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사엔 ‘벽화 그려라’·입원 교사엔 ‘매일 보고’ 갑질 교장…2차 가해도

입력 2021.10.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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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모 사립 고등학교.대전 모 사립 고등학교.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이사장이 교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행정실 직원에게 살을 빼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부터 교사 등 교직원에게는 백지 사직서를 강요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보도 이후 교육청 감사가 진행됐고 학교 이사장이 보관하던 금고에선 백지사직서 등 협박성 문건이 150장이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꺼져라 XX, 밥을 떠먹여 줘야 처먹고 앉아있네! XX. 너 XX 작업일지 쓰려면 제대로 써 XX야. 네가 5kg 뺀다는데 기준이 없잖아. 이 사람아 이야기하기 싫은 거지? 응? 그럼 그만둬 내일 날짜로. (제가 살을 빼겠습니다.) 몇kg인데? 네가 빼는지 안 빼는지 어떻게 알아 지금?

-2020년 11월 11일 KBS 대전·세종·충남 뉴스7 모 고등학교 이사장 녹취록 中

경찰 조사까지 이뤄지자 이사장은 자진해서 사퇴했고, 지난 6월에는 학교법인 이사 17명이 교육 당국으로부터 승인 취소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갑질 논란은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학교장이 갑질을 했다는 추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교사가 한둘이 아닌데 해당 고등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교장이 벽화를 그리라고 지시한 ‘남자 교직원 화장실 인근의 벽’.교장이 벽화를 그리라고 지시한 ‘남자 교직원 화장실 인근의 벽’.

■ 교내 벽화 그려라 ‘위험한 요구’

해당 고교 미술 교사 A 씨는 지난 8월 교장으로부터 학생들을 동원해 교내 벽화를 그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남자 교직원 화장실 옆 경사로에는 벽화, ‘반달마루’라는 교직원·학생 휴게실 바닥에는 도색을 하라는 겁니다.

A 씨는 경사로 외벽은 학생들이 작업하기에 추락사고 위험이 크고 바닥 도색도 학생이 할 수준의 공사가 아니라며 거부했습니다.

또,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별도의 도색 예산이 있으니 벽화를 비롯해 별도 바닥재를 까는 공사를 의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교장은 미술 수업시간까지 찾아와 학생들 앞에서 벽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재차 강요합니다.

A 씨는 교과수업도 아닌 상황에서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자 이번엔 교장이 ‘미술용품’ 구입을 모두 반려하는 등 보복을 가했다고 말합니다.

"대회 입상도 아니고, 선생님 개인이 필요한 물건 같은데…"

A 씨가 수업에 쓸 미술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결재를 올리면 번번이 교장이 반려한 겁니다. 특히 교장은 ‘(미술)대회에 입상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 개인이 필요한 물건 같은데, 연필을 학생이 사는 이치”라는 황당한 사유를 달아 거부합니다.

이에 대해 A 씨는 “학생은 벽화를 그릴 시간적 여유도 없고, 특히 남자 교직원 화장실 벽면은 경사가 굉장히 심해 학생이 직접 올라가서 그린다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으로 결재서류에 모욕감을 주고 조롱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장은 “미술 교사가 일을 하도 안 하고 있길래 벽과 바닥이 썰렁하니까 독려 차원에서 권유한 것이고, 결재를 반려한 것은 학생이 쓰는 붓과 물감까지 사줘야 하느냐고 반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모 고등학교 교사들.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모 고등학교 교사들.

■ 입원했는데 매일 보고해라

이번엔 체육 교사 얘기입니다. 체육 교사 B 씨는 지난해 5월 교무실에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병원 진단명은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추간판장애’입니다. B 씨가 다쳤을 당시 보건교사가 119에 신고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의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병원에 입원하자 교장으로부터 매일 연락이 와서 보고를 안 하냐며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B 씨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입원을 한 와중에도 며칠간 입원하느냐. 어떻게 진행되느냐. 토요일 오전까지 전화해서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 다그쳤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왜 본인만 모르고 있냐는 식으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게 반복됐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체육 교사 B 씨도 미술 교사와 마찬가지로 축구공과 학생 유니폼 등 체육수업에 필요한 물품 결재를 모두 반려 당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이었다. 문안."

