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개발 지난 20년의 제주 민낯은?

입력 2021.1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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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라관광단지 조감도 .제주 오라관광단지 조감도 .

지난 2일 제주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로 중국계 자본이 추진하던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 부지가 마라도 면적의 12배에 이르고, 계획된 사업비만 6조 원에 이르는 제주 최대 민간 개발사업이었는데 자금조달 문제와 환경 훼손 논란 등으로 개발사업심의위에서 부결된 것이다.

사업추진 6년 만이다.

제주에서 대규모 외자 유치가 급물살을 탄 건 언제부터였을까.

제주도는 2002년 국제자유도시,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다. 500만 달러 이상 투자 사업지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투자진흥지구 제도도 이때 시작됐다.

2010년에는 5억 원 이상 투자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며, 중국계 자본 투자는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가 20년 전부터 중국 자본에 빗장은 열었지만, 자본조달과 환경 변화, 주민갈등으로 상당수 사업이 좌초하거나 표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제주도의 외자 유치 방향은 어떻게 변화돼야 할까?

무산된 오라관광단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본다.

중국계 자본 제주 최대 개발사업 '오라관광단지' 사실상 무산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단지 사업 부지.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단지 사업 부지.

이번에 사실상 무산된 제주시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오라동의 한라산 중산간 지역 357만㎡에 호텔과 콘도, 골프장 등을 짓겠다는 사업이었다. 22년 전인 1999년에 개발사업 시행 승인이 났지만, 투자금 문제로 사업시행사가 수차례 바뀌었고, 2015년에는 5월에는 사업 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중국계 자본인 JCC(주)가 단독으로 사업 재개에 나서 2015년 7월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신청했고 경관 도시와 교통, 재해, 환경영향평가 심의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업의 마지막 문턱인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재원 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중산간 난개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업 계획 변경이 요구됐다.

이에 JCC는 사업비를 4조 4천억 원으로 줄이고, 건축물 연면적과 객실 수를 각각 14%, 21%씩 축소하는 내용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해 제출했다.

하지만 심의회 문턱은 높았다. 지난 2일 열린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개발사업심의위는 이번에도 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이전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승배 제주도 관광국장은 "재원의 확보 이런 것에 대한 적정성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제주 미래 비전 실현의 가치와 부합한 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적합하다고 해서 부결한 것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사업자 측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라관광단지 사업 시행사인 JCC 관계자는 부결에 따른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부지 개발논란 여전?

중산간 훼손 논란과 쓰레기, 하수처리 문제 등의 논란이 이어졌던 오라관광단지 사업이 무산되며 개발 갈등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원희룡 전 지사가 지난해 말 송악 선언에서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한 약속이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지는 여전히 중국계 자본 소유이다. 여기에 사업자가 언제든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개발사업의 최종 승인권자가 제주도지사이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 송악 선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와 개발사업부지 주변을 확인해 봤다.

한라산 중산간 오라관광단지 부지(노랑)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회색) 과 맞닿은 모습 확인.한라산 중산간 오라관광단지 부지(노랑)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회색) 과 맞닿은 모습 확인.

개발사업 부지는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아래인 해발 350~580m 중산간이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도 맞닿아 있는 게 재확인됐다.
김태일 교수는 "생물권보전지역이 이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곳을 관리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등 개발 논란을 없앨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당국이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던 찬성 측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문성종 한라대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제주도가 시민단체와 사업예정지였던 오라동 주민들하고 선진사례를 보고 제주의 자연 가치를 살리면서 환경보전을 하면서 사업부지를 살리는 방안이 뭔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사업이 무산된 듯하지만, 사업자가 언제든 새로운 개발사업을 할 수 있고, 소송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만큼, 제주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편, 사업자 측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개발사업심의위 부결 결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고 아직 별다른 계획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 중국계 자본 개발사업 실태…"마을 목장만 팔아 치우고 남은 건 없습니다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 부지.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 부지.
취재진은 지난 8일 제주 중산간의 드넓은 초지인 한림읍 금악리 일대를 찾아 가봤다. 목장 등 일부 주민들 소유였던 이 일대 마라도 면적 3배 규모의 부지는 중국 신화련 그룹 자회사에 넘어간 지 오래고 풀을 뜯던 소와 말 대신 출입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취재진을 맞았다.

