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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대세시대…청년들의 삶은요?
입력 2021.11.03 (07:00) 취재K
지난해 서울시 고독사 10% 30대 이하 청년층 발생
청년고독사 원인, 1인가구와 실직
서울시 등 자치단체별 '청년정책' 경쟁적 제시
1인가구 '어떤 청년'인지 명확한 구분 있어야 정책 실효성 높아질 것

노인의 고독사를 얘기한 어제 기사에 뼈아픈 댓글이 달렸습니다. '청년들의 삶은요?'라는 짧은 댓글이었습니다. 오늘은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청년들의 그늘'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KBS 시사다큐 가운데 청년들의 반향이 컸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 5월 KBS 시사직격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2021 청년고독사 보고서'였습니다.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270만 회, 댓글은 만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청년고독사 문제

실직 뒤 한낮에도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에서 수년째 살고 있는 35살 '청년'은 꿈을 말합니다. 고시원을 벗어나는 거라고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님을 직감한 듯 청년은 한참 말을 잊지 못하다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 근데 진짜 답이 없어요."

실직 뒤 수년 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중인 30대 청년.실직 뒤 수년 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중인 30대 청년.

청년들이 혼자 고립된 채 주검으로 발견된 일, 몇 해 전에만 해도 드문 일로 여겨져 TV 방송 뉴스에도 보도되곤 했지요. 고독사는 노인들의 문제로만 여겨졌기에 말 그대로 뉴스가 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청년 고독사 문제는 '특이한 뉴스'가 아니라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드물지 않은 일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의 고독사 가운데 10%가 30대 이하의 청년층에서 발생했습니다.


■ 구직실패와 1인 가구, 청년 고립생(生) 원인

청년 고독사는 '구직실패'와 '1인가구' 에서 출발합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사회와 단절된 '고립생(生)'을 겪습니다. 이런 원인 진단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최근 주요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는 청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정책들이 공동적으로 청년고용책과 주거복지를 얘기하는 것 보면 그렇습니다.

4인 가구가 표준이라는 기준은 이미 옛말이 될 정도로 1인 가구는 이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됐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40%가 1인 가구로 조사됐습니다. 1인가구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니 2030 1인가구가 전체 32.2%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자치단체들의 마음도 급한 상황입니다. 늘어나는 청년 1인 가구와 사회와의 소통이 끊기지 않게 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 대세 1인 가구… '2030 1인 가구' 30% 넘어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는 청년 1인 가구를 지원한다는 '서포트미' 광고를 지하철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내년 청년과 관련된 예산으로 9천934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인 7천486억 원이 청년주거지원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어 청년층 일자리 지원사업에 2천 7백여억 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가늠조차 안 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 확인해 봤습니다.

1인 가구 특별대책 추진단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청년주거와 관련해서 고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웃으로 공존해 사는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용역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고 밝혔습니다.

또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혼자 살면 가장 힘들 때가 무엇인지 확인한 결과, 아플 때로 나왔다"며 "이번 달부터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병원 동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혼자 사는 서울시민으로 확인되면, 당일이라도 병원 가기 3시간 전에 콜센터(1533-1179)로 연락해 시간당 5천 원의 이용료를 내고 돌봄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쏟아지는 1인 가구 청년정책, 어떤 청년인지 사회적 구분 분명해야

뭔가 정책은 많은데 맞는 방향으로 가는 건지, 다년간 사회보험과 복지정책을 연구해 온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청년 1인 가구로 하면 너무 펑퍼짐하다. 어떤 청년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1인 가구 청년을 지원한다는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혼자 사는 청년 가운데 소득수준도 높고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에 반해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든 청년도 있을 텐데, 다 같은 1인 가구 청년으로 묶어서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 자체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설명도 함께했습니다. 얼마 전 전 세계 사회보험 학자들이 학술대회를 했는데, 맨 먼저 오고 가는 질문이 국가마다 코로나 19로 이익을 얻은 계층과 타격을 받은 계층의 사회적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어떤 계층은 더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을 텐데 그것에 대한 사회적 구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복구와 보상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정책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그동안 소외됐던 청년들이 드러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청년을 얘기하는 많은 정책을 보면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고단한 청년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특히 고립생을 견디다가 고독사라는 극악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안타까운 청년들이 줄어들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 1인 가구 대세시대…청년들의 삶은요?
    • 입력 2021-11-03 07:00:39
    취재K
지난해 서울시 고독사 10% 30대 이하 청년층 발생<br />청년고독사 원인, 1인가구와 실직<br />서울시 등 자치단체별 '청년정책' 경쟁적 제시<br />1인가구 '어떤 청년'인지 명확한 구분 있어야 정책 실효성 높아질 것

