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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세계 3대 행사라더니…3일 만에 반짝 심사
입력 2021.11.04 (08:00) 탐사K
KBS 탐사보도부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국비 10억 원 이상 지출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행사를 심층취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현재 유치를 목표로 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국제행사 심사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를 위한 국내외 홍보 활동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유치단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 현장을 방문해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주관하는 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불립니다. 박람회는 '인정박람회'와 '등록박람회'로 나뉘는데, 앞서 우리나라 대전·여수에서 열린 박람회는 모두 '인정박람회'입니다. 만약 유치에 성공하게 되면 '등록박람회'로서는 부산이 국내 첫 개최지가 됩니다.

부산박람회 역시 '국제행사'인 만큼 당연하게도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습니다. 세계 3대 행사에 걸맞게 유치에 성공하면 조 단위 국비 투입이 확정적인데, 엄밀한 평가가 이뤄졌을까요?

KBS가 심사 당시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해봤습니다.

2020 두바이 엑스포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2020 두바이 엑스포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 입장 수익이 4만 5,000원?…'편익'보다 '비용' 더 크다

부산시는 당초 박람회 개최 시 총 사업비를 약 4조 4,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이를 위해 국비 1조 2,000억 원가량을 요청할 방침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이 '입장권 수입'입니다. 부산시는 박람회를 개최하면 입장료 수입으로만 약 1조 8,70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체 수입의 30%가 넘고, 박람회 자체 수입만 따지면 절반이 넘는 비중입니다.

구체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약 4,500만 명이 박람회장을 방문하고, 1인당 입장료는 4만 5,000 원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런데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람객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1인당 입장료는 만7,855원으로 부산시가 예상한 금액의 40% 수준에 머물렀던 겁니다. 그 결과 입장료 수입이 무려 1조 1천억 원 가까이 과다추정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부산박람회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개최 시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편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순현재가치(NPV)'는 무려 -9,341억 원이 나오고 ,'1'보다 클 때 타당성을 갖는 '비용편익 비율(BC ratio)' 도 0.5942에 그친다고 본 겁니다.


■ 단 3번의 심사로 통과된 부산박람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2017년 2월과 7월, 2018년 4월까지 모두 3번 열렸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매회 심사 시간은 2시간가량입니다. 그런데 심사가 열릴 때마다 여러 건의 다른 행사도 함께 심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특히 2017년 7월의 경우, 사후평가까지 겹치면서 이날 2시간 동안 안건으로 오른 심사만 무려 18개에 달했습니다. 산술적으로 1개 행사를 살펴볼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습니다.

명색이 '세계 3대 행사'에 국고요청액만 1조 원을 훌쩍 넘겼음에도 심사는 다른 국제행사와 동일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도 행사가 행사인만큼 그 안에서 보다 엄밀한 평가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KBS 취재진은 당시 심사에 참가했던 민간 위원 8명 가운데 5명을 접촉해 당시 심사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부산박람회가 안건으로 올라온 사실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2인은 안건으로 올라온 사실은 기억하지만, 행사에 관한 별다른 특이사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제행사의 타당성 조사 기간은 통상 4개월이나, 부산박람회는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행사임을 고려해 1년 넘게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 분석' 결과는 낮게 나왔지만, 필요성이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장밋빛 전망'은 어디 가고…'빚'만 남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앞서 2012년 국내에서 열렸던 여수세계박람회. 관람객 8백만 명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경제성'만 놓고 봤을 때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입장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특히 부지 매각 등 사후 활용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면서 행사가 끝난 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 3천6백억 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 임대 수익 등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운영 자금조차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2012 여수세계박람회장

