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빠른 ‘서울 첫눈’…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은?

입력 2021.11.10 (11:52) 수정 2021.11.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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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기상청이 기록하는 '공식 첫눈'입니다.

까만 어둠이 덮여있는 오전 6시 10분. 서울 첫눈 관측의 기준이 되는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습니다. 어제 관악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높은 산지에 함박눈이 쏟아진 데 이어 오늘 지상에도 첫눈이 내린 겁니다.

오늘 서울 송월동 관측소 첫눈 [제공: 기상청]오늘 서울 송월동 관측소 첫눈 [제공: 기상청]

오늘 서울의 첫눈은 지난해(12월 10일)보다 한 달(30일) 빨랐습니다. 평년(11월 20일)과 비교해도 10일 빠른 기록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 북부에도 약한 눈이 관측됐습니다.

원래 첫눈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지면의 기온이 떨어지고 습기도 충분해야 함박눈의 형태로 내리는데, 보통 첫눈이 오는 시기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싸락눈 같은 형태로, 그것도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 잠시 날리는 게 전부인데요. 오늘 첫눈을 보셨다면 '행운'입니다. 기상전문기자인 저도 아직 첫눈을 본 경험이 없습니다.

■ 한 달 빠른 '첫눈' 원인은?

첫눈이 이렇게 빨리 찾아온 원인은 뭘까요? 최근 이어진 초겨울 추위와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어제(9일) 기준 지상 5km 상공(500hPa) '지위고도' 분포를 보겠습니다.

한반도 5km 상공에 영하 25도 이하의 찬 공기가 최근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요. 파란색으로 보이는 북극에서 뻗어 나온 한기가 한반도 전체를 포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찬 공기는 구불구불하게 북반구 중위도를 회전하면서 최근 2~3일간 우리나라에 강력한 한기를 싣고 내려왔습니다. 이른 추위와 첫눈의 시작은 '북극'이었던 셈입니다.


기온이 낮은 제주 산지와 강원 산지, 경북 산지를 비롯해 강원 영서와 충북지역에는 오늘도 눈이 이어지겠습니다. 그밖의 지역에도 약하게 눈이 날리거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거로 보입니다.

또 북극발 한기는 갈수록 거세져 오는 금요일 아침 대관령 등 산지와 내륙은 영하 5도 안팎, 서울도 0도로 추위가 절정에 이르겠습니다. 이후 토요일(13일) 낮부터 추위가 누그러졌다가 다음 주 화요일(16일) 다시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될까?

그럼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릴까요? 아직 한 달 이상 남아있어 정확한 예보는 어렵지만, 최근의 경향성을 통해 확률을 짐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지난 48년간(1973~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 눈이 내린 경우는 14차례였습니다. 확률로 보면 전체의 29.2%입니다. 10년 중 3년이 조금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5cm 이상' 적설량을 기록한 사례, 그러니까 함박눈이 내린 크리스마스는 2차례였습니다. 특히 1983년 12월 24일에는 8.8cm라는 많은 적설량이 관측됐습니다. 또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 눈이 온 마지막 해는 9년 전인 2012년이 끝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당일을 보겠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지난 48년간 서울에서 15차례 눈이 내렸습니다. 확률은 31.3%.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눈이 가장 많이 온 해는 지난 1990년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왔다고 해도 적설량은 2.1cm에 불과했는데요.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눈이 온 크리스마스는 2015년으로 0.2cm가 쌓였습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올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 확률은, 대략 '3분의 1'을 조금 밑도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브는 9년 전, 당일은 6년 전인 걸 보면 시간이 갈수록 눈이 귀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 '첫눈' 늦어지고 '마지막 눈' 빨라지고

눈의 시작과 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첫눈이 내린 날을 보겠습니다. 지난 48년간 전국 평균 눈 시작일(첫눈)은 12월 1일이었습니다. 시대별로 자세히 보면(아래 왼쪽 그림) 70년대에는 11월 27일이었다가, 80년대 11월 30일로 늦어졌습니다.

