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고2 때 뒤늦게 유도에 입문…3년 만에 국제대회 메달 획득
91년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9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대표팀 여성 사령탑으로 선임
■ "저 사실 투포환 선수로 서울체고에 입학했어요"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짐처럼 또는 훈장처럼 늘 따라붙는 선수가 있었다. '사상 최초'이기에 뭇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앞길을 잘 닦아놓아야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용인대학 김미정 교수(50)가 그 '사상 최초'의 주인공이다. 서울체고에 투포환 선수로 입학했다가 고교 2 학년 때인 1987년 뒤늦게 유도를 시작한 김미정 교수는 유도를 시작한 지 3년만인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낸 뒤, 이후 '사상 최초' 기록을 써나간다.
199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김미정 교수는 문지윤(72kg 이상급)
과 함께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이정표를 새기며 여자 유도 72kg 이하급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듬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여자 유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올림픽이었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미정 교수는 한국 여자 유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남겼다.
■ 한국 유도 사상 첫 여성 감독으로 여자 유도 대표팀 맡게 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결혼과 함께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여오던 김미정 교수는 올 해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 유도 사상 첫 여성 감독으로 선임돼 여자 유도 대표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대한체육회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통과한 김미정 교수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여자 유도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우리나라 유도에서 실업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여자 감독이 탄생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유도계는 지금까지 여자 유도에서 많은 메달리스트가 배출됐는데, 이제 여성 감독이 나올 때도 됐다는 얘기로 김미정 감독의 선임을 반겼다.
김미정 교수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파리 올림픽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아 1년을 빼앗긴 느낌이라 마음이 조급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남편인 공군사관학교 김병주 교수도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 가벼운 마음으로 대표팀 감독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한 김미정 교수는, 코로나 19로 비대면 수업이 많아진 기간에 자신도 현역 선수 시절 못지 않은 체력을 준비해 뒀다고 밝혔다. 김미정 감독과 함께 KH그룹 필룩스유도단의 황희태 감독은 남자 유도 감독으로 선임돼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최근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현역시절 못지않은 몸을 만들어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릴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김미정 감독 (사진 출처: 김미정 감독 SNS)
■ "여자 유도 초석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계획"
김미정 감독과 황희태 감독은 내일(11일)부터 충남 보령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하고 11월 23일 진천 선수촌에 입촌하게 된다.
"여자 유도 1세대로 한국 유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유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제가 감독을 맡았다고 해서 당장 메달을 따내겠다는 목표보다는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서 여자 유도의 초석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맡아 어깨가 무거워요. 그래도 열심히 여자 유도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 "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역사로 만들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간 선구자 김미정 교수가 지도자로서 한국 유도계에 어떤 역사를 새길지 그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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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여성 감독’ 김미정 교수 “한국 유도 초석 다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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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0 13:45:38
고2 때 뒤늦게 유도에 입문…3년 만에 국제대회 메달 획득<br />91년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9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br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대표팀 여성 사령탑으로 선임
■ "저 사실 투포환 선수로 서울체고에 입학했어요"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짐처럼 또는 훈장처럼 늘 따라붙는 선수가 있었다. '사상 최초'이기에 뭇사람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앞길을 잘 닦아놓아야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올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용인대학 김미정 교수(50)가 그 '사상 최초'의 주인공이다. 서울체고에 투포환 선수로 입학했다가 고교 2 학년 때인 1987년 뒤늦게 유도를 시작한 김미정 교수는 유도를 시작한 지 3년만인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낸 뒤, 이후 '사상 최초' 기록을 써나간다.
199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김미정 교수는 문지윤(72kg 이상급)
과 함께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이정표를 새기며 여자 유도 72kg 이하급 강자로 급부상했다.
이듬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여자 유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올림픽이었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미정 교수는 한국 여자 유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남겼다.
■ 한국 유도 사상 첫 여성 감독으로 여자 유도 대표팀 맡게 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결혼과 함께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여오던 김미정 교수는 올 해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 유도 사상 첫 여성 감독으로 선임돼 여자 유도 대표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대한체육회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통과한 김미정 교수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여자 유도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우리나라 유도에서 실업팀과 대표팀을 통틀어 여자 감독이 탄생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유도계는 지금까지 여자 유도에서 많은 메달리스트가 배출됐는데, 이제 여성 감독이 나올 때도 됐다는 얘기로 김미정 감독의 선임을 반겼다.
김미정 교수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파리 올림픽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남지 않아 1년을 빼앗긴 느낌이라 마음이 조급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남편인 공군사관학교 김병주 교수도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 가벼운 마음으로 대표팀 감독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한 김미정 교수는, 코로나 19로 비대면 수업이 많아진 기간에 자신도 현역 선수 시절 못지 않은 체력을 준비해 뒀다고 밝혔다. 김미정 감독과 함께 KH그룹 필룩스유도단의 황희태 감독은 남자 유도 감독으로 선임돼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 "여자 유도 초석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계획"
김미정 감독과 황희태 감독은 내일(11일)부터 충남 보령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하고 11월 23일 진천 선수촌에 입촌하게 된다.
"여자 유도 1세대로 한국 유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유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제가 감독을 맡았다고 해서 당장 메달을 따내겠다는 목표보다는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서 여자 유도의 초석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맡아 어깨가 무거워요. 그래도 열심히 여자 유도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 "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역사로 만들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간 선구자 김미정 교수가 지도자로서 한국 유도계에 어떤 역사를 새길지 그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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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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