 수 있습니다. 서대문구에 살던 A 씨는 서울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정부 역시 “재택치료 중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재택치료 대상자로 배정 시 중증도, 진료 시급성 등 재택치료자 상태에 따라 이송 가능한 의료기관을 사전에 지정·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 A 씨의 병상이 배정된 건 아침 7시 22분, 신고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상황실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고, 7시 22분에야 입원 가능한 병원이 배정돼 보호자에게 유선 통보가 갔다고 합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측에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습니다. 소방 측은 “각 보건소에서는 재택치료자를 관리하는 팀과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팀이 구분돼 있는데, 번호에 혼선이 있어서 우리 대원이 자가격리 관리팀 쪽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며 “아직 전화번호 업데이트가 안 됐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보건소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없다”며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시스템이 좀 미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제대로 이송하려면, 우선 소방 측이 재택치료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확한 연락망 정비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사이에 재택치료자 정보를 사전 공유했다면, 좀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앞으로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도,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논의해 재택치료 대상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송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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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환자 신고받은 119 “보건소 번호 잘못 알아 통화 못 해”
    • 입력 2021-10-23 09:32:55
    • 수정2021-10-23 09:42:53
    취재K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재택치료 중이던 68살 남성 A 씨가 지난 21일 병원 이송 직후 숨지면서, 재택치료자의 응급 이송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 선정과 코로나19 전담 구급차 도착 지연 등으로 이송 과정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소방 당국은 어제(22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종합방재센터에서 전화통화로 확인하니까 환자가 이상 없이 통화 가능했다”고 밝혔고, 당초 ‘기력저하’로만 신고가 들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중증’이라고 판단하지 못해, 일반 구급차로 긴급 이송하는 대신 전담 구급차 도착을 수십 분가량 기다렸다는 설명입니다.

“재택치료자 병원 도착 후 숨져”…신고 40분 뒤 전담 구급차 도착 (2021.10.22.)

그런데 KBS가 입수한 119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당시 ‘중증’ 상황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또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전화 의료지도로 A 씨가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소방 측에서 보건소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번호를 잘못 알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 최초 신고 내용 보니…“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의식저하가 있다”

KBS는 지난 21일 아침 6시 51분, A 씨의 보호자와 119 사이 최초 신고접수 녹취록을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당시 내용을 살펴볼까요.

A 씨 보호자: 어제 코로나 검사 때문에
119 상황요원: 네
A 씨 보호자: 그래서 이제 시설에 갈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오늘 결정되는데 지금 사람이 막 기운 없어 쓰러지고 그래요.
119 상황요원: 코로나 결정이라는 게 뭐예요? 어떤 거예요?

(중략)

119 상황요원: 지금 어때요? 증상이 증상이 어때요?
A 씨 보호자: 지금 막 배고프고 쓰러져요.
119 상황요원: 배고프고 쓰
A 씨 보호자: 힘이 없어가지고
119 상황요원: 기력이 없어서 쓰러지고 있어요.
A 씨 보호자: 예 예
119 상황요원: 의식상태 호흡 상태는 괜찮으시고요?
A 씨 보호자: 의식은 괜찮고요.
119 상황요원: 예
A 씨 보호자: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119 상황요원: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고요?

(중략)

119 상황요원: 확진자예요? 아니면 자가 격리자예요?
A 씨 보호자: 어 확진인데 자가 격리를 하기로 했었거든요.
119 상황요원: 확진자인데 자가격리자라고요?
A 씨 보호자: 예 그랬는데 지금 그 날은 상태가 좋았는데 상태가 안 좋아요.
119 상황요원: 코로나 확진인데 자가격리자이시고.
A 씨 보호자: 예.
119 상황요원: 현재 지금 의식저하가 있으시고요.
A 씨 보호자: 예.

최초 신고 당시 A 씨 보호자는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진 사실은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또 ‘기력이 없어서 쓰러진다’,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 ‘의식저하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단순한 ‘기력저하’로 보고 경증 판단을 내리기엔 우려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의료지도로 ‘재택치료’ 상황 파악…보건소 번호 묻고 전화 끊겨

소방 측은 통화로 의료지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3분 뒤인 아침 6시 54분부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19 상담요원: 칠십세시고 언제부터 그러세요?
A 씨 보호자: 한 며칠 됐는데 저기 저거 뭐야 자가격리 우리가 하게 해달라고 했거든. 몸이 상태가 좋아서. 네 그랬는데 갑자기 어제부터 심해졌어요.
119 상담요원: 어머님 그러면 확진 판정 받았는데 재택에서 치료한다고 하셨던 거 맞아요?
A 씨 보호자: 네 네 아저씨가. 아저씨가 하신다고 했는데 상태가 좋아서 그랬거든요?

(중략)

119 상담요원: 어머니 갖고 있는 보건소 담당자 전화번호 있으세요? 혹시?
A 씨 보호자: 담당자 전화번호? 아 가만있어 우리 아저씨 전화
(당신 전화기 어쨌어요? 전화기 어쨌어. 전화기가 어디 갔지)
119 상담요원: 어머님 서대문구 보건소 담당 맞아요 관할?
A 씨 보호자: 네
119 상담요원: 전화번호 한번 확인해주세요. 저도 전화해볼게요.
A 씨 보호자: 전화기 안 보이네 아빠 정신 차려 전화기 찾아볼게요

(중략)

119 상담요원: 못 찾으시겠어요?
A 씨 보호자: 02-****-****
119 상담요원: 02-****-**** 알겠어요. 아버님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여기 보건소 쪽에 전화 한번 해볼게요.

119 상담요원은 의료지도를 통해 A 씨가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담당 보건소 전화번호를 A 씨 보호자에게 직접 물었는데요. 수차례 대화가 오간 끝에 내선 번호를 하나 받아냈고, 전화는 여기서 끊깁니다.


■ “보건소 번호 혼선으로 제대로 연결 안 됐다”…병원 지정 늦어져

그렇다면 이후엔 보건소 담당자와 통화해 A 씨를 이송할 병원을 확정하고 이송을 시작하는 게 올바른 절차일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재택치료 중 야간 시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이송할 수 있는 4개 권역센터를 사전에 지정해뒀기 때문에, 재택치료자라는 사실만 파악되면 곧바로 이송할 수 있습니다. 서대문구에 살던 A 씨는 서울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정부 역시 “재택치료 중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재택치료 대상자로 배정 시 중증도, 진료 시급성 등 재택치료자 상태에 따라 이송 가능한 의료기관을 사전에 지정·확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실제 A 씨의 병상이 배정된 건 아침 7시 22분, 신고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수도권상황실에 병상 배정을 요청했고, 7시 22분에야 입원 가능한 병원이 배정돼 보호자에게 유선 통보가 갔다고 합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측에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습니다. 소방 측은 “각 보건소에서는 재택치료자를 관리하는 팀과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팀이 구분돼 있는데, 번호에 혼선이 있어서 우리 대원이 자가격리 관리팀 쪽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며 “아직 전화번호 업데이트가 안 됐던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보건소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없다”며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시스템이 좀 미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제대로 이송하려면, 우선 소방 측이 재택치료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확한 연락망 정비 등이 필요해 보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사이에 재택치료자 정보를 사전 공유했다면, 좀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앞으로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도,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논의해 재택치료 대상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송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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