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한미일 결속 연일 비난…고민 깊은 정부

입력 2021.10.25 (19:13) 수정 2021.10.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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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북 매체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 회동은 '외세 추종'"

북한 매체가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정보기관장 회동을 두고 '외세 추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오늘(25일) "얼마 전 미국, 일본, 남조선 간에 정보기관 수장들의 비공개회의가 진행됐다"며 "남조선(남한)이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와 지지를 구걸했으나 얻은 것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렸던 회의를 일컫는 것입니다. 회의에는 박지원 국정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이 참석했습니다.

이 매체는 "북남(남북)관계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은 외세의 간섭과 방해 책동 때문"이라며, "남조선(남한) 위정자들이 계속 국제공조만 떠들며 외세 추종에 매달린다면 더 큰 치욕과 망신만 초래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 북 매체 "한미 국방워킹그룹은 '대북 압박용 올가미'"

북한의 또 다른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한미가 구상 중인 국방 분야 실무협의체, 국방워킹그룹을 걸고 들었습니다.

이 매체는 '올가미의 연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한미 국방워킹그룹을 만드려는 이유는 " 남조선(남한)을 저들의 대포밥으로 더 잘 길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더 구체화된 올가미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미 국방실무그룹을 통해 남조선의 국방분야를 저들의 손아귀에 더욱 틀어쥐고 대북 군사적 압박과 인도태평양전략 실현 강화에 유용하게 써먹자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 '한미워킹그룹' 재연될까 경계

북한 매체들이 최근 한미, 한미일 간 실무 공조 강화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한미워킹그룹' 사례가 꼽힙니다.

2018년 11월, 한국과 미국 간 대북 정책의 조율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한미워킹그룹'입니다.

워킹그룹 이전 한국은 북한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미국의 여러 부처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제재 예외'로 인정받는 협의를 거쳐야 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미워킹그룹은 미국 내 창구를 단일화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국도 워킹그룹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는 상황을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여러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특히, 미국이 '제재 면제'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들이 생겼습니다.

일례로, 2019년 남북이 독감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한미워킹그룹에서 미국 측이 의약품 운반 차량의 제재 위반 여부를 문제 삼았습니다. 치료제 지원은 계속 지연되다 결국 무산됐습니다.

미국은 한국 기자들이 금강산 취재를 갈 때도, 기사 작성용 노트북이 대북 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이라는 이유로 지참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해 5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발표한 담화에서 남북 합의 사항이 진척되지 못한 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했습니다.

■ 한미 공조와 남북 협력 사이

한국은 공고한 한미 공조 속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미국이 기대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놓고도, 대북 제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은 크게 줄어든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한미일 간 실무 공조가 강화된다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한 것입니다. 경제난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만일 현재의 교착 국면이 끝나고 남북 간 대화나 교류 협력이 재개될 경우, 피하고 싶은 장애물이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임기 막바지,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에게는 '한미 공조와 남북 협력 사이'에서 최선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오래된 숙제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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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한미·한미일 결속 연일 비난…고민 깊은 정부
    • 입력 2021-10-25 19:13:05
    • 수정2021-10-25 20:17:26
    취재K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 북 매체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 회동은 '외세 추종'"

북한 매체가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정보기관장 회동을 두고 '외세 추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오늘(25일) "얼마 전 미국, 일본, 남조선 간에 정보기관 수장들의 비공개회의가 진행됐다"며 "남조선(남한)이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와 지지를 구걸했으나 얻은 것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렸던 회의를 일컫는 것입니다. 회의에는 박지원 국정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이 참석했습니다.

이 매체는 "북남(남북)관계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은 외세의 간섭과 방해 책동 때문"이라며, "남조선(남한) 위정자들이 계속 국제공조만 떠들며 외세 추종에 매달린다면 더 큰 치욕과 망신만 초래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 북 매체 "한미 국방워킹그룹은 '대북 압박용 올가미'"

북한의 또 다른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한미가 구상 중인 국방 분야 실무협의체, 국방워킹그룹을 걸고 들었습니다.

이 매체는 '올가미의 연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한미 국방워킹그룹을 만드려는 이유는 " 남조선(남한)을 저들의 대포밥으로 더 잘 길들이기 위해서는 보다 더 구체화된 올가미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미 국방실무그룹을 통해 남조선의 국방분야를 저들의 손아귀에 더욱 틀어쥐고 대북 군사적 압박과 인도태평양전략 실현 강화에 유용하게 써먹자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북, '한미워킹그룹' 재연될까 경계

북한 매체들이 최근 한미, 한미일 간 실무 공조 강화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한미워킹그룹' 사례가 꼽힙니다.

2018년 11월, 한국과 미국 간 대북 정책의 조율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한미워킹그룹'입니다.

워킹그룹 이전 한국은 북한과의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미국의 여러 부처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제재 예외'로 인정받는 협의를 거쳐야 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미워킹그룹은 미국 내 창구를 단일화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미국도 워킹그룹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는 상황을 제어하는 기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여러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특히, 미국이 '제재 면제'와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들이 생겼습니다.

일례로, 2019년 남북이 독감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한미워킹그룹에서 미국 측이 의약품 운반 차량의 제재 위반 여부를 문제 삼았습니다. 치료제 지원은 계속 지연되다 결국 무산됐습니다.

미국은 한국 기자들이 금강산 취재를 갈 때도, 기사 작성용 노트북이 대북 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이라는 이유로 지참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해 5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발표한 담화에서 남북 합의 사항이 진척되지 못한 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했습니다.

■ 한미 공조와 남북 협력 사이

한국은 공고한 한미 공조 속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미국이 기대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놓고도, 대북 제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은 크게 줄어든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한미일 간 실무 공조가 강화된다는 것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한 것입니다. 경제난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만일 현재의 교착 국면이 끝나고 남북 간 대화나 교류 협력이 재개될 경우, 피하고 싶은 장애물이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임기 막바지,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에게는 '한미 공조와 남북 협력 사이'에서 최선의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오래된 숙제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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