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벌어진 골령골 ‘960여 명 유해’ 71년 만에 봉안

입력 2021.11.02 (19:04) 수정 2021.11.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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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국군과 경찰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이 이뤄졌는데요.

희생자의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71년 만에 발굴된 유해 960여 구가 안치됐습니다.

정재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굴삭기로 3~4미터 파내려 간 땅 속.

호미로 흙을 걷어내자 두개골에서부터 허벅지뼈, 정강이뼈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유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속에서 71년 만에 밖으로 나온 9백여 구.

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백발의 노인이 된 유족들 앞에서 봉안됐습니다.

제주 4·3사건과 여수, 순천 사건, 보도연맹사건 등에 연루돼 6·25 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들에 의해 학살된 피해자들.

긴 세월 부모 형제를 잃고 뒤늦게 유해를 수습했지만, 아직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 유족들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서영균/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장 : "아버지를 찾았으면, 제가 고향으로 모셔가지고 우리 가족묘지에 안치시키는 게 좋을 텐데 마음처럼 안돼서 여기 올 때마다 괴롭습니다."]

아직 발굴해야 할 유해로 추정되는 수는 최소 6천여 구.

[박규용/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 "7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 중 그동안 진실규명 활동을 통해 신원이 밝혀진 인원은 500여 명에 불과합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골령골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할 방침입니다.

[정근식/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1950년 9월 서울 수복 이후에 이른바 부역 혐의자 처형도 이 장소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전쟁의 아픔 속에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골령골.

희생자들의 유해는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후 골령골 진실과 화해의 숲이 조성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영면에 들 예정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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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살 벌어진 골령골 ‘960여 명 유해’ 71년 만에 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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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1-02 20:14:58
    뉴스7(대전)
[앵커]

6·25 전쟁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국군과 경찰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이 이뤄졌는데요.

희생자의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71년 만에 발굴된 유해 960여 구가 안치됐습니다.

정재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굴삭기로 3~4미터 파내려 간 땅 속.

호미로 흙을 걷어내자 두개골에서부터 허벅지뼈, 정강이뼈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유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속에서 71년 만에 밖으로 나온 9백여 구.

이 희생자들의 유해가 백발의 노인이 된 유족들 앞에서 봉안됐습니다.

제주 4·3사건과 여수, 순천 사건, 보도연맹사건 등에 연루돼 6·25 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들에 의해 학살된 피해자들.

긴 세월 부모 형제를 잃고 뒤늦게 유해를 수습했지만, 아직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한 희생자 유족들은 만감이 교차합니다.

[서영균/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장 : "아버지를 찾았으면, 제가 고향으로 모셔가지고 우리 가족묘지에 안치시키는 게 좋을 텐데 마음처럼 안돼서 여기 올 때마다 괴롭습니다."]

아직 발굴해야 할 유해로 추정되는 수는 최소 6천여 구.

[박규용/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 : "7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 중 그동안 진실규명 활동을 통해 신원이 밝혀진 인원은 500여 명에 불과합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골령골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할 방침입니다.

[정근식/2기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1950년 9월 서울 수복 이후에 이른바 부역 혐의자 처형도 이 장소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전쟁의 아픔 속에 역사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골령골.

희생자들의 유해는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후 골령골 진실과 화해의 숲이 조성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영면에 들 예정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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