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전쟁 나나?”…불안 심리에 마트 ‘텅텅’·가짜 문자까지

입력 2021.11.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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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SNS를 발칵 뒤집어 놓은 '특별한' 가방의 모습입니다.

 2일 중국 SNS에 올라온 ‘민방위 전쟁 대비 응급 가방’의 모습 (출처: 신화망) 2일 중국 SNS에 올라온 ‘민방위 전쟁 대비 응급 가방’의 모습 (출처: 신화망)

산둥성 지난시 인민방공판공실(사진 아랫줄), 그리고 '민방위 전쟁(재난) 대비 응급 가방'(사진 윗줄)이라는 글자가 가방 앞 면에 쓰여있습니다.

탈출용 밧줄에 손전등, 붕대 등 가방 속 물품을 보면 '전쟁 대비용'이라는 걸 더 확신하게 되는데요.

 응급 가방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 (출처: 신화망) 응급 가방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 (출처: 신화망)

최근 타이완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 사진에 네티즌들은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동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방, 사실은 지난 9월 시민 1만여 명에게 지난시에서 나눠 준 '재난 대비 가방'이었습니다. 홍수, 화재, 지진 등에 대비해서 비상용 필수품을 담은 가방을 배포한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응급 가방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공개된 것도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 중국 당국 해명에도 번지는 '양안 전쟁설'

응급 가방은 왜 갑자기 '전쟁용'이라며 SNS에서 다시 화제가 된 것일까요?

이는 최근 중국에서 퍼지고 있는 '양안 전쟁설'과 연관이 깊습니다. 분쟁 대상은 타이완입니다. 중국과 타이완을 중국에서는 양안으로 부르는데, '양안 전쟁설'이 11월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10월 27일(현지 시간)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미군이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다고 밝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타이완과 '단단한 약속'을 했다며 혹시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설 것을 암시한 뒤부터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저온 현상과 가을 홍수 등으로 채소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무부에서 시장 공급과 가격 안정을 지시하는 공지를 냈는데 이게 ‘전쟁설’ 발단이 됐다.  (출처: 중국CCTV) 최근 중국에서는 저온 현상과 가을 홍수 등으로 채소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무부에서 시장 공급과 가격 안정을 지시하는 공지를 냈는데 이게 ‘전쟁설’ 발단이 됐다. (출처: 중국CCTV)

'양안 전쟁설'의 첫 발단은 11월 2일 알려진 중국 상무부 명의의 한 통지였습니다.

올겨울과 내년 봄 채소 등 생필품의 시장 공급 안정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에 덧붙인 말이 엉뚱한 의미로 퍼져나갔습니다.

"일정 수량의 생활 필수품을 마련해 일상생활과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권고가 '타이완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군불을 지핀 겁니다.

상부무 소비촉진국장과 국영 매체들은 황급히 비상 상황이란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말하는 것이며 식량 공급에 차질을 줄 만한 위협 같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프닝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한 문자 메시지가 중국 SNS를 달궜는데요.

2일 중국 SNS에 퍼진 ‘예비역 소집’에 대비하라는 가짜 문자 메시지. (그래픽: 채상우)2일 중국 SNS에 퍼진 ‘예비역 소집’에 대비하라는 가짜 문자 메시지. (그래픽: 채상우)

한 도시급 인민무장부 이름으로 나온 문자에는 "예비역은 언제든 소집에 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에 "타이완 문제가 엄중하다."는 문구는 중국 시민들 사이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소란은 인민무장부가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잠잠해졌습니다.

 3일 장쑤성 창저우시 한 마트에서 한 남성이 쌀을 여러 포대 구매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3일 장쑤성 창저우시 한 마트에서 한 남성이 쌀을 여러 포대 구매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잇따른 해프닝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며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한 마트에는 쌀, 기름, 휴지와 소금 등이 동났습니다.

 3일 중국 장쑤성 한 마트에 사람들이 곡물을 사기 위해 몰려들면서 판매대가 텅 비었다. (출처: 바이두) 3일 중국 장쑤성 한 마트에 사람들이 곡물을 사기 위해 몰려들면서 판매대가 텅 비었다. (출처: 바이두)

생필품과 식자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산대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 길어지는 등 혼란도 빚어졌습니다.

이 밖에도 충칭(重慶),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안후이(安徽)성 등에서 사재기를 하는 시민들이 잇따랐는데요.

 3일 장쑤성 한 마트 여성용품 판매대가 텅텅 빈 모습. (출처: 바이두) 3일 장쑤성 한 마트 여성용품 판매대가 텅텅 빈 모습. (출처: 바이두)

중국 당국은 이 불안 심리를 잠 재우기 위해 분주합니다. 곳곳에서 사재기가 벌어지자 이번에는 식량 비축량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식량 비축량이 7년 연속 6천5백만 킬로그램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밀과 쌀의 비축 비율은 70% 이상을 상회 하고, 밀의 경우 풍작이 계속돼서 현재 1년 6개월 치 소비량을 비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마트와 시장의 물자 공급 역시 정상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요한 만큼 있으니 사재기 안 해도 된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사람들을 다독이는 모습입니다.

  (그래픽: 채상우) (그래픽: 채상우)

하지만 관영 매체로 알려진 환구시보 등을 보면 '전쟁설'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치부하기만은 어려워 보입니다.