어떤 행사도 '실패'를 목표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계획과 냉정한 평가가 없다면 언제든 실패할 위험은 상존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산박람회 역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수의 선례를 따를 위험도 충분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오늘(4일) 밤 <뉴스9> 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촬영기자 : 박준영, 박상욱 / 인포그래픽 : 김현수)
  • [탐사K] 세계 3대 행사라더니…3일 만에 반짝 심사
    • 입력 2021-11-04 08:00:49
    탐사K
KBS 탐사보도부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국비 10억 원 이상 지출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행사를 심층취재하고 있습니다.<br /><br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현재 유치를 목표로 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국제행사 심사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를 위한 국내외 홍보 활동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유치단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 현장을 방문해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주관하는 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로 불립니다. 박람회는 '인정박람회'와 '등록박람회'로 나뉘는데, 앞서 우리나라 대전·여수에서 열린 박람회는 모두 '인정박람회'입니다. 만약 유치에 성공하게 되면 '등록박람회'로서는 부산이 국내 첫 개최지가 됩니다.

부산박람회 역시 '국제행사'인 만큼 당연하게도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습니다. 세계 3대 행사에 걸맞게 유치에 성공하면 조 단위 국비 투입이 확정적인데, 엄밀한 평가가 이뤄졌을까요?

KBS가 심사 당시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해봤습니다.

2020 두바이 엑스포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2020 두바이 엑스포 현장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 입장 수익이 4만 5,000원?…'편익'보다 '비용' 더 크다

부산시는 당초 박람회 개최 시 총 사업비를 약 4조 4,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이를 위해 국비 1조 2,000억 원가량을 요청할 방침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항목이 '입장권 수입'입니다. 부산시는 박람회를 개최하면 입장료 수입으로만 약 1조 8,700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체 수입의 30%가 넘고, 박람회 자체 수입만 따지면 절반이 넘는 비중입니다.

구체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약 4,500만 명이 박람회장을 방문하고, 1인당 입장료는 4만 5,000 원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런데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관람객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1인당 입장료는 만7,855원으로 부산시가 예상한 금액의 40% 수준에 머물렀던 겁니다. 그 결과 입장료 수입이 무려 1조 1천억 원 가까이 과다추정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부산박람회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개최 시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편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순현재가치(NPV)'는 무려 -9,341억 원이 나오고 ,'1'보다 클 때 타당성을 갖는 '비용편익 비율(BC ratio)' 도 0.5942에 그친다고 본 겁니다.


■ 단 3번의 심사로 통과된 부산박람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2017년 2월과 7월, 2018년 4월까지 모두 3번 열렸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매회 심사 시간은 2시간가량입니다. 그런데 심사가 열릴 때마다 여러 건의 다른 행사도 함께 심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특히 2017년 7월의 경우, 사후평가까지 겹치면서 이날 2시간 동안 안건으로 오른 심사만 무려 18개에 달했습니다. 산술적으로 1개 행사를 살펴볼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습니다.

명색이 '세계 3대 행사'에 국고요청액만 1조 원을 훌쩍 넘겼음에도 심사는 다른 국제행사와 동일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도 행사가 행사인만큼 그 안에서 보다 엄밀한 평가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KBS 취재진은 당시 심사에 참가했던 민간 위원 8명 가운데 5명을 접촉해 당시 심사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부산박람회가 안건으로 올라온 사실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2인은 안건으로 올라온 사실은 기억하지만, 행사에 관한 별다른 특이사항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제행사의 타당성 조사 기간은 통상 4개월이나, 부산박람회는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행사임을 고려해 1년 넘게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 분석' 결과는 낮게 나왔지만, 필요성이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장밋빛 전망'은 어디 가고…'빚'만 남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앞서 2012년 국내에서 열렸던 여수세계박람회. 관람객 8백만 명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경제성'만 놓고 봤을 때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입장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특히 부지 매각 등 사후 활용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면서 행사가 끝난 뒤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 3천6백억 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 임대 수익 등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운영 자금조차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2012 여수세계박람회장

어떤 행사도 '실패'를 목표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계획과 냉정한 평가가 없다면 언제든 실패할 위험은 상존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산박람회 역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수의 선례를 따를 위험도 충분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오늘(4일) 밤 <뉴스9> 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촬영기자 : 박준영, 박상욱 /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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