이에 대해 교장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이었다. 문안. 상황이 어땠는지? 당시에 내가 교감이었는데, 교장이 체육 교사가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물어보니 보고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라며 “체육물품 구입을 반려한 것도 아무리 물질이 풍부한 세상이라도 절약하고 아껴 쓰는 계획을 세우고 신청해줬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 고등학교 교장.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 고등학교 교장.

■ 동료 교사 뒷조사한다며 모함?

또 다른 교사 C 씨는 지난해 이사장 갑질 사태 당시 교장으로부터 동료 교사를 뒷조사한다는 모함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사장 갑질 의혹에 대한 KBS 보도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됐는데, 이때 어떤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는지 물어보고 정보를 수집했다는 겁니다.

결국, C 씨가 뒷조사의 당사자인 교사들과 교장실에 찾아가 삼자대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격분한 교장이 C 씨를 향해 나가라며 욕설까지 했다는 겁니다.

당시 교장은 C 교사를 향해 “경찰 만난 교사들 조사한다고 했죠? 조사하고 다닌 적 있어요 없어요?”라고 물어봅니다.

이에 C 씨는 “없다니까요! 진짜”라며 항변하자 교장은 “아, 그럼 고발하라고! 소리 지르지 말고 나가! 나가라고! 쓸데없는 지지배가 그냥”이라고 격분한 채 소리를 지릅니다.

"나가! 나가라고! 쓸데없는 ○○○가 그냥."

결국, 교사 C 씨는 교장의 행태에 대해 교육청에 고발했습니다. C 씨는 KBS와 인터뷰 자리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고, 당황스러웠다. 창피해서 어디 말도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교장은 “C 씨에게 누가 경찰 조사를 받는지 묻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서 교장실로 오라고 했다며 이 자리에서 그러지 마라, 학교가 어렵다. 힘들다. 그런데 당신은 이사장으로부터 혜택만 받은 사람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전 모 사립고등학교.대전 모 사립고등학교.

■ ‘인성이 없다’ 학교장 추천서 거부

교장 갑질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3학년 학생 50여 명 모두에게 대학 입시에 필요한 ‘학교장 추천서’를 써주지 않은 겁니다.

당장 입시를 코앞에 둔 3학년 교무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3학년 담임 교사들은 교장에게 통사정한 끝에 겨우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 내내 학생들이 싸가지가 없다. 학교장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

이에 대해 교장은 “3년 내내 아이들이 싸가지가 없다. 인성이 없다. 서울대를 쓰라는데 안 쓴다. 오직 의대만 몇 개 쓴다.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인성이 나쁜 애를 학교장 추천을 쓸 수 없다”며 “전교 상위권인 아이도 이렇다 저렇다.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안 한다. 불참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학교는 교장이 갑이 아니고 선생이 갑이다. 교사들이 자꾸 찾아오니 결국 (추천서를) 써줬다”고 말했습니다.

대전 모 고등학교 교장실.대전 모 고등학교 교장실.

■ 이사장에 이어 또 시작된 교육청 감사

결국, 피해를 주장하는 교사들이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했습니다. 대전시 교육청은 최근 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감사를 받고 온 교감이 교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체 교사에게 공지를 남깁니다.

교감이 남긴 글은 “(교육청 소속) 젊은 감사과 직원 2명에게 취조를 받듯 조사를 받았다. 이전에는 이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던 방식이 이제는 교육청 감사실로 바뀌었다”라고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연가와 조퇴를 어떻게 사용한다고 미리 말씀한 교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생님은 연가를 사용할 때 반드시 직접 사유를 말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반려하겠다”고 말합니다.

또 “ 감사과 직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서 제가 떠올린 분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 잘해야 할 것이며, 제 눈높이로 보면 부족한 부분이 꽤 있으신 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교사들은 갑질도 모자라 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후 2차 가해가 시작됐다고 반발했습니다.

