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 그 날] ‘백 년 먹거리’라더니…표류하는 ‘에어로폴리스’
입력 2021.11.11 (19:29)
수정 2021.11.11 (19: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시종 지사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청주 에어로폴리스' 개발 사업입니다.
충북의 백 년 먹거리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정비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10년 가까이 투자 유치 실패와 원주민 이주 대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시종 지사의 남은 임기 안에 결실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주시 내수읍의 한 마을입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개발로 주민 30여 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마을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벌써 세 번째.
청주시 북일면에 살던 1970년대, 공군 비행장과 청주국제공항 건설로 두 차례 터전을 떠나 지금의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민경세/청주시 내수읍 : "저희는 세 번을, 이사를 나라 때문에 가는거예요. 그러면, 나라 때문에 가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아니면 대책 없이…."]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을 주민들이 옮겨갈 이주자 택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에어로폴리스 2지구 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3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은 사업 추진 5년이 넘도록 아직도 어디로 옮겨갈지 알지 못하는 상탭니다.
첫 후보지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시유지라는 이유로 땅 매입이 무산됐고, 다음 후보지는 땅 주인과 보상 가격 등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경자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김정자/청주시 내수읍 :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계시라고' 그래서 기다렸어요. 8월 돼도 아무 소식이 없어. 전화를 제가 해봤습니다. 해보니까 '인사이동 때문에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이주자 택지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 말 에어로폴리스 2지구 완공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충청북도의회에선 경자청장 책임론까지 나왔습니다.
[이상정/충청북도의원 : "청장님이 직을 걸겠다고 하시니까 직을 걸고서, 안되면 사퇴라도 하시는 게…."]
2013년 2월,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청주시 내수읍에 54만 제곱미터 규모의 경제 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주 에어로폴리스.
충청북도는 이곳에 1,4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로 민간 항공기와 공군 전투기까지 다루는 '복합 항공정비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청주 이전을 추진해 MRO 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경남 사천시가 KAI와 손을 잡고 MRO 단지 조성에 가담하면서 청주 에어로폴리스의 MRO 단지 조성의 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어 추진된 민간 MRO 단지 조성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충청북도는 에어로폴리스에 민간 항공기 정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아시아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아시아나는 충청북도와 투자협약을 하면서 사업이 현실화되는 듯 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아시아나가 협약을 철회하면서 민간 MRO 조성 사업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시종/지사/2016년 8월 : "아시아나항공은 금번 청주공항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충청북도가 두 차례 사업자 유치에 실패하자 도의회에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아나 투자유치 실패로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은 2019년부터 다시 추진됩니다.
경남 사천과 인천이 항공정비 산업에 앞서가는 상황에서 충청북도의 선택은 회전 날개를 이용한 항공기, '헬기' 정비였습니다.
[전형식/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2019년 10월 : "헬기는 지리적인 접근성 자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국토 정 중앙에 있다보니까, 헬기업체들은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면서 단지 조성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지 분양률은 60%.
내년 말 완공이 목표입니다.
헬기 정비단지로 조성될 1지구 조성은 순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항공부품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에어로폴리스 2지구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주자 이전을 위한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 완공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
경자청은 주민들을 찾아가 이주자 택지를 확장하는 등 또다시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이주 가능한 대체 택지를 제공하라며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선 5기, 이시종 지사가 충북의 대표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에어로폴리스 조성.
대규모 국책 사업, 민간사업자 유치 실패에 이어 이주자 택지 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9년을 끌어온 충북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민선 8기, 차기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시종 지사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청주 에어로폴리스' 개발 사업입니다.
충북의 백 년 먹거리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정비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10년 가까이 투자 유치 실패와 원주민 이주 대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시종 지사의 남은 임기 안에 결실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주시 내수읍의 한 마을입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개발로 주민 30여 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마을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벌써 세 번째.
청주시 북일면에 살던 1970년대, 공군 비행장과 청주국제공항 건설로 두 차례 터전을 떠나 지금의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민경세/청주시 내수읍 : "저희는 세 번을, 이사를 나라 때문에 가는거예요. 그러면, 나라 때문에 가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아니면 대책 없이…."]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을 주민들이 옮겨갈 이주자 택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에어로폴리스 2지구 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3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은 사업 추진 5년이 넘도록 아직도 어디로 옮겨갈지 알지 못하는 상탭니다.
첫 후보지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시유지라는 이유로 땅 매입이 무산됐고, 다음 후보지는 땅 주인과 보상 가격 등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경자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김정자/청주시 내수읍 :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계시라고' 그래서 기다렸어요. 8월 돼도 아무 소식이 없어. 전화를 제가 해봤습니다. 해보니까 '인사이동 때문에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이주자 택지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 말 에어로폴리스 2지구 완공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충청북도의회에선 경자청장 책임론까지 나왔습니다.
