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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기업들, 인력난 속 근로여건 개선…포괄임금제 잇따라 폐지
입력 2021.10.24 (10:34) 수정 2021.10.24 (10:37) IT·과학
최근 개발자 인력난이 심한 정보기술(IT)업계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등 근로여건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게임과 플랫폼 사업의 호황 속에서 무한경쟁에 돌입한 주요 IT 대기업들은 경쟁사에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로여건 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 등 신생·중소업체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 폐지 등에 소극적이고 대기업과 근무여건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24일) IT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노사는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와 연봉 문제 등 안건을 놓고 교섭을 진행 중입니다. 17년만인 올해 3월 재결성된 이 회사 노조는 '노동 가치 회복'을 겨냥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습니다. IT업계는 한컴 역시 즉각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는 어렵더라도 점진적 개선책 마련에는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간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온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는 내년 초 비포괄임금제로 전환하고, 법정 표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별도 수당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토스는 아울러 시범 운영하던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다음 달부터 정식 운영해 사실상 '주 4.5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약 10일간 쉬는 '겨울방학'도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으며,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 자율근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게임업체 게임빌과 그 지주사인 컴투스 등은 지난 5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전문기관과 연계된 상담 서비스 '상담포유' 등을 도입했습니다.

2017년 게임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펄어비스는 이달 들어 온라인 코딩 교육 지원, 자전거 정비 지원, 무인 세탁함 운영 등 새 복지 제도를 추가했습니다.

펄어비스에 이어 포괄임금제를 없앤 게임업계 '3N' 중 넥슨은 올 2월에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한 데 이어 7월에는 사내 대출 한도를 기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넷마블은 올 초에 신입 공채 초임을 상향하고 식대 지원금 월 10만 원을 추가했습니다.

지나친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대책을 도입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올 4월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한 직원들의 사내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 오프(Gate Off)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네이버도 연장근로 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down)과 사옥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오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IT 대기업들의 근무 여건 개선 움직임에는 '인력난'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각종 게임과 플랫폼 산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고급 개발자 등 인력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관계자는 "인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 맞다"며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 조금 더 좋은 처우와 더 나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인재 확보에) 좋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실적 개선에 따른 수익의 공정한 배분과 복지 향상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잇따라 설립되는 분위기 역시 IT업계 전반의 근로 여건 개선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웹젠에서는 올 4월 노조가 만들어진 후 공정한 소통 등을 요구하며 최근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등 중소 IT업체들에서는 여전히 포괄임금제와 탄력근무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조 설립도 원활하지 않은 편입니다.

직원이 몇십 명 수준인 회사들은 대부분 포괄임금제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으며, 일부 게임업체의 경우 신제품 출시 전 1개월간 직원들에게 휴일 없이 주 7일 근무를 시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근무 여건과 처우 차이 때문에 능력을 널리 인정받는 인재의 IT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은 "과도한 근로 문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흐름 자체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대부분 업체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법적 가이드라인(규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IT 대기업들, 인력난 속 근로여건 개선…포괄임금제 잇따라 폐지
    • 입력 2021-10-24 10:34:15
    • 수정2021-10-24 10:37:56
    IT·과학
최근 개발자 인력난이 심한 정보기술(IT)업계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등 근로여건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게임과 플랫폼 사업의 호황 속에서 무한경쟁에 돌입한 주요 IT 대기업들은 경쟁사에 우수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로여건 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 등 신생·중소업체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 폐지 등에 소극적이고 대기업과 근무여건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24일) IT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노사는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와 연봉 문제 등 안건을 놓고 교섭을 진행 중입니다. 17년만인 올해 3월 재결성된 이 회사 노조는 '노동 가치 회복'을 겨냥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습니다. IT업계는 한컴 역시 즉각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는 어렵더라도 점진적 개선책 마련에는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간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온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는 내년 초 비포괄임금제로 전환하고, 법정 표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별도 수당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토스는 아울러 시범 운영하던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다음 달부터 정식 운영해 사실상 '주 4.5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약 10일간 쉬는 '겨울방학'도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으며,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 자율근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게임업체 게임빌과 그 지주사인 컴투스 등은 지난 5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전문기관과 연계된 상담 서비스 '상담포유' 등을 도입했습니다.

2017년 게임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펄어비스는 이달 들어 온라인 코딩 교육 지원, 자전거 정비 지원, 무인 세탁함 운영 등 새 복지 제도를 추가했습니다.

펄어비스에 이어 포괄임금제를 없앤 게임업계 '3N' 중 넥슨은 올 2월에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한 데 이어 7월에는 사내 대출 한도를 기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증액했습니다. 넷마블은 올 초에 신입 공채 초임을 상향하고 식대 지원금 월 10만 원을 추가했습니다.

지나친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대책을 도입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올 4월 최대 근로 시간에 도달한 직원들의 사내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 오프(Gate Off)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네이버도 연장근로 한도 초과를 막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시스템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shutdown)과 사옥 출입을 제한하는 '게이트오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IT 대기업들의 근무 여건 개선 움직임에는 '인력난'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각종 게임과 플랫폼 산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고급 개발자 등 인력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관계자는 "인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 맞다"며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 조금 더 좋은 처우와 더 나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인재 확보에) 좋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실적 개선에 따른 수익의 공정한 배분과 복지 향상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잇따라 설립되는 분위기 역시 IT업계 전반의 근로 여건 개선을 압박하는 요인입니다. 웹젠에서는 올 4월 노조가 만들어진 후 공정한 소통 등을 요구하며 최근 사측과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등 중소 IT업체들에서는 여전히 포괄임금제와 탄력근무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조 설립도 원활하지 않은 편입니다.

직원이 몇십 명 수준인 회사들은 대부분 포괄임금제 폐지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으며, 일부 게임업체의 경우 신제품 출시 전 1개월간 직원들에게 휴일 없이 주 7일 근무를 시키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근무 여건과 처우 차이 때문에 능력을 널리 인정받는 인재의 IT대기업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은 "과도한 근로 문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는 흐름 자체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대부분 업체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법적 가이드라인(규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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