취재가 끝날 무렵, 해당 교장은 취재진에게 “이번 사태는 학교장의 불찰이다. 감사결과가 나오면 다 교장의 잘못이다. 깊이 반성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을 교사들에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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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교사엔 ‘벽화 그려라’·입원 교사엔 ‘매일 보고’ 갑질 교장…2차 가해도
    • 입력 2021-10-26 07:00:58
    취재K
대전 모 사립 고등학교.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이사장이 교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행정실 직원에게 살을 빼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부터 교사 등 교직원에게는 백지 사직서를 강요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보도 이후 교육청 감사가 진행됐고 학교 이사장이 보관하던 금고에선 백지사직서 등 협박성 문건이 150장이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꺼져라 XX, 밥을 떠먹여 줘야 처먹고 앉아있네! XX. 너 XX 작업일지 쓰려면 제대로 써 XX야. 네가 5kg 뺀다는데 기준이 없잖아. 이 사람아 이야기하기 싫은 거지? 응? 그럼 그만둬 내일 날짜로. (제가 살을 빼겠습니다.) 몇kg인데? 네가 빼는지 안 빼는지 어떻게 알아 지금?

-2020년 11월 11일 KBS 대전·세종·충남 뉴스7 모 고등학교 이사장 녹취록 中

경찰 조사까지 이뤄지자 이사장은 자진해서 사퇴했고, 지난 6월에는 학교법인 이사 17명이 교육 당국으로부터 승인 취소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갑질 논란은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학교장이 갑질을 했다는 추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교사가 한둘이 아닌데 해당 고등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교장이 벽화를 그리라고 지시한 ‘남자 교직원 화장실 인근의 벽’.
■ 교내 벽화 그려라 ‘위험한 요구’

해당 고교 미술 교사 A 씨는 지난 8월 교장으로부터 학생들을 동원해 교내 벽화를 그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남자 교직원 화장실 옆 경사로에는 벽화, ‘반달마루’라는 교직원·학생 휴게실 바닥에는 도색을 하라는 겁니다.

A 씨는 경사로 외벽은 학생들이 작업하기에 추락사고 위험이 크고 바닥 도색도 학생이 할 수준의 공사가 아니라며 거부했습니다.

또,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별도의 도색 예산이 있으니 벽화를 비롯해 별도 바닥재를 까는 공사를 의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교장은 미술 수업시간까지 찾아와 학생들 앞에서 벽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재차 강요합니다.

A 씨는 교과수업도 아닌 상황에서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자 이번엔 교장이 ‘미술용품’ 구입을 모두 반려하는 등 보복을 가했다고 말합니다.

"대회 입상도 아니고, 선생님 개인이 필요한 물건 같은데…"

A 씨가 수업에 쓸 미술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결재를 올리면 번번이 교장이 반려한 겁니다. 특히 교장은 ‘(미술)대회에 입상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 개인이 필요한 물건 같은데, 연필을 학생이 사는 이치”라는 황당한 사유를 달아 거부합니다.

이에 대해 A 씨는 “학생은 벽화를 그릴 시간적 여유도 없고, 특히 남자 교직원 화장실 벽면은 경사가 굉장히 심해 학생이 직접 올라가서 그린다면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으로 결재서류에 모욕감을 주고 조롱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장은 “미술 교사가 일을 하도 안 하고 있길래 벽과 바닥이 썰렁하니까 독려 차원에서 권유한 것이고, 결재를 반려한 것은 학생이 쓰는 붓과 물감까지 사줘야 하느냐고 반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교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모 고등학교 교사들.
■ 입원했는데 매일 보고해라

이번엔 체육 교사 얘기입니다. 체육 교사 B 씨는 지난해 5월 교무실에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병원 진단명은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추간판장애’입니다. B 씨가 다쳤을 당시 보건교사가 119에 신고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의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병원에 입원하자 교장으로부터 매일 연락이 와서 보고를 안 하냐며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B 씨는 “아파서 누워 있는데 입원을 한 와중에도 며칠간 입원하느냐. 어떻게 진행되느냐. 토요일 오전까지 전화해서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 다그쳤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왜 본인만 모르고 있냐는 식으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게 반복됐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체육 교사 B 씨도 미술 교사와 마찬가지로 축구공과 학생 유니폼 등 체육수업에 필요한 물품 결재를 모두 반려 당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이었다. 문안."

