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선을 넘나들며” 시에 담은 30년 소방 인생

입력 2021.11.09 (06:55) 수정 2021.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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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은 59번째를 맞는 '소방의날'입니다.

험하고 궂은 임무를 묵묵히 해내는 소방관분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30년간 현장 생활을 하며 느낀 119대원의 애환을 은퇴를 눈앞에 두고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낸 '시인 소방관'을 김용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민병문/소방관 시 낭송 〈황색선을 넘나들며〉 : "빨간 벨 위에 모포를 깔고 선잠을 청한다 가느다란 수화기에 숨가쁜 황색선을 넘나들어."]

황색 중앙선을 넘나들며 긴급 출동하는 119 대원들.

자신들도 목숨을 건 상황이지만 이해하고 도와주는 시민들이 더 고마웠다고 말합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한 시민이 운전하다) 빨간 차 (보고) 멈추다 뒤에 오는 차가 탁 받은 게 있어요. 제가 그 심정을 적어놨어요. 그때 고맙다고."]

고교 시절부터 시를 습작했습니다.

환갑 가까운 나이에 낸 첫 시집.

53편의 시들엔 30년간의 현장 생활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비슷한 것만 봐도 기억이) 금방금방 스치죠. 다 트라우마죠. 다 사고 현장에서 했던 거니까."]

스스로도 수없이 넘긴 생사의 고비.

다른 대원들의 죽음, 과로, 고통이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예전에 불 끄다) 바깥에서 막 소리 지르고 난리 났어요. 빨리 나오라고. 그런데 막 수관(소방 호스)이고 뭐고 놔두고 나오는 순간 팍 주저앉아버리더라고."]

시집 수익금은 모두 병으로 쓰러진 소방 동료들의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 1년 뒤면 은퇴하는 시인 소방관.

수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한 동료와 유족이 자꾸 생각난다 합니다.

[민병문/소방관 시 낭송 〈국립묘지가 저긴데〉 : "오늘따라 그 얼굴이 스침은 내년이면 머물렀던 자리도 비워야겠기에 뒤 돌아보니 선상마다 그 미소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오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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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색선을 넘나들며” 시에 담은 30년 소방 인생
    • 입력 2021-11-09 06:55:51
    • 수정2021-11-09 07:00:34
    뉴스광장 1부
[앵커]

오늘(9일)은 59번째를 맞는 '소방의날'입니다.

험하고 궂은 임무를 묵묵히 해내는 소방관분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30년간 현장 생활을 하며 느낀 119대원의 애환을 은퇴를 눈앞에 두고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낸 '시인 소방관'을 김용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민병문/소방관 시 낭송 〈황색선을 넘나들며〉 : "빨간 벨 위에 모포를 깔고 선잠을 청한다 가느다란 수화기에 숨가쁜 황색선을 넘나들어."]

황색 중앙선을 넘나들며 긴급 출동하는 119 대원들.

자신들도 목숨을 건 상황이지만 이해하고 도와주는 시민들이 더 고마웠다고 말합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한 시민이 운전하다) 빨간 차 (보고) 멈추다 뒤에 오는 차가 탁 받은 게 있어요. 제가 그 심정을 적어놨어요. 그때 고맙다고."]

고교 시절부터 시를 습작했습니다.

환갑 가까운 나이에 낸 첫 시집.

53편의 시들엔 30년간의 현장 생활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비슷한 것만 봐도 기억이) 금방금방 스치죠. 다 트라우마죠. 다 사고 현장에서 했던 거니까."]

스스로도 수없이 넘긴 생사의 고비.

다른 대원들의 죽음, 과로, 고통이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

[민병문/경기 과천소방서 : "(예전에 불 끄다) 바깥에서 막 소리 지르고 난리 났어요. 빨리 나오라고. 그런데 막 수관(소방 호스)이고 뭐고 놔두고 나오는 순간 팍 주저앉아버리더라고."]

시집 수익금은 모두 병으로 쓰러진 소방 동료들의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 1년 뒤면 은퇴하는 시인 소방관.

수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한 동료와 유족이 자꾸 생각난다 합니다.

[민병문/소방관 시 낭송 〈국립묘지가 저긴데〉 : "오늘따라 그 얼굴이 스침은 내년이면 머물렀던 자리도 비워야겠기에 뒤 돌아보니 선상마다 그 미소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오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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