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은 계속되는데…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1.11.07 (07:00) 수정 2021.11.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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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손실보상, 오늘로 12일째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시작 직후에는 신청이 몰리며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반복됐지만, 지금은 안정된 상태다. 오프라인 접수도 시작됐다. 지급 대상인 소상공인 80만 명 가운데 50만 명 넘게 정부가 미리 계산해 놓은 보상금을 받아갔다.

선정 대상에게 신속히 지급하고 있느냐만 본다면, 손실보상은 순항 중이다. IT 기술에 기반한 정부 행정력의 힘이다.

■ "화나요" 57% → 84%

그러나 소상공인들 여론은 부정이 긍정을 압도한다. KBS는 온라인 여론을 살펴봤다. 손실보상 시작 직후 일주일(10월 27일~11월 2일) 동안의 주요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이 직전 일주일(10월 20일~26일)의 10배였다.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이 쓴 댓글이 많았다. 그만큼 손실보상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뜻일 것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손실보상금 덕에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화나요/슬퍼요" 등 부정적 반응이 전체의 84%나 됐다. 인터넷 댓글이 원래 그렇지 않냐고? 손실보상법이 통과된 시기(6월 27일~7월 3일)에는 부정적 반응이 57% 정도였다. 막상 지급을 시작하니 부정 여론이 급증한 것이다.

■ 80만 명, 320만 명, 550만 명

가장 큰 이유는 제도의 구멍이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550만여 명이다. 이 중 소상공인은 320만 명 가량이다. 일반적으로 직원이 10명(제조업) 또는 5명(서비스업) 미만인 자영업자를 소상공인으로 분류한다. 손실보상은 이 가운데서도 80만 명에게만 지급된다. 전체 자영업자 중 15%, 소상공인 가운데는 25%에 불과하다.

[비교] 전체 자영업자 / 전체 소상공인 / 손실보상을 받는 소상공인 인원 수[비교] 전체 자영업자 / 전체 소상공인 / 손실보상을 받는 소상공인 인원 수

사적모임 인원제한 탓에 장사를 망친 가게가 허다했지만, 상당수가 손실보상에서 빠졌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단, 정부로서도 별 도리가 없다. 국회에서 보상 요건을 명확하게 정했다. 정부가 재량이나 해석으로 넓힐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이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유하자면, 이런 경우다. 태풍이 오니 정부가 출항하지 말라고 선주들을 설득했다. 여객선은 손님들 탑승도 막았다. 여객선과 어선 대부분이 배를 띄우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뒤, 보상은 '출항 금지 명령서'라는 서류를 받은 선주만 해주기로 한 상황과 같다.

■ "고군분투, 괜히 했나"

또다른 이유는 일종의 심리적 역차별이다. 손실보상은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한 경우만 지급한다. 매출이 유지됐다면 손실이 없을테니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기가 닥치면, 자영업자는 매출을 방어하려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안 하던 배달을 하거나, 전단지를 늘린다. 문을 일찍 열거나, 심야까지 연장 영업을 하기도 한다. 안 하던 할인 행사도 한다. 휴일을 반납할 수도 있다. 폐업만큼은 피해보려는 당연한 노력들이다. 영업 시간은 늘 것이고, 1명이던 알바생을 2명으로 늘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매출을 그대로 방어했다고 가정하자. 매출은 제자리지만, 업무 시간이 늘었고 인건비가 더 나갔을 것이다. 손실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아니다. 그러나 손실보상 기준은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한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차별받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소상공인 인터넷 카페엔 이같은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 배달하지 말 걸 그랬어요" "잠 못 자고 몸 축내가며 고생만 하고 보상 못 받았다" 심지어 " 대국민 사기극" 이라는 격한 반응도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출 방어' 조차 안 된 더 힘든 소상공인부터 우선 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 동시보상은 왜 안 될까

불만을 키우는 지점은 또 있다. 지금은 이런 식이다. "방역이 급하니 문을 닫아라, 피해 보상은 나중에 해주겠다" 사후 보상이다. 정부의 행정 조치가 우선이고, 보상은 그 이후에 이뤄진다.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더 힘들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역 조치에 대한 반발을 부추기는 구조인 것이다.


다른 방식을 고민하자는 전문가들이 많다. "방역에 협조하면 이만큼 보상할테니, 문을 닫아라" 라는 동시 보상은 방역에 대한 협조를 더 쉽게 할 것이다. 과잉 보상을 걱정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행정력이면 큰 문제 없이 최종 정산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동시 보상하는 나라가 없지 않다.

■ 손실보상은 계속된다

손실보상법은 정말 어렵게 탄생했다. 이견이 워낙 커서 보기 드문 '입법청문회'라는 제도까지 거쳤다. 법제화된 제도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된다. 올 4분기에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손실보상은 시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가 아닌 다른 재난 때도 가동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허점이 있는 게 당연하다. 마냥 탓하긴 어렵다. 대신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의 불만을 합리적인 선에서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이 높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손실보상이 오히려 현장에서 갈등과 편가르기만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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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실보상은 계속되는데…이대로 괜찮을까
    • 입력 2021-11-07 07:00:50
    • 수정2021-11-07 11:43:00
    취재K

소상공인 손실보상, 오늘로 12일째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시작 직후에는 신청이 몰리며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반복됐지만, 지금은 안정된 상태다. 오프라인 접수도 시작됐다. 지급 대상인 소상공인 80만 명 가운데 50만 명 넘게 정부가 미리 계산해 놓은 보상금을 받아갔다.

