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열차 재개 임박, 평양 호텔 홍보…북한 ‘빗장’ 푸나?

입력 2021.11.09 (18:33) 수정 2021.11.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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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일) 오후, 북한과 중국을 잇는 압록강 철교를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해당 열차가 중국 쪽 기관차로, 압록강을 건너간 것은 아니고 철교의 중국 쪽 구간까지 갔다가 다시 단둥역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정식 개통 전 일종의 시험 운행을 해 본 것으로 보입니다.

■ 북중 열차 재개 초읽기...평양 호텔들은 '3개 국어' 소개 책자 발간

북중 열차 운행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섰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정부는 북중 간 열차 운행 재개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북중 당국은 내일(10일)부터 오는 15일 사이에 북중 간 열차 운행을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의주 인근 의주 공항에 대규모 방역 설비를 갖추는 공사 역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북한이 육로 교역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시기를 같이해 흥미있는 북한 내부 동향도 포착됐는데요, 바로 평양 호텔들의 소개 책자 발간입니다. 북한은 최근 평양시에 있는 창광산 호텔과 평양 호텔의 소개 책자를 잇따라 발간했습니다.


책자는 호텔 시설 소개와 함께 식당 메뉴, 투숙객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서비스 등을 10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는데요. 수백 석 규모의 연회장과 여러 종류의 식당, 수영장, 카페와 술집, 운동시설과 노래방까지 말그대로 갖출 건 모두 갖춘 모습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호텔 소개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까지 포함해 3개 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북한 주민들을 위한 소개 책자라면 굳이 영어와 중국어를 병기할 필요가 없겠죠.

특히 '평양 호텔'의 경우 소개글에 "조선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친절한 봉사로 손님들의 편의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어 외국인들의 평양 방문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식음료 메뉴를 봐도 한식 뿐 아니라 일식,  이탈리아 음식 등 외국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식음료 메뉴를 봐도 한식 뿐 아니라 일식, 이탈리아 음식 등 외국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자 뒷부분에는 국제전화를 각 객실에서 직접 할 수 있다며 나라별 번호도 안내해 두었는데요, 역시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신경쓴 모습입니다.


■ 잦아진 북·중 고위급 접촉, '외국인' 맞이 준비하는 평양시?

외국인 맞이를 준비하는 듯한 평양시. 정말 북한이 부분적으로나마 국경 봉쇄를 풀려는 걸까요?

최근 북·중 고위 외교인사들의 잦은 접촉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이용남 주중 대사가 우장하오(吳江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면담한 사실을 공개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도 회동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우장하오와의 면담 뒤 "쌍방은 두 당,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관계를 힘있게 추동할 데 대해서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북중 교역 재개와 대북 지원 등 관련 내용이 협의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외무성은 또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5일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를,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같은 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고도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11월부터는 열차를 통한 무역 재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년부터는 인적 교류 재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 인적 교류 위해 백신 접종 필수인데...한·미·중 협력 가능할까?

제한적으로나마 인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백신 지원이 필수적일 겁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 북한에 백신, 진단 키트, 치료제 등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중국, 미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게서 백신 200~300만 도즈를 순차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두차례 접종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인 약 5천만 도즈 정도를 한 번에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중국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이 서로 나누어서 지원을 분담한다면 각국의 부담도 어느 정도 줄어들고, 남북 대화라든가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다면 평양이나 접경지역에 대한 부분적 개방도 가능해질 텐데요.

초읽기에 들어선 북중 간 열차 운영 재개와 평양시내 호텔들의 '외국인 대상' 소개 책자 발간, 빈번한 북중 고위급 인사들의 접촉까지...

정말 북한이 2년에 가까운 봉쇄를 풀고 국경을 열지, 그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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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열차 재개 임박, 평양 호텔 홍보…북한 ‘빗장’ 푸나?
    • 입력 2021-11-09 18:33:04
    • 수정2021-11-09 18:45:20
    취재K

어제(8일) 오후, 북한과 중국을 잇는 압록강 철교를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해당 열차가 중국 쪽 기관차로, 압록강을 건너간 것은 아니고 철교의 중국 쪽 구간까지 갔다가 다시 단둥역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정식 개통 전 일종의 시험 운행을 해 본 것으로 보입니다.

■ 북중 열차 재개 초읽기...평양 호텔들은 '3개 국어' 소개 책자 발간

북중 열차 운행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섰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정부는 북중 간 열차 운행 재개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북중 당국은 내일(10일)부터 오는 15일 사이에 북중 간 열차 운행을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의주 인근 의주 공항에 대규모 방역 설비를 갖추는 공사 역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북한이 육로 교역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시기를 같이해 흥미있는 북한 내부 동향도 포착됐는데요, 바로 평양 호텔들의 소개 책자 발간입니다. 북한은 최근 평양시에 있는 창광산 호텔과 평양 호텔의 소개 책자를 잇따라 발간했습니다.


책자는 호텔 시설 소개와 함께 식당 메뉴, 투숙객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서비스 등을 10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는데요. 수백 석 규모의 연회장과 여러 종류의 식당, 수영장, 카페와 술집, 운동시설과 노래방까지 말그대로 갖출 건 모두 갖춘 모습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호텔 소개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까지 포함해 3개 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북한 주민들을 위한 소개 책자라면 굳이 영어와 중국어를 병기할 필요가 없겠죠.

특히 '평양 호텔'의 경우 소개글에 "조선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친절한 봉사로 손님들의 편의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어 외국인들의 평양 방문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습니다.


식음료 메뉴를 봐도 한식 뿐 아니라 일식,  이탈리아 음식 등 외국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책자 뒷부분에는 국제전화를 각 객실에서 직접 할 수 있다며 나라별 번호도 안내해 두었는데요, 역시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신경쓴 모습입니다.


■ 잦아진 북·중 고위급 접촉, '외국인' 맞이 준비하는 평양시?

외국인 맞이를 준비하는 듯한 평양시. 정말 북한이 부분적으로나마 국경 봉쇄를 풀려는 걸까요?

최근 북·중 고위 외교인사들의 잦은 접촉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이용남 주중 대사가 우장하오(吳江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면담한 사실을 공개했고,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양제츠(楊潔篪)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도 회동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우장하오와의 면담 뒤 "쌍방은 두 당,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전통적인 조중(북중) 친선관계를 힘있게 추동할 데 대해서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북중 교역 재개와 대북 지원 등 관련 내용이 협의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외무성은 또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5일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를,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같은 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고도 밝혔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11월부터는 열차를 통한 무역 재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년부터는 인적 교류 재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 인적 교류 위해 백신 접종 필수인데...한·미·중 협력 가능할까?

제한적으로나마 인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백신 지원이 필수적일 겁니다. 정성장 센터장은 " 북한에 백신, 진단 키트, 치료제 등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중국, 미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게서 백신 200~300만 도즈를 순차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두차례 접종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인 약 5천만 도즈 정도를 한 번에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중국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 센터장은 "한국과 미국, 중국이 서로 나누어서 지원을 분담한다면 각국의 부담도 어느 정도 줄어들고, 남북 대화라든가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다면 평양이나 접경지역에 대한 부분적 개방도 가능해질 텐데요.

초읽기에 들어선 북중 간 열차 운영 재개와 평양시내 호텔들의 '외국인 대상' 소개 책자 발간, 빈번한 북중 고위급 인사들의 접촉까지...

정말 북한이 2년에 가까운 봉쇄를 풀고 국경을 열지, 그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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