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 투어가 ‘불편한’ 이유

입력 2021.11.07 (09:00) 수정 2021.11.07 (11: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겠다

오염수를 가득 채운 탱크들이 줄줄이 늘어선 후쿠시마 원전.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발표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원전 폐로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인데요.

일본 정부가 외신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프레스 투어까지 마련해가며 홍보에 나섰습니다. 오염수 방류 발표 후 처음 공개되는 후쿠시마 원전에 KBS취재진이 다녀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경 20KM로 설정했던 피난지시구역을 다소 해제했고, 일부는 여전히 귀환곤란구역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피난지시구역이 해제됐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귀환곤란구역을 지나야 합니다. 아직 방사능 오염이 심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차량 통행은 가능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들은 쉼 없이 도로를 달리고, 여전히 검은 봉투에 쌓인 방사능 폐기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가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입고 있는 옷 위에 양말 두 켤레, 장갑, 모자, 조끼 등을 추가로 착용했습니다. 조끼 왼쪽 주머니에는 방사능 선량계, 오른쪽 주머니에는 원전 내부 시설 출입증을 넣은 채 원전 내부를 도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방사능 측정 절차를 거치고 있는 취재진후쿠시마 원전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방사능 측정 절차를 거치고 있는 취재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수소 폭발을 일으킨 1호기 앞에 섰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상징이 정면으로 보이는 ‘타카다이’(高台) 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외신들은 이곳에서 폐로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1, 2, 3, 4호기의 현 상태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사진과 영상 촬영 등을 진행했습니다. 방사능 때문에 주어진 시간은 10분 정도입니다.

후쿠시마원전 1호기에서 100m가량 떨어진 타카다이(高台)에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후쿠시마원전 1호기에서 100m가량 떨어진 타카다이(高台)에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그 앞에는 오염수가 가득 찬 탱크들이 서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1차적으로 ‘처리’하는 시설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며 알프스를 거친 물을 ‘처리수’라고 부릅니다.

이 물을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입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중 일부다핵종제거설비(ALPS) 중 일부

도쿄전력은 탱크에서 직접 빼냈다며 취재진에게 물이 든 유리병을 보여줬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계획대로라면 바닷물에 희석하기 전 단계의 물입니다.


현장 투어가 끝난 뒤 마련된 브리핑에서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한 상세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해양방류 계획을 처음 밝혔던 지난 4월과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훨씬 구체화돼 있었습니다.

도쿄전력이 배포한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도도쿄전력이 배포한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도

다음 달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증단의 안전성 검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오염수 방류는 이미 기정사실로 보였습니다. 홍보를 강화할 거냐고 물어보니, 도쿄전력 간부는 한발 더 나아가 IAEA에 대한 기대감까지 드러냈습니다.

마쓰모토 준이치 / 도쿄전력 알프스처리수대책 책임자
도쿄전력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일방통행식으로 알리기보다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AEA의 안전검증 후 이번 처리수에 관해서 특별한 리뷰를 해주실 것이기 때문에... 성명 같은 걸 발표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요청해 온 오염수 해양방류 양자 협의체 구성을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이번엔 경제산업성에서 온 실무자가 답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는데, 행간에서 부정적인 입장이 읽혔습니다.

다나베 유키 / 경제산업성 원자력발전소 사고수속조정관
(한국이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제공하겠습니다.


일본 정부의 외신을 대상으로 한 후쿠시마 원전 프레스투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KBS는 2019년에도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곳은 이전과 거의 비슷하지만, 이번엔 오염수 해양방류를 ‘홍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반발과 비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겁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후쿠시마 투어가 불편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가 향하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무엇을 찍는지 감시했고, 투어가 끝난 뒤에는 모든 사진과 영상을 빠짐없이 확인하며 상당 부분을 그 자리에서 즉시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울타리와 감시카메라, 건물 입구 등이 찍혀선 안 된다는 원칙을 사전에 통보했고 현장에서도 그대로 진행됐지만, 삭제의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 투어가 ‘불편한’ 이유
    • 입력 2021-11-07 09:00:37
    • 수정2021-11-07 11:42:59
    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겠다

오염수를 가득 채운 탱크들이 줄줄이 늘어선 후쿠시마 원전.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발표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원전 폐로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인데요.

