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심상정·안철수 “완주”…‘단일화 압박’ 견딜까?

입력 2021.11.03 (17:25) 수정 2021.11.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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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생각 있으신가요?"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위치에 따라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질문도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단일화 생각 있으신가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뜻일 것입니다. 반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소수 정당' 후보에게 이 질문은 '중도에 포기할 생각 있느냐'는 물음과 같습니다.

잔인한 질문입니다. 특히나 '대선 도전'의 굳은 결심을 밝히는 자리에서는, 질문하는 사람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대선 구도의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가는 곳마다 이 질문이 따라다닙니다.

■ "끝까지 3자 대결"…"당선이 목적"

일단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단일화에는 확고하게 고개를 내젓습니다. '단일화는 없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저 심상정이 있는 이번 대선은 최소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입니다. 심상정으로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 3일 기자간담회 中

심 후보는 특히 단호합니다. 3일 기자들이 또 단일화 여부를 묻자 "마지막으로 대답하겠다"면서 "자신 없는 분들은 링에서 내려가야 한다. 심상정으로 정권교체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거에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 한 적 있는데 지금은 왜 달라졌느냐, 그것은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이라는 개혁 세력은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진보 연대' 혹은 '야권 연대'라는 식의 이름으로 단일화를 했었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가치에 기반한 연대'가 어렵다는 선언으로도 읽힙니다.

"당선이 목적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1대1로 붙어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단일화) 압력을 받겠습니까? 이번 경우는 국민의힘이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 2일 국민의당 '국민압박면접' 中

안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후보 당선은 '간판 교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은 '적폐 교대'라면서 자신만이 '시대 교체'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자신이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이른바 '역단일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심상정·안철수…'단일화'의 역사

'단일화는 없다'는 두 사람을 향해 '그래도'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건, 과거에도 결국 선거 막판에 가서는 단일화에 합의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심 후보는 끝까지 완주 의지를 보이다 투표 사흘 전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사퇴했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선후보 등록 마지막 날 진보정의당의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2012년에는 치열한 협상 끝에 투표를 불과 3주가량 남기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했습니다.

이후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안 후보가 나서는 큰 선거 때마다 '단일화 협상'이 마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 전망입니다.

먼저 심 후보의 경우 정의당에 따라 붙은 '민주당 2중대'라는 '낙인'을 지우는 것이 중요 과제입니다. '진보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계속 흔들리면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숙원이던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 행보에 협조하면서 '민주당 2중대냐'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21대 총선 결과마저 기대 이하였고, 당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는 "대형마트에 입점해 생존하는 선거 전략이 본질적 문제"라는 '훈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도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택한다면, '대형마트(거대 정당)에 입점해…'라는 말이 또 나올 수 있습니다.

안 후보의 경우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위상 회복이 절실한 과제입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이끌며 무려 38석을 차지했던 안 후보는,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개인 지지율도,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21.4%였던 것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0% 안팎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그간 한국 정치에서 숱하게 명멸해간 '제3지대 후보'의 전철을 밟을 수도, '대표 중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선택지인 이유입니다.


■ "막판에는 양자 대결…단일화 압력 거셀 것"

물론, 막판에는 결국 단일화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단일화 압력'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은 벌써부터 치열한 '진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 막판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면 '너만 포기하면 우리 진영이…', '저쪽 후보가 당선되면 네 책임'이라는 압력이 빗발칠 수 있습니다. 심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단일화를 선택했던 제18대 대선의 구도가 이랬습니다.

KBS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의 '가상 4자 대결' 구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단순 산술적인 계산일 뿐이지만, (이재명+심상정)으로는 국민의힘 후보를 넉넉하게 이길 수 있고, (윤석열 혹은 홍준표+안철수)로는 민주당 후보를 앞지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서울 종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 임박해 지방선거 '선거 연대'를 고리로 심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다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광역단체장 후보 한 곳이라도 정의당에게 양보한다면, 바로 거절은 힘들 거라는 게 일반적 예상입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심 후보는 이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대신 '단일화를 할 수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안 후보에게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단일 후보' 혹은 국민의힘 대선 승리 시 '실세 국무총리'와 같은 제안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가정이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실제 거론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장 홍준표 후보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단일화를 언급했습니다.

안 후보는 '당선이 목표'라거나 '내가 정권교체 적임자'라는 식으로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아직 없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까지는 120여 일, 넉 달가량 남았습니다. 선거 구도는 몇 번쯤 흔들릴 겁니다. 그간 단일화는 항상 선거가 임박해 이뤄졌습니다. 두 사람이 완주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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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심상정·안철수 “완주”…‘단일화 압박’ 견딜까?
    • 입력 2021-11-03 17:25:43
    • 수정2021-11-26 10:37:30
    여심야심

■ "단일화 생각 있으신가요?"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위치에 따라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질문도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단일화 생각 있으신가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다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뜻일 것입니다. 반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소수 정당' 후보에게 이 질문은 '중도에 포기할 생각 있느냐'는 물음과 같습니다.

