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등장한 ‘김정은 주의’…과연 뭘까?

입력 2021.10.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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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모습(아래 사진)과 5년 뒤인 올해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 7차 대회장에서는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됐지만,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대형마크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모습(아래 사진)과 5년 뒤인 올해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 7차 대회장에서는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됐지만,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대형마크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정은 주의'…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지위

북한에 '김정은 주의'라는 새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김일성 주의와 김정일 주의에 이어, 김정은도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 체계를 확립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공식 문건에서 '김정은 주의'가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북한 내부 동향으로 보고하면서 비로소 국내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차를 맞아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향이 지속적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하고, 당규약 개정을 통해 수반으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선대 수준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민대중 제일주의

'김정은 주의'의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각종 연설을 통해 강조한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식에서 첫 육성 연설을 했습니다. "다시는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강국 건설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 수행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초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 1번으로 '인민대중 제일주의 구현 과정에서 나온 성과'를 다뤘습니다. 집권 직후부터 현재까지 김정은 통치이념을 관통하는 것은 '인민대중 제일주의', 구체적인 정책 실현 목표는 '인민 생활 향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할아버지(김일성), 아버지(김정일)에서 벗어나 통치이념에서도 홀로서기를 본격화 하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집권 10년은 자기만의 사상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국가 제일주의

김정은 주의와 관련해 또 하나 눈 여겨 볼 단어는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이 용어는 2017년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부터 본격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북한이 '우리민족' 표현 대신 '우리국가'를 강조한 것을 두고, 남측의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거나 '두 국가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우리국가 제일주의는 강력한 국력에 의거하여 민족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라며, "우리국가 제일주의의 기치를 들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노정은 결코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투쟁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김정은 체제는 과거 군 중심이었던 통치 시스템을 당정 중심으로 바꿔가며 '정상 국가' 시스템을 갖추려 해 왔다"며, "올해 노동당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 부활'을 강조한 만큼, 공산주의 국가 체제를 통해 인민 생활 향상을 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강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강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선대 후광 벗고 홀로서기 자신감

김정은 주의 용어의 등장은 김정은 체제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선대의 후광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9년 무렵부터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대하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에게만 적용해 온 호칭입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수령이든 장군이든 위원장이든, 1인 독재체제에서 호칭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김정일 때도 쓰지 못했던 '수령' 호칭을 김정은이 쓴 것인 만큼, 앞으로 그 여파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은 '사상 교육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 주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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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등장한 ‘김정은 주의’…과연 뭘까?
    • 입력 2021-10-30 07:03:19
    취재K
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모습(아래 사진)과 5년 뒤인 올해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 7차 대회장에서는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됐지만,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대형마크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정은 주의'…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지위

북한에 '김정은 주의'라는 새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김일성 주의와 김정일 주의에 이어, 김정은도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 체계를 확립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공식 문건에서 '김정은 주의'가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국가정보원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북한 내부 동향으로 보고하면서 비로소 국내에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차를 맞아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향이 지속적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을 총비서로 추대하고, 당규약 개정을 통해 수반으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선대 수준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민대중 제일주의

'김정은 주의'의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각종 연설을 통해 강조한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기념식에서 첫 육성 연설을 했습니다. "다시는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강국 건설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 수행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초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 1번으로 '인민대중 제일주의 구현 과정에서 나온 성과'를 다뤘습니다. 집권 직후부터 현재까지 김정은 통치이념을 관통하는 것은 '인민대중 제일주의', 구체적인 정책 실현 목표는 '인민 생활 향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할아버지(김일성), 아버지(김정일)에서 벗어나 통치이념에서도 홀로서기를 본격화 하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시작될 새로운 집권 10년은 자기만의 사상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국가 제일주의

김정은 주의와 관련해 또 하나 눈 여겨 볼 단어는 '우리국가 제일주의'입니다. 이 용어는 2017년 11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부터 본격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북한이 '우리민족' 표현 대신 '우리국가'를 강조한 것을 두고, 남측의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거나 '두 국가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우리국가 제일주의는 강력한 국력에 의거하여 민족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의지"라며, "우리국가 제일주의의 기치를 들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노정은 결코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투쟁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김정은 체제는 과거 군 중심이었던 통치 시스템을 당정 중심으로 바꿔가며 '정상 국가' 시스템을 갖추려 해 왔다"며, "올해 노동당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 부활'을 강조한 만큼, 공산주의 국가 체제를 통해 인민 생활 향상을 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강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선대 후광 벗고 홀로서기 자신감

김정은 주의 용어의 등장은 김정은 체제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선대의 후광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9년 무렵부터는 김정은을 '수령'으로 대하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에게만 적용해 온 호칭입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수령이든 장군이든 위원장이든, 1인 독재체제에서 호칭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김정일 때도 쓰지 못했던 '수령' 호칭을 김정은이 쓴 것인 만큼, 앞으로 그 여파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은 '사상 교육 강화'를 통한 '정면돌파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 주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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