일본 정부가 외신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프레스 투어까지 마련해가며 홍보에 나섰습니다. 오염수 방류 발표 후 처음 공개되는 후쿠시마 원전에 KBS취재진이 다녀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경 20KM로 설정했던 피난지시구역을 다소 해제했고, 일부는 여전히 귀환곤란구역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피난지시구역이 해제됐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귀환곤란구역을 지나야 합니다. 아직 방사능 오염이 심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차량 통행은 가능합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들은 쉼 없이 도로를 달리고, 여전히 검은 봉투에 쌓인 방사능 폐기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가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입고 있는 옷 위에 양말 두 켤레, 장갑, 모자, 조끼 등을 추가로 착용했습니다. 조끼 왼쪽 주머니에는 방사능 선량계, 오른쪽 주머니에는 원전 내부 시설 출입증을 넣은 채 원전 내부를 도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방사능 측정 절차를 거치고 있는 취재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수소 폭발을 일으킨 1호기 앞에 섰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상징이 정면으로 보이는 ‘타카다이’(高台) 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외신들은 이곳에서 폐로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1, 2, 3, 4호기의 현 상태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사진과 영상 촬영 등을 진행했습니다. 방사능 때문에 주어진 시간은 10분 정도입니다.

후쿠시마원전 1호기에서 100m가량 떨어진 타카다이(高台)에서 측정한 방사능 수치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그 앞에는 오염수가 가득 찬 탱크들이 서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1차적으로 ‘처리’하는 시설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며 알프스를 거친 물을 ‘처리수’라고 부릅니다.

이 물을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입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 중 일부
도쿄전력은 탱크에서 직접 빼냈다며 취재진에게 물이 든 유리병을 보여줬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계획대로라면 바닷물에 희석하기 전 단계의 물입니다.


현장 투어가 끝난 뒤 마련된 브리핑에서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한 상세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해양방류 계획을 처음 밝혔던 지난 4월과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훨씬 구체화돼 있었습니다.

도쿄전력이 배포한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도
다음 달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증단의 안전성 검증 절차가 남아 있지만, 오염수 방류는 이미 기정사실로 보였습니다. 홍보를 강화할 거냐고 물어보니, 도쿄전력 간부는 한발 더 나아가 IAEA에 대한 기대감까지 드러냈습니다.

마쓰모토 준이치 / 도쿄전력 알프스처리수대책 책임자
도쿄전력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일방통행식으로 알리기보다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AEA의 안전검증 후 이번 처리수에 관해서 특별한 리뷰를 해주실 것이기 때문에... 성명 같은 걸 발표해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요청해 온 오염수 해양방류 양자 협의체 구성을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이번엔 경제산업성에서 온 실무자가 답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는데, 행간에서 부정적인 입장이 읽혔습니다.

다나베 유키 / 경제산업성 원자력발전소 사고수속조정관
(한국이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제공하겠습니다.


일본 정부의 외신을 대상으로 한 후쿠시마 원전 프레스투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KBS는 2019년에도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공개한 곳은 이전과 거의 비슷하지만, 이번엔 오염수 해양방류를 ‘홍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반발과 비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겁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후쿠시마 투어가 불편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메라가 향하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무엇을 찍는지 감시했고, 투어가 끝난 뒤에는 모든 사진과 영상을 빠짐없이 확인하며 상당 부분을 그 자리에서 즉시 삭제하도록 했습니다.

울타리와 감시카메라, 건물 입구 등이 찍혀선 안 된다는 원칙을 사전에 통보했고 현장에서도 그대로 진행됐지만, 삭제의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