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의 두 ‘위드 코로나’…차이는 ‘마스크’?

입력 2021.11.04 (08:00) 수정 2021.11.0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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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위드 코로나'의 선구자, 영국

KBS는 영국에 취재 인력을 파견했다. '위드 코로나 선구자' 영국의 일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재 실내에서건 실외에서건 마스크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식당 종업원들도 안 쓰는 사람이 많다.

프리미어리그 프로 축구 경기장에서 '영국의 위드 코로나'는 가장 극적이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열린 런던의 토트넘 홈 구장.

입장 때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검사는 없다. 마스크 착용은 권고이지 의무가 아니다. 실제 착용한 사람도 없다. 화면 속 현재 영국의 모습은 겉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0월 30일. 런던을 홈으로 두고 있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런던 경기 한 장면. 빼곡히 들어찬 관중 가운데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없다.지난 10월 30일. 런던을 홈으로 두고 있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런던 경기 한 장면. 빼곡히 들어찬 관중 가운데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장 안내문. 마스크 쓰는 걸 추천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경기장 안내문. 마스크 쓰는 걸 추천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할 7월 19일 '프리덤 데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한 때 하루 5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4만 명 선이다. 사망자도 하루 150명이 넘는다.

사망자가 없는 날도 있었는데, 프리덤데이 이후 석 달여 만에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의료 시스템에는 다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병상 수도 의료진도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신규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중증이 아니면 병원 시스템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열흘간 집에서 쉬는 것, KBS 취재진에게 한 영국인 재택 치료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국의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지난달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플랜 B'는 없다"고 못 박았다.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이 방침에 변화가 없다.

대신 백신 드라이브를 건다. 부스터 샷도 맞고 있다.

안타깝게도 접종 완료율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완료율은 70%에도 못 미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보다 접종률이 낮다.

백신 거부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확진자 절대다수는 이 백신 접종 미완료자들이다.


재택치료가 확대되고, 격리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유행 규모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교차하는 프랑스의 코로나 쌍곡선…'마스크'와 '보건패스'

유럽이 다 이런 건 아니다. 인구 규모와 백신 접종률이 비슷한 프랑스의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 일 평균 4만 명 대인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6천 명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 평균 사망자 수도 6분의 1에 불과하다. 차이는 방역에 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지만 최소한의 방역은 하고 있고, 그 상징은 마스크다.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실내에선 착용이 의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실내에 있을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 하나는 보건패스다. 우리의 방역 패스와 유사하다. 식당,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모임 인원 제한은 없앴지만, 보건패스는 보여줘야 한다.

자유의 나라로 유명한 만큼, '지키지 않겠다',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은 만만치 않다. 시위도 벌어지고, 실제 미착용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확고하다.

■ 유럽은 점점 프랑스 모델로…'플랜B' 가동 중

다른 유럽 나라들은 점점 프랑스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위드코로나 뒤, 일 평균 확진자가 7천 명에 달하고, 입원자 숫자가 천2백 명을 넘어서자 정책 수정을 선언했다. 역시 프랑스 같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패스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거로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정책을 수정했다. 일부 주는 당장 백신 접종자만 식당, 술집,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게 했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중환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술집 등 시설은 백신 접종자만 이용하게 하기로 했다.

상황별 맞춤형 방역강화, 플랜 B다.

오스트리아에서 눈에 띄는 건 마스크 의무화의 세세함이다. 마스크 종류까지 지정한다. 실내에선 우리나라 KF94 비슷한 ffp2 등급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란 것이다.

■ 이 시각 영국의 두 장면… '계속 버티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난 27일 영국 의회에서 찍힌 이 사진이 의미심장하다. 방역 강화는 없다는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을 비롯한 의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장면은 글래스고에 있다. 현재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다. 전세계 약 200개 나라 대표단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결했다. 뒤엉킨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현장, 그러나 마스크 안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영국이지만.

글래스고 총회 현장글래스고 총회 현장

머잖아 영국에서도 마스크와 관련한 의무화 지침이 발령될지 모른다.

■ '위드 코로나'는 '경제 재개' …일상 회복은 포기할 수 없어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 선진국 위드코로나 정책 추진 현황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일상 회복의 의미가 결국 경제 재개를 의미한단 사실을 보여준다.

11월 초부터 시행되는 우리의 '위드 코로나'는 제한적, 부분적 방역 해제로, 한은 보고서 기준으로는 방역 강도가 10포인트 정도 완화됐다. 이미 '위드 코로나'로 간 다른 선진 7개국의 상황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대면 서비스, 음식업 등에서 소비가 28.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에 빠진 대면 서비스, 음식점, 여행업 등에서 소비가 급속히 되살아난단 의미다.


거꾸로 말하면 경제 활동과 일상 회복은 방역 완화로부터 시작된다. 확진자가 여전히 일 2천명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조금 불안하고 걱정되어도, 일상 회복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 한은 '싱가포르 사례를 눈여겨 보라'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또 다른 충고 하나도 잊지 않는다. 싱가포르를 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 완료율 80%가 넘는 흔치않는 나라, 일상회복도 단계적으로 들어간 싱가포르 역시 확진자 수 팽창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면 서비스 관련 이동성이 떨어졌다. 경제 활력이 반감했단 의미다. 결국 싱가포르는 방역 수위를 높여야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싱가포르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은 우리나라 서울에선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위드코로나의 길은 계속 험난할 것이다.