사업자는 2016년부터 인근 골프장 일부가 포함된 부지에 사업비 7천억 원을 들여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환경 훼손과 골프장 일부 편입이란 편법개발 논란에, 착공전 796억 원 예치 조건 미이행 등 자본 조달 문제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9월 사업효력을 상실했다.

취재진은 이날 사업자 측의 홍보에 목장부지까지 팔면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금악리 일대 주민들을 만나봤다.

이경철 한림읍 금악리장은 과거 사업자측이 개발사업을 위해 자주 마을에 찾아왔던 기억을 설명했다. 이경철 이장은 "당시 사업자가 일자리를 창출하며 마을하고 같이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사업이 무산되며 현재는 주민들 소유였던 일부 목장부지들만 다 사업자 측에 넘어간 상황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주민 찬반 갈등과 행정절차로 제동이 걸린 곳도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인근 축구장 면적 26개 크기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부지이다.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5천억 원을 투입해 4백여 객실의 호텔 등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환경 훼손과 경관 사유화를 우려한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의 사업 재검토 의견과 주변 진지동굴의 안전성 문제 등으로 도의회가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데다, 제주도가 송악산 일대 개발 규제 방안을 찾는 연구용역을 하고 있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엔 개발에 초점을 뒀는데, 지금 10여 년이 지난 후에 보니 투자유치 또는 개발은 됐지만, 그 폐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 친환경개발이라든지, 소규모 중심의 개발이라든지 내생적(제주 자본) 개발이라든지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올해 6월 현재 제주지역에서 개발사업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인 유원지와 관광개발사업을 확인해봤다.

제주도내  개발사업 승인 유원지와 관광개발사업 현황.제주도내 개발사업 승인 유원지와 관광개발사업 현황.

백통신원 제주리조트와 엠버리조트, 열해당 리조트, 삼매봉 유원지 등 모두 7곳이다. 모두 사업 시행자가 중국 국적이다.

문제는 준공된 곳이 테디벨리 리조트 한 곳뿐이고 삼매봉유원지의 경우 사업 승인을 2008년에 받았는데 10년이 넘도록 준공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주 미래 방향 고려한 자본유치 필요"


대안을 찾기 위해 중국계 분마이호랜드가 사업비 1조 원을 들여 호텔과 콘도 등을 짓기로 한 이호유원지를 찾아갔다.

사업자가 부지 23만 제곱미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립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채무가 발생하자 부지의 20%인 86필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현재 소송 중인 상황이라 현장은 그야말로 사업이 중단된 모습이었다.

사업자 측은 이호바다를 매립하며 발생한 공유수면매립비 300억 원과 투자진흥지구가 해제되며 추징된 점사용로 13억 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이 현장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오래된 우편물들이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다행히 전 사업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해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중국 정부가 외환 유출을 막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웠고 현재는 중국에 있는 사업자와 연락도 잘 닿지 않아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자본검증과 투자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규모 개발사업 위주이다 보니 환경 훼손 논란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업 성격에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강기춘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외자 유치는 제주도의 미래산업과 방향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에너지 산업이나 화장품, 식품을 국내외 기업들하고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생산은 해외에서도 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의 대규모 자본을 통해 큰 수입을 얻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의 생태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게끔 규정을 명확히 만들고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에 권한도 부여해야 하며 여기에 이해 당사자나 지역주민도 참여해서 필요하면 사업을 거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 과제"라고 강조했다.

