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독거노인 죽음 지킨 반려견…한국에도 있는 ‘고독사’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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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독거노인 죽음 끝까지 지킨 반려견 두마리 SNS 통해 알려져
초고령사회 앞둔 한국도 독거노인 돌봄문제와 고독사 심각.
충북 영동군 등 전국에서 AI 가 위기 독거노인 구조.
돌봄AI 관리와 노인 교육 앞으로 중요과제.
아침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씁쓸한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브라질 현지 시간 29일 혼자 사는 60대 노인이 길을 가다 갑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쓰러졌고, 구급차를 6시간이나 기다리다 숨졌다는 것입니다.
■ 브라질 독거노인 죽음 끝까지 지킨 반려견
브라질의 낙후된 의료환경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뉴스가 국제적인 뉴스로 주목 받았을까 살펴봤습니다.
먼저 68살의 아우메이다 할아버지 곁을 지킨 특별한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반려견 두 마리'였습니다.
두 마리의 반려견이 보여준 행동은 SNS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행여라도 쓰러진 할아버지를 누가 해칠까 봐 끝까지 곁을 지켰고 숨진 할아버지를 살피러 경찰 검시관이 도착한 뒤에야 반려견들은 자리를 내줬습니다.
이를 목격한 브라질의 한 시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려견들은 주인을 지키려는 듯 마지막까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뒤늦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달려온 딸은 "아버지를 대신해 반려견들을 키우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려인의 마지막을 지킨 충직한 반려견들의 이야기와는 별도로, 이 뉴스가 국제적으로 주목은 받은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반려견들만이, 홀로 살아온 노인의 죽음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다소 쓸쓸한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 고령사회의 쓸쓸한 단면 '고독사'
자식이 있어도 혼자 사는 노인들의 갑작스런 죽음. 브라질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고령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 혼자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죠.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이를 정면으로 다룬 일본 공영방송 NHK의 '무연사회(無緣社會)' 특집 뉴스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독사의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습니다.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장례를 지원해주는 시민단체 나눔과 나눔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8월까지 20개월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1천 2백여 명 가운데 60% 이상은 60대 이상의 노인으로 나타났습니다.
■ 초고령사회 앞둔 한국…노인 돌봄문제와 고독사 더 심각해질 것
문제는 현재의 노인돌봄문제와 고독사 문제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6.5%가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이미 한국은 고령사회입니다. 고령자 1인가구는 전체 고령자 가구 473만여 가구 가운데 166만여 가구로 35%나 됩니다. 다시말해, 노인 10명 중 3명은 혼자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게 빨라지며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43.9%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돌봄대안 인공지능…충북 영동군, AI가 위기 독거노인 구조
결국, 노인들의 고독사는 현재도 존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 완벽한 해법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대안'을 얘기해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인구비율이 유독 높아 현재 '초고령사회'를 먼저 겪고 있는 충북 영동군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인구 4만 5천여 명의 충북 영동군에는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 1만 5천여 명의 노인들이 삽니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대면 돌봄서비스가 어렵게 되자 영동군은 '노인 돌봄 인공지능 스피커 AI' 백여대를 혼자 사는 노인가구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꽤 괜찮습니다. 시범사업 1년이 아직 채 못됐는데 벌써 세 명의 할머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구조됐습니다.
구조된 85세, 66세, 79세의 할머니들은 혼자 있다가 갑작스런 복통을 느꼈고, "아리아 살려줘"라고 AI 스피커에 외쳤습니다. 해당 메시지는 보안업체를 거쳐 119에 전송돼 세 할머니 모두 긴급 구조됐습니다. 영동군 확인결과, 세 할머니 모두 건강을 회복해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사업을 기획해 운영 중인 영동군청 보건소 김은정 주무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가 심각해져 AI돌봄사업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효과가 좋다"면서도 "노인들에게 AI 스피커 사용방법 등을 교육 시키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 관리도 만만치 않은데 현재 8명의 공무원과 5명의 봉사자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 돌봄AI 관리 시스템 구축 과제
고령화와 인공지능. 두 기류 모두 대세가 된 지금, 문제점은 보완해가며 돌봄공백을 줄여나가는 것이 앞으로 갈 길이겠지요. 이와 관련해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I가 인간의 삶, 특히 돌봄의 영역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다" 면서 "인공지능의 돌봄 행동을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통합적 관리시스템이 또 하나의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브라질의 거리에서처럼 구급차를 불러도 바로 오지 않아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노인 돌봄 AI 증가' 속에 인간이 꼭 해야 할 관리를 소홀히 해 누군가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듣지 못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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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독거노인 죽음 지킨 반려견…한국에도 있는 ‘고독사’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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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02 07:00:49
- 수정2021-11-02 10:11:15
아침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씁쓸한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브라질 현지 시간 29일 혼자 사는 60대 노인이 길을 가다 갑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쓰러졌고, 구급차를 6시간이나 기다리다 숨졌다는 것입니다.
