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장 내 괴롭힘’ 첫 인정…무슨 일 있었길래

입력 2021.11.09 (11:08) 수정 2021.11.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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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올해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노동 분야가 많았다. 새벽 배송의 과로 문제, 물류센터의 야간노동 등이 자주 문제가 됐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다. 쿠팡에서는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의 인천4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 백정엽 씨가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보통 회사가 자체 조사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를 진행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으냐"

쿠팡 물류센터의 가혹한 노동 조건이 지속되자, 직원들은 올해 초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백 씨와 동료 직원들은 네이버 밴드 대화방을 만들었다. 노조 설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지 등을 의논하는 SNS 모임이었다.

회사 측은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현장 반장 등 관리자가 백 씨를 따로 불렀다. ‘네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으냐’ ‘(노조) 밴드에 글 쓰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백 씨 입장에서는 조롱이자 강요였다. 업무도 갑자기 바뀌었다. 포장된 물건을 나르던 업무를 했는데, 갑자기 차량을 유도하는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백 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 신고를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신고를 접수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사실관계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업무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백 씨와 현장 반장을 한 차례씩 면담 조사만 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제3자를 불러 증언을 듣지도 않았다. 그리고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 씨는 전화로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조사가 너무 미흡"…정부가 직접 조사

회사는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회사 측의 조사가 미흡하면, 보통은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재조사를 권고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6월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달 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조 활동과 관련한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쿠팡 안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안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피해 직원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은 것은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가 오히려 기름을 부을 듯

쿠팡에는 지난 6월 노조가 설립됐다. 이번 조사 결과로 쿠팡의 노동 정책이 바뀔 지는 미지수다. 회사 측은 관리자 1명의 일부 발언이 문제로 인정됐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노조가 이번 일을 부풀려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5개월 유급휴가, 심리 치료비 지원, 회사 측의 공개 사과, 노동청에서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까지 중징계 등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의 '기업 괴롭힘'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쿠팡 노사 관계는 더욱 격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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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직장 내 괴롭힘’ 첫 인정…무슨 일 있었길래
    • 입력 2021-11-09 11:08:28
    • 수정2021-11-09 14:11:16
    취재K

쿠팡은 올해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노동 분야가 많았다. 새벽 배송의 과로 문제, 물류센터의 야간노동 등이 자주 문제가 됐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됐다. 쿠팡에서는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의 인천4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 백정엽 씨가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보통 회사가 자체 조사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직접 조사를 진행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으냐"

쿠팡 물류센터의 가혹한 노동 조건이 지속되자, 직원들은 올해 초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백 씨와 동료 직원들은 네이버 밴드 대화방을 만들었다. 노조 설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지 등을 의논하는 SNS 모임이었다.

회사 측은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현장 반장 등 관리자가 백 씨를 따로 불렀다. ‘네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으냐’ ‘(노조) 밴드에 글 쓰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백 씨 입장에서는 조롱이자 강요였다. 업무도 갑자기 바뀌었다. 포장된 물건을 나르던 업무를 했는데, 갑자기 차량을 유도하는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백 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 신고를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신고를 접수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사실관계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업무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백 씨와 현장 반장을 한 차례씩 면담 조사만 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지도 않았고, 제3자를 불러 증언을 듣지도 않았다. 그리고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 씨는 전화로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조사가 너무 미흡"…정부가 직접 조사

회사는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회사 측의 조사가 미흡하면, 보통은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재조사를 권고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6월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달 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조 활동과 관련한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쿠팡 안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안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피해 직원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은 것은 의미가 있다.

조사 결과가 오히려 기름을 부을 듯

쿠팡에는 지난 6월 노조가 설립됐다. 이번 조사 결과로 쿠팡의 노동 정책이 바뀔 지는 미지수다. 회사 측은 관리자 1명의 일부 발언이 문제로 인정됐을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노조가 이번 일을 부풀려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5개월 유급휴가, 심리 치료비 지원, 회사 측의 공개 사과, 노동청에서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까지 중징계 등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의 '기업 괴롭힘'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쿠팡 노사 관계는 더욱 격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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