[이상정/충청북도의원 : "청장님이 직을 걸겠다고 하시니까 직을 걸고서, 안되면 사퇴라도 하시는 게…."]
2013년 2월,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청주시 내수읍에 54만 제곱미터 규모의 경제 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주 에어로폴리스.
충청북도는 이곳에 1,4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로 민간 항공기와 공군 전투기까지 다루는 '복합 항공정비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청주 이전을 추진해 MRO 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경남 사천시가 KAI와 손을 잡고 MRO 단지 조성에 가담하면서 청주 에어로폴리스의 MRO 단지 조성의 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어 추진된 민간 MRO 단지 조성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충청북도는 에어로폴리스에 민간 항공기 정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아시아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아시아나는 충청북도와 투자협약을 하면서 사업이 현실화되는 듯 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아시아나가 협약을 철회하면서 민간 MRO 조성 사업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시종/지사/2016년 8월 : "아시아나항공은 금번 청주공항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충청북도가 두 차례 사업자 유치에 실패하자 도의회에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아나 투자유치 실패로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은 2019년부터 다시 추진됩니다.
경남 사천과 인천이 항공정비 산업에 앞서가는 상황에서 충청북도의 선택은 회전 날개를 이용한 항공기, '헬기' 정비였습니다.
[전형식/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2019년 10월 : "헬기는 지리적인 접근성 자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국토 정 중앙에 있다보니까, 헬기업체들은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면서 단지 조성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지 분양률은 60%.
내년 말 완공이 목표입니다.
헬기 정비단지로 조성될 1지구 조성은 순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항공부품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에어로폴리스 2지구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주자 이전을 위한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 완공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
경자청은 주민들을 찾아가 이주자 택지를 확장하는 등 또다시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이주 가능한 대체 택지를 제공하라며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선 5기, 이시종 지사가 충북의 대표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에어로폴리스 조성.
대규모 국책 사업, 민간사업자 유치 실패에 이어 이주자 택지 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9년을 끌어온 충북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민선 8기, 차기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실 확인, 그 날] ‘백 년 먹거리’라더니…표류하는 ‘에어로폴리스’
-
- 입력 2021-11-11 19:29:42
- 수정2021-11-11 19:58:52
[앵커]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시종 지사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청주 에어로폴리스' 개발 사업입니다.
충북의 백 년 먹거리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정비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10년 가까이 투자 유치 실패와 원주민 이주 대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시종 지사의 남은 임기 안에 결실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주시 내수읍의 한 마을입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개발로 주민 30여 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마을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벌써 세 번째.
청주시 북일면에 살던 1970년대, 공군 비행장과 청주국제공항 건설로 두 차례 터전을 떠나 지금의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민경세/청주시 내수읍 : "저희는 세 번을, 이사를 나라 때문에 가는거예요. 그러면, 나라 때문에 가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아니면 대책 없이…."]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을 주민들이 옮겨갈 이주자 택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에어로폴리스 2지구 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3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은 사업 추진 5년이 넘도록 아직도 어디로 옮겨갈지 알지 못하는 상탭니다.
첫 후보지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시유지라는 이유로 땅 매입이 무산됐고, 다음 후보지는 땅 주인과 보상 가격 등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경자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김정자/청주시 내수읍 :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계시라고' 그래서 기다렸어요. 8월 돼도 아무 소식이 없어. 전화를 제가 해봤습니다. 해보니까 '인사이동 때문에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이주자 택지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 말 에어로폴리스 2지구 완공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충청북도의회에선 경자청장 책임론까지 나왔습니다.
[이상정/충청북도의원 : "청장님이 직을 걸겠다고 하시니까 직을 걸고서, 안되면 사퇴라도 하시는 게…."]
2013년 2월,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청주시 내수읍에 54만 제곱미터 규모의 경제 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주 에어로폴리스.
충청북도는 이곳에 1,4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로 민간 항공기와 공군 전투기까지 다루는 '복합 항공정비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청주 이전을 추진해 MRO 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경남 사천시가 KAI와 손을 잡고 MRO 단지 조성에 가담하면서 청주 에어로폴리스의 MRO 단지 조성의 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어 추진된 민간 MRO 단지 조성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충청북도는 에어로폴리스에 민간 항공기 정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아시아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아시아나는 충청북도와 투자협약을 하면서 사업이 현실화되는 듯 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아시아나가 협약을 철회하면서 민간 MRO 조성 사업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시종/지사/2016년 8월 : "아시아나항공은 금번 청주공항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충청북도가 두 차례 사업자 유치에 실패하자 도의회에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아나 투자유치 실패로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은 2019년부터 다시 추진됩니다.
