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모범 방역국이라더니…낮은 백신 접종률에 ‘재봉쇄’ 설까지 나오는 독일

입력 2021.11.10 (09:29) 수정 2021.11.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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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 병원인 샤리테 대학병원.   (사진 출처=연합뉴스)독일 최대 병원인 샤리테 대학병원. (사진 출처=연합뉴스)

독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합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하더니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 명 당 누적 확진자 수도 코로나19 확산 이래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습니다.

확진자가 폭증으로 우려되던 의료 시스템 마비도 현실화되는 모양입니다. 독일 최대, 유럽 최대라는 베를린의 샤리테 대학 병원에서 시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내에서 손 꼽히던 모범 방역국이던 독일, 이제는 재봉쇄를 고민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 3개월째 60%대 백신 접종률…"그래도 나는 접종 안 해"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겨울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계절적 요인이 우선 한몫 합니다. 그러나 독일에서 진짜 문제는 낮은 백신 접종률입니다.

국경을 사실상 막는 봉쇄 조치와 철저한 방역 조치로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던 독일.

이미 지난 7월에 1차 접종률 60%를 돌파했습니다. 9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실제 가능해 보였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독일은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부터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접종률은 여전히 6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따르면 11월 8일 현재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69.7%(5,800만 명), 접종 완료자는 67.2%(5,590만 명)입니다.

독일 전체 인구가 8,310만 명이니 2,500만 명 정도가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의 독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프 출처=월드오미터)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의 독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프 출처=월드오미터)

최근 독일의 신규 확진 추이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2차, 3차 유행을 넘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일 최다 확진자 수는 이미 갈아치웠습니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12월 18일 3만 3,77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11월 3일 3만 3,949명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더니 다음 날인 4일엔 3만 7,120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진자의 90%는 백신 미접종자입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률은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접종자 3명 중 2명은 절대 백신을 접종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가가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현실화된 의료 시스템 과부하…샤리테 대학 병원 "예약된 수술 연기"

확진자 폭증으로 제일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지난 대유행 때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위기를 겪었고, 독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다시 닥친 겁니다.

독일 의학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베를린의 샤리테 대학 병원은 11월 9일부터 시급을 다투지 않는 수술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현재 샤리테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 환자는 120명, 이 중 50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치료로 다른 위급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 겁니다.

게다가 2년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에 지친 간호사 등 직원 상당수가 병원을 떠났습니다.

외르그 파울로프스키 샤리테 병원 직원위원회 대표는 "집중치료시설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채우고 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많은 직원이 병원을 떠났다. 어느 병원이나 같은 상황"이라고 타게스 슈피겔과 인터뷰했습니다.

옌스 슈판 독일 연방 보건장관. 슈판 장관은 “독일은 이미 4차유행”이라며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강구할 뜻을 밝혔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옌스 슈판 독일 연방 보건장관. 슈판 장관은 “독일은 이미 4차유행”이라며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강구할 뜻을 밝혔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3G에서 2G로 미접종자 제한 강화…"최악의 경우 재봉쇄"

현재 독일은 '3G'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백신을 접종 받았거나( geimpft),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genesen), 그리고 PCR 테스트에서 음성( getestet), 이 셋 중 하나만 충족하면 이전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는 권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 되면서 3G 정책을 2G로 전환하는 주가 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자와 완치자에게만 일상을 누릴 권리를 부여하고 음성 테스트는 이제 필요 없다는 겁니다.

곧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2G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접종자에게 불이익, 불편을 줘서 백신을 접종하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미접종자들은 '백신을 안 맞을 권리'를 주장하며 접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옌스 슈판 독일 연방 보건장관은 "독일은 4차 유행의 초입에 있지 않다. 이미 4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 아마도 백신 미접종자 전원이 감염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안드레아스 가센 독일 의료보험 의사 조합 위원장)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내부에서는 경우에 따라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실시한 강력한 봉쇄 조치가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학교와 상점이 셧다운 되고 나라 간 이동도 제약을 받게 되는 상황이 또 올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코로나 관리로 모범 방역국으로 칭송받던 독일이 백신 접종률 정체로 발목을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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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0 09:29:55
    • 수정2021-11-10 09:56:09
    특파원 리포트
독일 최대 병원인 샤리테 대학병원.   (사진 출처=연합뉴스)
독일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합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이틀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하더니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 명 당 누적 확진자 수도 코로나19 확산 이래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습니다.

