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격수, 너는 마네킹”…‘고의 교통 사고’ 일당 적발

입력 2021.11.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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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운전자 김 모 씨는 다소 황당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주행 유도선을 따라 2차로에서 운행하다 1차로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다른 차량이 추돌한 겁니다.

"처음에는 제가 피해자인 줄 알았어요. 잘 가고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받은 거니까요. 그런데 그쪽에서 젊은 남성 2명이 내리더니, 다짜고짜 제가 차선을 침범했다면서 블랙박스를 보자는 거예요. 본인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없다면서요. "

■ 5명 타고 있던 상대 차량…보험금 1천여만 원 지급돼

김 씨는 교통법규 위반 사실로 인해 90% 과실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결국 상대 차량에 수리비와 치료비 등 천만 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차에서 남성 2명만 내렸어요. 보통 사고가 나면 전부 내려서 상황을 살피니까, 2명이 타고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나중에 보험사에 들으니 5명이 타고 있었다는 거예요.

사고 처리하는 동안 3명이 뒷좌석에 그냥 계속 타고 있었다는 건데 좀 이상했죠. 어디 다쳤는지, 어쩌다 사고가 났는지가 아니라 제가 교통법규 위반한 것만 계속 얘기한 것도요."

■ 교통법규 위반 차량 골라 고의사고…10억 넘게 챙긴 일당 적발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고는 보험사기였습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죠.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20살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6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과 인천, 부천 등 수도권에서 김 씨 사례를 포함해 모두 113차례 고의 사고를 냈고, 받아 챙긴 돈만 10억 원이 넘었습니다.


■ 그들만의 은어…"내가 공격수할게, 너는 마네킹으로 말 한 번 타보자"

경찰 조사에 따르면,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는 적발된 사례 외에도 그들만의 은어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거죠.

고의 교통사고를 계획한 차량의 운전자는 '공격수', 동승자는 '마네킹'으로 부르고, 범행을 하는 행위는 '말을 탄다'라고 표현합니다.

차량에 타지 않았던 동승자를 서류상으로 추가해 피해를 부풀리기도 하고, 운전자 바꿔치기도 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 적발된 보험사기범 대부분이 10~20대…쉽게 돈 벌 목적에 범행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일당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들입니다. 19살인 10대 남성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몇 명이었겠지만, 학교 동창과 친구 등을 계속 끌어들이며 규모가 커졌는데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가담하고, 또 반복하다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범행에 대한 심각성도 없었죠.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것이 미심쩍은 경찰이 "고의 사고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경고했지만, 조사받고 나가는 길에 또 고의 사고를 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경찰은 "상습적인 고의 사고는 반드시 적발된다"며, "보험 사기가 의심될 때는 사고원인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 등을 확보해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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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공격수, 너는 마네킹”…‘고의 교통 사고’ 일당 적발
    • 입력 2021-11-03 13:39:25
    취재K

지난해 10월, 운전자 김 모 씨는 다소 황당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주행 유도선을 따라 2차로에서 운행하다 1차로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다른 차량이 추돌한 겁니다.

"처음에는 제가 피해자인 줄 알았어요. 잘 가고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받은 거니까요. 그런데 그쪽에서 젊은 남성 2명이 내리더니, 다짜고짜 제가 차선을 침범했다면서 블랙박스를 보자는 거예요. 본인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없다면서요. "

■ 5명 타고 있던 상대 차량…보험금 1천여만 원 지급돼

김 씨는 교통법규 위반 사실로 인해 90% 과실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결국 상대 차량에 수리비와 치료비 등 천만 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차에서 남성 2명만 내렸어요. 보통 사고가 나면 전부 내려서 상황을 살피니까, 2명이 타고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나중에 보험사에 들으니 5명이 타고 있었다는 거예요.

사고 처리하는 동안 3명이 뒷좌석에 그냥 계속 타고 있었다는 건데 좀 이상했죠. 어디 다쳤는지, 어쩌다 사고가 났는지가 아니라 제가 교통법규 위반한 것만 계속 얘기한 것도요."

■ 교통법규 위반 차량 골라 고의사고…10억 넘게 챙긴 일당 적발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고는 보험사기였습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이죠.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20살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6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과 인천, 부천 등 수도권에서 김 씨 사례를 포함해 모두 113차례 고의 사고를 냈고, 받아 챙긴 돈만 10억 원이 넘었습니다.


■ 그들만의 은어…"내가 공격수할게, 너는 마네킹으로 말 한 번 타보자"

경찰 조사에 따르면,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는 적발된 사례 외에도 그들만의 은어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거죠.

고의 교통사고를 계획한 차량의 운전자는 '공격수', 동승자는 '마네킹'으로 부르고, 범행을 하는 행위는 '말을 탄다'라고 표현합니다.

차량에 타지 않았던 동승자를 서류상으로 추가해 피해를 부풀리기도 하고, 운전자 바꿔치기도 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 적발된 보험사기범 대부분이 10~20대…쉽게 돈 벌 목적에 범행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일당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들입니다. 19살인 10대 남성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몇 명이었겠지만, 학교 동창과 친구 등을 계속 끌어들이며 규모가 커졌는데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가담하고, 또 반복하다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범행에 대한 심각성도 없었죠.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것이 미심쩍은 경찰이 "고의 사고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경고했지만, 조사받고 나가는 길에 또 고의 사고를 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경찰은 "상습적인 고의 사고는 반드시 적발된다"며, "보험 사기가 의심될 때는 사고원인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 등을 확보해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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