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은 외지 택시 뒤쫓았더니…보이스피싱 딱 걸렸네

입력 2021.10.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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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의 매서운 눈이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한 여성을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했습니다.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택시를 수상쩍게 여기고 뒤쫓아 갔다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여성이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네는 현장을 급습해 현행범으로 붙잡았습니다.


■ "경기도 택시가 왜 여기까지?" 형사의 '촉'

지난 20일 오후 4시 충남 홍성의 한 교차로. 차를 타고 이동 중이던 형사들이 경기도 번호판을 단 한 택시를 눈여겨봅니다.

외지 택시가 워낙 드문 곳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상함을 느껴 뒤따라 간 형사들. 바로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보이스피싱 수사 베테랑들이었습니다.

잠시 뒤 한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선 택시. 한 남성 승객이 내려 주위를 살피고, 곧이어 종이가방을 든 중년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전화 금융사기임을 직감한 형사들은 행인인 척 주변을 서성이다 여성이 종이가방을 건네는 그 순간 재빨리 현장을 덮쳤습니다.

확인 결과 종이가방 안에 들어있던 건 현금 2천7백만 원.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며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현금을 가져오라고 한 뒤 가로채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였습니다.


■ "현금 수거책이 택시로 먼 거리 이동하는 특성에 주목"

당시 형사들은 공교롭게도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하던 중 업무차 디지털 포렌식을 하기 위해 충남경찰청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2년째 보이스피싱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김선재 충남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장은 "홍성은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다 보니 외지 택시들이 움직일 일이 많지 않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을 맡는 피의자들은 상당히 먼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고 현금결제를 하는 특징이 있어서 '확인을 해보고 가자'는 취지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16년 차 베테랑 경찰인 김대성 홍성경찰서 지능팀 경위의 신속한 상황판단 능력도 빛을 발했는데요. 피해자로 보이는 여성이 쇼핑백을 건네주는 듯한 모습을 보고 "내용물이 뭔지 물어보고 얘기를 들어보자"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은 택시에서 내린 피의자가 주변 경관을 찍어 보내는 모습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다고 하는데요. 경찰이 압수한 피의자 핸드폰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한 공범들의 세부적인 범행 지시 내용 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현금 수거책 70살 박 모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과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박 씨 역시 이전에 같은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돈을 뜯긴 것으로 조사됐는데, 빚을 갚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선뜻 나선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김선재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장은 "늘 하는 일이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요.

또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 피해가 한 번 발생하면 피해 금액을 회수하기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우므로 될 수 있으면 현장에서 잡아서 피해를 막고 싶었다"고도 전했습니다.

사기 범죄 직전에 큰 피해를 막은 데는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은 형사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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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쩍은 외지 택시 뒤쫓았더니…보이스피싱 딱 걸렸네
    • 입력 2021-10-30 11:01:39
    취재K
형사들의 매서운 눈이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한 여성을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했습니다.

다른 지역 번호판을 단 택시를 수상쩍게 여기고 뒤쫓아 갔다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여성이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네는 현장을 급습해 현행범으로 붙잡았습니다.


■ "경기도 택시가 왜 여기까지?" 형사의 '촉'

지난 20일 오후 4시 충남 홍성의 한 교차로. 차를 타고 이동 중이던 형사들이 경기도 번호판을 단 한 택시를 눈여겨봅니다.

외지 택시가 워낙 드문 곳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상함을 느껴 뒤따라 간 형사들. 바로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보이스피싱 수사 베테랑들이었습니다.

잠시 뒤 한 아파트 입구에 멈춰 선 택시. 한 남성 승객이 내려 주위를 살피고, 곧이어 종이가방을 든 중년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전화 금융사기임을 직감한 형사들은 행인인 척 주변을 서성이다 여성이 종이가방을 건네는 그 순간 재빨리 현장을 덮쳤습니다.

확인 결과 종이가방 안에 들어있던 건 현금 2천7백만 원.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며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현금을 가져오라고 한 뒤 가로채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였습니다.


■ "현금 수거책이 택시로 먼 거리 이동하는 특성에 주목"

당시 형사들은 공교롭게도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해 수사하던 중 업무차 디지털 포렌식을 하기 위해 충남경찰청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2년째 보이스피싱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김선재 충남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장은 "홍성은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다 보니 외지 택시들이 움직일 일이 많지 않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을 맡는 피의자들은 상당히 먼 거리를 택시로 이동하고 현금결제를 하는 특징이 있어서 '확인을 해보고 가자'는 취지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16년 차 베테랑 경찰인 김대성 홍성경찰서 지능팀 경위의 신속한 상황판단 능력도 빛을 발했는데요. 피해자로 보이는 여성이 쇼핑백을 건네주는 듯한 모습을 보고 "내용물이 뭔지 물어보고 얘기를 들어보자"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은 택시에서 내린 피의자가 주변 경관을 찍어 보내는 모습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다고 하는데요. 경찰이 압수한 피의자 핸드폰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한 공범들의 세부적인 범행 지시 내용 등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현금 수거책 70살 박 모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과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박 씨 역시 이전에 같은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돈을 뜯긴 것으로 조사됐는데, 빚을 갚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에 선뜻 나선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김선재 홍성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경장은 "늘 하는 일이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는데요.

또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 피해가 한 번 발생하면 피해 금액을 회수하기가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우므로 될 수 있으면 현장에서 잡아서 피해를 막고 싶었다"고도 전했습니다.

사기 범죄 직전에 큰 피해를 막은 데는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은 형사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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