20년 전 국제자유도시 출범을 시작으로 진행된 제주도의 투자유치 방향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제주의 미래 가치를 담은 투자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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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자본 개발 지난 20년의 제주 민낯은?
    • 입력 2021-11-12 07:00:30
    취재K
제주 오라관광단지 조감도 .
지난 2일 제주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로 중국계 자본이 추진하던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업 부지가 마라도 면적의 12배에 이르고, 계획된 사업비만 6조 원에 이르는 제주 최대 민간 개발사업이었는데 자금조달 문제와 환경 훼손 논란 등으로 개발사업심의위에서 부결된 것이다.

사업추진 6년 만이다.

제주에서 대규모 외자 유치가 급물살을 탄 건 언제부터였을까.

제주도는 2002년 국제자유도시, 2006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며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다. 500만 달러 이상 투자 사업지를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투자진흥지구 제도도 이때 시작됐다.

2010년에는 5억 원 이상 투자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며, 중국계 자본 투자는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가 20년 전부터 중국 자본에 빗장은 열었지만, 자본조달과 환경 변화, 주민갈등으로 상당수 사업이 좌초하거나 표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제주도의 외자 유치 방향은 어떻게 변화돼야 할까?

무산된 오라관광단지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 본다.

중국계 자본 제주 최대 개발사업 '오라관광단지' 사실상 무산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단지 사업 부지.
이번에 사실상 무산된 제주시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오라동의 한라산 중산간 지역 357만㎡에 호텔과 콘도, 골프장 등을 짓겠다는 사업이었다. 22년 전인 1999년에 개발사업 시행 승인이 났지만, 투자금 문제로 사업시행사가 수차례 바뀌었고, 2015년에는 5월에는 사업 승인이 취소됐다.

이후 중국계 자본인 JCC(주)가 단독으로 사업 재개에 나서 2015년 7월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신청했고 경관 도시와 교통, 재해, 환경영향평가 심의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업의 마지막 문턱인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재원 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중산간 난개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업 계획 변경이 요구됐다.

이에 JCC는 사업비를 4조 4천억 원으로 줄이고, 건축물 연면적과 객실 수를 각각 14%, 21%씩 축소하는 내용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해 제출했다.

하지만 심의회 문턱은 높았다. 지난 2일 열린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개발사업심의위는 이번에도 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이전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승배 제주도 관광국장은 "재원의 확보 이런 것에 대한 적정성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제주 미래 비전 실현의 가치와 부합한 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적합하다고 해서 부결한 것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사업자 측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라관광단지 사업 시행사인 JCC 관계자는 부결에 따른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추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부지 개발논란 여전?

중산간 훼손 논란과 쓰레기, 하수처리 문제 등의 논란이 이어졌던 오라관광단지 사업이 무산되며 개발 갈등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원희룡 전 지사가 지난해 말 송악 선언에서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한 약속이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지는 여전히 중국계 자본 소유이다. 여기에 사업자가 언제든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개발사업의 최종 승인권자가 제주도지사이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 송악 선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와 개발사업부지 주변을 확인해 봤다.

한라산 중산간 오라관광단지 부지(노랑)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회색) 과 맞닿은 모습 확인.
개발사업 부지는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아래인 해발 350~580m 중산간이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도 맞닿아 있는 게 재확인됐다.
김태일 교수는 "생물권보전지역이 이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만큼, 이곳을 관리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등 개발 논란을 없앨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당국이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던 찬성 측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문성종 한라대 국제관광호텔학부 교수는 "제주도가 시민단체와 사업예정지였던 오라동 주민들하고 선진사례를 보고 제주의 자연 가치를 살리면서 환경보전을 하면서 사업부지를 살리는 방안이 뭔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사업이 무산된 듯하지만, 사업자가 언제든 새로운 개발사업을 할 수 있고, 소송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만큼, 제주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편, 사업자 측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개발사업심의위 부결 결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고 아직 별다른 계획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 중국계 자본 개발사업 실태…"마을 목장만 팔아 치우고 남은 건 없습니다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 부지. 취재진은 지난 8일 제주 중산간의 드넓은 초지인 한림읍 금악리 일대를 찾아 가봤다. 목장 등 일부 주민들 소유였던 이 일대 마라도 면적 3배 규모의 부지는 중국 신화련 그룹 자회사에 넘어간 지 오래고 풀을 뜯던 소와 말 대신 출입금지를 알리는 문구가 취재진을 맞았다.

