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된 대장동 공모지침서…배임 혐의 단서?

입력 2021.11.04 (06:01) 수정 2021.11.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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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와 5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씨 등 4인방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화천대유 등에 유리하게 작성하도록 한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공모지침서에 모순되는 내용이 담긴 점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1공단 공원조성 재원을 ‘공사의 개발이익’과 ‘사업비’라는 상충된 곳에서 끌어온다는 내용이 공모지침서에 기재된 겁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4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4

■ 1공단 공원조성 재원을 두고 '자아분열'한 공모지침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13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하면서 공모지침서를 게시했습니다. 공모지침서 11조 3항은 "제1공단 공원조성 재원으로 공사의 개발이익을 활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 중 36쪽에 기재된 사업이익 배분 항목을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이라고 적은 겁니다. 같은 공모지침서 안에 상충하는 내용을 기재한 겁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6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6

■ 실마리는 투자심의회 회의록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아 분열한 이유, 그 실마리는 2015년 1월 26일 열린 제1회 투자심의회 토의심의 진행 회의록을 보면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현철 위원이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에 50% 이상을 출자했는데, 사업 수익도 50% 이상을 받느냐"고 묻자, 김민걸 간사가 "그렇다"며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답한 겁니다. 공모를 불과 보름 정도 앞둔 2015년 1월 말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의도는 사업 수익의 50% 이상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원 이현철: 질문 있습니다. PFV에 아까 50%이상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사업의 수익도 50%이상을 받는 건가요?
○간사 김민걸: 네 그렇습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2015년 1월 26일 제1회 투자심의회 토의심의 진행 회의록 中

■ 11조 3항 대로라면 공사 예상수익은?

다시 공모지침서 11조 3항으로 돌아가 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초 '개발이익'을 활용해 1공단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적시했습니다. 따라서 공사가 예상한 '개발이익'은 최소한 1공단 공원 조성비용을 상회해야 합니다. 1공단 공원 조성비용은 공모지침서 36쪽에 기재한 2,561억 원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사업협약으로 확정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수익 1,822억 원보다 큽니다. 같은 공모지침서 안에서 1공단 공원 조성 재원을 두고 상충하는 내용이 발견되고, 공사가 예상한 개발이익이 공사가 받은 확정수익보다 컸다고 추론할 수 있다면 공모지침서가 뭔가 급박한 이유 때문에 수정됐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정영학 회계사가 요구한 7대 요건

검찰이 김만배 씨 등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정영학 회계사가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요구한 7대 요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은 이 7대 요건을 반영하기 위해 공모지침서가 수정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대 요건을 풀어서 얘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건설업자를 배제할 것
2. 대표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트리플A)를 요구할 것
3.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은 7천억 원을 넘길 것
4. 사업비 조달비용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수준을 요구할 것
5. 공사는 추가 이익 분배 요구를 하지 않을 것
6.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
7.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은 자산관리회사로 할 것

■ 공모지침서에 어떻게 반영됐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9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9

1. 건설업자를 배제할 것

공모지침서 18조 2항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합니다. 해당 조항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침에도 부합합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

2. 대표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트리플A)를 요구할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대표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트리플A 이상일 때 만점인 30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원리금 지급능력이 최상급임"을 뜻하는 트리플A는 어느 정도 금융기관이 받는지 찾아봤습니다. 대장동 사업계획서 접수가 마무리된 2015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한국신용평가가 공시한 회사채 등급 트리플A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정도입니다. 한국은행이 소개하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만 90여 개가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대표사인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산업은행은 트리플A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메리츠 컨소시엄의 대표사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더블에이 마이너스(AA-)를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5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5

3.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은 7천억 원을 넘길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 실적이 7천억 원 이상이거나 대출 실적이 1천5백억 원 이상일 때 만점인 70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하나은행은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8,9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1,5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서울종로구청진이삼지구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7,7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5,0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서초동꽃마을복합시설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5,2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1,1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

4. 사업비 조달비용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수준을 요구할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사업비 조달비용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 가산금리, 수수료 등을 더해 실효 이자율(All-In Cost)로 2.5% 이하일 때 70점 만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산업은행은 공모 공고일인 2015년 2월 13일 기준 CD금리 2.12%에 가산금리 0.77%, 기타금융수수료 0.6%를 모두 더해 3.49%의 실효 이자율을 제시해 만점을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과감하게 가산금리를 포기합니다. 표면이자율 2.1%에 각종 수수료만 더해 2.495%로 만점 기준에 턱걸이했습니다.

