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노쇼 스가’ 뒤로 하고 문 대통령 만날까?

입력 2021.10.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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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화상으로 진행되는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내일부터 유럽 순방에 들어가, 교황청 방문과 G20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등 다음 달 초까지 폭넓은 외교 행보를 이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주요국 정상들을 만날 예정인데, 특히 이달 초 취임한 기시다 일본 총리와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됩니다.

■ 한일 정상, '아세안+3 정상회의' 화상 대면 가능성

먼저 오늘 오후 예정된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됩니다.

문 대통령의 참석이 예정돼 있어, 일본 측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다면 한일 정상 간 첫 화상 대면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 15일 첫 전화 통화에 이어 10여 일 만에 두 정상 간 대화가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첫 통화에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놓고는 입장 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정상이 좀 더 진전된 대화를 나눌지 주목되는데, 다만 화상 대면인데다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담이어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다자회의 중에 두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할 경우 따로 일정을 잡아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되다보니 이 같은 방식의 별도 회담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다자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스가 당시 총리 이름을 호명하며 인사를 건넸지만 한일 정상 간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지난해 11월 14일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다음주 'COP26' 문-기시다 첫 대면 만남 이뤄지나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과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를 주목합니다.

이 회의는 화상회의가 아닌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00여 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가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기시다 총리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OP26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의지만, 워낙 많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별도의 정상회담들이 잇따라 열리고, 각국의 주요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회담이 열릴지 관심이 모이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약식회담에 그치고, 성과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식 회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양국이 의제를 조율해야 하지만,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남은 시간도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로 확정된 기시다 후미오 후보를 스가 전 총리가 축하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지난달 29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로 확정된 기시다 후미오 후보를 스가 전 총리가 축하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성과 없어도 자주 만나야"…"긴 안목으로 관계 개선 추진 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두 정상이 약식회담 형식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상 간 만남은 선린관계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고, 관계가 나쁠수록 더 자주 만나야 한다"며 "한일 양국 모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양국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양국간 약식 정상회담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의 일방적인 파기로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또 지난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스가 총리와 회담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이마저도 일본 측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무상을 역임한 기시다 총리가 대체로 스가 전 총리보다 외교 경험이 풍부한 만큼 만남 자체를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수출 규제 등 한일 간 풀어야할 현안은 산적합니다. 그런데다 한일 양국 모두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이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한일관계 악화는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2010년 무렵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돼, 경색 국면이 한일 관계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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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총리, ‘노쇼 스가’ 뒤로 하고 문 대통령 만날까?
    • 입력 2021-10-27 11:23:06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화상으로 진행되는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내일부터 유럽 순방에 들어가, 교황청 방문과 G20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등 다음 달 초까지 폭넓은 외교 행보를 이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주요국 정상들을 만날 예정인데, 특히 이달 초 취임한 기시다 일본 총리와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됩니다.

■ 한일 정상, '아세안+3 정상회의' 화상 대면 가능성

먼저 오늘 오후 예정된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됩니다.

문 대통령의 참석이 예정돼 있어, 일본 측에서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다면 한일 정상 간 첫 화상 대면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 15일 첫 전화 통화에 이어 10여 일 만에 두 정상 간 대화가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첫 통화에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놓고는 입장 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정상이 좀 더 진전된 대화를 나눌지 주목되는데, 다만 화상 대면인데다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담이어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다자회의 중에 두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할 경우 따로 일정을 잡아 진행하게 되는데, 이번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되다보니 이 같은 방식의 별도 회담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다자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스가 당시 총리 이름을 호명하며 인사를 건넸지만 한일 정상 간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다음주 'COP26' 문-기시다 첫 대면 만남 이뤄지나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과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를 주목합니다.

이 회의는 화상회의가 아닌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00여 개국의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가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기시다 총리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OP26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의지만, 워낙 많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별도의 정상회담들이 잇따라 열리고, 각국의 주요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회담이 열릴지 관심이 모이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약식회담에 그치고, 성과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식 회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양국이 의제를 조율해야 하지만,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남은 시간도 일주일 남짓으로 매우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로 확정된 기시다 후미오 후보를 스가 전 총리가 축하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성과 없어도 자주 만나야"…"긴 안목으로 관계 개선 추진 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두 정상이 약식회담 형식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상 간 만남은 선린관계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고, 관계가 나쁠수록 더 자주 만나야 한다"며 "한일 양국 모두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일 양국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양국간 약식 정상회담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의 일방적인 파기로 회담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또 지난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스가 총리와 회담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이마저도 일본 측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무상을 역임한 기시다 총리가 대체로 스가 전 총리보다 외교 경험이 풍부한 만큼 만남 자체를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수출 규제 등 한일 간 풀어야할 현안은 산적합니다. 그런데다 한일 양국 모두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이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한일관계 악화는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2010년 무렵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돼, 경색 국면이 한일 관계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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