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숙 이사장 별세…한평생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한 삶

입력 2021.11.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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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 다 증언하고 있는데 왜 증거가 없다고 하세요?"

2018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해 이렇게 일본 측에 묻습니다.

영화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재판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영화에서 문정숙으로 그려진 인물의 실제 주인공은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입니다.

영화에서처럼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더불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싸움에 나섰습니다.

사비를 털어가며 치른 소송은 일본 사법부로부터 1심에서 일부 승소를 받아냈지만, 상급심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김 이사장은 그런 일본을 향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외침을 남은 평생 동안 외쳤습니다.

자기 돈을 들여 부산 수영구에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해 나갔습니다.

■사비로 역사관 고집스럽게 운영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대모'

수영구 민족과 여성 역사관.수영구 민족과 여성 역사관.
한때 괜찮은 벌이를 자랑했던 그였지만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하며 재산 대부분을 써버렸죠.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 하라는 만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고집스럽게 역사관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대모'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몇 해 전 김 이사장을 만난 적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헌신하느냐’는 질문에 "보람 있잖아"라고 그가 짧게 답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 왜 요즘 사람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하지 않느냐고 물으며 답답함을 한참 토로했습니다.

세상을 등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일 또한 마치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김문숙 이사장 별세...부산에 분향소 꾸려져

고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고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
그 많은 걱정을 안은 채, 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일본의 사과는 듣지 못한 채 김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향년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제(31일) 발인식을 치른 고인은 경기 용인 평온의 숲에서 영면에 들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오늘부터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김 이사장을 위한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고인의 위패와 영정 사진을 모시고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아오길 바랐던 그의 마음을 생각한 결정입니다.

동시에 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고 싶을 누군가들에게 하고 싶은 외침이 담겨있습니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그를 연기한 김희애 배우가 했던 외침처럼 말이죠.

" 끝날 때가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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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숙 이사장 별세…한평생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한 삶
    • 입력 2021-11-01 16:39:48
    취재K
영화 ‘허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 다 증언하고 있는데 왜 증거가 없다고 하세요?"

2018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해 이렇게 일본 측에 묻습니다.

영화는 1992년부터 6년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재판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영화에서 문정숙으로 그려진 인물의 실제 주인공은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입니다.

영화에서처럼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더불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싸움에 나섰습니다.

사비를 털어가며 치른 소송은 일본 사법부로부터 1심에서 일부 승소를 받아냈지만, 상급심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김 이사장은 그런 일본을 향해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외침을 남은 평생 동안 외쳤습니다.

자기 돈을 들여 부산 수영구에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해 나갔습니다.

■사비로 역사관 고집스럽게 운영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대모'

수영구 민족과 여성 역사관.한때 괜찮은 벌이를 자랑했던 그였지만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활동을 하며 재산 대부분을 써버렸죠.

주변에서는 이제 그만 하라는 만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고집스럽게 역사관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대모'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몇 해 전 김 이사장을 만난 적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헌신하느냐’는 질문에 "보람 있잖아"라고 그가 짧게 답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 왜 요즘 사람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하지 않느냐고 물으며 답답함을 한참 토로했습니다.

세상을 등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일 또한 마치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김문숙 이사장 별세...부산에 분향소 꾸려져

고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그 많은 걱정을 안은 채, 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일본의 사과는 듣지 못한 채 김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향년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제(31일) 발인식을 치른 고인은 경기 용인 평온의 숲에서 영면에 들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오늘부터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김 이사장을 위한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고인의 위패와 영정 사진을 모시고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아오길 바랐던 그의 마음을 생각한 결정입니다.

동시에 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고 싶을 누군가들에게 하고 싶은 외침이 담겨있습니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그를 연기한 김희애 배우가 했던 외침처럼 말이죠.

" 끝날 때가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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