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타다 ‘꽈당’…사고 발생 1위 역은?

입력 2021.11.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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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오후, 남성 A 씨가 청량리역 6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손에는 물건이 한가득 들려 있었습니다.

A 씨가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승객 3명도 A 씨의 몸에 걸려 연달아 넘어졌습니다. 함께 넘어진 70대 여성 B 씨는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 틈 사이로 끼어 들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역 직원이 곧바로 출동해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끄고 119를 부르면서 다행히 부상자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청량리역 6번 출구 일대는 한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꽈당' 사고, 10명 중 6명은 '60대 이상'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넘어짐 사고를 집계한 결과, 치료비 지급 건수 기준 모두 257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달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5건 수준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신체 반응이 상대적으로 민첩하지 못한 60대 이상 어르신 사고가 150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사고가 자주 발생한 역을 살펴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1위는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13건)이었는데, 1호선으로 환승하는 어르신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잦았습니다.

또 하루 수송 인원이 5만 3,963명(2021년 9월 기준)으로 혼잡하고, 에스컬레이터 대수도 12대로 많은 데다 주변 쇼핑몰·아웃렛 등에서 물건을 사고 짐을 든 채 지하철을 타는 인원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7건), 4호선 충무로역(6건), 7호선 이수역·노원역(각 6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곳들도 환승 인원이 많은 곳으로, 내부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사고가 잦았습니다.


■ 원인은 '짐 때문이야'…1호선 제기동역 '손수레 사고' 많아

넘어짐 사고의 유형은 다양했는데요. 보행보조기나 물건을 가득 실은 손수레 등 큰 짐을 든 승객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도착 시 끝부분에 있는 턱 부분에 짐이 걸려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집계한 경미 사고까지 합해서 개별 유형을 살펴보면, 1호선 제기동역은 손수레로 인한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잦았습니다.

승차 인원 가운데 어르신 비율이 51.5%로 가장 높은 데다, 인근에 경동시장·약령시장 등이 있어 물건을 사러 온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까치산역・암사역도 손수레 사고가 잦았습니다.


이 밖에도 술에 취한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손잡이를 놓치는 등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음주로 인한 부주의 사고는 충무로역·신대방역·이수역 등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 "'큰 짐' 들었을 땐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 이용하세요."

사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유모차나 수레 등 큰 짐을 휴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승객들이 거리낌 없이 이용하곤 했죠.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행정안전부고시 제2020-75호]
- 제18조(에스컬레이터 또는 무빙워크 이용자의 준수사항) 中
9. 유모차 또는 수레 등을 가지고 에스컬레이터 또는 무빙워크에 탑승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에스컬레이터 넘어짐 사고 예방을 위해 ‘손수레·보행보조기 등 큰 짐을 든 승객은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라는 이용예절 방침을 정하고, 홍보물을 부착했습니다. 이번 달부터는 사고 발생 건수 상위 30개 역사를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위치 알림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큰 짐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다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발생할 우려가 큰 데다, 대부분 개인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기에 피해자와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승객들은 안전을 위해 짐이 많을 때는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몸이 불편하다면 보호자와 함께 이동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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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타다 ‘꽈당’…사고 발생 1위 역은?
    • 입력 2021-11-03 06:01:55
    취재K

지난달 2일 오후, 남성 A 씨가 청량리역 6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손에는 물건이 한가득 들려 있었습니다.

A 씨가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승객 3명도 A 씨의 몸에 걸려 연달아 넘어졌습니다. 함께 넘어진 70대 여성 B 씨는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 틈 사이로 끼어 들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역 직원이 곧바로 출동해 에스컬레이터 전원을 끄고 119를 부르면서 다행히 부상자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청량리역 6번 출구 일대는 한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꽈당' 사고, 10명 중 6명은 '60대 이상'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5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넘어짐 사고를 집계한 결과, 치료비 지급 건수 기준 모두 257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달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4~5건 수준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신체 반응이 상대적으로 민첩하지 못한 60대 이상 어르신 사고가 150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사고가 자주 발생한 역을 살펴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1위는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13건)이었는데, 1호선으로 환승하는 어르신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잦았습니다.

또 하루 수송 인원이 5만 3,963명(2021년 9월 기준)으로 혼잡하고, 에스컬레이터 대수도 12대로 많은 데다 주변 쇼핑몰·아웃렛 등에서 물건을 사고 짐을 든 채 지하철을 타는 인원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7건), 4호선 충무로역(6건), 7호선 이수역·노원역(각 6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곳들도 환승 인원이 많은 곳으로, 내부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 사고가 잦았습니다.


■ 원인은 '짐 때문이야'…1호선 제기동역 '손수레 사고' 많아

넘어짐 사고의 유형은 다양했는데요. 보행보조기나 물건을 가득 실은 손수레 등 큰 짐을 든 승객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도착 시 끝부분에 있는 턱 부분에 짐이 걸려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집계한 경미 사고까지 합해서 개별 유형을 살펴보면, 1호선 제기동역은 손수레로 인한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잦았습니다.

승차 인원 가운데 어르신 비율이 51.5%로 가장 높은 데다, 인근에 경동시장·약령시장 등이 있어 물건을 사러 온 어르신들이 손수레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까치산역・암사역도 손수레 사고가 잦았습니다.


이 밖에도 술에 취한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손잡이를 놓치는 등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음주로 인한 부주의 사고는 충무로역·신대방역·이수역 등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 "'큰 짐' 들었을 땐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 이용하세요."

사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유모차나 수레 등 큰 짐을 휴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승객들이 거리낌 없이 이용하곤 했죠.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행정안전부고시 제2020-75호]
- 제18조(에스컬레이터 또는 무빙워크 이용자의 준수사항) 中
9. 유모차 또는 수레 등을 가지고 에스컬레이터 또는 무빙워크에 탑승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에스컬레이터 넘어짐 사고 예방을 위해 ‘손수레·보행보조기 등 큰 짐을 든 승객은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라는 이용예절 방침을 정하고, 홍보물을 부착했습니다. 이번 달부터는 사고 발생 건수 상위 30개 역사를 대상으로 엘리베이터 위치 알림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큰 짐을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다 발생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발생할 우려가 큰 데다, 대부분 개인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기에 피해자와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승객들은 안전을 위해 짐이 많을 때는 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몸이 불편하다면 보호자와 함께 이동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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