잔인한 질문입니다. 특히나 '대선 도전'의 굳은 결심을 밝히는 자리에서는, 질문하는 사람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대선 구도의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가는 곳마다 이 질문이 따라다닙니다.

■ "끝까지 3자 대결"…"당선이 목적"

일단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단일화에는 확고하게 고개를 내젓습니다. '단일화는 없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저 심상정이 있는 이번 대선은 최소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입니다. 심상정으로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 3일 기자간담회 中

심 후보는 특히 단호합니다. 3일 기자들이 또 단일화 여부를 묻자 "마지막으로 대답하겠다"면서 "자신 없는 분들은 링에서 내려가야 한다. 심상정으로 정권교체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거에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 한 적 있는데 지금은 왜 달라졌느냐, 그것은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이라는 개혁 세력은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진보 연대' 혹은 '야권 연대'라는 식의 이름으로 단일화를 했었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가치에 기반한 연대'가 어렵다는 선언으로도 읽힙니다.

"당선이 목적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1대1로 붙어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단일화) 압력을 받겠습니까? 이번 경우는 국민의힘이 압력을 받을 것입니다."
- 2일 국민의당 '국민압박면접' 中

안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후보 당선은 '간판 교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은 '적폐 교대'라면서 자신만이 '시대 교체'의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자신이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이른바 '역단일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심상정·안철수…'단일화'의 역사

'단일화는 없다'는 두 사람을 향해 '그래도'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건, 과거에도 결국 선거 막판에 가서는 단일화에 합의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심 후보는 끝까지 완주 의지를 보이다 투표 사흘 전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사퇴했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대선후보 등록 마지막 날 진보정의당의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2012년에는 치열한 협상 끝에 투표를 불과 3주가량 남기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했습니다.

이후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안 후보가 나서는 큰 선거 때마다 '단일화 협상'이 마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 전망입니다.

먼저 심 후보의 경우 정의당에 따라 붙은 '민주당 2중대'라는 '낙인'을 지우는 것이 중요 과제입니다. '진보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계속 흔들리면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숙원이던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 행보에 협조하면서 '민주당 2중대냐'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21대 총선 결과마저 기대 이하였고, 당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는 "대형마트에 입점해 생존하는 선거 전략이 본질적 문제"라는 '훈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도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택한다면, '대형마트(거대 정당)에 입점해…'라는 말이 또 나올 수 있습니다.

안 후보의 경우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위상 회복이 절실한 과제입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이끌며 무려 38석을 차지했던 안 후보는,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개인 지지율도,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21.4%였던 것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0% 안팎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그간 한국 정치에서 숱하게 명멸해간 '제3지대 후보'의 전철을 밟을 수도, '대표 중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선택지인 이유입니다.


■ "막판에는 양자 대결…단일화 압력 거셀 것"

물론, 막판에는 결국 단일화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단일화 압력'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은 벌써부터 치열한 '진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 막판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면 '너만 포기하면 우리 진영이…', '저쪽 후보가 당선되면 네 책임'이라는 압력이 빗발칠 수 있습니다. 심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단일화를 선택했던 제18대 대선의 구도가 이랬습니다.

KBS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의 '가상 4자 대결' 구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단순 산술적인 계산일 뿐이지만, (이재명+심상정)으로는 국민의힘 후보를 넉넉하게 이길 수 있고, (윤석열 혹은 홍준표+안철수)로는 민주당 후보를 앞지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서울 종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 임박해 지방선거 '선거 연대'를 고리로 심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다면,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광역단체장 후보 한 곳이라도 정의당에게 양보한다면, 바로 거절은 힘들 거라는 게 일반적 예상입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심 후보는 이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대신 '단일화를 할 수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안 후보에게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단일 후보' 혹은 국민의힘 대선 승리 시 '실세 국무총리'와 같은 제안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가정이지만, 국민의힘 측에서 실제 거론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장 홍준표 후보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단일화를 언급했습니다.

안 후보는 '당선이 목표'라거나 '내가 정권교체 적임자'라는 식으로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는 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아직 없었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까지는 120여 일, 넉 달가량 남았습니다. 선거 구도는 몇 번쯤 흔들릴 겁니다. 그간 단일화는 항상 선거가 임박해 이뤄졌습니다. 두 사람이 완주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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