경남 사천과 인천이 항공정비 산업에 앞서가는 상황에서 충청북도의 선택은 회전 날개를 이용한 항공기, '헬기' 정비였습니다.
[전형식/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2019년 10월 : "헬기는 지리적인 접근성 자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국토 정 중앙에 있다보니까, 헬기업체들은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면서 단지 조성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지 분양률은 60%.
내년 말 완공이 목표입니다.
헬기 정비단지로 조성될 1지구 조성은 순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항공부품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에어로폴리스 2지구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주자 이전을 위한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 완공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
경자청은 주민들을 찾아가 이주자 택지를 확장하는 등 또다시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이주 가능한 대체 택지를 제공하라며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선 5기, 이시종 지사가 충북의 대표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에어로폴리스 조성.
대규모 국책 사업, 민간사업자 유치 실패에 이어 이주자 택지 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9년을 끌어온 충북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민선 8기, 차기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지낸 이시종 지사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가 '청주 에어로폴리스' 개발 사업입니다.
충북의 백 년 먹거리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정비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10년 가까이 투자 유치 실패와 원주민 이주 대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시종 지사의 남은 임기 안에 결실을 보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청주시 내수읍의 한 마을입니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2지구 개발로 주민 30여 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마을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벌써 세 번째.
청주시 북일면에 살던 1970년대, 공군 비행장과 청주국제공항 건설로 두 차례 터전을 떠나 지금의 마을에 정착했습니다.
[민경세/청주시 내수읍 : "저희는 세 번을, 이사를 나라 때문에 가는거예요. 그러면, 나라 때문에 가면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든지 아니면 대책 없이…."]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을 주민들이 옮겨갈 이주자 택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에어로폴리스 2지구 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3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은 사업 추진 5년이 넘도록 아직도 어디로 옮겨갈지 알지 못하는 상탭니다.
첫 후보지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시유지라는 이유로 땅 매입이 무산됐고, 다음 후보지는 땅 주인과 보상 가격 등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경자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김정자/청주시 내수읍 :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계시라고' 그래서 기다렸어요. 8월 돼도 아무 소식이 없어. 전화를 제가 해봤습니다. 해보니까 '인사이동 때문에 저희는 지금 모르겠습니다'."]
이주자 택지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 말 에어로폴리스 2지구 완공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충청북도의회에선 경자청장 책임론까지 나왔습니다.
[이상정/충청북도의원 : "청장님이 직을 걸겠다고 하시니까 직을 걸고서, 안되면 사퇴라도 하시는 게…."]
2013년 2월,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청주시 내수읍에 54만 제곱미터 규모의 경제 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주 에어로폴리스.
충청북도는 이곳에 1,4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로 민간 항공기와 공군 전투기까지 다루는 '복합 항공정비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청주 이전을 추진해 MRO 단지 조성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경남 사천시가 KAI와 손을 잡고 MRO 단지 조성에 가담하면서 청주 에어로폴리스의 MRO 단지 조성의 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어 추진된 민간 MRO 단지 조성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충청북도는 에어로폴리스에 민간 항공기 정비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기업인 아시아나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아시아나는 충청북도와 투자협약을 하면서 사업이 현실화되는 듯 했지만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아시아나가 협약을 철회하면서 민간 MRO 조성 사업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시종/지사/2016년 8월 : "아시아나항공은 금번 청주공항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충청북도가 두 차례 사업자 유치에 실패하자 도의회에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며 경제자유구역 해제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아시아나 투자유치 실패로 2년 넘게 표류하던 사업은 2019년부터 다시 추진됩니다.
경남 사천과 인천이 항공정비 산업에 앞서가는 상황에서 충청북도의 선택은 회전 날개를 이용한 항공기, '헬기' 정비였습니다.
[전형식/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2019년 10월 : "헬기는 지리적인 접근성 자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국토 정 중앙에 있다보니까, 헬기업체들은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면서 단지 조성 공사도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지 분양률은 60%.
내년 말 완공이 목표입니다.
헬기 정비단지로 조성될 1지구 조성은 순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항공부품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에어로폴리스 2지구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주자 이전을 위한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내년 말 완공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
경자청은 주민들을 찾아가 이주자 택지를 확장하는 등 또다시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이주 가능한 대체 택지를 제공하라며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선 5기, 이시종 지사가 충북의 대표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에어로폴리스 조성.
대규모 국책 사업, 민간사업자 유치 실패에 이어 이주자 택지 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9년을 끌어온 충북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민선 8기, 차기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사실확인 그날,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
-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송근섭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