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왜 이걸 알려줘?”…TMI 범죄보도

입력 2021.11.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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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뉴스를 보다 놀라, 화제를 바꾸며 채널을 돌렸습니다"
"뉴스에도 19금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뉴스 매체에 대해 이런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교육적인 콘텐츠일 것으로 생각했던 바람과 달리, 선정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내용 전개에 당황했다는 비판입니다. 대부분은 범죄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 독극물 구매 방법까지? 범죄 보도 예방인가, 조장인가

최근 서울의 한 회사에서 벌어진 ‘생수병 사망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된 독극물 성분을 포털 창에 검색하며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분석 결과, 평소 극히 미미했던 해당 물질에 대한 검색 횟수가 지난달 21일을 기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1일은 언론들이 해당 물질의 이름을 기사에 공개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때입니다.


일부 언론은 해당 물질의 가격과 구매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손쉽게 유통되는 실태를 고발하는 취지임을 강조했지만 그 수위와 방식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조해야 할 맥락과 크게 관계가 없는 데다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 프로파일러가 분석하는 범죄 보도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나치게 자세히 공개된 범죄 수법이나 도구 등은 또 다른 범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일탈 욕구를 지닌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봐 온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교제 중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역시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장 씨가 범행 과정을 묘사해 쓴 글은 극우성향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뒤 수많은 언론이 기사화했는데, 해당 사건이 장대호 회고록에 나온 범행 수법과 유사한 게 많고 모방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평소 범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잠재적 범죄자들은 누군가의 범죄 행위를 기사로 접하면서, 나도 비슷한 일을 저지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데,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서 저런 행위를 했구나 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영철이나 정남규 사건 당시에도 서로가 서로의 범죄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범행 장소나 수법을 바꾸는 등 서로를 의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고 말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건들의 경우 범죄자들은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범죄자의 행동과 인터뷰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 역시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권 교수는 "상당수 범죄자가 미리 준비한 얘기들을 마구 쏟아내는 경향을 보인다. 카메라 앞에서 유명인을 거론한 조주빈이나, 취재진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한 강윤성 등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도되었으나, 이는 언론이 범죄자들을 대변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 TMI 범죄 보도의 2차 가해

범죄 피해자의 신상이나 피해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 심각한 인권 침해로도 이어집니다. 보도로 인한 2차 가해는 단순히 특정 사건의 피해자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일로 상처 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 건수는 10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그만큼 안전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범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현실과 느낌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언론이 살인이나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에 집중하면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면도 분명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위험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범죄 보도의 순기능도 물론 존재합니다. 어떤 방식의 범죄 보도가 순기능을 극대화하되 ‘TMI(Too much information)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가 그 해답을 고민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4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김나나 기자와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출연합니다.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가 생각하는 '미디어 비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다시 보기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가능합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ref=pMenu#20211031&1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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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왜 이걸 알려줘?”…TMI 범죄보도
    • 입력 2021-11-13 10:01:30
    취재K

"아이와 함께 뉴스를 보다 놀라, 화제를 바꾸며 채널을 돌렸습니다"
"뉴스에도 19금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뉴스 매체에 대해 이런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교육적인 콘텐츠일 것으로 생각했던 바람과 달리, 선정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내용 전개에 당황했다는 비판입니다. 대부분은 범죄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 독극물 구매 방법까지? 범죄 보도 예방인가, 조장인가

최근 서울의 한 회사에서 벌어진 ‘생수병 사망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된 독극물 성분을 포털 창에 검색하며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분석 결과, 평소 극히 미미했던 해당 물질에 대한 검색 횟수가 지난달 21일을 기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1일은 언론들이 해당 물질의 이름을 기사에 공개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때입니다.


일부 언론은 해당 물질의 가격과 구매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손쉽게 유통되는 실태를 고발하는 취지임을 강조했지만 그 수위와 방식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강조해야 할 맥락과 크게 관계가 없는 데다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 프로파일러가 분석하는 범죄 보도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나치게 자세히 공개된 범죄 수법이나 도구 등은 또 다른 범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일탈 욕구를 지닌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봐 온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교제 중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역시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장 씨가 범행 과정을 묘사해 쓴 글은 극우성향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뒤 수많은 언론이 기사화했는데, 해당 사건이 장대호 회고록에 나온 범행 수법과 유사한 게 많고 모방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평소 범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잠재적 범죄자들은 누군가의 범죄 행위를 기사로 접하면서, 나도 비슷한 일을 저지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데, 누군가는 나보다 앞서서 저런 행위를 했구나 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영철이나 정남규 사건 당시에도 서로가 서로의 범죄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범행 장소나 수법을 바꾸는 등 서로를 의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고 말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건들의 경우 범죄자들은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범죄자의 행동과 인터뷰가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 역시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권 교수는 "상당수 범죄자가 미리 준비한 얘기들을 마구 쏟아내는 경향을 보인다. 카메라 앞에서 유명인을 거론한 조주빈이나, 취재진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한 강윤성 등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도되었으나, 이는 언론이 범죄자들을 대변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 TMI 범죄 보도의 2차 가해

범죄 피해자의 신상이나 피해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 심각한 인권 침해로도 이어집니다. 보도로 인한 2차 가해는 단순히 특정 사건의 피해자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일로 상처 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 건수는 10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그만큼 안전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범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현실과 느낌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언론이 살인이나 성폭력 같은 강력 범죄에 집중하면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면도 분명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위험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범죄 보도의 순기능도 물론 존재합니다. 어떤 방식의 범죄 보도가 순기능을 극대화하되 ‘TMI(Too much information)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 Q’가 그 해답을 고민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14일(일) 밤 10시 35분에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김나나 기자와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출연합니다. 이어지는 Q플러스에서는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가 생각하는 '미디어 비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 Q> 다시 보기는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계정에서 가능합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ref=pMenu#20211031&1
▲ 유튜브 계정 <질문하는 기자들 Q>: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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