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벌레, 만지면 안돼요”…곤충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입력 2021.10.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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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기숙사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시청자)대학교 기숙사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시청자)

■ '화상벌레'가 대체 뭐길래?

전북 지역에 있는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는 3년 전부터 '무서운 벌레'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검은색과 붉은색 줄무늬를 이 벌레는 '화상벌레'로 불립니다. 피부에 스치거나 닿기만 해도 물집이 잡힌 것처럼 피부가 부어오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리기라도 한다면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불안해진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어 언론에 제보하고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학교 측도 방역 업체를 불러 매년 다섯 차례 이상 소독을 하고 학생들에게는 살충제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화상벌레' 때문에 역시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

■ "누구신지요?" 난데 없는 '불청객'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화상벌레' 와 관련한 KBS 보도가 나간 뒤 많은 뉴스 이용자들이 댓글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추가 보도를 주문했습니다.

화상벌레에 물렸을 때 고통을 느꼈던 이야기부터, 외국에 머물 때 자주 봤는데 국내에도 있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뉴스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또, 생소한 이름을 처음 접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곤충학을 전공한 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뉴스 이용자들이 궁금해했던 내용들을 물었습니다.

한태만 국립공원공단 책임연구원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했습니다.

<한태만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화상벌레라는 곤충을 처음 접한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곤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곤충 가운데 딱정벌레목 반날개과에 속하는 '청딱지개미반날개'라고 하는 곤충입니다.

일부 언론이 동남아유입종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유전자 분석 결과 외국집단이 아닌 국내 서식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청딱지개미반날개'가 화상벌레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로 가을철 벼 수확 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곤충은 논과 같은 습한 지역에서 살다가 벼를 수확하면 잠복처가 사라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따뜻한 월동처를 찾으며, 야간에 빛에 끌리는 습성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농경지 주변 아파트나 주택 및 건물로 들어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환절기 밤에 따뜻한 실내온도 및 조명 빛에 더욱 집안으로 잘 들어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충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방충망은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져 있으면 막고, 특히 창틀의 물 빠짐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아도 차단에 효과가 있습니다.

Q. 화상벌레에 닿으면 어떤 이유 때문에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발생하나요?

A. 청딱지개미반날개 몸 안에는 페더린(Pederin)이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페더린은 코브라 독보다 독성이 강하고, 피부에 닿으면 강한 수포 현상을 일으킵니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주변 자극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다리 사이에 있는 분비구에서 체액을 내보내어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이를 ‘반사출혈’이라고 합니다.

반사출혈 상태로 사람의 팔, 다리 등에 기어다니면서 체액에 포함된 페더린이 도포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페더린이 피부에 닿으면 수포를 유발, 약 2시간 뒤에 피부가 빨갛게 되고 통증이 있는 물집과 수포가 생깁니다.

약 2주가 지나면 치유되지만 당분간 상처 흔적은 남습니다. 이를 '페데러스 피부염'이라 합니다.

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

Q. 일상 속에서 화상벌레를 접하면 어떻게 퇴치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모기나 바퀴벌레용 살충제만으로도 퇴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A. 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기약으로도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상벌레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잠자기 전에 화상벌레가 집안이나 방안에 들어왔는지 사전 점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발견 시 모기약과 같은 살충제가 있으면 직접 뿌려주면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모기약이 없다면 손으로 직접 잡지 말고 파리채나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잡거나 휴지에 감싸서 피부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법으로 잡으세요.

Q. 만약 화상벌레와 접촉했거나 물렸을 때, 약을 바르는 정도로 낫는 게 가능한가요?

A. 페러딘이라는 독성물질이 피부에 수포를 유발하여 간지럽고 화끈 거리는 게 특징입니다. 여기에는 '항히스타민연고'를 바르고 냉찜질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Q. 그렇다면 독성을 가져서 조심해야 하는 곤충이 화상벌레 말고도 있을까요?

A.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동면을 위해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오는 곤충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고, 주의해야 할 곤충은 모기 정도입니다. 그리고 야외에서는 말벌류를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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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상벌레, 만지면 안돼요”…곤충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 입력 2021-10-26 07:00:59
    취재K
대학교 기숙사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시청자)
■ '화상벌레'가 대체 뭐길래?