이에 대해 교장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이었다. 문안. 상황이 어땠는지? 당시에 내가 교감이었는데, 교장이 체육 교사가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물어보니 보고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라며 “체육물품 구입을 반려한 것도 아무리 물질이 풍부한 세상이라도 절약하고 아껴 쓰는 계획을 세우고 신청해줬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 고등학교 교장.
■ 동료 교사 뒷조사한다며 모함?

또 다른 교사 C 씨는 지난해 이사장 갑질 사태 당시 교장으로부터 동료 교사를 뒷조사한다는 모함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사장 갑질 의혹에 대한 KBS 보도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됐는데, 이때 어떤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는지 물어보고 정보를 수집했다는 겁니다.

결국, C 씨가 뒷조사의 당사자인 교사들과 교장실에 찾아가 삼자대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격분한 교장이 C 씨를 향해 나가라며 욕설까지 했다는 겁니다.

당시 교장은 C 교사를 향해 “경찰 만난 교사들 조사한다고 했죠? 조사하고 다닌 적 있어요 없어요?”라고 물어봅니다.

이에 C 씨는 “없다니까요! 진짜”라며 항변하자 교장은 “아, 그럼 고발하라고! 소리 지르지 말고 나가! 나가라고! 쓸데없는 지지배가 그냥”이라고 격분한 채 소리를 지릅니다.

"나가! 나가라고! 쓸데없는 ○○○가 그냥."

결국, 교사 C 씨는 교장의 행태에 대해 교육청에 고발했습니다. C 씨는 KBS와 인터뷰 자리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고, 당황스러웠다. 창피해서 어디 말도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에 교장은 “C 씨에게 누가 경찰 조사를 받는지 묻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서 교장실로 오라고 했다며 이 자리에서 그러지 마라, 학교가 어렵다. 힘들다. 그런데 당신은 이사장으로부터 혜택만 받은 사람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전 모 사립고등학교.
■ ‘인성이 없다’ 학교장 추천서 거부

교장 갑질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3학년 학생 50여 명 모두에게 대학 입시에 필요한 ‘학교장 추천서’를 써주지 않은 겁니다.

당장 입시를 코앞에 둔 3학년 교무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3학년 담임 교사들은 교장에게 통사정한 끝에 겨우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 내내 학생들이 싸가지가 없다. 학교장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

이에 대해 교장은 “3년 내내 아이들이 싸가지가 없다. 인성이 없다. 서울대를 쓰라는데 안 쓴다. 오직 의대만 몇 개 쓴다.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인성이 나쁜 애를 학교장 추천을 쓸 수 없다”며 “전교 상위권인 아이도 이렇다 저렇다.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안 한다. 불참한다고 말하는데 사실 학교는 교장이 갑이 아니고 선생이 갑이다. 교사들이 자꾸 찾아오니 결국 (추천서를) 써줬다”고 말했습니다.

대전 모 고등학교 교장실.
■ 이사장에 이어 또 시작된 교육청 감사

결국, 피해를 주장하는 교사들이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했습니다. 대전시 교육청은 최근 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감사를 받고 온 교감이 교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체 교사에게 공지를 남깁니다.

교감이 남긴 글은 “(교육청 소속) 젊은 감사과 직원 2명에게 취조를 받듯 조사를 받았다. 이전에는 이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던 방식이 이제는 교육청 감사실로 바뀌었다”라고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연가와 조퇴를 어떻게 사용한다고 미리 말씀한 교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생님은 연가를 사용할 때 반드시 직접 사유를 말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반려하겠다”고 말합니다.

또 “ 감사과 직원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서 제가 떠올린 분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욱 잘해야 할 것이며, 제 눈높이로 보면 부족한 부분이 꽤 있으신 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교사들은 갑질도 모자라 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후 2차 가해가 시작됐다고 반발했습니다.

취재가 끝날 무렵, 해당 교장은 취재진에게 “이번 사태는 학교장의 불찰이다. 감사결과가 나오면 다 교장의 잘못이다. 깊이 반성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을 교사들에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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