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확보 총력전 펴는 정부…요소수 넘어도 ‘산 너머 산’?

입력 2021.11.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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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차량용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군용기를 투입하고 외교채널을 총동원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호주와 베트남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확보하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은 물량이 크게 부족해 사태 해소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품목 상당수가 특정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 차질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베트남서 일부 수입…“국내 하루 사용량 불과”

호주에서 수입하기로 한 요소수 2만 7천 리터, 약 30톤을 운송하기 위해 우리 군은 이르면 내일(10일) 수송기를 보낼 예정입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9일) 브리핑에서 “내일 일정에 맞춰서 수송기가 출발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영공 통과 문제 등이 있어 최종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지원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베트남에서도 다음주 중 차량용 요소 200톤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요소수 6백톤을 만들 수 있는데, 호주에서 수입하는 물량보다는 많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요소수가 하루 6백톤 가량이어서 지금까지 호주와 베트남에서 확보된 요소수를 합해도 이틀치도 채 되지 않습니다.


“10여 개국 접촉 중”…중국과 협의 ‘급선무’

때문에 정부는 해외 공관과 코트라, 업계 등을 통해 요소와 요소수 수급에 여유가 있는 나라들을 파악해 수입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출 가능 여부를 협의하기 위해 “10여 개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는 “구체적인 국가명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언급했지만, 우리 정부는 러시아나 중동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국가들과 원활하게 협의가 진행될 경우 추가로 만톤 가량의 요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국가별 수출 가능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요소의 품질도 달라서 차량용으로 적합한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 세계적인 물동량 급증으로 화물선을 급하게 구하기도 어려워, 요소를 확보해도 신속하게 운송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업계가 이미 중국과 계약한 물량부터 신속하게 수출 통관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의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어제(8일) 국회에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한국 시장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은 중국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며 “좋은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중국도 요소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반복되는 ‘공급 대란’…마그네슘 등도 ‘주의보’

요소수 대란이 언제 해소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다른 품목에서 추가적인 ‘공급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스크나 백신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부족했던 품목도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나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때문에 우리만 겪는 공급 대란도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의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입된 품목 1만 2천여 개를 분석한 결과 31.3%에 해당하는 3,941개 품목은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특정한 한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천8백여 개 품목은 물량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미국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았습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금속을 제련하는 업체들이 비교적 환경규제가 약한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원자재의 경우 낮은 가격으로 대량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빠르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정부도 요소수 확보 노력과 함께, 수급 불안 요인이 있는 품목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요소수 공급 차질을 계기로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조사해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소재인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중국이 전세계 최대 생산국인데, 최근 중국의 전력난과 환경 규제 강화로 공급량이 축소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때문에 유럽의 자동차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마그네슘 부족 사태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원자재인 마그네슘 주괴를 100%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또다른 공급 대란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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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소수’ 확보 총력전 펴는 정부…요소수 넘어도 ‘산 너머 산’?
    • 입력 2021-11-09 16:14:20
    취재K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차량용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군용기를 투입하고 외교채널을 총동원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호주와 베트남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확보하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은 물량이 크게 부족해 사태 해소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품목 상당수가 특정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 차질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베트남서 일부 수입…“국내 하루 사용량 불과”

호주에서 수입하기로 한 요소수 2만 7천 리터, 약 30톤을 운송하기 위해 우리 군은 이르면 내일(10일) 수송기를 보낼 예정입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9일) 브리핑에서 “내일 일정에 맞춰서 수송기가 출발하도록 준비 중”이라며, “영공 통과 문제 등이 있어 최종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지원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베트남에서도 다음주 중 차량용 요소 200톤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요소수 6백톤을 만들 수 있는데, 호주에서 수입하는 물량보다는 많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요소수가 하루 6백톤 가량이어서 지금까지 호주와 베트남에서 확보된 요소수를 합해도 이틀치도 채 되지 않습니다.


“10여 개국 접촉 중”…중국과 협의 ‘급선무’

때문에 정부는 해외 공관과 코트라, 업계 등을 통해 요소와 요소수 수급에 여유가 있는 나라들을 파악해 수입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출 가능 여부를 협의하기 위해 “10여 개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는 “구체적인 국가명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언급했지만, 우리 정부는 러시아나 중동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국가들과 원활하게 협의가 진행될 경우 추가로 만톤 가량의 요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국가별 수출 가능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요소의 품질도 달라서 차량용으로 적합한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 세계적인 물동량 급증으로 화물선을 급하게 구하기도 어려워, 요소를 확보해도 신속하게 운송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업계가 이미 중국과 계약한 물량부터 신속하게 수출 통관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의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어제(8일) 국회에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한국 시장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은 중국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며 “좋은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중국도 요소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반복되는 ‘공급 대란’…마그네슘 등도 ‘주의보’

요소수 대란이 언제 해소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다른 품목에서 추가적인 ‘공급 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스크나 백신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부족했던 품목도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나 이번 요소수 사태처럼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 때문에 우리만 겪는 공급 대란도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의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입된 품목 1만 2천여 개를 분석한 결과 31.3%에 해당하는 3,941개 품목은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특정한 한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천8백여 개 품목은 물량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미국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았습니다.

김경훈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금속을 제련하는 업체들이 비교적 환경규제가 약한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원자재의 경우 낮은 가격으로 대량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빠르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정부도 요소수 확보 노력과 함께, 수급 불안 요인이 있는 품목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요소수 공급 차질을 계기로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조사해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소재인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중국이 전세계 최대 생산국인데, 최근 중국의 전력난과 환경 규제 강화로 공급량이 축소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때문에 유럽의 자동차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마그네슘 부족 사태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원자재인 마그네슘 주괴를 100%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또다른 공급 대란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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