선정 대상에게 신속히 지급하고 있느냐만 본다면, 손실보상은 순항 중이다. IT 기술에 기반한 정부 행정력의 힘이다.

■ "화나요" 57% → 84%

그러나 소상공인들 여론은 부정이 긍정을 압도한다. KBS는 온라인 여론을 살펴봤다. 손실보상 시작 직후 일주일(10월 27일~11월 2일) 동안의 주요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이 직전 일주일(10월 20일~26일)의 10배였다.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이 쓴 댓글이 많았다. 그만큼 손실보상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뜻일 것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손실보상금 덕에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화나요/슬퍼요" 등 부정적 반응이 전체의 84%나 됐다. 인터넷 댓글이 원래 그렇지 않냐고? 손실보상법이 통과된 시기(6월 27일~7월 3일)에는 부정적 반응이 57% 정도였다. 막상 지급을 시작하니 부정 여론이 급증한 것이다.

■ 80만 명, 320만 명, 550만 명

가장 큰 이유는 제도의 구멍이다. 전국의 자영업자는 550만여 명이다. 이 중 소상공인은 320만 명 가량이다. 일반적으로 직원이 10명(제조업) 또는 5명(서비스업) 미만인 자영업자를 소상공인으로 분류한다. 손실보상은 이 가운데서도 80만 명에게만 지급된다. 전체 자영업자 중 15%, 소상공인 가운데는 25%에 불과하다.

[비교] 전체 자영업자 / 전체 소상공인 / 손실보상을 받는 소상공인 인원 수
사적모임 인원제한 탓에 장사를 망친 가게가 허다했지만, 상당수가 손실보상에서 빠졌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단, 정부로서도 별 도리가 없다. 국회에서 보상 요건을 명확하게 정했다. 정부가 재량이나 해석으로 넓힐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이다.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유하자면, 이런 경우다. 태풍이 오니 정부가 출항하지 말라고 선주들을 설득했다. 여객선은 손님들 탑승도 막았다. 여객선과 어선 대부분이 배를 띄우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뒤, 보상은 '출항 금지 명령서'라는 서류를 받은 선주만 해주기로 한 상황과 같다.

■ "고군분투, 괜히 했나"

또다른 이유는 일종의 심리적 역차별이다. 손실보상은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한 경우만 지급한다. 매출이 유지됐다면 손실이 없을테니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기가 닥치면, 자영업자는 매출을 방어하려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안 하던 배달을 하거나, 전단지를 늘린다. 문을 일찍 열거나, 심야까지 연장 영업을 하기도 한다. 안 하던 할인 행사도 한다. 휴일을 반납할 수도 있다. 폐업만큼은 피해보려는 당연한 노력들이다. 영업 시간은 늘 것이고, 1명이던 알바생을 2명으로 늘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매출을 그대로 방어했다고 가정하자. 매출은 제자리지만, 업무 시간이 늘었고 인건비가 더 나갔을 것이다. 손실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아니다. 그러나 손실보상 기준은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한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차별받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소상공인 인터넷 카페엔 이같은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 배달하지 말 걸 그랬어요" "잠 못 자고 몸 축내가며 고생만 하고 보상 못 받았다" 심지어 " 대국민 사기극" 이라는 격한 반응도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매출 방어' 조차 안 된 더 힘든 소상공인부터 우선 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 동시보상은 왜 안 될까

불만을 키우는 지점은 또 있다. 지금은 이런 식이다. "방역이 급하니 문을 닫아라, 피해 보상은 나중에 해주겠다" 사후 보상이다. 정부의 행정 조치가 우선이고, 보상은 그 이후에 이뤄진다.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더 힘들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역 조치에 대한 반발을 부추기는 구조인 것이다.


다른 방식을 고민하자는 전문가들이 많다. "방역에 협조하면 이만큼 보상할테니, 문을 닫아라" 라는 동시 보상은 방역에 대한 협조를 더 쉽게 할 것이다. 과잉 보상을 걱정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행정력이면 큰 문제 없이 최종 정산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동시 보상하는 나라가 없지 않다.

■ 손실보상은 계속된다

손실보상법은 정말 어렵게 탄생했다. 이견이 워낙 커서 보기 드문 '입법청문회'라는 제도까지 거쳤다. 법제화된 제도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된다. 올 4분기에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손실보상은 시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가 아닌 다른 재난 때도 가동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허점이 있는 게 당연하다. 마냥 탓하긴 어렵다. 대신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현장의 불만을 합리적인 선에서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이 높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손실보상이 오히려 현장에서 갈등과 편가르기만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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