90년대 이후에는 12월로 아예 달이 바뀌었습니다. 197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하면 11월 27일에서 12월 4일로 7일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는데요.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반면 마지막 눈, 그러니까 눈이 종료된 날짜(위 오른쪽 그림)는 1970년대 3월 15일에서 2010년대 3월 7일로, 8일 당겨졌습니다. 정리해보면 눈이 시작되는 시기는 늦어지고 끝나는 시기는 빨라졌다는 건데요. 그만큼 겨울에 눈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역시 1970년대 11월 21일에서 2010년대엔 11월 22일로 첫눈이 하루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올가을은 평년보다 10일이나 빨리 첫눈이 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점점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 눈 내린 일수·적설량도 '감소세' 뚜렷

눈이 내린 일수를 봐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지난 48년간 연평균 눈 일수는 20.1일이었습니다. 아래 왼쪽 그림을 보면 1970년대에는 눈 일수가 평균 21.2일이었는데 2010년대 19.3일로 1.9일 줄었습니다.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적설량 역시 감소세인데요. 위 오른쪽 그림을 보면 1970년대에는 41.8cm에 이르는 많은 눈이 왔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에는 26.8cm로 무려 15cm나 적설량이 줄었습니다. 5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가 어마어마한 셈입니다.

■ 점점 어려워지는 '눈 구경', 이유는?


이번에도 이유는 '기후위기'입니다. 기상청 역시 기후위기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계절의 길이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실제로 1970년대 겨울의 길이는 104일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87일로 17일이나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2071~2100년)에는 겨울의 길이가 현재 87일에서 66일로 더 짧아질 전망입니다. 겨울이 기껏 두 달 정도밖에 지속 되지 않는 건데요. 짧아진 겨울 속에 자연스럽게 눈 구경하기도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 다가오는 미래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추억'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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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빠른 ‘서울 첫눈’…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은?
    • 입력 2021-11-10 11:52:49
    • 수정2021-11-11 09:34:16
    취재K

오늘 아침 서울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기상청이 기록하는 '공식 첫눈'입니다.

까만 어둠이 덮여있는 오전 6시 10분. 서울 첫눈 관측의 기준이 되는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습니다. 어제 관악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높은 산지에 함박눈이 쏟아진 데 이어 오늘 지상에도 첫눈이 내린 겁니다.

오늘 서울 송월동 관측소 첫눈 [제공: 기상청]
오늘 서울의 첫눈은 지난해(12월 10일)보다 한 달(30일) 빨랐습니다. 평년(11월 20일)과 비교해도 10일 빠른 기록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 북부에도 약한 눈이 관측됐습니다.

원래 첫눈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지면의 기온이 떨어지고 습기도 충분해야 함박눈의 형태로 내리는데, 보통 첫눈이 오는 시기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싸락눈 같은 형태로, 그것도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 잠시 날리는 게 전부인데요. 오늘 첫눈을 보셨다면 '행운'입니다. 기상전문기자인 저도 아직 첫눈을 본 경험이 없습니다.

■ 한 달 빠른 '첫눈' 원인은?

첫눈이 이렇게 빨리 찾아온 원인은 뭘까요? 최근 이어진 초겨울 추위와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어제(9일) 기준 지상 5km 상공(500hPa) '지위고도' 분포를 보겠습니다.

한반도 5km 상공에 영하 25도 이하의 찬 공기가 최근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요. 파란색으로 보이는 북극에서 뻗어 나온 한기가 한반도 전체를 포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찬 공기는 구불구불하게 북반구 중위도를 회전하면서 최근 2~3일간 우리나라에 강력한 한기를 싣고 내려왔습니다. 이른 추위와 첫눈의 시작은 '북극'이었던 셈입니다.


기온이 낮은 제주 산지와 강원 산지, 경북 산지를 비롯해 강원 영서와 충북지역에는 오늘도 눈이 이어지겠습니다. 그밖의 지역에도 약하게 눈이 날리거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거로 보입니다.