(대문사진: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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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프랑스의 두 ‘위드 코로나’…차이는 ‘마스크’?
    • 입력 2021-11-04 08:00:50
    • 수정2021-11-04 08:02:23
    취재K

■ 이른바 '위드 코로나'의 선구자, 영국

KBS는 영국에 취재 인력을 파견했다. '위드 코로나 선구자' 영국의 일상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재 실내에서건 실외에서건 마스크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식당 종업원들도 안 쓰는 사람이 많다.

프리미어리그 프로 축구 경기장에서 '영국의 위드 코로나'는 가장 극적이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열린 런던의 토트넘 홈 구장.

입장 때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검사는 없다. 마스크 착용은 권고이지 의무가 아니다. 실제 착용한 사람도 없다. 화면 속 현재 영국의 모습은 겉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0월 30일. 런던을 홈으로 두고 있는 손흥민의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런던 경기 한 장면. 빼곡히 들어찬 관중 가운데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없다.
경기장 안내문. 마스크 쓰는 걸 추천하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할 7월 19일 '프리덤 데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한 때 하루 5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4만 명 선이다. 사망자도 하루 150명이 넘는다.

사망자가 없는 날도 있었는데, 프리덤데이 이후 석 달여 만에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의료 시스템에는 다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병상 수도 의료진도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신규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중증이 아니면 병원 시스템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열흘간 집에서 쉬는 것, KBS 취재진에게 한 영국인 재택 치료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국의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지난달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플랜 B'는 없다"고 못 박았다.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이 방침에 변화가 없다.

대신 백신 드라이브를 건다. 부스터 샷도 맞고 있다.

안타깝게도 접종 완료율은 벽에 부딪힌 상태다. 완료율은 70%에도 못 미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보다 접종률이 낮다.

백신 거부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확진자 절대다수는 이 백신 접종 미완료자들이다.


재택치료가 확대되고, 격리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유행 규모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교차하는 프랑스의 코로나 쌍곡선…'마스크'와 '보건패스'

유럽이 다 이런 건 아니다. 인구 규모와 백신 접종률이 비슷한 프랑스의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 일 평균 4만 명 대인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6천 명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 평균 사망자 수도 6분의 1에 불과하다. 차이는 방역에 있다.


'자유의 나라' 프랑스지만 최소한의 방역은 하고 있고, 그 상징은 마스크다.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실내에선 착용이 의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실내에 있을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 하나는 보건패스다. 우리의 방역 패스와 유사하다. 식당,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모임 인원 제한은 없앴지만, 보건패스는 보여줘야 한다.

자유의 나라로 유명한 만큼, '지키지 않겠다',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은 만만치 않다. 시위도 벌어지고, 실제 미착용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확고하다.

■ 유럽은 점점 프랑스 모델로…'플랜B' 가동 중

다른 유럽 나라들은 점점 프랑스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위드코로나 뒤, 일 평균 확진자가 7천 명에 달하고, 입원자 숫자가 천2백 명을 넘어서자 정책 수정을 선언했다. 역시 프랑스 같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패스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거로 보인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정책을 수정했다. 일부 주는 당장 백신 접종자만 식당, 술집,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게 했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중환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술집 등 시설은 백신 접종자만 이용하게 하기로 했다.

상황별 맞춤형 방역강화, 플랜 B다.

오스트리아에서 눈에 띄는 건 마스크 의무화의 세세함이다. 마스크 종류까지 지정한다. 실내에선 우리나라 KF94 비슷한 ffp2 등급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란 것이다.

■ 이 시각 영국의 두 장면… '계속 버티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난 27일 영국 의회에서 찍힌 이 사진이 의미심장하다. 방역 강화는 없다는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을 비롯한 의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장면은 글래스고에 있다. 현재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다. 전세계 약 200개 나라 대표단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결했다. 뒤엉킨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현장, 그러나 마스크 안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 영국이지만.

글래스고 총회 현장
머잖아 영국에서도 마스크와 관련한 의무화 지침이 발령될지 모른다.

■ '위드 코로나'는 '경제 재개' …일상 회복은 포기할 수 없어

한국은행이 발간한 '주요 선진국 위드코로나 정책 추진 현황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일상 회복의 의미가 결국 경제 재개를 의미한단 사실을 보여준다.

11월 초부터 시행되는 우리의 '위드 코로나'는 제한적, 부분적 방역 해제로, 한은 보고서 기준으로는 방역 강도가 10포인트 정도 완화됐다. 이미 '위드 코로나'로 간 다른 선진 7개국의 상황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대면 서비스, 음식업 등에서 소비가 28.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에 빠진 대면 서비스, 음식점, 여행업 등에서 소비가 급속히 되살아난단 의미다.


거꾸로 말하면 경제 활동과 일상 회복은 방역 완화로부터 시작된다. 확진자가 여전히 일 2천명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조금 불안하고 걱정되어도, 일상 회복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 한은 '싱가포르 사례를 눈여겨 보라'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또 다른 충고 하나도 잊지 않는다. 싱가포르를 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 완료율 80%가 넘는 흔치않는 나라, 일상회복도 단계적으로 들어간 싱가포르 역시 확진자 수 팽창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면 서비스 관련 이동성이 떨어졌다. 경제 활력이 반감했단 의미다. 결국 싱가포르는 방역 수위를 높여야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점이 한 요인으로 꼽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싱가포르보다 인구밀도가 더 높은 우리나라 서울에선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위드코로나의 길은 계속 험난할 것이다.

(대문사진: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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