전북 지역에 있는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는 3년 전부터 '무서운 벌레'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검은색과 붉은색 줄무늬를 이 벌레는 '화상벌레'로 불립니다. 피부에 스치거나 닿기만 해도 물집이 잡힌 것처럼 피부가 부어오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리기라도 한다면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불안해진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어 언론에 제보하고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학교 측도 방역 업체를 불러 매년 다섯 차례 이상 소독을 하고 학생들에게는 살충제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화상벌레' 때문에 역시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
■ "누구신지요?" 난데 없는 '불청객'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화상벌레' 와 관련한 KBS 보도가 나간 뒤 많은 뉴스 이용자들이 댓글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추가 보도를 주문했습니다.

화상벌레에 물렸을 때 고통을 느꼈던 이야기부터, 외국에 머물 때 자주 봤는데 국내에도 있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뉴스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또, 생소한 이름을 처음 접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곤충학을 전공한 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뉴스 이용자들이 궁금해했던 내용들을 물었습니다.

한태만 국립공원공단 책임연구원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했습니다.

<한태만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Q. 화상벌레라는 곤충을 처음 접한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곤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곤충 가운데 딱정벌레목 반날개과에 속하는 '청딱지개미반날개'라고 하는 곤충입니다.

일부 언론이 동남아유입종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유전자 분석 결과 외국집단이 아닌 국내 서식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청딱지개미반날개'가 화상벌레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주로 가을철 벼 수확 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곤충은 논과 같은 습한 지역에서 살다가 벼를 수확하면 잠복처가 사라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따뜻한 월동처를 찾으며, 야간에 빛에 끌리는 습성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농경지 주변 아파트나 주택 및 건물로 들어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요즘 같은 환절기 밤에 따뜻한 실내온도 및 조명 빛에 더욱 집안으로 잘 들어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충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방충망은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져 있으면 막고, 특히 창틀의 물 빠짐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아도 차단에 효과가 있습니다.

Q. 화상벌레에 닿으면 어떤 이유 때문에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발생하나요?

A. 청딱지개미반날개 몸 안에는 페더린(Pederin)이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페더린은 코브라 독보다 독성이 강하고, 피부에 닿으면 강한 수포 현상을 일으킵니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주변 자극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다리 사이에 있는 분비구에서 체액을 내보내어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이를 ‘반사출혈’이라고 합니다.

반사출혈 상태로 사람의 팔, 다리 등에 기어다니면서 체액에 포함된 페더린이 도포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페더린이 피부에 닿으면 수포를 유발, 약 2시간 뒤에 피부가 빨갛게 되고 통증이 있는 물집과 수포가 생깁니다.

약 2주가 지나면 치유되지만 당분간 상처 흔적은 남습니다. 이를 '페데러스 피부염'이라 합니다.

농경지에서 발견된 화상벌레 (사진제공 : 이성훈)
Q. 일상 속에서 화상벌레를 접하면 어떻게 퇴치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모기나 바퀴벌레용 살충제만으로도 퇴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A. 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기약으로도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상벌레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잠자기 전에 화상벌레가 집안이나 방안에 들어왔는지 사전 점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발견 시 모기약과 같은 살충제가 있으면 직접 뿌려주면 방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모기약이 없다면 손으로 직접 잡지 말고 파리채나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잡거나 휴지에 감싸서 피부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방법으로 잡으세요.

Q. 만약 화상벌레와 접촉했거나 물렸을 때, 약을 바르는 정도로 낫는 게 가능한가요?

A. 페러딘이라는 독성물질이 피부에 수포를 유발하여 간지럽고 화끈 거리는 게 특징입니다. 여기에는 '항히스타민연고'를 바르고 냉찜질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Q. 그렇다면 독성을 가져서 조심해야 하는 곤충이 화상벌레 말고도 있을까요?

A.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동면을 위해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오는 곤충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고, 주의해야 할 곤충은 모기 정도입니다. 그리고 야외에서는 말벌류를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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