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타이완 갈등 고조에 일본 군사력 증강 ‘착착’

입력 2021.10.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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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육상자위대는 지금 훈련이 한창입니다. 전국 단위 대규모 훈련은 1993년 이후 약 30년 만입니다. 병력 10만 명과 전투기 120대 그리고 차량 2만여 대가 동원됐습니다. 기간도 9월 중순 시작돼 11월 하순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집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안보 환경 속에서 각종 사태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억지력·대처력을 강화한다.’ 육상자위대가 밝힌 훈련 목적인데, 일부 병력은 남부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아마미오·미야코· 요나구니 섬으로도 배치됐습니다.


■타이완 주변 日 무장 ‘착착’

이번 훈련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규모나 기간도 이례적인데다, 타이완 문제를 놓고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의 고위 인사들은 그동안 틈날 때마다 유사시 타이완 방어 의지를 공언해 왔습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타이완의 안보는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6월)”고 말했고, 아소 다로 전 부총리도 “중국이 타이완에 무력을 사용하면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함께 타이완을 보호해야 한다(7월)”고 거들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타이완 인접 일본 도서 지역에 미사일 부대 또는 전자전 부대의 배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미오·오키나와·미야코 섬엔 이미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부대가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타이완에서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이시가키 섬엔 육상 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건설 중이고, 100여㎞ 떨어진 요나구니 섬에도 역시 2023년까지 전자전 부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중국이 해군과 공군으로 타이완을 공격하면 이 일대에서 방어하겠다는 건데,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에 대(對) 중국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계획이 이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일간 영유권 분쟁지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중·일간 영유권 분쟁지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의 ‘타이완 방어’ 공언, 왜?

일본이 틈날 때마다 타이완을 ‘내 몸처럼’ 지켜내겠노라 공언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타이완 주변 바다 운송로가 일본 안보·경제의 목숨줄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자원을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체 80%가량이 바로 타이완과 필리핀 사이 바다(바시·루손해협)를 통해 들어옵니다.

만약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 통일해서 일대 바다를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선 아소 전 부총리의 말마따나 “국가 존망 위기 사태”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보다 더 가까운 문제도 있습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입니다. 일본 입장에서 타이완이 넘어가면 중국과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이 섬의 방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섬과 타이완과의 거리는 불과 180여㎞입니다.

중국의 서태평양 장악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일본의 해상 활동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개념이 일본에서 나온 배경을 봐야 할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함정 10척이 10월 18일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한데 이어 22일 오스미 해협을 동시 통과했다.중국과 러시아의 함정 10척이 10월 18일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한데 이어 22일 오스미 해협을 동시 통과했다.

■동북아 긴장 고조…군비 경쟁 가속

이 일대에 대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달 하순 군함 10척을 앞세워 일본 쓰가루 해협(홋카이도와 혼슈 사이 바다)과 오스미 해협(규슈 가고시마 남쪽 바다)를 처음으로 동시 통과하며 무력 시위를 했습니다.

일본 섬과 일본 섬 사이로 일본 본토를 반 바퀴 이상 돌면서 무력 시위, 경고장을 날린 셈입니다. 비록 외국 선박 항행이 인정되는 해역이라지만 ‘일본 정서상’ 영해나 다름없는 바다를 두 나라 군함이 동시에 드나든 것에 대해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핵 위협에 더해 타이완 문제 등으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이는 다시 군사력 증강·군비 경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란 듯이 일본 자민당은 10월 31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국방비 증액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1% 미만 수준인 현 국방비를 2%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자는 건데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동중국해·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 격화가 일본 방위비 증액의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나 하는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우리에겐 북핵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타이완 문제가 주한미군 감축·전환 배치나 과거 ‘사드’ 같은 미사일 배치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 타이완 상황을 직시하는 태도와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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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타이완 갈등 고조에 일본 군사력 증강 ‘착착’
    • 입력 2021-10-31 07:01:28
    특파원 리포트

일본 육상자위대는 지금 훈련이 한창입니다. 전국 단위 대규모 훈련은 1993년 이후 약 30년 만입니다. 병력 10만 명과 전투기 120대 그리고 차량 2만여 대가 동원됐습니다. 기간도 9월 중순 시작돼 11월 하순까지 두 달 넘게 이어집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안보 환경 속에서 각종 사태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억지력·대처력을 강화한다.’ 육상자위대가 밝힌 훈련 목적인데, 일부 병력은 남부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아마미오·미야코· 요나구니 섬으로도 배치됐습니다.


■타이완 주변 日 무장 ‘착착’

이번 훈련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규모나 기간도 이례적인데다, 타이완 문제를 놓고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의 고위 인사들은 그동안 틈날 때마다 유사시 타이완 방어 의지를 공언해 왔습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타이완의 안보는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6월)”고 말했고, 아소 다로 전 부총리도 “중국이 타이완에 무력을 사용하면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함께 타이완을 보호해야 한다(7월)”고 거들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타이완 인접 일본 도서 지역에 미사일 부대 또는 전자전 부대의 배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미오·오키나와·미야코 섬엔 이미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부대가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타이완에서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이시가키 섬엔 육상 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건설 중이고, 100여㎞ 떨어진 요나구니 섬에도 역시 2023년까지 전자전 부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중국이 해군과 공군으로 타이완을 공격하면 이 일대에서 방어하겠다는 건데,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을 잇는 제1열도선에 대(對) 중국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계획이 이처럼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일간 영유권 분쟁지로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의 ‘타이완 방어’ 공언, 왜?

일본이 틈날 때마다 타이완을 ‘내 몸처럼’ 지켜내겠노라 공언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타이완 주변 바다 운송로가 일본 안보·경제의 목숨줄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자원을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체 80%가량이 바로 타이완과 필리핀 사이 바다(바시·루손해협)를 통해 들어옵니다.

만약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 통일해서 일대 바다를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으로선 아소 전 부총리의 말마따나 “국가 존망 위기 사태”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보다 더 가까운 문제도 있습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입니다. 일본 입장에서 타이완이 넘어가면 중국과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이 섬의 방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섬과 타이완과의 거리는 불과 180여㎞입니다.

중국의 서태평양 장악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일본의 해상 활동 역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개념이 일본에서 나온 배경을 봐야 할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함정 10척이 10월 18일 일본 쓰가루 해협을 통과한데 이어 22일 오스미 해협을 동시 통과했다.
■동북아 긴장 고조…군비 경쟁 가속

이 일대에 대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달 하순 군함 10척을 앞세워 일본 쓰가루 해협(홋카이도와 혼슈 사이 바다)과 오스미 해협(규슈 가고시마 남쪽 바다)를 처음으로 동시 통과하며 무력 시위를 했습니다.

일본 섬과 일본 섬 사이로 일본 본토를 반 바퀴 이상 돌면서 무력 시위, 경고장을 날린 셈입니다. 비록 외국 선박 항행이 인정되는 해역이라지만 ‘일본 정서상’ 영해나 다름없는 바다를 두 나라 군함이 동시에 드나든 것에 대해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핵 위협에 더해 타이완 문제 등으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이는 다시 군사력 증강·군비 경쟁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란 듯이 일본 자민당은 10월 31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국방비 증액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1% 미만 수준인 현 국방비를 2%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자는 건데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함께 동중국해·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 격화가 일본 방위비 증액의 불쏘시개로 쓰이지 않나 하는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우리에겐 북핵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타이완 문제가 주한미군 감축·전환 배치나 과거 ‘사드’ 같은 미사일 배치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 타이완 상황을 직시하는 태도와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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