또 북극발 한기는 갈수록 거세져 오는 금요일 아침 대관령 등 산지와 내륙은 영하 5도 안팎, 서울도 0도로 추위가 절정에 이르겠습니다. 이후 토요일(13일) 낮부터 추위가 누그러졌다가 다음 주 화요일(16일) 다시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될까?

그럼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릴까요? 아직 한 달 이상 남아있어 정확한 예보는 어렵지만, 최근의 경향성을 통해 확률을 짐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지난 48년간(1973~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 눈이 내린 경우는 14차례였습니다. 확률로 보면 전체의 29.2%입니다. 10년 중 3년이 조금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5cm 이상' 적설량을 기록한 사례, 그러니까 함박눈이 내린 크리스마스는 2차례였습니다. 특히 1983년 12월 24일에는 8.8cm라는 많은 적설량이 관측됐습니다. 또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 눈이 온 마지막 해는 9년 전인 2012년이 끝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당일을 보겠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지난 48년간 서울에서 15차례 눈이 내렸습니다. 확률은 31.3%. 크리스마스 이브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눈이 가장 많이 온 해는 지난 1990년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왔다고 해도 적설량은 2.1cm에 불과했는데요. 서울에서 가장 최근에 눈이 온 크리스마스는 2015년으로 0.2cm가 쌓였습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올해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 확률은, 대략 '3분의 1'을 조금 밑도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이브는 9년 전, 당일은 6년 전인 걸 보면 시간이 갈수록 눈이 귀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 '첫눈' 늦어지고 '마지막 눈' 빨라지고

눈의 시작과 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첫눈이 내린 날을 보겠습니다. 지난 48년간 전국 평균 눈 시작일(첫눈)은 12월 1일이었습니다. 시대별로 자세히 보면(아래 왼쪽 그림) 70년대에는 11월 27일이었다가, 80년대 11월 30일로 늦어졌습니다.

90년대 이후에는 12월로 아예 달이 바뀌었습니다. 1970년대와 2010년대를 비교하면 11월 27일에서 12월 4일로 7일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는데요.


자료: 기상청
반면 마지막 눈, 그러니까 눈이 종료된 날짜(위 오른쪽 그림)는 1970년대 3월 15일에서 2010년대 3월 7일로, 8일 당겨졌습니다. 정리해보면 눈이 시작되는 시기는 늦어지고 끝나는 시기는 빨라졌다는 건데요. 그만큼 겨울에 눈을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역시 1970년대 11월 21일에서 2010년대엔 11월 22일로 첫눈이 하루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올가을은 평년보다 10일이나 빨리 첫눈이 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점점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 눈 내린 일수·적설량도 '감소세' 뚜렷

눈이 내린 일수를 봐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지난 48년간 연평균 눈 일수는 20.1일이었습니다. 아래 왼쪽 그림을 보면 1970년대에는 눈 일수가 평균 21.2일이었는데 2010년대 19.3일로 1.9일 줄었습니다.

자료: 기상청
적설량 역시 감소세인데요. 위 오른쪽 그림을 보면 1970년대에는 41.8cm에 이르는 많은 눈이 왔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에는 26.8cm로 무려 15cm나 적설량이 줄었습니다. 5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가 어마어마한 셈입니다.

■ 점점 어려워지는 '눈 구경', 이유는?


이번에도 이유는 '기후위기'입니다. 기상청 역시 기후위기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계절의 길이가 줄어들면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실제로 1970년대 겨울의 길이는 104일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87일로 17일이나 줄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요?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2071~2100년)에는 겨울의 길이가 현재 87일에서 66일로 더 짧아질 전망입니다. 겨울이 기껏 두 달 정도밖에 지속 되지 않는 건데요. 짧아진 겨울 속에 자연스럽게 눈 구경하기도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 다가오는 미래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추억'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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