확진자가 폭증으로 우려되던 의료 시스템 마비도 현실화되는 모양입니다. 독일 최대, 유럽 최대라는 베를린의 샤리테 대학 병원에서 시급하지 않은 수술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내에서 손 꼽히던 모범 방역국이던 독일, 이제는 재봉쇄를 고민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 3개월째 60%대 백신 접종률…"그래도 나는 접종 안 해"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겨울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계절적 요인이 우선 한몫 합니다. 그러나 독일에서 진짜 문제는 낮은 백신 접종률입니다.

국경을 사실상 막는 봉쇄 조치와 철저한 방역 조치로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던 독일.

이미 지난 7월에 1차 접종률 60%를 돌파했습니다. 9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실제 가능해 보였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독일은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부터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접종률은 여전히 6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따르면 11월 8일 현재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69.7%(5,800만 명), 접종 완료자는 67.2%(5,590만 명)입니다.

독일 전체 인구가 8,310만 명이니 2,500만 명 정도가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의 독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프 출처=월드오미터)
최근 독일의 신규 확진 추이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2차, 3차 유행을 넘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일 최다 확진자 수는 이미 갈아치웠습니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12월 18일 3만 3,77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11월 3일 3만 3,949명으로 이 기록을 넘어서더니 다음 날인 4일엔 3만 7,120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진자의 90%는 백신 미접종자입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률은 높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접종자 3명 중 2명은 절대 백신을 접종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가가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현실화된 의료 시스템 과부하…샤리테 대학 병원 "예약된 수술 연기"

확진자 폭증으로 제일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지난 대유행 때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위기를 겪었고, 독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다시 닥친 겁니다.

독일 의학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베를린의 샤리테 대학 병원은 11월 9일부터 시급을 다투지 않는 수술을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현재 샤리테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 환자는 120명, 이 중 50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치료로 다른 위급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 겁니다.

게다가 2년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에 지친 간호사 등 직원 상당수가 병원을 떠났습니다.

외르그 파울로프스키 샤리테 병원 직원위원회 대표는 "집중치료시설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채우고 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많은 직원이 병원을 떠났다. 어느 병원이나 같은 상황"이라고 타게스 슈피겔과 인터뷰했습니다.

옌스 슈판 독일 연방 보건장관. 슈판 장관은 “독일은 이미 4차유행”이라며 미접종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강구할 뜻을 밝혔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3G에서 2G로 미접종자 제한 강화…"최악의 경우 재봉쇄"

현재 독일은 '3G'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백신을 접종 받았거나( geimpft),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genesen), 그리고 PCR 테스트에서 음성( getestet), 이 셋 중 하나만 충족하면 이전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는 권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 되면서 3G 정책을 2G로 전환하는 주가 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자와 완치자에게만 일상을 누릴 권리를 부여하고 음성 테스트는 이제 필요 없다는 겁니다.

곧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2G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접종자에게 불이익, 불편을 줘서 백신을 접종하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미접종자들은 '백신을 안 맞을 권리'를 주장하며 접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옌스 슈판 독일 연방 보건장관은 "독일은 4차 유행의 초입에 있지 않다. 이미 4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몇 달간 아마도 백신 미접종자 전원이 감염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될 것"(안드레아스 가센 독일 의료보험 의사 조합 위원장)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독일 내부에서는 경우에 따라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실시한 강력한 봉쇄 조치가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학교와 상점이 셧다운 되고 나라 간 이동도 제약을 받게 되는 상황이 또 올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인 코로나 관리로 모범 방역국으로 칭송받던 독일이 백신 접종률 정체로 발목을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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