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창조적 예술가’ 육성이 ‘화두’…김대진 한예종 총장 인터뷰

입력 2021.11.06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 교육자로 꾸준히 명성을 쌓아온 김대진 교수가 지난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제9대 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김대진 총장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스승’ 등 음악 영재를 많이 키워낸 교육자로 더 주목받아왔는데, 한예종 개교 직후인 1994년 음악원 교수로 부임해 대표적인 ‘개혁파 교수’로 불려왔습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김 총장을 만나기 위해 한예종 총장실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그의 집무실에는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음악가들이 해외 유명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최선의 수단이었다면 코로나 19 이후로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연주회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연주하는 총장’이 되고자 하는데, 그래도 취임 이후에 개인적인 연주 계획은 모두 취소하고, 평소는 석관동에 있는 총장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8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50여 년간 외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 총장은 최근 3년여 동안 맡았던 창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또 개인적인 연주 일정은 대부분 취소하고, 한예종 안팎의 소통이 필요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한예종 발전재단 주관 후원 행사에서 연주와 지휘를 맡았고, 올해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수상자인 제자 박재홍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 총장은 “오래 몸담은 곳의 장(長)이 돼 영광스럽고 뿌듯하다”면서도 “설립 초기 교수들끼리는 ‘택시 운전사에게 한예종 갑시다’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던 시절도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내년에 개교 30주년을 앞둔 한예종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취임사에서 ‘제2의 도약’ 프로젝트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입시전형과 교육과정 등도 21세기에 맞는지 다시 진단하고, 필요할 경우 개편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예종에 대한 여러 의문점에 대해 증명해야 했고 일부는 성취했다고 봅니다. 피아노 실기 테스트 때 20~30분을 듣는다는 것은 당시에도 파격적일 정도였지요. 입시 채점이 교수들 입장에선 너무 고생스럽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제는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6개 원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창의적이고 다양한 것을 체험한 예술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이지요."


김 총장은 6개 원의 시너지를 내는 것과 관련해 ”영화를 제작하는 피아노 전공자를 키우는 식은 물론 아니고, 가장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분야 이외에 다른 장르의 예술도 경험하게 하는 차원“이라며 ”6개 원이 함께 참여하는 페스티벌 등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술 장르 간 융합 과정을 통해서 각 분야 전공자들이 1개 학과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느끼고, 이 느낌들이 각자의 마음속 ‘감정 은행’에 들어가 언젠가 발현되는 것이 그가 평소에 생각해온 ‘창조성 있는 예술 교육’이란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을 위해 통합캠퍼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산 문제 등 물리적인 조건에 한계를 두기보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 특성 등이 잘 통할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한예종 캠퍼스 통합에 관한 고민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예술 영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음악에서 영재들에게는 설명할수 없는 것도 많은데, 베토벤의 어려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한 10대 영재에게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 깊고 힘든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면 ‘모른다’, 혹은 ‘설명할 수 없다’는 간단한 답을 내놓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영재라고 하는 것입니다. 피아노 연주할 때 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포르테’(forte)란 것이 가끔은 분노에 차서 세게가 될수도 있고 기쁜 마음에 격정적으로 세게가 될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그는 지난해 이강숙 한예종 초대 총장이 별세했을 때가 가장 슬펐던 순간이라고 말하면서, ”그분은 창의성이 있는 통섭, 융합의 예술인이란 표현을 ‘인접 예술 분야를 자주 경험한 뒤 인간 내면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총장은 한예종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 첫 직선제 선거에서 68%의 득표율로 총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내부적인 개혁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대진 총장의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4년, 코로나19로 인해 안주하지 않고 찾아가는 예술, 온라인으로 체험 가능한 예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예술 인재의 요람인 한예종의 변신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코로나19 시대 ‘창조적 예술가’ 육성이 ‘화두’…김대진 한예종 총장 인터뷰
    • 입력 2021-11-06 09:01:15
    취재K

피아노 연주자, 교육자로 꾸준히 명성을 쌓아온 김대진 교수가 지난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제9대 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김대진 총장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스승’ 등 음악 영재를 많이 키워낸 교육자로 더 주목받아왔는데, 한예종 개교 직후인 1994년 음악원 교수로 부임해 대표적인 ‘개혁파 교수’로 불려왔습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김 총장을 만나기 위해 한예종 총장실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그의 집무실에는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음악가들이 해외 유명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최선의 수단이었다면 코로나 19 이후로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연주회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연주하는 총장’이 되고자 하는데, 그래도 취임 이후에 개인적인 연주 계획은 모두 취소하고, 평소는 석관동에 있는 총장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8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50여 년간 외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 총장은 최근 3년여 동안 맡았던 창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또 개인적인 연주 일정은 대부분 취소하고, 한예종 안팎의 소통이 필요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한예종 발전재단 주관 후원 행사에서 연주와 지휘를 맡았고, 올해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수상자인 제자 박재홍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 총장은 “오래 몸담은 곳의 장(長)이 돼 영광스럽고 뿌듯하다”면서도 “설립 초기 교수들끼리는 ‘택시 운전사에게 한예종 갑시다’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던 시절도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내년에 개교 30주년을 앞둔 한예종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취임사에서 ‘제2의 도약’ 프로젝트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입시전형과 교육과정 등도 21세기에 맞는지 다시 진단하고, 필요할 경우 개편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예종에 대한 여러 의문점에 대해 증명해야 했고 일부는 성취했다고 봅니다. 피아노 실기 테스트 때 20~30분을 듣는다는 것은 당시에도 파격적일 정도였지요. 입시 채점이 교수들 입장에선 너무 고생스럽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제는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등 6개 원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창의적이고 다양한 것을 체험한 예술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이지요."


김 총장은 6개 원의 시너지를 내는 것과 관련해 ”영화를 제작하는 피아노 전공자를 키우는 식은 물론 아니고, 가장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분야 이외에 다른 장르의 예술도 경험하게 하는 차원“이라며 ”6개 원이 함께 참여하는 페스티벌 등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술 장르 간 융합 과정을 통해서 각 분야 전공자들이 1개 학과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느끼고, 이 느낌들이 각자의 마음속 ‘감정 은행’에 들어가 언젠가 발현되는 것이 그가 평소에 생각해온 ‘창조성 있는 예술 교육’이란 설명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을 위해 통합캠퍼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산 문제 등 물리적인 조건에 한계를 두기보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 특성 등이 잘 통할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한예종 캠퍼스 통합에 관한 고민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예술 영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음악에서 영재들에게는 설명할수 없는 것도 많은데, 베토벤의 어려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한 10대 영재에게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 깊고 힘든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물어보면 ‘모른다’, 혹은 ‘설명할 수 없다’는 간단한 답을 내놓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영재라고 하는 것입니다. 피아노 연주할 때 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포르테’(forte)란 것이 가끔은 분노에 차서 세게가 될수도 있고 기쁜 마음에 격정적으로 세게가 될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그는 지난해 이강숙 한예종 초대 총장이 별세했을 때가 가장 슬펐던 순간이라고 말하면서, ”그분은 창의성이 있는 통섭, 융합의 예술인이란 표현을 ‘인접 예술 분야를 자주 경험한 뒤 인간 내면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총장은 한예종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 첫 직선제 선거에서 68%의 득표율로 총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내부적인 개혁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대진 총장의 임기는 임명일로부터 4년, 코로나19로 인해 안주하지 않고 찾아가는 예술, 온라인으로 체험 가능한 예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예술 인재의 요람인 한예종의 변신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