사업자는 2016년부터 인근 골프장 일부가 포함된 부지에 사업비 7천억 원을 들여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신화련 금수산장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환경 훼손과 골프장 일부 편입이란 편법개발 논란에, 착공전 796억 원 예치 조건 미이행 등 자본 조달 문제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9월 사업효력을 상실했다.

취재진은 이날 사업자 측의 홍보에 목장부지까지 팔면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금악리 일대 주민들을 만나봤다.

이경철 한림읍 금악리장은 과거 사업자측이 개발사업을 위해 자주 마을에 찾아왔던 기억을 설명했다. 이경철 이장은 "당시 사업자가 일자리를 창출하며 마을하고 같이 상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사업이 무산되며 현재는 주민들 소유였던 일부 목장부지들만 다 사업자 측에 넘어간 상황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주민 찬반 갈등과 행정절차로 제동이 걸린 곳도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인근 축구장 면적 26개 크기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부지이다.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5천억 원을 투입해 4백여 객실의 호텔 등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환경 훼손과 경관 사유화를 우려한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의 사업 재검토 의견과 주변 진지동굴의 안전성 문제 등으로 도의회가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데다, 제주도가 송악산 일대 개발 규제 방안을 찾는 연구용역을 하고 있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엔 개발에 초점을 뒀는데, 지금 10여 년이 지난 후에 보니 투자유치 또는 개발은 됐지만, 그 폐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재 친환경개발이라든지, 소규모 중심의 개발이라든지 내생적(제주 자본) 개발이라든지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올해 6월 현재 제주지역에서 개발사업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인 유원지와 관광개발사업을 확인해봤다.

제주도내  개발사업 승인 유원지와 관광개발사업 현황.
백통신원 제주리조트와 엠버리조트, 열해당 리조트, 삼매봉 유원지 등 모두 7곳이다. 모두 사업 시행자가 중국 국적이다.

문제는 준공된 곳이 테디벨리 리조트 한 곳뿐이고 삼매봉유원지의 경우 사업 승인을 2008년에 받았는데 10년이 넘도록 준공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제주 미래 방향 고려한 자본유치 필요"


대안을 찾기 위해 중국계 분마이호랜드가 사업비 1조 원을 들여 호텔과 콘도 등을 짓기로 한 이호유원지를 찾아갔다.

사업자가 부지 23만 제곱미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립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채무가 발생하자 부지의 20%인 86필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현재 소송 중인 상황이라 현장은 그야말로 사업이 중단된 모습이었다.

사업자 측은 이호바다를 매립하며 발생한 공유수면매립비 300억 원과 투자진흥지구가 해제되며 추징된 점사용로 13억 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이 현장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오래된 우편물들이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다행히 전 사업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해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중국 정부가 외환 유출을 막으며 자금 조달이 어려웠고 현재는 중국에 있는 사업자와 연락도 잘 닿지 않아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자본검증과 투자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규모 개발사업 위주이다 보니 환경 훼손 논란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업 성격에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강기춘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외자 유치는 제주도의 미래산업과 방향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에너지 산업이나 화장품, 식품을 국내외 기업들하고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생산은 해외에서도 할 수도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의 대규모 자본을 통해 큰 수입을 얻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주의 생태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게끔 규정을 명확히 만들고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에 권한도 부여해야 하며 여기에 이해 당사자나 지역주민도 참여해서 필요하면 사업을 거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 과제"라고 강조했다.

20년 전 국제자유도시 출범을 시작으로 진행된 제주도의 투자유치 방향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제주의 미래 가치를 담은 투자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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