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 대신 엄마 성 쓸게요”…“부성우선주의 폐지해야”

입력 2021.11.09 (21:36) 수정 2021.11.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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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녀에게 아빠 성 대신 엄마 성을 물려주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최근 법원이 자녀의 성을 바꾸게 해달라는 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는데, 먼저 최유경 기자의 보도 보시고,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리포트]

아빠 정민구, 엄마 김지예, 딸 김정원.

[김지예 : "처음에는 양성을 그냥 쓰자고 했었어요. '정김' 뭐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쁜 이름이 없는 거예요. 그럴 바에는 그럼 '김정'으로 하면"]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성주의, 즉 '아빠 성 따르기'에 맞서는 건 아빠에겐 조금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정민구 : "'나는 왜 당연히 내 거라고 생각했고 왜 뺏긴다는 마음이 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 이거는 좀 뭔가 평등한 구조가 아니다.'"]

출생신고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현행법상 엄마 성을 쓰려면 8년 전 혼인신고 때 미리 신청했어야 했던 상황.

이혼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정민구 :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혼 후에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거기에 엄마 성 쓰기를 체크하는 거더라고요. 아무리 서류적인 거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서 할 일인가?"]

결국, 아빠 성을 붙인 뒤 법원에 엄마 성으로의 변경을 청구했는데, 한 달 만에 허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편견에 맞서야 한다는 현실은 여전히 남은 숙젭니다.

[이수연 : "부모님이 많이 화를 내시긴 했죠. 아이가 나중에 놀림을 당하거나 편견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기본이었던 것 같고요."]

[박기용 : "(엄마 성을 쓴다는 것이) 차별이 되고 그걸로 연결시킨다는 것 자체가 그 사회가 여전히 한부모 가정이나 재혼 가정에 대해서 안 좋은 처우를 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거잖아요."]

법원의 이번 결정이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하고 성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수연 : "한국 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포용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자기 이름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거를 이제 알게 되면 그걸 되게 자랑스러워해 줬으면 좋겠고."]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 김정은/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민영/문자그래픽:김은영

“엄마 성 쓰려고 이혼까지 생각?”…아빠 성 따르는 민법 개정 움직임

[앵커]

최유경 기자, 앞서 보도에서도 봤지만 자녀 성을 바꾸려면 아예 부모가 혼인신고부터 다시해야 한다는 거네요?

[기자]

네, 우선 현행 민법 781조 1항을 보면 아빠의 성과 본을 따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엄마 성을 쓸 수 있는 예외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 혼인신고서에 보면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문항이 있거든요.

여기에 '예'라고 체크하고 이렇게 별도의 협의서를 쓸 경우에는 엄마 성을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사실 결혼을 할 때 자녀계획까지 다 세우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여성단체 등에선 이걸 혼인신고 때가 아니라 아이 출생신고 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출생신고 때 성을 택할 수 있게 법을 바꾸자는 주장도 있죠?

[기자]

네, 논의는 벌써 시작됐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응답이 73.1%나 됐는데요.

이 때문에 여가부는 올해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방금 말한 민법 조항을 개정해서 '부성우선주의' 대신 '부모협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무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한 건 없고, 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는 입장이고요.

21대 국회에도 관련 민법 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나라나 문화에 따라 많이 달라요?

[기자]

성을 물려주는 부분은 사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크다 보니까 전문가들은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이런 입장인데요.

일단 독일이나 프랑스, 중국 같은 경우 법적으로 출생신고 때 엄마 성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부모의 성을 원하는 순서대로 조합한 성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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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성 대신 엄마 성 쓸게요”…“부성우선주의 폐지해야”
    • 입력 2021-11-09 21:36:13
    • 수정2021-11-09 2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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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녀에게 아빠 성 대신 엄마 성을 물려주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최근 법원이 자녀의 성을 바꾸게 해달라는 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는데, 먼저 최유경 기자의 보도 보시고,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리포트]

아빠 정민구, 엄마 김지예, 딸 김정원.

[김지예 : "처음에는 양성을 그냥 쓰자고 했었어요. '정김' 뭐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쁜 이름이 없는 거예요. 그럴 바에는 그럼 '김정'으로 하면"]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성주의, 즉 '아빠 성 따르기'에 맞서는 건 아빠에겐 조금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정민구 : "'나는 왜 당연히 내 거라고 생각했고 왜 뺏긴다는 마음이 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 이거는 좀 뭔가 평등한 구조가 아니다.'"]

출생신고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현행법상 엄마 성을 쓰려면 8년 전 혼인신고 때 미리 신청했어야 했던 상황.

이혼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정민구 :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혼 후에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거기에 엄마 성 쓰기를 체크하는 거더라고요. 아무리 서류적인 거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서 할 일인가?"]

결국, 아빠 성을 붙인 뒤 법원에 엄마 성으로의 변경을 청구했는데, 한 달 만에 허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편견에 맞서야 한다는 현실은 여전히 남은 숙젭니다.

[이수연 : "부모님이 많이 화를 내시긴 했죠. 아이가 나중에 놀림을 당하거나 편견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기본이었던 것 같고요."]

[박기용 : "(엄마 성을 쓴다는 것이) 차별이 되고 그걸로 연결시킨다는 것 자체가 그 사회가 여전히 한부모 가정이나 재혼 가정에 대해서 안 좋은 처우를 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거잖아요."]

법원의 이번 결정이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하고 성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수연 : "한국 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포용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자기 이름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거를 이제 알게 되면 그걸 되게 자랑스러워해 줬으면 좋겠고."]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윤재구 김정은/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최민영/문자그래픽:김은영

“엄마 성 쓰려고 이혼까지 생각?”…아빠 성 따르는 민법 개정 움직임

[앵커]

최유경 기자, 앞서 보도에서도 봤지만 자녀 성을 바꾸려면 아예 부모가 혼인신고부터 다시해야 한다는 거네요?

[기자]

네, 우선 현행 민법 781조 1항을 보면 아빠의 성과 본을 따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엄마 성을 쓸 수 있는 예외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 혼인신고서에 보면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문항이 있거든요.

여기에 '예'라고 체크하고 이렇게 별도의 협의서를 쓸 경우에는 엄마 성을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사실 결혼을 할 때 자녀계획까지 다 세우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여성단체 등에선 이걸 혼인신고 때가 아니라 아이 출생신고 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출생신고 때 성을 택할 수 있게 법을 바꾸자는 주장도 있죠?

[기자]

네, 논의는 벌써 시작됐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응답이 73.1%나 됐는데요.

이 때문에 여가부는 올해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방금 말한 민법 조항을 개정해서 '부성우선주의' 대신 '부모협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무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한 건 없고, 법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는 입장이고요.

21대 국회에도 관련 민법 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습니다.

[앵커]

미국은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라가기도 하고요,

나라나 문화에 따라 많이 달라요?

[기자]

성을 물려주는 부분은 사실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크다 보니까 전문가들은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이런 입장인데요.

일단 독일이나 프랑스, 중국 같은 경우 법적으로 출생신고 때 엄마 성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부모의 성을 원하는 순서대로 조합한 성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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