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내고 스페인 여행 간 공무원…저녁 비행기 타러 ‘무단 퇴근’도

입력 2021.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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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청.대전 동구청.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근무시간 중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육아휴직 중에 자녀 떼놓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

일반 직장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한 이들은 '대전광역시 동구 소속 공무원'들입니다.

최근 대전시 종합감사에서 이처럼 복무규정을 위반한 채 해외여행을 떠난 대전시 동구 소속 공무원이 16명이나 적발됐습니다.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건데, 이들 대부분이 징계조차 받지 않거나 징계를 받더라도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이나 '불문'에 그쳤습니다.


■ 병가 내고 스페인 해외여행

대전 동구 OO과 소속 공무원 A 씨. 지난 2019년 6월, 단 1회의 병원 진료만으로 '상세 불명의 신체형 장애 및 불안 장애 병명'의 진단서로 20일의 병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전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에서 A 씨가 병가 기간에 10일 동안 친구와 함께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A 씨는 "병가를 얻고 휴식을 취하다 연락된 친구와 갑자기 스페인 국외여행을 떠났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감사반이 A 씨의 항공권을 조사해봤더니 병가보다 두 달 앞서 항공권을 예약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공무원 A 씨가 거짓 진술까지 했으며, 여행 중 별도의 병원진료나 치료도 받지 않았고, 또 이로 인해 공무원 보수 44만 4,680원을 부당 수령해 공직기강을 저해했다고 결론 냈습니다.


■ 저녁 비행기 타려고 '무단 퇴근'

또 다른 동구 공무원 B 씨는 2018년 4월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B 씨의 출국 시간은 저녁 7시 10분. 대전에서 공항까지 거리를 비롯해 출국 수속 시간까지 고려하면 휴가나 '반 차'를 내고 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부서장 승인은커녕 근무상황부에도 적지 않은 채 오후 2시 무단으로 퇴근했습니다.

정시퇴근 시간인 오후 6시보다 4시간 먼저 퇴근해놓고 근무는 정상으로 한 것처럼 속인 겁니다.

심지어 B 씨가 무단 퇴근한 것이 이번 한 번뿐이 아닙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귀국할 때도 오전 근무 시간을 통째로 지각했고, 2019년 5월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찬가지로 오후 2시 무단 퇴근했습니다.

이처럼 세 차례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이탈'했지만, 모두 정상으로 근무했다고 인정받아 연차휴가 근로수당도 부당하게 받아냈습니다.


출국까지 '2시간 20분' 총알보다 빠른 공무원?

또, 대전시 동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C 씨는 2018년 5월 태국 '치앙마이 '로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C 씨는 인천공항에서 오후 6시 20분 출발하는 비행기 탑승권을 발권받았습니다. 그런데 C 씨의 근무기록에 남아있는 퇴근 시간은 오후 4시였습니다.

불과 2시간 20분 만에 근무지인 대전 동구 가양도서관 에서 인천공항까지 198km를 이동한 뒤 1시간 이상 필요한 출국 수속에 따른 절차까지 마쳤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설사 공항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주차장에서 건물까지 이동하고, 카운터 발권, 출국장 게이트 이동, 보안검색대 대기 심사, 출국심사, 탑승구 이동 등 절대 소요시간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7월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떠났을 땐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해 2시간 30분이나 지각했지만, 휴가처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C 씨도 마찬가지로 업무를 해야 할 근무시간에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감사결과를 받아야 했습니다.


■ 유급휴가 없는데 휴가 내고 해외여행?

대전시 동구 공무직 공무원 D 씨는 2019년 1월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공무원으로 입사한 지 채 1달이 되지 않은 상태라 유급휴가가 부여되지 않았고 당연히 휴가는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1월 31일 목요일'의 근무상황부에 휴가를 기재하지 않고 일을 한 것처럼 속입니다.

그러면서 한 달간 만근한 것처럼 속여서 발생한 하루 치의 유급휴가를 2월 1일 금요일에 사용합니다.

복무 규정상 1월 31일과 2월 1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휴가였지만 D 씨는 업무담당자와 팀장의 도움을 받아 불가능한 일을 해냈고,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 육아휴직 중 자녀 돌보지 않고 해외여행

이번엔 육아휴직 공무원 사례입니다. 감사대상 기간인 2018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대전 동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공무원 10명이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채 해외여행'을 떠났다며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현행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에서는 육아휴직의 목적 외 사용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의 취지에 맞도록 자녀를 돌보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이들 공무원은 휴직대상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채 해외여행 다녀오거나 해외에 체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더라도 자녀와 동반했다면 위반사례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이들 모두 자녀들은 인척이나 제3자에게 맡긴 채 해외여행을 즐겼고, 대전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에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 규정 위반 해외여행 16명.. 7명만 경징계?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대전 동구 종합감사를 지난 7월 진행하고 당사자들의 해명을 받은 뒤 지난 9월 대전 동구에 결과를 통보합니다.

해당 결과를 받은 동구는 적발된 공무원 16명 중 7명에게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 또는 '불문'의 징계를 내립니다. 사전에 정의된 ‘불문’은 ‘묻지 아니함’입니다. 공무원의 잘못을 묻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나머지 9명은 징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전 동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복무교육을 진행하고, 동구 감사실과 합동으로 부서별 복무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무단으로 퇴근한 다음 해외여행 떠나고,
연차휴가조차 없는데도 해외여행 즐기고.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 이랬다면 회사에서 어떤 처분이 내려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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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가 내고 스페인 여행 간 공무원…저녁 비행기 타러 ‘무단 퇴근’도
    • 입력 2021-11-04 07:00:24
    취재K
대전 동구청.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근무시간 중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육아휴직 중에 자녀 떼놓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

일반 직장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한 이들은 '대전광역시 동구 소속 공무원'들입니다.

