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코로나19 속 끝없는 쓰레기…“이대로는 안돼”

입력 2021.11.03 (21:45) 수정 2021.11.0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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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방 안에 플라스틱 음식 용기와 생수병이 가득합니다.

쌓아 보니까 방 입구가 꽉 막힐 정도입니다.

태국의 한 예술가가 코로나19로 자가격리하는 동안 모인 쓰레기를 찍어 본 사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도 이건 남 일이 아닙니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택배상자 같은 종이 폐기물은 24%, 플라스틱 쓰레기는 18%가 늘었습니다.

하나 둘씩 쌓이는 쓰레기 보면 '지구에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이래도 되나' 싶은 분들도 있으시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자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KBS는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생활 쓰레기 문제에 팔을 걷고 나선 시민들의 노력을 집중 취재했는데요.

먼저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실험에 나선 광주 동구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양념이 묻은 비닐봉지를 다시 쓰기 위해 물에 헹구고, 김 포장지에서 나온 플라스틱 용기는 반찬통으로 활용합니다.

쓰레기가 얼마나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틈틈이 무게도 잽니다.

["1400그램."]

이렇게 황경숙 씨는 한 달 만에 쓰레기 배출량을 30% 줄였습니다.

[황경숙/광주시 산수동 : "음식물들은 그냥 말려가지고 쓰레기의 양도 줄이고 부피도 줄이고, 무게도 줄이고… 제 나름대로는 그렇게 하고 있고요."]

광주 산수동 주민 백 가구가 100일 동안 습관을 바꿔 보자며 쓰레기 감량 실험을 시작한 건 8월.

포장이 너무 많이 된 제품은 사지 않고, 식당에서 주는 일회용품 대신 집에서 그릇을 가져가 음식을 담아 오고, 불편함도 잠시, '쓰레기 다이어트'는 금방 습관이 됐습니다.

[안수호/광주시 산수동 : "저의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두 전해져서 좋은 문화를 형성하게 되면 앞으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하게 될 날이 올 거 같아요."]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 달 만에 쓰레기 배출량이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특히 일반 쓰레기의 배출량이 30% 가까이 줄어들면서, 전체 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원순환형 모델'에 가까워졌습니다.

[최지현/광주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한 달, 두 달, 석 달 하다 보면 습관화가 되고 이런 습관화를 통해서 연결된 성과가 이 지역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 다른 지역까지도 확산될 수 있는 그런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산수동 주민들의 쓰레기 감량 실험은 앞으로 동구 전체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열풍…성공 조건은?

[기자]

이렇게 주민들이 실천한 '쓰레기 감량 실험' 같은 움직임을 일컫는 용어가 있죠.

바로 '제로 웨이스트' 입니다.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 즉 '0'에 가깝도록 만들자는 운동인데요.

용어가 등장한 지는 20년이 됐는데요.

최근의 '탄소 중립' 움직임,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이른바 '쓰레기 팬데믹' 위기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도 학교·카페·시장 등에서 제로 웨이스트 열풍이 한창인데요.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동참,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어서 민소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려진 양말로 정성스럽게 컵받침을 만듭니다.

신문지를 이용해 종이봉투도 제작합니다.

학교에서부터 쓰레기를 없애겠다는 '제로 웨이스트' 선언을 한 학생들입니다.

[김지윤/학생 : "신문지를 버리기만 하고 안 쓰고 그랬었는데, 친환경적으로 종이백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조금 놀랍고 신기했었어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빌려 주는 카페와, 쉽게 분해되는 비닐봉투를 쓰기로 한 전통시장까지.

2018년 재활용품 수거 대란과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급증 문제 등으로 심각성을 느낀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세형/협동조합이공 대표/제로 웨이스트 카페 운영 : "2018,19년 넘어가면서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소비부터 바꿔보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습관부터 들여보자."]

그러나 시민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상품에서부터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한계는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ESG 경영'과 '윤리적 소비' 흐름에 발맞춘 기업의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최지현/광주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쓰레기들이 이미 생산단계에서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책임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업과 시민들의 실천에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주고, 탄소 중립에 반하는 행위에는 규제라는 '채찍'을 가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을 만들수록 시장에서 불리해져서 그런 제품들이 축출될 수 있는 규제를 (정부가) 잘 정비를 해줘야 되겠죠."]

