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대통령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갑시다”

입력 2021.10.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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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오늘(26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님 제 손을 잡고 고문방지위원회에 꼭 갑시다"라며 "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우리 한국의 피해자들 뿐 아니라 (여러 나라)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위안부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것은 전쟁범죄였고 반인륜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왜 고문방지위원회로?…ICJ 회부 호소에 꿈쩍 않던 정부

앞서 지난 2월, 이 할머니는 위안부 관련 한일 양국의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유엔 사법기관의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ICJ 제소는 당사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재판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을 피해왔고,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 등까지 연계해 ICJ 회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이 할머니는 "위안부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달라고 대통령님께도 요청했으나 11월이 다 되도록 청와대, 외교부, 여성가족부, 인권위원회, 국회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역사의 산증인이 두 눈 뜨고 살아 있는데도 이러니, 우리(위안부 피해자)가 다 가고 나면 어떻게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측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해결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추진위 측 신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박사는 고문방지협약 제21조에 따라 일본 정부의 별도 동의가 없어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21조1항
어떤 당사국이 이 협약에 따른 의무를 다른 당사국이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통보하는 경우에 위원회가 이러한 통보를 수리하여 심리할 권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선언을 이 조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정부가 일본의 위안부 관련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대해 일본 정부의 별도 동의 없이 협약 제30조에 따라 ICJ에 회부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고문방지위원회에 가는 것이 ICJ로 가서 재판을 시작할 수 있는 길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0조1항
이 협약의 해석이나 적용과 관련하여 2개 또는 그 이상의 당사국 사이의 분쟁이 교섭에 의하여 해결될 수 없는 경우, 이러한 분쟁은 당사국중 1국의 요청에 따라 중재재판에 회부된다. 당사국이 중재재판 요청일부터 6월 안에 중재재판부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일방당사국은 이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의 규정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


■ '위안부 피해', '고문'에 해당할까?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방지에 관한 협약으로 고문과 학대 행위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인권 조약입니다.

1984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우리나라는 1995년, 일본은 1999년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습니다.

고문방지협약 제1조 1항은 '고문(torture)'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이 협약의 목적상 "고문"이라 함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어떤 개인이나 제3자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가 실행하였거나 실행한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또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기초한 이유로,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합법적 제재조치로부터 초래되거나, 이에 내재하거나 이에 부수되는 고통은 고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 할머니와 함께 오늘 기자회견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위안부 피해는 명백히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는 고문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① 우선,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자행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 일본군 당국의 요청으로 위안소가 설치·관리됐고 ▲위안부의 이송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위안부 모집은 관헌·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에 의하여 강압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입니다.

② 또 추진위는 위안소에서 일본 군인들이 저항하는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성행위를 강요한 행위는 협약에서 규정하는 '개인이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위안소에서 일본 군인들이 탈출하거나 탈출을 시도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다룬 행위는 '개인이나 제3자가 실행하였거나 실행한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④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합법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그 당시 일본이 가입한 국제조약과 일본 형법 등 국내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므로 합법적 제재조치로부터 초래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국제법상 위안부 제도는 충분히 '고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입니다.

■ 외교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통한 해결 절차 신중히 검토"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에 그동안 신중론을 펼쳐온 정부는 오늘 이 할머니 측의 고문방지위원회 회부 촉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를 통한 해결 절차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와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들을 참조해 신중히 검토해 나간다는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되풀이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할머니들의 절박한 호소 앞에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 두 가지 과제를 짊어진 외교당국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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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수 할머니 “대통령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갑시다”
    • 입력 2021-10-26 17:38:52
    취재K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오늘(26일) 오후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비대면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님 제 손을 잡고 고문방지위원회에 꼭 갑시다"라며 "때를 놓치지 마시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우리 한국의 피해자들 뿐 아니라 (여러 나라) 피해자들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위안부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것은 전쟁범죄였고 반인륜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왜 고문방지위원회로?…ICJ 회부 호소에 꿈쩍 않던 정부

앞서 지난 2월, 이 할머니는 위안부 관련 한일 양국의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유엔 사법기관의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ICJ 제소는 당사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재판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을 피해왔고,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 등까지 연계해 ICJ 회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이 할머니는 "위안부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회부해달라고 대통령님께도 요청했으나 11월이 다 되도록 청와대, 외교부, 여성가족부, 인권위원회, 국회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역사의 산증인이 두 눈 뜨고 살아 있는데도 이러니, 우리(위안부 피해자)가 다 가고 나면 어떻게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측은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해결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추진위 측 신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박사는 고문방지협약 제21조에 따라 일본 정부의 별도 동의가 없어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21조1항
어떤 당사국이 이 협약에 따른 의무를 다른 당사국이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통보하는 경우에 위원회가 이러한 통보를 수리하여 심리할 권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선언을 이 조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정부가 일본의 위안부 관련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대해 일본 정부의 별도 동의 없이 협약 제30조에 따라 ICJ에 회부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고문방지위원회에 가는 것이 ICJ로 가서 재판을 시작할 수 있는 길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0조1항
이 협약의 해석이나 적용과 관련하여 2개 또는 그 이상의 당사국 사이의 분쟁이 교섭에 의하여 해결될 수 없는 경우, 이러한 분쟁은 당사국중 1국의 요청에 따라 중재재판에 회부된다. 당사국이 중재재판 요청일부터 6월 안에 중재재판부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일방당사국은 이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의 규정에 따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


■ '위안부 피해', '고문'에 해당할까?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방지에 관한 협약으로 고문과 학대 행위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인권 조약입니다.

1984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우리나라는 1995년, 일본은 1999년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했습니다.

고문방지협약 제1조 1항은 '고문(torture)'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1. 이 협약의 목적상 "고문"이라 함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어떤 개인이나 제3자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가 실행하였거나 실행한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또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기초한 이유로,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합법적 제재조치로부터 초래되거나, 이에 내재하거나 이에 부수되는 고통은 고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이 할머니와 함께 오늘 기자회견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위안부 피해는 명백히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는 고문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① 우선,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가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자행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 일본군 당국의 요청으로 위안소가 설치·관리됐고 ▲위안부의 이송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위안부 모집은 관헌·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에 의하여 강압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입니다.

② 또 추진위는 위안소에서 일본 군인들이 저항하는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성행위를 강요한 행위는 협약에서 규정하는 '개인이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③ 위안소에서 일본 군인들이 탈출하거나 탈출을 시도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다룬 행위는 '개인이나 제3자가 실행하였거나 실행한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④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합법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그 당시 일본이 가입한 국제조약과 일본 형법 등 국내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므로 합법적 제재조치로부터 초래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국제법상 위안부 제도는 충분히 '고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입니다.

■ 외교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통한 해결 절차 신중히 검토"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에 그동안 신중론을 펼쳐온 정부는 오늘 이 할머니 측의 고문방지위원회 회부 촉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를 통한 해결 절차 문제는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와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들을 참조해 신중히 검토해 나간다는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되풀이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할머니들의 절박한 호소 앞에 위안부 문제 해결과 한일관계 개선, 두 가지 과제를 짊어진 외교당국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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