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恨 푼다…원폭 76년 만에 한인 위령비

입력 2021.11.06 (21:29) 수정 2021.11.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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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일본 나가사키에서는 76년 전 원자폭탄으로 숨진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30년 가까운 노력 끝에 한국인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박원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7만 4천 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온 한국인 수천 명도 함께 희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권순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 "큰 소리가 있어서 나가보니 시커먼 구름이 있었어요. 몰랐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원폭이라고 하더라고요."]

76년 전 원폭 투하 시간인 오전 11시 2분.

한일 관계자 백여 명은 묵념과 함께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일본 고교생들이 평화의 상징으로 종이학 천 마리를 바치고, 헌화가 이어졌습니다.

히로시마엔 1970년 위령비가 세워졌지만 나가사키엔 없어서, 지금까지 추모행사 한 번 제대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민단이 1994년부터 위령비를 세우려고 했지만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맨처음엔 나가사키 시가 제공할 장소가 마땅찮다는 이유로, 최근엔 위령비 내용을 문제 삼아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가사키 시가 난색을 보인 '강제동원'이란 표현 대신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절충한 끝에 위령비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카이야마 무네코/시의회 대표 : "조국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걱정하며 돌아가신 영혼에 삼가 추도의 뜻을 표합니다."]

[강성춘/나가사키 원폭 위령비 건립위원장 : "76년이란 시간이 지나 나가사키 시의 인정과 우리들의 염원으로 (위령비가 세워졌습니다)."]

전쟁과 피폭의 역사엔 수많은 한국인 희생자도 있었음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적 징표가 마침내 세워졌습니다.

나가사키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고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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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가사키 恨 푼다…원폭 76년 만에 한인 위령비
    • 입력 2021-11-06 21:29:32
    • 수정2021-11-06 22: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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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일본 나가사키에서는 76년 전 원자폭탄으로 숨진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30년 가까운 노력 끝에 한국인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박원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7만 4천 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온 한국인 수천 명도 함께 희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권순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 "큰 소리가 있어서 나가보니 시커먼 구름이 있었어요. 몰랐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원폭이라고 하더라고요."]

76년 전 원폭 투하 시간인 오전 11시 2분.

한일 관계자 백여 명은 묵념과 함께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일본 고교생들이 평화의 상징으로 종이학 천 마리를 바치고, 헌화가 이어졌습니다.

히로시마엔 1970년 위령비가 세워졌지만 나가사키엔 없어서, 지금까지 추모행사 한 번 제대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민단이 1994년부터 위령비를 세우려고 했지만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맨처음엔 나가사키 시가 제공할 장소가 마땅찮다는 이유로, 최근엔 위령비 내용을 문제 삼아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가사키 시가 난색을 보인 '강제동원'이란 표현 대신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절충한 끝에 위령비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카이야마 무네코/시의회 대표 : "조국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걱정하며 돌아가신 영혼에 삼가 추도의 뜻을 표합니다."]

[강성춘/나가사키 원폭 위령비 건립위원장 : "76년이란 시간이 지나 나가사키 시의 인정과 우리들의 염원으로 (위령비가 세워졌습니다)."]

전쟁과 피폭의 역사엔 수많은 한국인 희생자도 있었음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역사적 징표가 마침내 세워졌습니다.

나가사키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고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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