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국이 긴장하는 ‘스푸트니크 순간’…미·중 군비경쟁 가속화

입력 2021.10.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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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 (사진 출처 연합뉴스)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 (사진 출처 연합뉴스)

냉전이 한창이던 1954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패권을 다투는 경쟁 상대이긴 하지만 군사나 과학 기술분야에서는 미국이 소련에 한참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충격은 더했습니다. 미국 시민들 가운데선 이제 소련 위성이 하늘에서 자신들을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랴부랴 집 주위에 가림막을 세우는 이들도 있었죠.

정치인들은 교육계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뭐한 거냐고 비난했고, 학자들은 외교안보당국자들이 자신들의 무능함과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 사회 전반이 '패닉'상태에 빠졌었는데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푸트니크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군사와 과학기술, 항공우주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프로젝트와 초대형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제 모습이 갖춰진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됐었죠.

이후 미국 사회에선 군사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을 표현할 때 '스푸트니크'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던 이 표현이 최근 다시 불쑥 등장했는데요, 이번에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7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7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밀리 합창의장이 미국 블룸버그TV에 출연해서 "우리가 본 것은 (중국)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지금이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거의 전 미국 언론이 일제히 긴급속보를 뜻하는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로 이 소식을 타전했습니다.

정작 중국에선 아무런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본다면 결국 미국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밀리 의장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말이 언론의 주목을 한순간에 받은 것은 그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생각보다 꽤 뒤처져 있었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을 딛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이래 오랫동안 항공우주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해 왔습니다. 군사적으로도 정찰위성은 물론 전 세계 통신감청정보를 아우르는 '에셜론(Echelon)'시스템, 바다를 누비는 항공모함 전단, 스텔스기능이 있는 고성능 전폭기, 미국 본토와 전략 거점지역에 설치된 촘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유해 왔습니다.

1954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에 크게 충격을 받은 미국은 항공우주국 NASA를 중심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아폴로 1호를 쏘아올려 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1954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에 크게 충격을 받은 미국은 항공우주국 NASA를 중심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아폴로 1호를 쏘아올려 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음속의 5배 정도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전 징후포착-탐지-요격-격파로 이어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을 새로 개발해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어느 정도의 성능이냐, 의도는 무엇이냐를 넘어 한반도의 외교·안보적 지형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지정학적 도전은 중국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 군을 진전시키도록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밀리 의장의 이 말에는 '미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 보입니다. 과거 '스푸트니크 충격'을 딛고 우주 분야에서 소련을 앞선 것처럼, 이제는 뒤처진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중국을 제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과거 우주개발 경쟁이 (군사적 의도 역시 컸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나마 '우주 개척'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비춰졌다면, 이번 '스푸트니크 충격'은 미·중 미사일 개발 경쟁이 노골적 군비 확산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과거 미소 우주개발경쟁과 다르고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은 단순히 미사일이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Transporter Erector Launcher) 등의 성능 개량뿐 아니라 상대방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는 경쟁으로도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확대 강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과 지역 안보협의체 등과 공조를 강화하려 할 수 있고, 중국 역시 최근 러시아 등과 군사적 협력과 결속을 강화해 나가려 할 것입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 (CNAS)는 26일 중국이 타이완이 실효 지배 중인 플라타스 군도(둥사 군도)에 대한 침공을 단행할 경우를 상정한 워게임(War Game) 보고서를 발표했다.  CNAS는 중국이 플라타스 군도를 전격적으로 장악한 뒤 미국이 타이완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 (CNAS)는 26일 중국이 타이완이 실효 지배 중인 플라타스 군도(둥사 군도)에 대한 침공을 단행할 경우를 상정한 워게임(War Game) 보고서를 발표했다. CNAS는 중국이 플라타스 군도를 전격적으로 장악한 뒤 미국이 타이완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눈에 보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우주개발과 미사일 경쟁까지 본격화되려는 움직임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인식하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 태평양지역의 급변하는 외교안보지형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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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30 09: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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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일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 (사진 출처 연합뉴스)
냉전이 한창이던 1954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패권을 다투는 경쟁 상대이긴 하지만 군사나 과학 기술분야에서는 미국이 소련에 한참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충격은 더했습니다. 미국 시민들 가운데선 이제 소련 위성이 하늘에서 자신들을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랴부랴 집 주위에 가림막을 세우는 이들도 있었죠.

정치인들은 교육계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뭐한 거냐고 비난했고, 학자들은 외교안보당국자들이 자신들의 무능함과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 사회 전반이 '패닉'상태에 빠졌었는데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스푸트니크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군사와 과학기술, 항공우주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프로젝트와 초대형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제 모습이 갖춰진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됐었죠.

이후 미국 사회에선 군사와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을 표현할 때 '스푸트니크'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던 이 표현이 최근 다시 불쑥 등장했는데요, 이번에는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7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밀리 합창의장이 미국 블룸버그TV에 출연해서 "우리가 본 것은 (중국)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지금이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거의 전 미국 언론이 일제히 긴급속보를 뜻하는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로 이 소식을 타전했습니다.

정작 중국에선 아무런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본다면 결국 미국에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밀리 의장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말이 언론의 주목을 한순간에 받은 것은 그동안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생각보다 꽤 뒤처져 있었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을 딛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이래 오랫동안 항공우주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해 왔습니다. 군사적으로도 정찰위성은 물론 전 세계 통신감청정보를 아우르는 '에셜론(Echelon)'시스템, 바다를 누비는 항공모함 전단, 스텔스기능이 있는 고성능 전폭기, 미국 본토와 전략 거점지역에 설치된 촘촘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유해 왔습니다.

1954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에 크게 충격을 받은 미국은 항공우주국 NASA를 중심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아폴로 1호를 쏘아올려 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음속의 5배 정도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전 징후포착-탐지-요격-격파로 이어지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을 새로 개발해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어느 정도의 성능이냐, 의도는 무엇이냐를 넘어 한반도의 외교·안보적 지형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지정학적 도전은 중국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 군을 진전시키도록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밀리 의장의 이 말에는 '미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듯 보입니다. 과거 '스푸트니크 충격'을 딛고 우주 분야에서 소련을 앞선 것처럼, 이제는 뒤처진 극초음속 미사일 분야에서 중국을 제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과거 우주개발 경쟁이 (군사적 의도 역시 컸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나마 '우주 개척'이라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비춰졌다면, 이번 '스푸트니크 충격'은 미·중 미사일 개발 경쟁이 노골적 군비 확산 경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과거 미소 우주개발경쟁과 다르고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은 단순히 미사일이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Transporter Erector Launcher) 등의 성능 개량뿐 아니라 상대방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는 경쟁으로도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확대 강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과 지역 안보협의체 등과 공조를 강화하려 할 수 있고, 중국 역시 최근 러시아 등과 군사적 협력과 결속을 강화해 나가려 할 것입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 (CNAS)는 26일 중국이 타이완이 실효 지배 중인 플라타스 군도(둥사 군도)에 대한 침공을 단행할 경우를 상정한 워게임(War Game) 보고서를 발표했다.  CNAS는 중국이 플라타스 군도를 전격적으로 장악한 뒤 미국이 타이완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눈에 보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우주개발과 미사일 경쟁까지 본격화되려는 움직임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인식하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 태평양지역의 급변하는 외교안보지형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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