성남의뜰 사업계획서 p.70성남의뜰 사업계획서 p.70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여기서 묘수를 씁니다. 하나은행 등 금융 참여사가 CD금리 2.12%에 가산금리로 2.58%를 더 받아가도록 설계했는데도 만점 기준을 충족하는 2.49%에 맞춘 겁니다. 출자자가 직접 사용하기로 한 부지 5곳(A1, A2, A12, A13, B3)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지 5곳에 대한 분양대금 5,600억 원을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출자자 선수금으로 잡고, 금융 참여사가 제공하는 이자율 4.7%(CD금리+가산금리)의 3,400억 원과 가중평균해 2.49%를 맞춘 겁니다. 실제 해당 분양대금을 끌어오기 위해 화천대유가 최대 25%의 고금리를 지급했지만,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인 성남의뜰과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는 별개 법인격에 회계상으로도 분리돼 있어 가능했습니다. 취재진이 자문을 구한 복수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5. 공사는 추가 이익 분배 요구를 하지 않을 것

7대 요건 중 핵심은 공사의 수익을 제한한 겁니다.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공사의 이익을 교묘하게 제한합니다. 1차 이익 배분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이라고 적고, 2차 이익 배분에서는 "임대주택용지 제공"으로만 기재합니다. 무슨 뜻인지 언뜻 봐서는 이해가 어려운데요.

성남도시개발공사 2015년 2월 28일 질의응답 p.10성남도시개발공사 2015년 2월 28일 질의응답 p.10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2월 28일 게시한 질의응답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추가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공하는 개발이익 배당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맞는지요?"라는 질의내용에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합니다"고 답합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7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7

6.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

4번 사업비 조달비용 요건에서 잠깐 언급했던 부지 5곳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도 공모지침서에 숨어 있습니다. 공모지침서 6조는 "분양택지는 건축물 분양을 원칙"으로 하지만, "택지분양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7.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은 자산관리회사로 할 것

자산관리회사(AMC)가 설립돼 있을 때 20점 만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사건 초기부터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화천대유가 바로 자산관리회사입니다.

■ '11조 3항'은 배임 혐의의 단서?

이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투자심의 회의록과 공모지침서, 질의응답,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등을 비교해보면, 검찰이 의심하는대로 정영학 회계사가 제안했다는 7가지 요건이 모두 반영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도 모순된 채로 남아있는 '11조 3항'은 당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율대로 배당수익을 받는 걸 예상했고, 이후 급박하게 변경됐다는 걸 시사하는 주요 단서입니다. 검찰도 대장동 4인방에게 적용한 배임 혐의의 단서 중 하나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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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순된 대장동 공모지침서…배임 혐의 단서?
    • 입력 2021-11-04 06:01:16
    • 수정2021-11-04 08:13:24
    취재K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와 5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씨 등 4인방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화천대유 등에 유리하게 작성하도록 한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공모지침서에 모순되는 내용이 담긴 점을 검찰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1공단 공원조성 재원을 ‘공사의 개발이익’과 ‘사업비’라는 상충된 곳에서 끌어온다는 내용이 공모지침서에 기재된 겁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4
■ 1공단 공원조성 재원을 두고 '자아분열'한 공모지침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13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하면서 공모지침서를 게시했습니다. 공모지침서 11조 3항은 "제1공단 공원조성 재원으로 공사의 개발이익을 활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 중 36쪽에 기재된 사업이익 배분 항목을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이라고 적은 겁니다. 같은 공모지침서 안에 상충하는 내용을 기재한 겁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6
■ 실마리는 투자심의회 회의록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아 분열한 이유, 그 실마리는 2015년 1월 26일 열린 제1회 투자심의회 토의심의 진행 회의록을 보면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현철 위원이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에 50% 이상을 출자했는데, 사업 수익도 50% 이상을 받느냐"고 묻자, 김민걸 간사가 "그렇다"며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답한 겁니다. 공모를 불과 보름 정도 앞둔 2015년 1월 말까지만 해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의도는 사업 수익의 50% 이상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원 이현철: 질문 있습니다. PFV에 아까 50%이상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사업의 수익도 50%이상을 받는 건가요?
○간사 김민걸: 네 그렇습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2015년 1월 26일 제1회 투자심의회 토의심의 진행 회의록 中

■ 11조 3항 대로라면 공사 예상수익은?

다시 공모지침서 11조 3항으로 돌아가 봅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초 '개발이익'을 활용해 1공단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적시했습니다. 따라서 공사가 예상한 '개발이익'은 최소한 1공단 공원 조성비용을 상회해야 합니다. 1공단 공원 조성비용은 공모지침서 36쪽에 기재한 2,561억 원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사업협약으로 확정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수익 1,822억 원보다 큽니다. 같은 공모지침서 안에서 1공단 공원 조성 재원을 두고 상충하는 내용이 발견되고, 공사가 예상한 개발이익이 공사가 받은 확정수익보다 컸다고 추론할 수 있다면 공모지침서가 뭔가 급박한 이유 때문에 수정됐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 정영학 회계사가 요구한 7대 요건

