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북부흰코뿔소 ‘복원 프로젝트 은퇴’…동식물이 사라진다!

입력 2021.10.2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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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북부흰코뿔소 '나진(Najin)', 복원 프로젝트 은퇴…이제 암컷 1마리만 남았다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북부흰코뿔소'를 살리려는 세계 최초의 복원 프로젝트. 여기에 참여해왔던 암컷 '나진(Najin)'이 32살의 나이로 은퇴했습니다.

다국적 과학자 컨소시엄인 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과 야생동물 연구소 '바이오레스큐'(Biorescue)는 현지시간 21일, "복원 프로젝트에 투입된 북부흰코뿔소 암컷 2마리 중 나이가 많은 어미 '나진'의 고령과 질병 징후 등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해 '나진'이 난자 기증에서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나진'의 딸 '파투(Fatu)'가 멸종 위기의 북부흰코뿔소종을 구하기 위한 복원 프로그램의 유일한 생존 동물이 됐는데, 이는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해당 코뿔소가 단 한 마리만 남게 돼 '완전 멸종'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레스큐는 지난 2019년부터 코뿔소에게는 시도한 적이 없는 보조 생식 프로그램을 위해 나진과 파투로부터 난자를 수집했습니다. 국제 수의사팀이 이들을 거의 2시간 동안 마취해서 추출한 난자는 이탈리아의 한 실험실로 옮겨져 이미 죽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2마리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수정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는 지난 7월 추가된 3개를 포함해 모두 12개로, 개체 수가 많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남부흰코뿔소 개체군에서 대리모를 선택할 예정입니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Sudan)'은 지난 2018년 케냐의 올 페제타 보호소에서 죽었고, 나진과 파투는 여기 남아 24시간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2천 6백만 년간 지구에서 생존해온 코뿔소는 자연내 상위 포식자가 거의 없어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백만 마리 이상이 야생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1970년대 이후 뿔을 노린 밀렵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 코모도왕도마뱀, 취약종에서 멸종 위기종으로…상어·가오리의 37% 등 전 세계 13만8천 종 가운데 28% '위기'

지구상에서 더이상 보기 힘든 '위기의 동물'은 북부흰코뿔소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인도네시아 코모도왕도마뱀은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초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최한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을 위기종(endangered)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뱁은 평균 몸길이 2.3m, 몸무게 80㎏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일대에만 서식하는 희귀동물입니다. 유네스코(UNESCO)는 1991년 코모도 국립공원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그동안 멸종 위험 정도에 따라 9개 등급으로 분류한 적색 목록에서 위기종보다 한 단계 낮은 취약종(vulnerable)에 속해 있었는데, 이제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잠식돼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 등급에서 취약, 위기, 위급(critically endangered) 종에 해당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어와 가오리도 2014년 이후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37% 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 557종 가운데 30%가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특히 필리핀독수리와 두건독수리 등 18종은 심각한 멸종위기인 '위급'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이렇게 자연 생태계에서 천적이 없는 최상위 계층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무분별한 포획과 기후변화, 환경 오염에 의한 서식지 손실 등 인간이 초래한 요인들 때문입니다.

독수리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필리핀독수리는 삼림 파괴로 인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였고, 남미에 서식하는 안데스 콘도르는 농약과 납 중독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특히 맹금류가 다른 종의 보존을 돕는 '우산종'(umbrella species) 역할을 하는 데다 동물 사체를 먹는 새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는 기능도 하지만, 인위적 요인 탓에 개체 수가 절반은 줄었다고 우려합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구에 존재하는 13만 8천 374종이 처한 환경을 평가한 결과, 28%가량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식물이라고 괜찮을까?…국제식물원보존연맹 "전 세계 수종의 30%가 멸종 위기"

동물뿐 아니라, 전 세계 나무종의 30%도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이 지난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나무종의 30%인 1만7천5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440개 종은 야생에서 그 개체가 채 50개도 안됐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에는 동남아시아 우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련과 디프테로카르푸스도 포함됐고, 참나무와 단풍나무, 흑단나무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에서 1천788개의 나무종이 멸종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숲이 많은 5개 국가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종이 많았습니다.

보고서는 자연 생태계 구성의 기초이자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맞설 수 있는 필수 요소인 나무가 벌목과 농경지·목초지 확대,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백두산 호랑이' 늘어나고, 참치 4종은 멸종 위기 벗어나..."보전 노력 효과 있다"

인류 외 동식물의 멸종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3일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UNCBD) 당사국 총회에서 중국은 멸종위기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 동북지역 1만4천100㎢을 국가공원(국립공원)으로 정식 지정했습니다. 면적만 서울(605.2㎢)의 거의 23배에 이릅니다.

이곳에선 2017년 이후 4년간 서식지 보호조치를 실시해 백두산 호랑이는 개체 수가 27마리에서 50마리로, 백두산 표범은 42마리에서 60마리로 늘어났습니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난 10년간 시행한 어획 할당량 덕분에, 멸종위기에 처한 참치 7종 가운데 대서양참다랑어 등 4종이 '최소 관심'(least concern) 등급으로 지정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놓고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우리가 옳은 일을 할 때 종이 증가할 수 있다"며 "보전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인간이 지구 생물들을 구해낼 기회가, 아직까지는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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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위기’ 북부흰코뿔소 ‘복원 프로젝트 은퇴’…동식물이 사라진다!
    • 입력 2021-10-24 07:04:14
    취재K

'멸종 위기' 북부흰코뿔소 '나진(Najin)', 복원 프로젝트 은퇴…이제 암컷 1마리만 남았다

지구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북부흰코뿔소'를 살리려는 세계 최초의 복원 프로젝트. 여기에 참여해왔던 암컷 '나진(Najin)'이 32살의 나이로 은퇴했습니다.