환구시보 등은 사설을 통해 타이완과 미국에 근시안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며 중국 당국은 "평화·통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지만, 전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전쟁을 시작할 경우 반드시 이기겠다"며 중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11월 들어 하루 하나씩 '전쟁설'과 관련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 불안의 크기만큼이나 타이완을 둘러싼 정세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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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中 “전쟁 나나?”…불안 심리에 마트 ‘텅텅’·가짜 문자까지
    • 입력 2021-11-05 07:01:25
    특파원 리포트

최근 중국 SNS를 발칵 뒤집어 놓은 '특별한' 가방의 모습입니다.

 2일 중국 SNS에 올라온 ‘민방위 전쟁 대비 응급 가방’의 모습 (출처: 신화망)
산둥성 지난시 인민방공판공실(사진 아랫줄), 그리고 '민방위 전쟁(재난) 대비 응급 가방'(사진 윗줄)이라는 글자가 가방 앞 면에 쓰여있습니다.

탈출용 밧줄에 손전등, 붕대 등 가방 속 물품을 보면 '전쟁 대비용'이라는 걸 더 확신하게 되는데요.

 응급 가방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 (출처: 신화망)
최근 타이완을 놓고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 사진에 네티즌들은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동요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방, 사실은 지난 9월 시민 1만여 명에게 지난시에서 나눠 준 '재난 대비 가방'이었습니다. 홍수, 화재, 지진 등에 대비해서 비상용 필수품을 담은 가방을 배포한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응급 가방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공개된 것도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 중국 당국 해명에도 번지는 '양안 전쟁설'

응급 가방은 왜 갑자기 '전쟁용'이라며 SNS에서 다시 화제가 된 것일까요?

이는 최근 중국에서 퍼지고 있는 '양안 전쟁설'과 연관이 깊습니다. 분쟁 대상은 타이완입니다. 중국과 타이완을 중국에서는 양안으로 부르는데, '양안 전쟁설'이 11월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10월 27일(현지 시간)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미군이 타이완에 주둔하고 있다고 밝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타이완과 '단단한 약속'을 했다며 혹시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설 것을 암시한 뒤부터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저온 현상과 가을 홍수 등으로 채소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상무부에서 시장 공급과 가격 안정을 지시하는 공지를 냈는데 이게 ‘전쟁설’ 발단이 됐다.  (출처: 중국CCTV)
'양안 전쟁설'의 첫 발단은 11월 2일 알려진 중국 상무부 명의의 한 통지였습니다.

올겨울과 내년 봄 채소 등 생필품의 시장 공급 안정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에 덧붙인 말이 엉뚱한 의미로 퍼져나갔습니다.

"일정 수량의 생활 필수품을 마련해 일상생활과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라는 권고가 '타이완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군불을 지핀 겁니다.

상부무 소비촉진국장과 국영 매체들은 황급히 비상 상황이란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말하는 것이며 식량 공급에 차질을 줄 만한 위협 같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프닝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한 문자 메시지가 중국 SNS를 달궜는데요.

2일 중국 SNS에 퍼진 ‘예비역 소집’에 대비하라는 가짜 문자 메시지. (그래픽: 채상우)
한 도시급 인민무장부 이름으로 나온 문자에는 "예비역은 언제든 소집에 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에 "타이완 문제가 엄중하다."는 문구는 중국 시민들 사이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소란은 인민무장부가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잠잠해졌습니다.

 3일 장쑤성 창저우시 한 마트에서 한 남성이 쌀을 여러 포대 구매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잇따른 해프닝은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며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한 마트에는 쌀, 기름, 휴지와 소금 등이 동났습니다.

 3일 중국 장쑤성 한 마트에 사람들이 곡물을 사기 위해 몰려들면서 판매대가 텅 비었다. (출처: 바이두)
생필품과 식자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산대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 길어지는 등 혼란도 빚어졌습니다.

이 밖에도 충칭(重慶),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안후이(安徽)성 등에서 사재기를 하는 시민들이 잇따랐는데요.

 3일 장쑤성 한 마트 여성용품 판매대가 텅텅 빈 모습. (출처: 바이두)
중국 당국은 이 불안 심리를 잠 재우기 위해 분주합니다. 곳곳에서 사재기가 벌어지자 이번에는 식량 비축량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식량 비축량이 7년 연속 6천5백만 킬로그램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밀과 쌀의 비축 비율은 70% 이상을 상회 하고, 밀의 경우 풍작이 계속돼서 현재 1년 6개월 치 소비량을 비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마트와 시장의 물자 공급 역시 정상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요한 만큼 있으니 사재기 안 해도 된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사람들을 다독이는 모습입니다.

  (그래픽: 채상우)
하지만 관영 매체로 알려진 환구시보 등을 보면 '전쟁설'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치부하기만은 어려워 보입니다.

환구시보 등은 사설을 통해 타이완과 미국에 근시안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며 중국 당국은 "평화·통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지만, 전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전쟁을 시작할 경우 반드시 이기겠다"며 중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11월 들어 하루 하나씩 '전쟁설'과 관련된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 불안의 크기만큼이나 타이완을 둘러싼 정세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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