■ 브라질 독거노인 죽음 끝까지 지킨 반려견
브라질의 낙후된 의료환경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뉴스가 국제적인 뉴스로 주목 받았을까 살펴봤습니다.
먼저 68살의 아우메이다 할아버지 곁을 지킨 특별한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할아버지의 '반려견 두 마리'였습니다.
두 마리의 반려견이 보여준 행동은 SNS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행여라도 쓰러진 할아버지를 누가 해칠까 봐 끝까지 곁을 지켰고 숨진 할아버지를 살피러 경찰 검시관이 도착한 뒤에야 반려견들은 자리를 내줬습니다.
이를 목격한 브라질의 한 시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려견들은 주인을 지키려는 듯 마지막까지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뒤늦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달려온 딸은 "아버지를 대신해 반려견들을 키우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반려인의 마지막을 지킨 충직한 반려견들의 이야기와는 별도로, 이 뉴스가 국제적으로 주목은 받은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반려견들만이, 홀로 살아온 노인의 죽음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다소 쓸쓸한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 고령사회의 쓸쓸한 단면 '고독사'
자식이 있어도 혼자 사는 노인들의 갑작스런 죽음. 브라질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고령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 혼자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죠.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이를 정면으로 다룬 일본 공영방송 NHK의 '무연사회(無緣社會)' 특집 뉴스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독사의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습니다.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장례를 지원해주는 시민단체 나눔과 나눔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8월까지 20개월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1천 2백여 명 가운데 60% 이상은 60대 이상의 노인으로 나타났습니다.
■ 초고령사회 앞둔 한국…노인 돌봄문제와 고독사 더 심각해질 것
문제는 현재의 노인돌봄문제와 고독사 문제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6.5%가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이미 한국은 고령사회입니다. 고령자 1인가구는 전체 고령자 가구 473만여 가구 가운데 166만여 가구로 35%나 됩니다. 다시말해, 노인 10명 중 3명은 혼자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게 빨라지며 2060년에는 전체 인구의 43.9%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돌봄대안 인공지능…충북 영동군, AI가 위기 독거노인 구조
결국, 노인들의 고독사는 현재도 존재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 완벽한 해법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대안'을 얘기해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인구비율이 유독 높아 현재 '초고령사회'를 먼저 겪고 있는 충북 영동군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인구 4만 5천여 명의 충북 영동군에는 전체 인구의 30%가 넘는 1만 5천여 명의 노인들이 삽니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대면 돌봄서비스가 어렵게 되자 영동군은 '노인 돌봄 인공지능 스피커 AI' 백여대를 혼자 사는 노인가구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꽤 괜찮습니다. 시범사업 1년이 아직 채 못됐는데 벌써 세 명의 할머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구조됐습니다.
구조된 85세, 66세, 79세의 할머니들은 혼자 있다가 갑작스런 복통을 느꼈고, "아리아 살려줘"라고 AI 스피커에 외쳤습니다. 해당 메시지는 보안업체를 거쳐 119에 전송돼 세 할머니 모두 긴급 구조됐습니다. 영동군 확인결과, 세 할머니 모두 건강을 회복해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사업을 기획해 운영 중인 영동군청 보건소 김은정 주무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가 심각해져 AI돌봄사업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효과가 좋다"면서도 "노인들에게 AI 스피커 사용방법 등을 교육 시키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 관리도 만만치 않은데 현재 8명의 공무원과 5명의 봉사자들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 돌봄AI 관리 시스템 구축 과제
고령화와 인공지능. 두 기류 모두 대세가 된 지금, 문제점은 보완해가며 돌봄공백을 줄여나가는 것이 앞으로 갈 길이겠지요. 이와 관련해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I가 인간의 삶, 특히 돌봄의 영역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능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다" 면서 "인공지능의 돌봄 행동을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하는 통합적 관리시스템이 또 하나의 사회적 과제로 대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브라질의 거리에서처럼 구급차를 불러도 바로 오지 않아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노인 돌봄 AI 증가' 속에 인간이 꼭 해야 할 관리를 소홀히 해 누군가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듣지 못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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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림 기자 news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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