다국적 과학자 컨소시엄인 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과 야생동물 연구소 '바이오레스큐'(Biorescue)는 현지시간 21일, "복원 프로젝트에 투입된 북부흰코뿔소 암컷 2마리 중 나이가 많은 어미 '나진'의 고령과 질병 징후 등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해 '나진'이 난자 기증에서 은퇴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나진'의 딸 '파투(Fatu)'가 멸종 위기의 북부흰코뿔소종을 구하기 위한 복원 프로그램의 유일한 생존 동물이 됐는데, 이는 복원 작업에 참여하는 해당 코뿔소가 단 한 마리만 남게 돼 '완전 멸종' 우려가 커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레스큐는 지난 2019년부터 코뿔소에게는 시도한 적이 없는 보조 생식 프로그램을 위해 나진과 파투로부터 난자를 수집했습니다. 국제 수의사팀이 이들을 거의 2시간 동안 마취해서 추출한 난자는 이탈리아의 한 실험실로 옮겨져 이미 죽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2마리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수정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는 지난 7월 추가된 3개를 포함해 모두 12개로, 개체 수가 많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남부흰코뿔소 개체군에서 대리모를 선택할 예정입니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Sudan)'은 지난 2018년 케냐의 올 페제타 보호소에서 죽었고, 나진과 파투는 여기 남아 24시간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2천 6백만 년간 지구에서 생존해온 코뿔소는 자연내 상위 포식자가 거의 없어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백만 마리 이상이 야생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1970년대 이후 뿔을 노린 밀렵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 코모도왕도마뱀, 취약종에서 멸종 위기종으로…상어·가오리의 37% 등 전 세계 13만8천 종 가운데 28% '위기'

지구상에서 더이상 보기 힘든 '위기의 동물'은 북부흰코뿔소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인 인도네시아 코모도왕도마뱀은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초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최한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을 위기종(endangered)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뱁은 평균 몸길이 2.3m, 몸무게 80㎏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인도네시아 코모도섬 일대에만 서식하는 희귀동물입니다. 유네스코(UNESCO)는 1991년 코모도 국립공원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그동안 멸종 위험 정도에 따라 9개 등급으로 분류한 적색 목록에서 위기종보다 한 단계 낮은 취약종(vulnerable)에 속해 있었는데, 이제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잠식돼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 등급에서 취약, 위기, 위급(critically endangered) 종에 해당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어와 가오리도 2014년 이후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37% 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 557종 가운데 30%가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특히 필리핀독수리와 두건독수리 등 18종은 심각한 멸종위기인 '위급'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이렇게 자연 생태계에서 천적이 없는 최상위 계층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것은, 무분별한 포획과 기후변화, 환경 오염에 의한 서식지 손실 등 인간이 초래한 요인들 때문입니다.

독수리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필리핀독수리는 삼림 파괴로 인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였고, 남미에 서식하는 안데스 콘도르는 농약과 납 중독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특히 맹금류가 다른 종의 보존을 돕는 '우산종'(umbrella species) 역할을 하는 데다 동물 사체를 먹는 새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는 기능도 하지만, 인위적 요인 탓에 개체 수가 절반은 줄었다고 우려합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구에 존재하는 13만 8천 374종이 처한 환경을 평가한 결과, 28%가량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식물이라고 괜찮을까?…국제식물원보존연맹 "전 세계 수종의 30%가 멸종 위기"

동물뿐 아니라, 전 세계 나무종의 30%도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이 지난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나무종의 30%인 1만7천5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440개 종은 야생에서 그 개체가 채 50개도 안됐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에는 동남아시아 우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련과 디프테로카르푸스도 포함됐고, 참나무와 단풍나무, 흑단나무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에서 1천788개의 나무종이 멸종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숲이 많은 5개 국가에서도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종이 많았습니다.

보고서는 자연 생태계 구성의 기초이자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맞설 수 있는 필수 요소인 나무가 벌목과 농경지·목초지 확대,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백두산 호랑이' 늘어나고, 참치 4종은 멸종 위기 벗어나..."보전 노력 효과 있다"

인류 외 동식물의 멸종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3일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UNCBD) 당사국 총회에서 중국은 멸종위기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 동북지역 1만4천100㎢을 국가공원(국립공원)으로 정식 지정했습니다. 면적만 서울(605.2㎢)의 거의 23배에 이릅니다.

이곳에선 2017년 이후 4년간 서식지 보호조치를 실시해 백두산 호랑이는 개체 수가 27마리에서 50마리로, 백두산 표범은 42마리에서 60마리로 늘어났습니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난 10년간 시행한 어획 할당량 덕분에, 멸종위기에 처한 참치 7종 가운데 대서양참다랑어 등 4종이 '최소 관심'(least concern) 등급으로 지정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놓고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우리가 옳은 일을 할 때 종이 증가할 수 있다"며 "보전 노력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인간이 지구 생물들을 구해낼 기회가, 아직까지는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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