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국제산업박람회에 초청가수 57명…사업비는 17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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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부는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 국비 10억 원 이상 지출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행사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사전 심사부터 사후 평가까지 국제 행사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기재부 심사를 받아 개최된 국제행사가 목적에 맞게 열렸는지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 176억 원 들어간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지리산의 품에 안겨있는 고장, 경남 함양에서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제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입니다. 국제산업박람회로 총 사업비 176억 5,000만 원(세금 150억 9,000만 원, 자체 수입 예산 25억 6,000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3년 전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았고 이후 국비 지원이 확정됐습니다.
행사 핵심은 바로 산업입니다. 주최 측은 행사 목적이 "산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미래가치를 적극 발굴하여 산삼항노화 산업의 저변 확대 및 미래 유망 산업으로 발전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함양의 특산물은 산양삼입니다. 국제행사를 개최해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항노화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구상인 것입니다.
■ 항노화 엑스포인데 수제화·토종꿀·누룽지 판매?
전체 전시회장 가운데 가장 산업 엑스포의 면모가 두드러진 '산업교류관'을 가봤습니다. 산삼과 항노화 산업의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국내외 기업들의 전문화된 전시 공간입니다.
그런데 전시장 한쪽에서 수제화, 자세교정 의자, 마사지기처럼 산삼은 물론 항노화 산업과 거리가 먼 제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전시 공간이기보다 건강 관련 업체 제품들을 파는 판매장에 가까웠습니다.
참가기업 명단에는 토종꿀과 보건용 마스크, 간장, 유기농 쌀과자, 누룽지 제조업체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손기욱 함양엑스포조직위 산업지원부장 "항노화라는 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좀 해석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 이제 생각에 따라서는 이게 왜 산삼 관련 제품의 회사냐. 이렇게 오해를 할 수 있다" |
■ 국제산업박람회에 초청 가수가 57명이나?
9월 12일(일) 류지광, 김은빈 9월 13일(월) 요시다미호 9월 14일(화) 나건필 9월 15일(수) 배진아 9월 16일(목) 박소민, 윤병순 9월 17일(금) 임명희, 거창한 9월 18일(토) 황태산, 박강수, 박주희, 정유근, 임순남 9월 19일(일) 지원이, 혜은이, 태진아, 배진아 9월 20일(월) 박서진, 장민호 9월 21일(화) 정동하, 정동원 9월 22일(수) 금잔디 9월 24일(금) 한봄, 강류경, 손영희 9월 25일(토) 김수, 백지영 9월 26일(일) 윤태화, 나태주, 임소용 9월 27일(월) 주성원 9월 28일(화) 신유식 9월 30일(목) 나건필, 이찬원 10월 1일(금) 하늘, 임명회 10월 2일(토) 서지오, 김혜연, 현이 10월 3일(일) 조명섭, 설하윤, 류국화 10월 4일(월) 배진아 10월 5일(화) 벨라제이, 임이랑 10월 6일(수) 강류경, 김정만, 권용, 민영아, 진해성, 채서윤 10월 8일(금) 한봄 10월 9일(토) 신영주, 이선, 선유, 김은빈 |
엑스포 개최 기간 동안 주최 측이 초청한 가수 명단입니다. 거의 매일같이 가수들을 불러 행사를 연 것입니다. 한두 명에서 많게는 하루에 6명의 가수가 나와 공연을 했습니다. 57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소규모 공연을 연 가수들도 있습니다.
주최 측에 국제 산업박람회에 이렇게 많은 가수를 섭외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손기욱 함양엑스포조직위 산업지원부장 "문화 축제를 위한 것은 아니고 연예인들을 초청해야만 팬클럽이나 일반 관중들이 오시거든요. 그분들이 오셔야 자동적으로 산업 교류관이나 농산물 판매장 매출로 이어집니다." |
■ "11개 국가 29개 해외기업 참가"…연락해보니 중국 가정집?
10억 원이 넘는 국비를 받는 국제행사는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 5개국 이상의 참여'입니다.
주최 측은 이번에 11개 국가, 29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행사 기준을 넉넉하게 달성한거죠. 그런데 정작 해외기업 전시공간에 가보니 산업교류관 구석에 3~4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전부였습니다. 기업 제품도 작은 유리 상자에 한두 개 정도 제품만 담겨 있고 설명 역시 부실했습니다.