유명인에서부터 지역사회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한순간의 유행으로만 소비되고 끝나지 않으려면 사회 전반의 동참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민소운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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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코로나19 속 끝없는 쓰레기…“이대로는 안돼”
    • 입력 2021-11-03 21:45:33
    • 수정2021-11-04 04:24:31
    뉴스9(광주)
[기자]

방 안에 플라스틱 음식 용기와 생수병이 가득합니다.

쌓아 보니까 방 입구가 꽉 막힐 정도입니다.

태국의 한 예술가가 코로나19로 자가격리하는 동안 모인 쓰레기를 찍어 본 사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도 이건 남 일이 아닙니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택배상자 같은 종이 폐기물은 24%, 플라스틱 쓰레기는 18%가 늘었습니다.

하나 둘씩 쌓이는 쓰레기 보면 '지구에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이래도 되나' 싶은 분들도 있으시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자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KBS는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생활 쓰레기 문제에 팔을 걷고 나선 시민들의 노력을 집중 취재했는데요.

먼저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알아보는 실험에 나선 광주 동구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양념이 묻은 비닐봉지를 다시 쓰기 위해 물에 헹구고, 김 포장지에서 나온 플라스틱 용기는 반찬통으로 활용합니다.

쓰레기가 얼마나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틈틈이 무게도 잽니다.

["1400그램."]

이렇게 황경숙 씨는 한 달 만에 쓰레기 배출량을 30% 줄였습니다.

[황경숙/광주시 산수동 : "음식물들은 그냥 말려가지고 쓰레기의 양도 줄이고 부피도 줄이고, 무게도 줄이고… 제 나름대로는 그렇게 하고 있고요."]

광주 산수동 주민 백 가구가 100일 동안 습관을 바꿔 보자며 쓰레기 감량 실험을 시작한 건 8월.

포장이 너무 많이 된 제품은 사지 않고, 식당에서 주는 일회용품 대신 집에서 그릇을 가져가 음식을 담아 오고, 불편함도 잠시, '쓰레기 다이어트'는 금방 습관이 됐습니다.

[안수호/광주시 산수동 : "저의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두 전해져서 좋은 문화를 형성하게 되면 앞으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하게 될 날이 올 거 같아요."]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 달 만에 쓰레기 배출량이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특히 일반 쓰레기의 배출량이 30% 가까이 줄어들면서, 전체 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원순환형 모델'에 가까워졌습니다.

[최지현/광주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한 달, 두 달, 석 달 하다 보면 습관화가 되고 이런 습관화를 통해서 연결된 성과가 이 지역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 다른 지역까지도 확산될 수 있는 그런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산수동 주민들의 쓰레기 감량 실험은 앞으로 동구 전체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열풍…성공 조건은?

[기자]

이렇게 주민들이 실천한 '쓰레기 감량 실험' 같은 움직임을 일컫는 용어가 있죠.

바로 '제로 웨이스트' 입니다.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 즉 '0'에 가깝도록 만들자는 운동인데요.

용어가 등장한 지는 20년이 됐는데요.

최근의 '탄소 중립' 움직임,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이른바 '쓰레기 팬데믹' 위기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도 학교·카페·시장 등에서 제로 웨이스트 열풍이 한창인데요.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상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동참,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어서 민소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버려진 양말로 정성스럽게 컵받침을 만듭니다.

신문지를 이용해 종이봉투도 제작합니다.

학교에서부터 쓰레기를 없애겠다는 '제로 웨이스트' 선언을 한 학생들입니다.

[김지윤/학생 : "신문지를 버리기만 하고 안 쓰고 그랬었는데, 친환경적으로 종이백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조금 놀랍고 신기했었어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빌려 주는 카페와, 쉽게 분해되는 비닐봉투를 쓰기로 한 전통시장까지.

2018년 재활용품 수거 대란과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급증 문제 등으로 심각성을 느낀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세형/협동조합이공 대표/제로 웨이스트 카페 운영 : "2018,19년 넘어가면서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소비부터 바꿔보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습관부터 들여보자."]

그러나 시민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상품에서부터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한계는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ESG 경영'과 '윤리적 소비' 흐름에 발맞춘 기업의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최지현/광주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쓰레기들이 이미 생산단계에서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책임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업과 시민들의 실천에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주고, 탄소 중립에 반하는 행위에는 규제라는 '채찍'을 가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을 만들수록 시장에서 불리해져서 그런 제품들이 축출될 수 있는 규제를 (정부가) 잘 정비를 해줘야 되겠죠."]

유명인에서부터 지역사회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한순간의 유행으로만 소비되고 끝나지 않으려면 사회 전반의 동참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민소운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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