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텔서 남녀 청소년 혼숙했는데 업주는 무죄…왜?

입력 2021.11.10 (15: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청소년 혼숙하도록 한 무인텔 업주에 무죄 선고

신분증 확인 설비 등을 갖추지 않은 채 남녀 청소년에게 혼숙을 하도록 한 무인텔 업주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 A 씨(6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7시 1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무인텔에 종사자를 배치하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않은 채 남녀 청소년들에게 혼숙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무인텔은 투숙객들이 숙박업자나 종사자들을 통하지 않고 무인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 곧바로 객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당시 청소년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 무인텔 업주 "청소년 투숙 사실 몰라"...재판부 "혼숙 용인했다고 불 수 없다"

A 씨는 청소년들이 투숙할 당시 무인호텔 앞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어 투숙 사실을 몰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통해서야 나중에 청소년 혼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재판부는 청소년들이 무인 결제 스시템을 통해 현금 5만 원을 투입해 열쇠를 받아 출입했다고 진술하는 점,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 설치와 관리 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A 씨가 남녀 청소년의 이성 혼숙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성 혼숙을 미필적으로나마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이나 청소년으로 의심할 만한 사람이 이성혼숙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청소년 이성혼숙, 행정제재인 과징금 부과는 적법

위 사례처럼 남녀 청소년 혼숙에 대한 업체나 종업원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당국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부과하는 과징금은 적법하다는 판결도 있다.

2018년 경기도 용인에서 남녀 청소년 혼숙 제공 혐의로 모 무인텔 종업원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임을 알면서 이성혼숙을 하게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었고, 해당 종업원도 다른 일을 하느라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이와 별도로 해당 무인텔 법인에 대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을 갈음해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했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을 통보받은 공중위생업소 등에 대해 영업정지나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인텔 법인은 이에 반발해 용인시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혼숙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종업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공중위생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남녀 청소년 혼숙이 이뤄졌다면, 과징금을 부과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행정 처분은 행정 목적의 달성을 위해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위반자에게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는 판례 등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해당 무인텔은 평소 종업원을 배치하거나 설비를 갖춰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은 무인텔을 운영하는 숙박업자는 종사자를 두지 않은 경우 청소년의 이성혼숙 등 유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으로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해당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지문 대조와 안면 대조 등의 전자식별 방식으로 판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인텔서 남녀 청소년 혼숙했는데 업주는 무죄…왜?
    • 입력 2021-11-10 15:09:03
    취재K

■ 청소년 혼숙하도록 한 무인텔 업주에 무죄 선고

신분증 확인 설비 등을 갖추지 않은 채 남녀 청소년에게 혼숙을 하도록 한 무인텔 업주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주 A 씨(6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7시 1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무인텔에 종사자를 배치하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않은 채 남녀 청소년들에게 혼숙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이성혼숙을 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무인텔은 투숙객들이 숙박업자나 종사자들을 통하지 않고 무인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 곧바로 객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당시 청소년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 무인텔 업주 "청소년 투숙 사실 몰라"...재판부 "혼숙 용인했다고 불 수 없다"

A 씨는 청소년들이 투숙할 당시 무인호텔 앞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어 투숙 사실을 몰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통해서야 나중에 청소년 혼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재판부는 청소년들이 무인 결제 스시템을 통해 현금 5만 원을 투입해 열쇠를 받아 출입했다고 진술하는 점,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 설치와 관리 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A 씨가 남녀 청소년의 이성 혼숙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성 혼숙을 미필적으로나마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이나 청소년으로 의심할 만한 사람이 이성혼숙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청소년 이성혼숙, 행정제재인 과징금 부과는 적법

위 사례처럼 남녀 청소년 혼숙에 대한 업체나 종업원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당국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부과하는 과징금은 적법하다는 판결도 있다.

2018년 경기도 용인에서 남녀 청소년 혼숙 제공 혐의로 모 무인텔 종업원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임을 알면서 이성혼숙을 하게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었고, 해당 종업원도 다른 일을 하느라 신분증 검사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이와 별도로 해당 무인텔 법인에 대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영업정지 1개월을 갈음해 과징금 189만 원을 부과했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을 통보받은 공중위생업소 등에 대해 영업정지나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인텔 법인은 이에 반발해 용인시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혼숙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종업원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공중위생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남녀 청소년 혼숙이 이뤄졌다면, 과징금을 부과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행정 처분은 행정 목적의 달성을 위해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위반자에게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는 판례 등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해당 무인텔은 평소 종업원을 배치하거나 설비를 갖춰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은 무인텔을 운영하는 숙박업자는 종사자를 두지 않은 경우 청소년의 이성혼숙 등 유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으로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해당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지문 대조와 안면 대조 등의 전자식별 방식으로 판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