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정방폭포에서 첫 발견 ‘무태장어’에 학계가 흥분한 이유

입력 2021.10.23 (12:07) 수정 2021.10.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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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폭포에서 촬영된 무태장어정방폭포에서 촬영된 무태장어
일반적인 뱀장어와 달리 얼룩덜룩한 무늬가 선명하고, 몸통에 검은색 반점이 찍힌 장어. 바로 무태장어입니다. 지난 8월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무태장어로 추정되는 개체가 KBS 수중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무태장어는 제주도 천지연폭포에 서식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방폭포에서도 서식하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겁니다. KBS 보도가 나가고 두 달 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은 어제(22일) 현장 조사에서 통발을 설치해 시행한 조사 결과 무태장어가 서식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날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들은 20여 개 통발을 설치해 무태장어 1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지난 22일 정방폭포에서 진행된 무태장어 실태조사지난 22일 정방폭포에서 진행된 무태장어 실태조사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위해 무태장어의 지느러미를 일부 잘라낸 뒤 방생했습니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무태장어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보하고, 환경개선 연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2일 정방폭포에서 연구진이 무태장어와 뱀장어가 담긴 통발을 옮기는 모습22일 정방폭포에서 연구진이 무태장어와 뱀장어가 담긴 통발을 옮기는 모습

■ '이보다 큰 장어가 없다'고 해서 무태장어

'이보다 큰 장어가 없다'는 뜻의 무태장어는 최대 몸길이 2m, 몸무게 20kg을 웃도는 대형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어 197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양식 등의 이유로 2009년 해제됐습니다.


그래도 주 서식지인 천지연폭포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27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대성 어종인 무태장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 어릴 때는 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기수역이나 바다에서 서식하다 민물로 올라가서 성장하고, 5~6년 뒤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다시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무태장어의 산란지는 필리핀 동쪽 마리아나 해구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와 3,000km나 떨어진 곳입니다.

이 연구사는 "제주해역이 무태장어 서식지로 알려진 곳 중 지리적으로 최북단 서식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는 무태장어가 살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입니다. 일본에서는 남부 규슈나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개체 수가 적어 무태장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과거 문헌에는 전남 탐진강이나 경남 거제시의 구천계곡, 하동군의 쌍계사 계곡 등에서도 무태장어가 확인됐지만, 현재는 제주도에서만 서식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사는 "지난 4월에 천제연폭포에서도 무태장어가 확인됐다"며 "서식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무태장어 서식지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무태장어 서식지인 제주도 남쪽 하천 수역은 현재 각종 개발과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수중 촬영에서 정방폭포 수중에서는 상류에서 내려온 나뭇더미와 함께 참치캔, 유리병, 비닐봉지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들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들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낚시에 걸려 죽은 장어 사체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낚시에 걸려 죽은 장어 사체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와 장어 사체들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와 장어 사체들

한정호 한국수자원공사 물환경처 박사는 천제연과 정방폭포에 대한 조사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지연폭포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한 박사는 "천지연폭포가 항상 바다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천의 인공 보를 제거하거나, 최상류에 있는 인공 보에 어도가 설치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먼 바다로 나가고, 성장을 위해 모천으로 회귀하는 뱀장어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야 무태장어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박사는 또 "새우류나 수서곤충 등 다양한 먹이자원의 확보를 위해 은신처로 활용할 수 있는 바위와 암석, 큰 돌, 모래나 펄 등 다양한 서식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관상 이유로 행해지는 준설·하천정비 공사가 이뤄져선 안 되고, 지속적인 천연기념물 서식지 보존을 위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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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정방폭포에서 첫 발견 ‘무태장어’에 학계가 흥분한 이유
    • 입력 2021-10-23 12:07:52
    • 수정2021-10-25 10:44:12
    취재K
정방폭포에서 촬영된 무태장어일반적인 뱀장어와 달리 얼룩덜룩한 무늬가 선명하고, 몸통에 검은색 반점이 찍힌 장어. 바로 무태장어입니다. 지난 8월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무태장어로 추정되는 개체가 KBS 수중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무태장어는 제주도 천지연폭포에 서식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방폭포에서도 서식하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겁니다. KBS 보도가 나가고 두 달 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중앙과학관은 어제(22일) 현장 조사에서 통발을 설치해 시행한 조사 결과 무태장어가 서식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날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들은 20여 개 통발을 설치해 무태장어 1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지난 22일 정방폭포에서 진행된 무태장어 실태조사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위해 무태장어의 지느러미를 일부 잘라낸 뒤 방생했습니다. 이성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무태장어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보하고, 환경개선 연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2일 정방폭포에서 연구진이 무태장어와 뱀장어가 담긴 통발을 옮기는 모습
■ '이보다 큰 장어가 없다'고 해서 무태장어

'이보다 큰 장어가 없다'는 뜻의 무태장어는 최대 몸길이 2m, 몸무게 20kg을 웃도는 대형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어 197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양식 등의 이유로 2009년 해제됐습니다.


그래도 주 서식지인 천지연폭포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27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대성 어종인 무태장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 어릴 때는 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기수역이나 바다에서 서식하다 민물로 올라가서 성장하고, 5~6년 뒤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다시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무태장어의 산란지는 필리핀 동쪽 마리아나 해구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와 3,000km나 떨어진 곳입니다.

이 연구사는 "제주해역이 무태장어 서식지로 알려진 곳 중 지리적으로 최북단 서식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는 무태장어가 살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입니다. 일본에서는 남부 규슈나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개체 수가 적어 무태장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과거 문헌에는 전남 탐진강이나 경남 거제시의 구천계곡, 하동군의 쌍계사 계곡 등에서도 무태장어가 확인됐지만, 현재는 제주도에서만 서식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사는 "지난 4월에 천제연폭포에서도 무태장어가 확인됐다"며 "서식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무태장어 서식지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무태장어 서식지인 제주도 남쪽 하천 수역은 현재 각종 개발과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수중 촬영에서 정방폭포 수중에서는 상류에서 내려온 나뭇더미와 함께 참치캔, 유리병, 비닐봉지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들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낚시에 걸려 죽은 장어 사체
지난 8월 정방폭포에서 발견된 쓰레기와 장어 사체들
한정호 한국수자원공사 물환경처 박사는 천제연과 정방폭포에 대한 조사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지연폭포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한 박사는 "천지연폭포가 항상 바다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천의 인공 보를 제거하거나, 최상류에 있는 인공 보에 어도가 설치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먼 바다로 나가고, 성장을 위해 모천으로 회귀하는 뱀장어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야 무태장어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박사는 또 "새우류나 수서곤충 등 다양한 먹이자원의 확보를 위해 은신처로 활용할 수 있는 바위와 암석, 큰 돌, 모래나 펄 등 다양한 서식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관상 이유로 행해지는 준설·하천정비 공사가 이뤄져선 안 되고, 지속적인 천연기념물 서식지 보존을 위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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