정말 해당 기업이 참여한게 맞는지 직접 전시 자료에 나와 있는 해외기업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예 없는 번호로 나오거나 중국 가정집 번호를 적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미국 기업은 자신들은 해당 행사에 참여한 적 없다고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중국 3개 업체, 인도 1개 업체만 참가 사실을 인정했고, 나머지는 아예 연락을 받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 국제행사 기준인 '5개국 이상 참가'를 어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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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K] 국제산업박람회에 초청가수 57명…사업비는 176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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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03 07:56:13
- 수정2021-11-03 08:26:55
■ 176억 원 들어간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지리산의 품에 안겨있는 고장, 경남 함양에서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제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입니다. 국제산업박람회로 총 사업비 176억 5,000만 원(세금 150억 9,000만 원, 자체 수입 예산 25억 6,000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3년 전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았고 이후 국비 지원이 확정됐습니다.
행사 핵심은 바로 산업입니다. 주최 측은 행사 목적이 "산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미래가치를 적극 발굴하여 산삼항노화 산업의 저변 확대 및 미래 유망 산업으로 발전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함양의 특산물은 산양삼입니다. 국제행사를 개최해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항노화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구상인 것입니다.
■ 항노화 엑스포인데 수제화·토종꿀·누룽지 판매?
전체 전시회장 가운데 가장 산업 엑스포의 면모가 두드러진 '산업교류관'을 가봤습니다. 산삼과 항노화 산업의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국내외 기업들의 전문화된 전시 공간입니다.
그런데 전시장 한쪽에서 수제화, 자세교정 의자, 마사지기처럼 산삼은 물론 항노화 산업과 거리가 먼 제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전시 공간이기보다 건강 관련 업체 제품들을 파는 판매장에 가까웠습니다.
참가기업 명단에는 토종꿀과 보건용 마스크, 간장, 유기농 쌀과자, 누룽지 제조업체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손기욱 함양엑스포조직위 산업지원부장 "항노화라는 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좀 해석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 이제 생각에 따라서는 이게 왜 산삼 관련 제품의 회사냐. 이렇게 오해를 할 수 있다" |
■ 국제산업박람회에 초청 가수가 57명이나?
9월 12일(일) 류지광, 김은빈 9월 13일(월) 요시다미호 9월 14일(화) 나건필 9월 15일(수) 배진아 9월 16일(목) 박소민, 윤병순 9월 17일(금) 임명희, 거창한 9월 18일(토) 황태산, 박강수, 박주희, 정유근, 임순남 9월 19일(일) 지원이, 혜은이, 태진아, 배진아 9월 20일(월) 박서진, 장민호 9월 21일(화) 정동하, 정동원 9월 22일(수) 금잔디 9월 24일(금) 한봄, 강류경, 손영희 9월 25일(토) 김수, 백지영 9월 26일(일) 윤태화, 나태주, 임소용 9월 27일(월) 주성원 9월 28일(화) 신유식 9월 30일(목) 나건필, 이찬원 10월 1일(금) 하늘, 임명회 10월 2일(토) 서지오, 김혜연, 현이 10월 3일(일) 조명섭, 설하윤, 류국화 10월 4일(월) 배진아 10월 5일(화) 벨라제이, 임이랑 10월 6일(수) 강류경, 김정만, 권용, 민영아, 진해성, 채서윤 10월 8일(금) 한봄 10월 9일(토) 신영주, 이선, 선유, 김은빈 |
엑스포 개최 기간 동안 주최 측이 초청한 가수 명단입니다. 거의 매일같이 가수들을 불러 행사를 연 것입니다. 한두 명에서 많게는 하루에 6명의 가수가 나와 공연을 했습니다. 57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소규모 공연을 연 가수들도 있습니다.
주최 측에 국제 산업박람회에 이렇게 많은 가수를 섭외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손기욱 함양엑스포조직위 산업지원부장 "문화 축제를 위한 것은 아니고 연예인들을 초청해야만 팬클럽이나 일반 관중들이 오시거든요. 그분들이 오셔야 자동적으로 산업 교류관이나 농산물 판매장 매출로 이어집니다." |
■ "11개 국가 29개 해외기업 참가"…연락해보니 중국 가정집?
10억 원이 넘는 국비를 받는 국제행사는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 5개국 이상의 참여'입니다.
주최 측은 이번에 11개 국가, 29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행사 기준을 넉넉하게 달성한거죠. 그런데 정작 해외기업 전시공간에 가보니 산업교류관 구석에 3~4평 남짓한 좁은 공간이 전부였습니다. 기업 제품도 작은 유리 상자에 한두 개 정도 제품만 담겨 있고 설명 역시 부실했습니다.
정말 해당 기업이 참여한게 맞는지 직접 전시 자료에 나와 있는 해외기업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예 없는 번호로 나오거나 중국 가정집 번호를 적어 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미국 기업은 자신들은 해당 행사에 참여한 적 없다고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중국 3개 업체, 인도 1개 업체만 참가 사실을 인정했고, 나머지는 아예 연락을 받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 국제행사 기준인 '5개국 이상 참가'를 어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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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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