검찰이 김만배 씨 등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정영학 회계사가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서 요구한 7대 요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은 이 7대 요건을 반영하기 위해 공모지침서가 수정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대 요건을 풀어서 얘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건설업자를 배제할 것
2. 대표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트리플A)를 요구할 것
3.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은 7천억 원을 넘길 것
4. 사업비 조달비용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수준을 요구할 것
5. 공사는 추가 이익 분배 요구를 하지 않을 것
6.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
7.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은 자산관리회사로 할 것

■ 공모지침서에 어떻게 반영됐나?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19
1. 건설업자를 배제할 것

공모지침서 18조 2항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합니다. 해당 조항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침에도 부합합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
2. 대표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트리플A)를 요구할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대표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트리플A 이상일 때 만점인 30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원리금 지급능력이 최상급임"을 뜻하는 트리플A는 어느 정도 금융기관이 받는지 찾아봤습니다. 대장동 사업계획서 접수가 마무리된 2015년 3월 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한국신용평가가 공시한 회사채 등급 트리플A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정도입니다. 한국은행이 소개하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만 90여 개가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대표사인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산업은행은 트리플A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메리츠 컨소시엄의 대표사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더블에이 마이너스(AA-)를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5
3.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은 7천억 원을 넘길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대표사의 부동산프로젝트 금융주간 실적이 7천억 원 이상이거나 대출 실적이 1천5백억 원 이상일 때 만점인 70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하나은행은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8,9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1,5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서울종로구청진이삼지구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7,7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5,0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서초동꽃마을복합시설 개발사업에서 대출주간 5,200억 원에 대출한도 약정 1,100억 원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33
4. 사업비 조달비용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수준을 요구할 것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사업비 조달비용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 가산금리, 수수료 등을 더해 실효 이자율(All-In Cost)로 2.5% 이하일 때 70점 만점을 받도록 했습니다.

실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컨소시엄 3곳 중 산업은행은 공모 공고일인 2015년 2월 13일 기준 CD금리 2.12%에 가산금리 0.77%, 기타금융수수료 0.6%를 모두 더해 3.49%의 실효 이자율을 제시해 만점을 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과감하게 가산금리를 포기합니다. 표면이자율 2.1%에 각종 수수료만 더해 2.495%로 만점 기준에 턱걸이했습니다.

성남의뜰 사업계획서 p.70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여기서 묘수를 씁니다. 하나은행 등 금융 참여사가 CD금리 2.12%에 가산금리로 2.58%를 더 받아가도록 설계했는데도 만점 기준을 충족하는 2.49%에 맞춘 겁니다. 출자자가 직접 사용하기로 한 부지 5곳(A1, A2, A12, A13, B3)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지 5곳에 대한 분양대금 5,600억 원을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출자자 선수금으로 잡고, 금융 참여사가 제공하는 이자율 4.7%(CD금리+가산금리)의 3,400억 원과 가중평균해 2.49%를 맞춘 겁니다. 실제 해당 분양대금을 끌어오기 위해 화천대유가 최대 25%의 고금리를 지급했지만,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인 성남의뜰과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는 별개 법인격에 회계상으로도 분리돼 있어 가능했습니다. 취재진이 자문을 구한 복수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5. 공사는 추가 이익 분배 요구를 하지 않을 것

7대 요건 중 핵심은 공사의 수익을 제한한 겁니다. 공모지침서는 29조 사업계획서 평가방법에서 공사의 이익을 교묘하게 제한합니다. 1차 이익 배분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공단 공원조성비 전액 사업비로 부담"이라고 적고, 2차 이익 배분에서는 "임대주택용지 제공"으로만 기재합니다. 무슨 뜻인지 언뜻 봐서는 이해가 어려운데요.

성남도시개발공사 2015년 2월 28일 질의응답 p.10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2월 28일 게시한 질의응답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추가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공하는 개발이익 배당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맞는지요?"라는 질의내용에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합니다"고 답합니다.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p.7
6.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

4번 사업비 조달비용 요건에서 잠깐 언급했던 부지 5곳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근거도 공모지침서에 숨어 있습니다. 공모지침서 6조는 "분양택지는 건축물 분양을 원칙"으로 하지만, "택지분양을 제안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7.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은 자산관리회사로 할 것

자산관리회사(AMC)가 설립돼 있을 때 20점 만점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사건 초기부터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화천대유가 바로 자산관리회사입니다.

■ '11조 3항'은 배임 혐의의 단서?

이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투자심의 회의록과 공모지침서, 질의응답,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등을 비교해보면, 검찰이 의심하는대로 정영학 회계사가 제안했다는 7가지 요건이 모두 반영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도 모순된 채로 남아있는 '11조 3항'은 당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율대로 배당수익을 받는 걸 예상했고, 이후 급박하게 변경됐다는 걸 시사하는 주요 단서입니다. 검찰도 대장동 4인방에게 적용한 배임 혐의의 단서 중 하나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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