최근 대전시 종합감사에서 이처럼 복무규정을 위반한 채 해외여행을 떠난 대전시 동구 소속 공무원이 16명이나 적발됐습니다.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건데, 이들 대부분이 징계조차 받지 않거나 징계를 받더라도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이나 '불문'에 그쳤습니다.


■ 병가 내고 스페인 해외여행

대전 동구 OO과 소속 공무원 A 씨. 지난 2019년 6월, 단 1회의 병원 진료만으로 '상세 불명의 신체형 장애 및 불안 장애 병명'의 진단서로 20일의 병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전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에서 A 씨가 병가 기간에 10일 동안 친구와 함께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A 씨는 "병가를 얻고 휴식을 취하다 연락된 친구와 갑자기 스페인 국외여행을 떠났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감사반이 A 씨의 항공권을 조사해봤더니 병가보다 두 달 앞서 항공권을 예약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공무원 A 씨가 거짓 진술까지 했으며, 여행 중 별도의 병원진료나 치료도 받지 않았고, 또 이로 인해 공무원 보수 44만 4,680원을 부당 수령해 공직기강을 저해했다고 결론 냈습니다.


■ 저녁 비행기 타려고 '무단 퇴근'

또 다른 동구 공무원 B 씨는 2018년 4월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B 씨의 출국 시간은 저녁 7시 10분. 대전에서 공항까지 거리를 비롯해 출국 수속 시간까지 고려하면 휴가나 '반 차'를 내고 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B 씨는 부서장 승인은커녕 근무상황부에도 적지 않은 채 오후 2시 무단으로 퇴근했습니다.

정시퇴근 시간인 오후 6시보다 4시간 먼저 퇴근해놓고 근무는 정상으로 한 것처럼 속인 겁니다.

심지어 B 씨가 무단 퇴근한 것이 이번 한 번뿐이 아닙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귀국할 때도 오전 근무 시간을 통째로 지각했고, 2019년 5월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떠날 때도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마찬가지로 오후 2시 무단 퇴근했습니다.

이처럼 세 차례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이탈'했지만, 모두 정상으로 근무했다고 인정받아 연차휴가 근로수당도 부당하게 받아냈습니다.


출국까지 '2시간 20분' 총알보다 빠른 공무원?

또, 대전시 동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C 씨는 2018년 5월 태국 '치앙마이 '로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C 씨는 인천공항에서 오후 6시 20분 출발하는 비행기 탑승권을 발권받았습니다. 그런데 C 씨의 근무기록에 남아있는 퇴근 시간은 오후 4시였습니다.

불과 2시간 20분 만에 근무지인 대전 동구 가양도서관 에서 인천공항까지 198km를 이동한 뒤 1시간 이상 필요한 출국 수속에 따른 절차까지 마쳤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설사 공항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주차장에서 건물까지 이동하고, 카운터 발권, 출국장 게이트 이동, 보안검색대 대기 심사, 출국심사, 탑승구 이동 등 절대 소요시간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7월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떠났을 땐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해 2시간 30분이나 지각했지만, 휴가처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C 씨도 마찬가지로 업무를 해야 할 근무시간에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감사결과를 받아야 했습니다.


■ 유급휴가 없는데 휴가 내고 해외여행?

대전시 동구 공무직 공무원 D 씨는 2019년 1월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공무원으로 입사한 지 채 1달이 되지 않은 상태라 유급휴가가 부여되지 않았고 당연히 휴가는 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1월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1월 31일 목요일'의 근무상황부에 휴가를 기재하지 않고 일을 한 것처럼 속입니다.

그러면서 한 달간 만근한 것처럼 속여서 발생한 하루 치의 유급휴가를 2월 1일 금요일에 사용합니다.

복무 규정상 1월 31일과 2월 1일 모두 사용할 수 없는 휴가였지만 D 씨는 업무담당자와 팀장의 도움을 받아 불가능한 일을 해냈고,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 육아휴직 중 자녀 돌보지 않고 해외여행

이번엔 육아휴직 공무원 사례입니다. 감사대상 기간인 2018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대전 동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공무원 10명이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채 해외여행'을 떠났다며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현행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에서는 육아휴직의 목적 외 사용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의 취지에 맞도록 자녀를 돌보도록 한 겁니다.

그런데 이들 공무원은 휴직대상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채 해외여행 다녀오거나 해외에 체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더라도 자녀와 동반했다면 위반사례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이들 모두 자녀들은 인척이나 제3자에게 맡긴 채 해외여행을 즐겼고, 대전시 감사위원회 종합감사에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 규정 위반 해외여행 16명.. 7명만 경징계?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대전 동구 종합감사를 지난 7월 진행하고 당사자들의 해명을 받은 뒤 지난 9월 대전 동구에 결과를 통보합니다.

해당 결과를 받은 동구는 적발된 공무원 16명 중 7명에게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 또는 '불문'의 징계를 내립니다. 사전에 정의된 ‘불문’은 ‘묻지 아니함’입니다. 공무원의 잘못을 묻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나머지 9명은 징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전 동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복무교육을 진행하고, 동구 감사실과 합동으로 부서별 복무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 다녀오고,
무단으로 퇴근한 다음 해외여행 떠나고,
연차휴가조차 없는데도 해외여행 즐기고.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 이랬다면 회사에서 어떤 처분이 내려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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