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도 “자력갱생”… 북, 김정은 ‘수령’ 띄우며 주민 독려

입력 2021.11.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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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비서'와 '수령'의 사이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하는 공식 호칭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무력 최고사령관'입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주로 '총비서', 즉 노동당의 중앙으로 부릅니다.

북한은 이달 들어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령'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11일자 노동신문은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신 인민의 강용한 기상을 만천하에 떨치자'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제목에서부터 '위대한 수령'으로 지칭했습니다.

10일자 논설에서는 "김정은 동지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것은 우리 인민이 받아안은 최상 최대의 특전이며 대행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8일자 정론에서도 "우리 당과 혁명의 위대한 수령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불렀습니다.


■ '김정은주의'와 '김정은 수령'

북한에서 수령의 지위에 오르려면 당·정·군의 지도자이면서, 독창적 사상을 확립하고, 탁월한 영도력을 보여야 합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와 다른, 김정은만의 독창적 사상이 확립됐다는 의미입니다. 김정은 수령 만들기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오늘(12일) 브리핑에서 "집권 10년 차를 맞이해 김 위원장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향이 지속해서 보여지고 있다"며, "수령 호칭과 관련해서는 당대회 결정사항에 대한 관철과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 호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왜 지금?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일조시간 증가로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조금 다릅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만 8천톤 가량 줄어든 136만톤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홍수 등 자연재해로 작황이 안 좋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북제재는 꿈쩍 않고, 코로나19로 국경을 꽁꽁 닫았는데, 자연재해가 겹쳐 식량난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으로선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뛰어난 영도력을 보였기에 '수령화'에 나선 게 아니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수령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식량난이 심해지고 경제개발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주민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우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나타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개인 우상화 작업이 강해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지금껏 제도적 '수령'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 매체에서 '수령' 칭호를 언제 어떻게 붙이느냐에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 매체 "올해 50일 남아"...주민 독려

노동신문은 오늘(12일) "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가 불과 50일 남았다"며 각 부문에서 생산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독려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연일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위해 주민들에게 더욱 진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물자와 식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이 경제개발 목표달성을 이루기 위해 기댈 곳은 '김정은 수령'의 영도라고 강조하고 있는 구도입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북한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켰지만, 동시에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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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난에도 “자력갱생”… 북, 김정은 ‘수령’ 띄우며 주민 독려
    • 입력 2021-11-12 17:53:35
    취재K

■ '총비서'와 '수령'의 사이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하는 공식 호칭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무위원장, 무력 최고사령관'입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주로 '총비서', 즉 노동당의 중앙으로 부릅니다.

북한은 이달 들어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령'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11일자 노동신문은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신 인민의 강용한 기상을 만천하에 떨치자'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제목에서부터 '위대한 수령'으로 지칭했습니다.

10일자 논설에서는 "김정은 동지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것은 우리 인민이 받아안은 최상 최대의 특전이며 대행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8일자 정론에서도 "우리 당과 혁명의 위대한 수령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라고 불렀습니다.


■ '김정은주의'와 '김정은 수령'

북한에서 수령의 지위에 오르려면 당·정·군의 지도자이면서, 독창적 사상을 확립하고, 탁월한 영도력을 보여야 합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와 다른, 김정은만의 독창적 사상이 확립됐다는 의미입니다. 김정은 수령 만들기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오늘(12일) 브리핑에서 "집권 10년 차를 맞이해 김 위원장이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향이 지속해서 보여지고 있다"며, "수령 호칭과 관련해서는 당대회 결정사항에 대한 관철과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 호칭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왜 지금?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일조시간 증가로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조금 다릅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만 8천톤 가량 줄어든 136만톤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홍수 등 자연재해로 작황이 안 좋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북제재는 꿈쩍 않고, 코로나19로 국경을 꽁꽁 닫았는데, 자연재해가 겹쳐 식량난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으로선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뛰어난 영도력을 보였기에 '수령화'에 나선 게 아니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수령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식량난이 심해지고 경제개발 성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주민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우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집권 10년차를 맞은 김 위원장이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나타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개인 우상화 작업이 강해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지금껏 제도적 '수령'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 매체에서 '수령' 칭호를 언제 어떻게 붙이느냐에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 매체 "올해 50일 남아"...주민 독려

노동신문은 오늘(12일) "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가 불과 50일 남았다"며 각 부문에서 생산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독려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연일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위해 주민들에게 더욱 진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물자와 식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북한 주민들이 경제개발 목표달성을 이루기 위해 기댈 곳은 '김정은 수령'의 영도라고 강조하고 있는 구도입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북한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켰지만, 동시에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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