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에 목마른 디젤 자동차…정제수가 왜 나와?

입력 2021.1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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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015년. 이후 주유구 옆에 파란색 요소수 투입구를 하나 더 만드는 걸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모두들 생각했습니다.

디젤 배출가스 속 질소산화물을 화학적으로 줄여주는게 요소수입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원료죠. 요소수를 뿌려주는 SCR(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이 작동하는 한 강화된 유로6 환경기준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디젤게이트 이후 6년이 흐른 지금 이번엔 디젤의 파트너 요소수가 말썽입니다.

■ 정제수로 자동차 속이자?...매연 급증에 차에 어떤 문제 생길지 몰라

유로6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 차량은 요소수를 넣어야 합니다.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요소수 대신 정제수를 넣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능한 방법이긴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제수를 요소수라고 차를 속인다는 겁니다. 정제수가 분사되면서 뜨거워진 SCR 을 식혀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배출가스에는 최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기간 사용했을 때 차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주유소에 내걸린 요소수 판매중단 안내주유소에 내걸린 요소수 판매중단 안내

■ ECU 조작하면 가기는 가지만...

상황이 급박하니 ECU(전자제어장치)를 만져서 요소수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선 제조사가 ECU를 풀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미세먼지 잡자며 도입한 요소수인만큼 다시 환경 오염을 용인할지, 사회적 합의· 법과 제도 정비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이 ECU를 조작 하는 건 불법입니다.

요소수 사태 이전에도 일부 화물차가 요소수값 아끼겠다며 ECU 불법 개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요소수 없이 운행하면 SCR이 망가집니다.

앞서 나온대로 요소수는 분사되며 달아오른 SCR을 식혀주는 역할도 하는데, 안 나오면 부품에 열변형이 옵니다. 수리비는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릅니다.

■ 차라리 집에서 내가 만든다?...산업용 요소수도 차량에 부적합 의견

집에서 요소수를 직접 만들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품질이 문제입니다.

차량용 요소수는 철과 구리 등 불순물 금속이 3.8ppm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혹한에도 얼지 않기 위해 어는 점은 영하 11도여야 합니다. 집에서 품질 규정을 맞출 수 있을까요?

불순물 문제 때문에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에 관련 업계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품질이 엉망인 요소수를 넣었다간 불순물 때문에 SCR 노즐이 막히며 차가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에 쓸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고 이달 중순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 디젤 자동차를 넘어 퍼져가는 요소수 문제

요소수 사태가 길어지면서 문제는 여기저기 번지고 있습니다.

버스연합회는 "전국 버스 45,000대 가운데 1/3가량이 요소수를 사용하는 디젤 또는 CNG차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당장 요소수가 없어서 멈춰 설 상황은 아니지만, 업체마다 짧은 곳을 1주일 긴 곳은 한 달 안에 멈춰서는 차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현장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화물차가 운행하지 못하면 건설현장으로 자재가 오지 못한다"며 "자재를 미리 확보해둔 만큼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뒤로는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디젤과 상관없을 것 같은 농촌도 문제입니다.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 때문에 요소비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동남아 등에서 요소를 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농한기에 접어들며 당장 비료가 모자라는 건 아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비싼 값을 주고도 비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경기도의 한 비료창고. 요소비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경기도의 한 비료창고. 요소비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청와대까지 나선 요소수 사태, 해법 있나?

어제(5일) 청와대는 '요소수TF'를 출범시켰습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일단 앞장서는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역시 물류 파동 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정된 요소수가 고르게 유통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물류화물차의 사용량이 많으니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승용이나 승합차랑은 요소수 충전 간격이 길고 택시는 경유차 자체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수출 금지로 시작된 요소수 사태. 청와대까지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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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소수에 목마른 디젤 자동차…정제수가 왜 나와?
    • 입력 2021-11-06 07:00:12
    취재K

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015년. 이후 주유구 옆에 파란색 요소수 투입구를 하나 더 만드는 걸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모두들 생각했습니다.

디젤 배출가스 속 질소산화물을 화학적으로 줄여주는게 요소수입니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원료죠. 요소수를 뿌려주는 SCR(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이 작동하는 한 강화된 유로6 환경기준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디젤게이트 이후 6년이 흐른 지금 이번엔 디젤의 파트너 요소수가 말썽입니다.

■ 정제수로 자동차 속이자?...매연 급증에 차에 어떤 문제 생길지 몰라

유로6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판매된 디젤 차량은 요소수를 넣어야 합니다.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요소수 대신 정제수를 넣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능한 방법이긴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제수를 요소수라고 차를 속인다는 겁니다. 정제수가 분사되면서 뜨거워진 SCR 을 식혀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배출가스에는 최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기간 사용했을 때 차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주유소에 내걸린 요소수 판매중단 안내
■ ECU 조작하면 가기는 가지만...

상황이 급박하니 ECU(전자제어장치)를 만져서 요소수 없이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하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선 제조사가 ECU를 풀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미세먼지 잡자며 도입한 요소수인만큼 다시 환경 오염을 용인할지, 사회적 합의· 법과 제도 정비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개인이 ECU를 조작 하는 건 불법입니다.

요소수 사태 이전에도 일부 화물차가 요소수값 아끼겠다며 ECU 불법 개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요소수 없이 운행하면 SCR이 망가집니다.

앞서 나온대로 요소수는 분사되며 달아오른 SCR을 식혀주는 역할도 하는데, 안 나오면 부품에 열변형이 옵니다. 수리비는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릅니다.

■ 차라리 집에서 내가 만든다?...산업용 요소수도 차량에 부적합 의견

집에서 요소수를 직접 만들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품질이 문제입니다.

차량용 요소수는 철과 구리 등 불순물 금속이 3.8ppm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혹한에도 얼지 않기 위해 어는 점은 영하 11도여야 합니다. 집에서 품질 규정을 맞출 수 있을까요?

불순물 문제 때문에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에 관련 업계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품질이 엉망인 요소수를 넣었다간 불순물 때문에 SCR 노즐이 막히며 차가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에 쓸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고 이달 중순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 디젤 자동차를 넘어 퍼져가는 요소수 문제

요소수 사태가 길어지면서 문제는 여기저기 번지고 있습니다.

버스연합회는 "전국 버스 45,000대 가운데 1/3가량이 요소수를 사용하는 디젤 또는 CNG차량"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당장 요소수가 없어서 멈춰 설 상황은 아니지만, 업체마다 짧은 곳을 1주일 긴 곳은 한 달 안에 멈춰서는 차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현장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화물차가 운행하지 못하면 건설현장으로 자재가 오지 못한다"며 "자재를 미리 확보해둔 만큼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뒤로는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디젤과 상관없을 것 같은 농촌도 문제입니다.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 때문에 요소비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동남아 등에서 요소를 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농한기에 접어들며 당장 비료가 모자라는 건 아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비싼 값을 주고도 비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경기도의 한 비료창고. 요소비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청와대까지 나선 요소수 사태, 해법 있나?

어제(5일) 청와대는 '요소수TF'를 출범시켰습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일단 앞장서는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역시 물류 파동 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요소수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정된 요소수가 고르게 유통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물류화물차의 사용량이 많으니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승용이나 승합차랑은 요소수 충전 간격이 길고 택시는 경유차 자체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수출 금지로 시작된 요소수 사태. 청와대까지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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