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앞 아파트’…문화재위, 건설사 내놓은 개선안에 ‘보류’

입력 2021.10.29 (07:39) 수정 2021.10.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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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인 김포 장릉 바로 앞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세계유산 삭제 우려까지 나오자 건설사들이 개선안을 내놨는데, 문화재위원회는 이 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도에 신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숲으로 둘러싸인 조선 왕릉, 그 너머로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들이 솟아 있습니다.

왕릉에서 시원하게 보이던 계양산은 이제, 가려졌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인 이 김포 장릉은 한국인의 자연관인 풍수적 가치를 특히 인정받는 곳,

그런데 직선으로 450미터 떨어진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아파트를 조성 중입니다.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겁니다.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일부 공사가 재개되면서 지금은 장릉과 비교적 가까운 12개동 979세대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아파트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동(내부)은 다 공사중지 상태고요. 외부(시설)만…. 내년 입주가 7월이죠.”]

건설사들은 바깥 벽면에 전통 문양을 넣는 등 개선안을 내놨지만, 관건인 높이, ‘층수’는 20층의 골조 공사가 끝난 상태라며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는 건설사들의 제안을 검토했지만 미흡해 ‘보류’를 결정하고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다각도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인 2009년 벌써 이 같은 문제를 걱정하는 유네스코의 언급이 있었다며, 관련 기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환/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 “등재시키면서 (유네스코) 권고사항이라고 하거든요. ‘특히 조선 왕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있다 보니까 개발 압력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유네스코가 결국 조선 왕릉을 세계유산에서 삭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검단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이상원/영상편집:오대성/그래픽: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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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릉 앞 아파트’…문화재위, 건설사 내놓은 개선안에 ‘보류’
    • 입력 2021-10-29 07:39:04
    • 수정2021-10-29 07: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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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인 김포 장릉 바로 앞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세계유산 삭제 우려까지 나오자 건설사들이 개선안을 내놨는데, 문화재위원회는 이 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도에 신지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숲으로 둘러싸인 조선 왕릉, 그 너머로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들이 솟아 있습니다.

왕릉에서 시원하게 보이던 계양산은 이제, 가려졌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인 이 김포 장릉은 한국인의 자연관인 풍수적 가치를 특히 인정받는 곳,

그런데 직선으로 450미터 떨어진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아파트를 조성 중입니다.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겁니다.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일부 공사가 재개되면서 지금은 장릉과 비교적 가까운 12개동 979세대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아파트 건설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지금 동(내부)은 다 공사중지 상태고요. 외부(시설)만…. 내년 입주가 7월이죠.”]

건설사들은 바깥 벽면에 전통 문양을 넣는 등 개선안을 내놨지만, 관건인 높이, ‘층수’는 20층의 골조 공사가 끝난 상태라며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는 건설사들의 제안을 검토했지만 미흡해 ‘보류’를 결정하고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다각도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인 2009년 벌써 이 같은 문제를 걱정하는 유네스코의 언급이 있었다며, 관련 기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환/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 “등재시키면서 (유네스코) 권고사항이라고 하거든요. ‘특히 조선 왕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있다 보니까 개발 압력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유네스코가 결국 조선 왕릉을 세계유산에서 삭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검단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촬영기자:이상원/영상편집:오대성/그래픽: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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