노인의 고독사를 얘기한 어제 기사에 뼈아픈 댓글이 달렸습니다. '청년들의 삶은요?'라는 짧은 댓글이었습니다. 오늘은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청년들의 그늘'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KBS 시사다큐 가운데 청년들의 반향이 컸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 5월 KBS 시사직격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2021 청년고독사 보고서'였습니다.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270만 회, 댓글은 만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청년고독사 문제

실직 뒤 한낮에도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에서 수년째 살고 있는 35살 '청년'은 꿈을 말합니다. 고시원을 벗어나는 거라고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님을 직감한 듯 청년은 한참 말을 잊지 못하다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 근데 진짜 답이 없어요."

실직 뒤 수년 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중인 30대 청년.실직 뒤 수년 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중인 30대 청년.

청년들이 혼자 고립된 채 주검으로 발견된 일, 몇 해 전에만 해도 드문 일로 여겨져 TV 방송 뉴스에도 보도되곤 했지요. 고독사는 노인들의 문제로만 여겨졌기에 말 그대로 뉴스가 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청년 고독사 문제는 '특이한 뉴스'가 아니라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드물지 않은 일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의 고독사 가운데 10%가 30대 이하의 청년층에서 발생했습니다.


■ 구직실패와 1인 가구, 청년 고립생(生) 원인

청년 고독사는 '구직실패'와 '1인가구' 에서 출발합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사회와 단절된 '고립생(生)'을 겪습니다. 이런 원인 진단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최근 주요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는 청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정책들이 공동적으로 청년고용책과 주거복지를 얘기하는 것 보면 그렇습니다.

4인 가구가 표준이라는 기준은 이미 옛말이 될 정도로 1인 가구는 이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됐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40%가 1인 가구로 조사됐습니다. 1인가구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니 2030 1인가구가 전체 32.2%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자치단체들의 마음도 급한 상황입니다. 늘어나는 청년 1인 가구와 사회와의 소통이 끊기지 않게 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 대세 1인 가구… '2030 1인 가구' 30% 넘어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는 청년 1인 가구를 지원한다는 '서포트미' 광고를 지하철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내년 청년과 관련된 예산으로 9천934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인 7천486억 원이 청년주거지원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어 청년층 일자리 지원사업에 2천 7백여억 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가늠조차 안 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서울시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 확인해 봤습니다.

1인 가구 특별대책 추진단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청년주거와 관련해서 고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웃으로 공존해 사는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용역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을 착수할 계획이다"고 밝혔습니다.

또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혼자 살면 가장 힘들 때가 무엇인지 확인한 결과, 아플 때로 나왔다"며 "이번 달부터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병원 동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혼자 사는 서울시민으로 확인되면, 당일이라도 병원 가기 3시간 전에 콜센터(1533-1179)로 연락해 시간당 5천 원의 이용료를 내고 돌봄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쏟아지는 1인 가구 청년정책, 어떤 청년인지 사회적 구분 분명해야

뭔가 정책은 많은데 맞는 방향으로 가는 건지, 다년간 사회보험과 복지정책을 연구해 온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청년 1인 가구로 하면 너무 펑퍼짐하다. 어떤 청년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1인 가구 청년을 지원한다는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혼자 사는 청년 가운데 소득수준도 높고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이에 반해 경제적·정신적으로 힘든 청년도 있을 텐데, 다 같은 1인 가구 청년으로 묶어서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 자체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설명도 함께했습니다. 얼마 전 전 세계 사회보험 학자들이 학술대회를 했는데, 맨 먼저 오고 가는 질문이 국가마다 코로나 19로 이익을 얻은 계층과 타격을 받은 계층의 사회적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어떤 계층은 더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을 텐데 그것에 대한 사회적 구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복구와 보상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정책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그동안 소외됐던 청년들이 드러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청년을 얘기하는 많은 정책을 보면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고단한 청년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특히 고립생을 견디다가 고독사라는 극악한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안타까운 청년들이 줄어들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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